사단법인 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대한문인협회-수필

ㆍ작성자	이길선
ㆍ작성일	2019-02-22 05:31

ㆍIP: 39.xxx.203

시의 중요한 성격들

대학인의 글쓰기와 읽기 (청주교육대학교 국어 교재편찬위원회)

시의 중요한 성격들

앞에서 시가 어떤 대상에 대한 느낌과 깨달음을 토로하는 글이라고 말했다.
그 말은 달리 말하면
시란 우리가 인생을 살아 나가면서 간직하게 된 체험을 토로하는 글이라는 생각과 다르지 않다.

시는 대상에 대한 느낌과 깨달음, 곧 삶의 체험을 그려내는 글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시에서 그것들을 어떻게 그려내야 할까?
그것들을 시로 그려내기 위하여는 먼저 시란 어떤 성격을 가진 글인가를 알아 두어야만 할 터이다.

삶의 체험을 시로 그려내는 방법은 필경 시의 성격과 맞닿을 수 밖에 없을 터이기 때문이다.
시가 가진 중요한 성격들로 이 글에서는 모두 세 가지를 살펴보려고 한다.

(1) 시는 언어예술인 문학의 여러 장르들 중에서도 언어 구사의 가장 첨예한 면을 드러내는 장르이다.
(2) 시는 1인칭 현재 시제의 성격을 뚜렷이 드러내는 장르이다.
(3)시는 문학의 여러 장르들 중에서 상상력의 활동을 가장 활발하게 요청하는 장르이다.

1) 첨예한 언어 구사
흔희 문학을 가리켜 언어예술이라고 한다,
무엇보다도 문학의 매재(媒材)가 언어라는 점에서 그렇게 부르는 것이다.
문학이 언어예술인 만큼 그 중요한 장르인 시 또한 언어예술임은 물론이지만,
시를 가리켜 언어예술이라고 했을 때에 그 의미는 좀 더 각별해지지 않을 수 없다.

시는 문학의 어떤 장르보다도 언어 구사의 첨예한 면을 드러낸다는 점으로 하여
그렇게 말할 수 있는 것이다. 시에서의 언어 구사는 언어가 가진 성질을
가능한 한도에서 최대한으로 활용하는 모습으로 나타난다.

시에서의 언어 구사는 그 말이 가진 소리와 의미를 다듬는 작업에서부터 시작된다.
시에 사용된 말의 소리는 의미의 반향(反響)처럼 울려야 한다는 뜻에서
에즈라 파운드는"리듬은 모름지기 의미를 가져야만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잘 다듬어진 작품들을 검토해 보면
시에서의 말의 소리들이 의미의 반향처럼 울리고 있음을 알아낼 수 있다.

.그러나 산문적인 시문장이 빈번하게 사용되는 현단계에서도
리듬이 시의 중요한 자질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산문적인 시문장을 대할 때조차도 리듬이 결핍되어 있는 점을 인식하는 방법으로라도
시의 자질로서 리듬을 의식하게 되는 것이다.

문학의 어떤 장르보다도 언어를 첨예하게 다루는 한편,
작품 속에서 '말하는 이', 곧 화자의 독백에 귀를 기울여 듣는 형태를 취하는 시는 그 길이가 짧다.
서정시의 그러한 성격을 강조하여
포유(Poe)는 "시는 가능한 한 그 길이가 짧아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시는 문학의 여러 장르들 중 가장 짧은 형태로 이루어지지만,
짧은 형태라고 해서 작품 한 편, 한 편의 의의가 작다고는 할 수 없다.
시는 집중과 압축의 방법으로 잛은 형태이면서도 깊이 있는 삶의 통찰을 그려내는 것이다.
다음 작품은 시의 그러한 성격을 뚜렷이 드러내준다.

2) 1인칭 현재 시제
일반적으로 한 편의 시에는 어떤 인물이 들어 있다.
우리는 그 인물을 흔히 화자라고 부른다.
시의 화자는 어떤 체험을 하면서 그 체험 내용을 독백 하듯이 중얼거린다.
시의 화자는 자기 자신의 체험을 현대 시점에서 말하기에
우리는 시를 가리켜 1인칭 현재 시제의 장르라고 분류한다.

이 점은 시와 다른 문학 장르들의 성질을 비교하여 살필 때에 현저하게 드러나는 시의 특징이다.
시가 1인칭의 문학이며 현재 시제의 문학이라면, 소설은 3인칭, 과거 시제의 문학이다.
소설의 인물 역시 1인칭인 경우가 없지 않으나 그런 유형이 소설의 주류를 이룬다고 하기는 어렵다.

우리가 흔히 '옛날이야기'라고 부르는 신화, 전설, 민담 등의 설화에 뿌리를 두고 있는 소설은
'그' 또는'그녀'라고 부를 수 있는 3인칭 인물이 겪은 과거의 체험을 전해 주는 형태로 만들어진다,

연극과 불가분의 관계를 맺고 있는 희곡은 3인칭 현재 시제의 문학이다. 독자들의 눈앞에서
'걷고 말하는' 모습으로 나타나는 희곡은 현재 시제를 엄격하게 지켜나가는 장르이지만,
작가 자신의 체험조차도 3인칭 인물의 체험으로 토로한다는 점에서 수필은 시의 성격에 가장 가깝다.

수필에서는 1인칭 인물의 체험을 현재 시제로 그려내는 경우도 적지 않은 만큼
시의 성격에 근접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시가 리듬, 비유, 상징 등의 방법으로 집중, 응축하는 장르인 데 대하여
수필은 그렇지 않다는 점이 두 장르를 구분하도록 만든다.

3) 상상력의 구사
모든 예술이 그렇듯이 문학은 상상력을 중효한 바탕으로 삼는다.
문학의 여러 장르들 중에서도 시는 상상력을 가장 긴요하게 활용하는 장르이다.
죤 듀이(J. Dewey)는 상상력을 "인간의 단일한 능력이 아니라,
체험의 여러 요소들을 유기적으로 조직하는 종합적 능력"이라고 규정했는데,
시에서는 그 '체험의 여러 요소들을 유기적으로 조직하는 종합적 능력'을
아주 긴요하게 활용한다고 말할 수 있다.

낱낱의 시작품들을 검토해보면
어떤 작품에서는 상상력의 활용에 별로 관심을 보이지 않는 경우도 있으며,
어떤 작품에서는 그 활용을 극대화한 경우도 있다.

4. 시 쓰기의 실제

1) 시 쓸 감 찾기
시를 쓰기 위하여는 무엇보다 먼저 시로 그려낼 감을 찾아내야 한다.
시로 그려낼 감, 곧 체험은 반드시 멋지고 그럴듯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멋지고 그럴듯한 것보다 더 중요한 점은
시 쓰는 이가 그 대상에 관하여 깊고 넓고 풍부한 체험을 쌓았는가 하는 점이다.

그 까닭에 초심자(初心者)로서는 생활주변에서 시 쓸 감을 찾는 것이 좋겠다.
이 글의 앞에서 제시한 '그리움', '어머니', '그 날' 같은 시의 제목들은
생활 주변에서 시 쓸 감을 찾아내야 한다는 생각을 반영한 것이다.
가령 시 쓰는 이의 마음속에 늘 떠오르는 인물인 '너'를 감으로 하여 시를 섰다면,
그 작품이야말로 생활 주변에서의 체험을 시로 만든 것이 되겠다.

2) 시의 유형 결정
시 쓸 감이 어느 정도 결정되었다면 다음에는
그 감을 어떤 유형의 시로 만들 것인가에 관하여 생각해 보는 것이 좋겠다.

시의 유형은 그 기준에 따라 다음과 같은 몇 개의 유형들로 나누어진다.
시 쓸 감이 다음 유형들 중 어느 것들에 꼭 들어맞아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제부터 쓰고자 하는 시가 어떤 유형에 속하는 작품 또는
어떤 유형에 가까운 작품이 될 것인가를 미리 생각해 보는 것은 여러 면에서 바람직하다.

(1) 리듬을 기준으로 한 유형 -- 정형시, 자유시, 산문시
(2) 문맥을 기준으로 한 유형 -- 진술시, 체험시
시인이 독자에게 자신의 생각을 직접 전달하는 방식을 취하는 문맥의 유형을 택한 것이 진술시 이다.
이 유형의 시에는 시인의 주장, 이념이 드러나므로 의미시라고도 불린다.

어떤 인간 체험을 상상하여 묘사한 방식을 취하는 문맥으로 이루어진 유형이 체험시 이다.
체험시에서는 인물, 사건의 구체적 양상이 묘사될 뿐 시인의 해설, 주장은 가급적 억제된다.

진술시가 소설에서의 들려주기(telling) 방식에 가까운 방식을 택하고 있다면
체험시는 보여주기(showing)에 가까운 방식을 택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3) 문제를 기준으로 한 유형 --- 서술시, 묘사시
대화, 서술, 묘사는 문학의 중요한 문체들이다.

문체를 기준으로 할 때에 시는 서술시와 묘사시의 두 유형으로 나누어진다.
문체는 시가 택하는 제재의 차이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흔히 서술시는 삶의 양상과 삶의 조건을 다룬다.
서술시 와는 달리 묘사시는 대상을 감각적으로 포착하여 그 특징을 그려낸다.

3) 시적 표현 다듬기
시 쓸 감이 결정되고 택하고 싶은 시의 유형이 결정되면 구체적인 시 쓰기 작업에 들어가게 된다.

위에서 보았듯이 시의 감은 시 유형선택에 영향을 끼치고
또 시 유형은 시의 표현에도 막대한 영향을 끼치게 된지만.
어떤 유형의 시를 지향하든지
그 감과 그 유형에 적합한 표현의 묘를 얻도록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시의 표현에서는 리듬, 비유, 상징 등과 함께
시의 화자, 거리, 태도 등이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좋은 시를 쓰려고 하는 이들은 시를 이루는
위의 여러 요소들에 대하여 깊은 이해를 갖도록 힘을 기울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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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작에서 작품으로 변신하는 등단의 과정에서 (시의 중요한 성격들)은 필수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나름 공부할 수록 더욱 어려워지는 듯한 [글쓰기],
글쓰기에 부담이 없던 그 시절(습작)이 그리운 것은 (작품활동)하기에는 아직도 부족함을 자인함입니다.

두드리며 읽기를 시작하며 공유하기에 부끄럼없는 자료들,
거듭읽기로 그 양상을 올려다 보며 더 배워야겠다는 각오를 해봅니다. 고맙습니다.

정찬열

2019-02-22 16:47

`이길선` 님이 선택한 답글 입니다.
존경하는 이길선 작가님~!
문인으로써 깊이 있는 글 '시쓰기의 중요한 성격이며'
언어구상,'1인칭의 현제 시재.시의 소재찾기,시의 유형결정,
시적 표헌 다듬기등 어느것 하나 놓쳐서는 않될 좋은글 배람해 갑니다.

이제 서서히 봄의 입김이 오는듯한 남녁에 꽃소식과 함께
주말도 편안 하시고 행복한 시간 되시길 기원 합니다.


이길선	정찬열 작가님 건안하시라 믿습니다. 시간이 간다고 말하기보다 세월이 간다고 해야 할 만큼 건강을 잠시 놓친 시간들이 세월로 느겨질 만큼 - 아프지 말아야겠다고 , 아프면 안된다고 작심을 해봅니다만.... 세월 앞에 장사 없음이죠. 잊지 않으시고 이렇게 서재 방문해주시고 댓글사랑 지펴주시니 무한 고마움입니다. 더 배우겠다는 자세로 열공하고 있습니다만 작품활동 하기에는 자꾸만 망설이는 ..... 서재 불은 밝혀야 겠으니 이 실천에 응원으로 듣습니다. 고맙습니다.	2/26 04:10

이길선	아이구나 오타- 느겨질 만큼 --> 느껴질 만큼	2/26 04:11

김상훈

2019-02-22 17:21

`이길선` 님이 선택한 답글 입니다.
후배들에게 종종 하던 말이 문득 떠오릅니다.

" 예술에는 왕도가 없다고 한다.
그러나 기본이 없는 왕도는 사이비다."

국문학을 공부했다고 해서 마치
육법전서를 모두 꿰차고 있는 게 아니듯
기본 또한 다 알 수는 없겠지만
기본을 알고 경험을 바탕으로 쓴 글이야말로
살아있는 글이라 봅니다.

개눈엔 뭐만 보인다더니 글 중에 희곡이 언급되 있어서
눈이 번쩍했습니다.
평생 배우로 살아오면서 평생 희곡을 접해야 했기에
희곡이 안고 있는 그 고통이 무엇인지 너무나 잘 압니다.

세익스피어는 희곡 때문에 대문호 소리를 든는데
그런 세익스피어를 트럭으로 갖다줘도 절대 안 바꾸겠다는
프랑스 희곡의 자존심 몰리에르나
근대사에 브레이트와 유진 오닐도 역시 희곡으로
명성을 얻은 작가들입니다만
희곡의 고통은, 무대에 대한 메카니즘까지
다 알아야 한다는 고통까지 덤으로 얻지요.

아무튼 또 한 번 작가님 덕분에 공부해 봅니다.
그래서 감사하고요.


이길선	김상훈 위원장님! 서재 방문에 맨발로 마중합니다. 어줍은 내용으로 불 밝힌 죄 -- 이리 넗으신 아량으로 선처해 주심에 에너지가 됩니다. 위원장님의 댓글내용 그대로, 기본을 알고 경험을 바탕으로 작품 활동할 제게도 그 날이 언젠가는 허락되겠지요. 많은 책들을 들춰 읽어며 내실화에 중점을 둡니다. 예쁘게 봐주세요. 다시 한 번 고맙습니다.	2/26 04:20

이길선 2019-02-22 05:50	2019년 2월에도 공부한 내용들을 옮겨보며 서재 불 밝힙니다. 양지바랍니다.

김경렬

2019-02-27 21:45

열공으로 올려놓으신 내용으로 또달리 공부를 잘 했습니다.
모두 잘 숙지한다면, 시 다운 시를 쓸수 있는 거름이 되지않을까 합니다.
감사합니다.


이길선	건안하시죠 김경렬작가님! 제가 이리 더딘 마중에 화나셨겠습니다. 죄송합니다. 환경의 변화(컴 앞에 앉아 있을 만큼의 여유가 없네요)와 집안에 큰일(아들 며느리)로 분주합니다. 큰 일 치루고 나서야 작품 활동을 할 수 있을 듯합니다. 늘 평안하시구요 행복하세요!	4/5 05:01

혼란스러운 현실

[시인을 찾아서]책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