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대한문인협회-수필

ㆍ작성자	임정수
ㆍ작성일	2011-12-02 12:12

ㆍIP: 58.xxx.46

어떤 손님

어떤 손님 / 임정수

이런저런 가게를 운영하다보니 별의별 사람들을 다 만나게 된다.
특히, 내가 엑기스 가게를 운영하면서 만난 사람 중에 평생 잊지못할 사람이 하나 있다.

그사람은 다름아닌 내게서 장어 엑기스를 사간 고객중의 한 명이었다.
물론 여자인건 두말할 것도 없고...

어느날 한통의 전화를 받았다.
"아저씨! 엑기스중에 팍팍 서는거는 어떤게 좋은교?"
"예?"
"그거 안있습니꺼?"
"아...그거예..."

뭔말인지는 몰라도 일단 아는척을 좀 했지.
가만히 듣고보니 장어 엑기스를 말하는 것 같았다.

"저..그렇게 서는걸 찾으시면 차라리 약국에 가서 비아그라를 사시지예."
"그런건 필요없구요...아는 사람이 아저씨집엔 자연산만 취급하기 때문에 믿을수도 있고 확실히 효과를 봤다고해서 전화안했심꺼."
"뭐, 체질에 따라 다를 수도 있겠지만 조금 과장되게 설명을 듣고 무작정 찾으시면 좀 그렇네예..."

"그래도 좋으니까 얼른 하나 짜 주이소."
"지금은 없고예, 내일 오후나 모레가 되어야 될 것 같습니더."
"예? 그렇게 오래 기다려야 됩니꺼?"
"예..좀 흔들은 다음에 세워서 짜야지 바로 짜면 나올 것도 없다아입니꺼."
"호호호..."

다음날 오후에 전화상으로 주문한 그여자가 엑기스를 찾으러 왔다.
전화상으로 듣던 목소리와는 달리 나이에 비해 무척이나 예쁜 미모의 여성이었다.

어찌나 정력에 대해서 관심이 많고 묻는 것도 많은지...
나중엔 엑기스는 건강식품이 아닌 오로지 건강 보조 식품으로만 생각해야 한다는 걸
몇 번이나 설명하고서 여자를 돌려보냈다.

그런데 한달이 다 되어갈 무렵에 그여자에게서 또 전화가 걸려왔다.
"아저씨요?"
"와예."
"장어 엑기스가 와 이런교?"
"뭐가 잘못됐습니꺼?"
"그런게 아니라...먹어도 별 효과가 없는 것 같아서예."

"아지매요."
"예..."
"아저씨나 아지매나 평소에 한약 같은거 잘 안먹지예?"
"예, 맞십더."

"자주 먹는 사람들도 체질에 따라 다를 수가 있는데, 안먹던 사람이 잠깐 그렇게 먹고 큰 효과를 바라다면 잘못된거 아닌교?"
"....."
"그렇게 빠른 효과를 원한다면 차라리 비아그라를 사드시던지요."
"아무리 체질에 따라 다르다지만 어느정도는 효과가 있어야 하는거 아닌교?"

가만히 듣고보니 이건 순전히 남편에게 문제가 있는 것 같았다.
그렇다고 당신 남편이 혹시 고자가 아니냐고 물을 수도 없는 노릇이고...

"아지매는 건강상 아무런 문제가 없지요?"
"예..."
"그러면 결론은 하난데..."
"....."

뭐라도 말은 못하겠고 눈치만 살피니 여자가 먼저 입을 열었다.
"맞십더, 남편이 빌빌 거리는게 영 힘도 못쓰고..."
"....."
"울 남편 이제 삼십대 중반인데...그렇다고 고자는 아닌기라예."
"예..."
"어떻게든 기 안죽일려고 몸에 좋다는건 다 구해서 먹었는데..흑..흑.."

여자는 끝내 눈물을 떨구며 울먹였다.
"진정하이소.."
여자의 어깨에 손을 얹어 달래었는데 의외로 여자의 몸이 뜨거웠다.

순간, 여자는 내 어깨에 얼굴을 대고는 펑펑 우는 것이다.
"여기서 이렇게 큰소리로 울면 안되는데..."
"뭐, 좋은 방법이 없겠습니꺼?"
"좋은 방법예?"
"....."

뭔가 잔뜩 기대를 하는 눈치인데 실망을 시킬 수가 없었다.
"방법이 있긴한데..."
"예? 뭡니꺼? 좀 가르쳐 주이소."

"그러면 가르쳐 드릴테니 나쁘게 생각지는 마이소."
"예..."

"첫번 째 방법은..."
"....."
"가지나 오이로 대용품을 찾을수도 있겠지만,
지금 아지매 처지를 봐선 성인용품점에서 여성용 자위 기구를 구하는게 제일 빠를 것 같네요."
"예?"

무척 당황한 표정으로 나를 본다.
그래도 뭘 어쩔거야, 답답한 사람이 우물을 파는 것이니...
"안그러면 두번째 방법이자 마지막 방법이 있긴한데..."
"예? 뭡니꺼? 시키는대로 다 할께예.제발 좀 가르쳐 주이소."

"바로 그겁니더. 시키는대로 다 하는거..."
"예?"
무슨 뜻인지 영문을 몰라 어리둥절한 여자가 빤히 쳐다본다.

"무슨 뜻인지 모르겠지예?"
"예..."
"말그대롭니더."
"....."

"지금부터 제가 시키는대로 다 할 자신이 있겠습니꺼?"
"예, 뭐든 가르쳐만 주시면...시키는대로 다 할께예."

"아저씨가 조루증이 조금 있지예?"
"예, 맞심더. 어떻게 알았습니꺼?"
"밤일을 할 때에 시작하는가 싶으면 금새 내려와 버리고...
사람 미치고 환장하게 만들지 않습니꺼?"
"예..맞습니더, 귀신이네예..."
"귀신은예..."

여자가 이렇게 몸이 달아 안달을 할 정도면 그정도는 눈을 감고도 알수가 있는 법이지.

"가지나 오이로도 만족을 못할 것 같으면 솔직히 성인용품점에서 파는 자위 기구도 첨엔 좋을 것 같지만
자주 사용하다보면 그거또한 그 나름대로 사람을 미치게 만들지요."
"....."
"왜그렇느냐하면 결정적인 2%가 부족하다는 말씀입니더."
"남편이 그모양이니 지금까지 아도 하나 없는거 아입니꺼?"
"맞습니더."

"신랑이 할 수 없는 걸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요?"
"....."
한참을 생각하던 여자가 의미있는 나의 웃음에 뭔가를 알아 차린 모양이다.

"그럼...?"
"예, 맞습니더. 그 한가지 방법밖에 더 있겠습니꺼."
"...."

"좋게 말하면 꿩 먹고 알 먹고...가재잡고 도랑치고...누이좋고 매부좋고..."
"비밀로 해줄수 있지예?"
"당연하지예."
사실, 뭐 이런 사람이 다 있냐며 화를 내고 나갈줄 알았는데,
의외로 비밀로 해줄수 있냐는 말에 내가 더 놀라고 말았다.

어쩌면 이 여자가 처음부터 이런걸 기대하고 접근해 왔는지도 모르겠다.

"아저씨가 이렇게 큰소리 치는걸 보니...자신은 있는 모양이지예?"
"자신예? 가진거라곤 힘(?) 밖에 없습니더."
"호호호.."
조금 무안했던지 여자가 웃고 만다.

"자, 한 번 테스트 해보이소."
"예...?"
여자의 손목을 잡아 바지춤에 쑤셔 넣었다.

여자의 손길이 와 닿자 금새 일어서버린다.
"어머..."
"어떻습니꺼? 쓸만 하겠지예?"
"....."
여자는 그저 말없이 웃기만 한다.
하지만 나를 쳐다보는 눈길은 잔뜩 기대에 부풀어 있는 것 같았다.

가게문을 걸어 잠그고 여자를 태워 외곽으로 나갔다.
모텔 입구에서 잠시 망설이는가 싶더니 이내 결심을 한 듯 여자가 뛰따라 들어온다.

모텔방으로 들어서니 이곳은 세상과는 별개의 곳이 아니던가.
이곳에선 너와 나, 나와 남이 아닌 두사람만의 공간이기에 더이상 기다릴 여유도 없었다.
더이상 참고 기다린다는 건 고자나 할 짓이 아니던가.

걸치고 있던 옷가지들을 훌훌 벗어 던지며 진한 키스로 혓바닥 교환도 했다.
뱀이 또아리를 틀듯 자연스럽게 하나로 되어갔다.

질퍽한 펌프질이 끝나 거친 숨을 몰아쉬고 있는데
그때까지도 여자는 두손에 힘을 주어 머리를 꼭 끌어안고 있었다.

한참동안 가는 숨을 고르던 여자가 먼저 입을 열었다.
"멋있어요, 정말..."
"좋았십니꺼?"
"예...최고였어예."
"최고였다니 기분은 좋습니더."

삼십대 초반이라는 그녀가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체
알몸인채로 헐떡이며 나를 올려다 보고 있는게 꿈만 같았다.

"부끄러워요. 그렇게 보시면..."
"아직 피부가 탱탱한게 새색시 같네예."
그러면서 그녀의 유방을 만지며 유두를 건드렸더니 유두가 성난 것처럼 꼿꼿해진다.

"이제 가려웠던 곳이 어느정도 시원합니꺼?"
"예, 하지만...조금만 더..."

여자가 두팔을 벌려 안겨왔다.
"천천히...아직은 시간이 있으니 서두르지 마입시더."

여자의 두팔에 의해 나의 입술은 그녀의 유두를 향해 찾아들었고
두번째의 격렬한 몸짓으로 또 한번의 또아리를 틀었지만,
여자는 물에서 방금 나온 물고기마냥 팔딱거리며 나를 유혹하고 있었다.

그날 세번의 펌프질로 한방울도 남김없이 탱크를 완전히 비웠고
그 이후로도 두어번 더 만났었지만 더이상 육체적인 관계는 없었다.

하지만 다음해에 그녀가 아이를 낳았다며 전화를 해왔고
그게 마지막 전화가 되어버렸다.

그 아이가 누구의 아이든 그게 중요할까.
그들 부부가 싸우지 않고 오손도손 행복하게 잘살면 그또한 서로를 위해서 좋은게 아니던가.

(* 이 거짓말...참말이라예...물론, 믿거나 말거나지만...ㅋㅋ)

나의 숙

그여자의 비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