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대한문인협회-수필

ㆍ작성자	임정수
ㆍ작성일	2011-12-02 12:09

ㆍIP: 58.xxx.46

그여자의 비밀

그여자의 비밀 / 임정수

같은 동네에 사는 아줌마가 찾아왔다.
아저씨가 바빠서 논에 갈 시간이 없으니 같이 좀 가면 안되겠냐고 그러길래 그러자고 했다.
어차피 할일도 없고해서 추수할 때까지 일을 거들어 주기로 했다.

매일 논,밭에 나가 일을 하려면 새벽에 일찍 나가야 하는데,
이넘(?)의 아줌마는 동작이 느려서 한나절이나 되어야 일을 나가려고 한다.

하긴, 새벽부터 일어나 남편 아침 차려주고 아이들 깨워서 씻기고 입히고
밥먹여 학교에 보내고 나면 설겆이도 해야할테니 어느정도 이해는 된다.

논,밭일이라고 해봐야 별 것도 없다.
작물은 스스로 알아서 잘 자라주었기에 가끔 논에 물을 대어주고
밭에 비료며 약을 쳐주면 끝이기에 힘들지도 않았다.

몇일을 잘 나가던 아줌마가 오늘은 왠지모르게 늦어서 그아줌마의 집으로 갔다.
어떻게 된 일인지 불러도 기척이 없어서 대문앞에서 한참을 기다렸더니
낯선 남자의 승용차를 타고 오는 것이 아닌가.

'얼마나 급했으면...'

"새벽부터 어딜 다녀오능교?"
"남편 친구인데...춤 한번 춤고 왔슴니더."
"춤예...?"

슬며시 색깔있는 미소를 짓길래 무엇을 의미하는지 금새 알아차렸다.
"아...그춤...그춤이라면 저하고 춰도 될낀데 일부러 멀리까지 다녀오시네예."
"하하하..."

남편이 출근하자마자 아이들 깨울 시간까진 적어도 한시간은 남았기에
근처에서 남편의 친구가 기다리고 있다가 남편이 출근하는 걸 보고 전화를 했단다.

어디로 갔었냐고 물었더니 먼곳도 아니다.
아이들 때문에 멀리는 못가고...
남자가 먼저 들어가 방을 잡고 기다렸고 키다리 아줌마는 동네의 모텔로 얼른 뛰어 들어가 회포를 풀고 왔다고 한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다른 사람도 아니고 남편 친구랑 놀아나다니...
기가 차고 한심스럽기도 했지만 내일이 아니기에 그다지 신경 쓰고 싶지는 않았다.

밭으로 가는 차안에서 힐끗 힐끗 내 눈치를 보더니 한마디 한다.
"땡깁니꺼?"
"조금...생각은 있습니더."
"진작에 말씀하시지..."
"못먹는 감 찔러나 본다고...슬 슬 달래나 보시지 그랬습니더."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다고 이 아줌마 대담하다기 보단 한심스럽단 생각이 들었다.
생긴건 그렇게 안생겼는데...

"울 신랑한테 얘기 안할거지예?"
"예? 무슨 이야기를 예?"
"신랑 친구하고 나가서 하고 왔다는 말..."
"참나...사람을 어떻게 보고 그러십니꺼."

"그럼...비밀로 해줄수 있습니꺼?"
"당근이지예, 어차피 제눈으로 직접 목격한 것도 아니고 괜히 긁어 부스럼을 만들어 부부싸움을 시킬 일도 없고예.."
"고맙습니더."

얼른 내볼에 뽀뽀를 한다.
그러면서 머리를 내게 기대어 한 손을 가슴에 대고 안기는 것이다.

'이 여자 일을 내도 큰일을 낼 여자네..'

"그렇게 급했습니꺼?"
"예?"
"얼마나 급했으면 신랑이 출근하자마자 그럴 수 있냐고예."
"....."

"두 분 사이에 무슨 문제라도 있는거 아닙니꺼?"
"아입니더. 문제는예..."
"그럼, 다른 사람도 아니고 하필이면 신랑 친굽니꺼?"
"사실은..."

언젠가 남편과 함께 계모임엘 갔었는데
부부동반이라 같이 가서 어울리다 보니 노래방에도 가게 되었고,
장난처럼 남편의 친구들이 손을 잡고 이끄는 통에 부루스도 추게 되었고
한 남자와 눈빛이 오가게 되어 남편 몰래 몇 번 만나다 보니 그렇게 되었다는 것이다.

동네 사람들 보는 눈이 있어 집에서는 만나질 못하고
그남자가 어디쯤 와있다고 전화를 하면 잠시 가서 회포를 풀곤 했었다고 한다.

남자들이야 아주 잠깐이라고 하겠지만
여자들은 잠시라는 말이 그냥 단순하게 쓰이는 잠시가 아니다.

아이들 학교에 보내고 나면 밭으로 나가 일을 해야할 사람이
한나절이 지나도록 밭엔 얼신도 하질 않으니
가끔은 남편이 근처의 농장주에게 전화를 걸어 확인을 해보곤 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의심이 들자 평소 형님, 동생으로 지내는 나를 보고 일을 좀 거들어 달라고 했던 것인데
남편의 입장에선 일도 거들고 자기 마누라 감시도 할 수 있으니 일석이조라 생각 되었던 모양이다.

아줌마 딴엔 아무리 내가 만만게 지내는 사이라지만
나에게 자신의 가려운 곳을 긁어 달라고 할 용기가 나질 않은데다
이미 남편의 친구를 먼저 만나 불륜아닌 불륜을 저지르고 있었기에...

꼬리가 길면 밟히는 법이니 앞으론 절대로 만나지 말라고 했더니 말이 없다.
왜 대답이 없냐고 다그치니 내가 자기의 신랑도 아닌데 간섭하지 말란다.

그남자가 그렇게 좋으냐고...
그렇게 좋으면 차라리 이혼을 하고 같이 살면 되지 않느냐고 했더니 그럴 순 없단다.

그남자도 가정이 있는 몸이지만 여자가 재산이 많아 이혼은 못한단다.
'미친년...'

어긋난 사랑도 그렇고...
불륜도 이쯤에서 그만 둬야지 너무 미련을 두면 가정도 파탄나고 죄없는 아이들은 또 어떻겠냐며 달래었다.

그남자가 좋아서 만나는게 아니라 무언가 색다른게 생각나서 그런거라면
앞으론 내가 아침마다 풀어주겠다고 했더니 눈에서 광채가 난다.

'그게 그렇게 좋은 것인가?'

남편하고 그남자의 차이점이 뭐냐고 물었더니 별 차이가 없다는 걸 보면 그남자도 시원찮은 모양이다.
하긴, 짧은 시간에 급하게 모텔로 뛰어 들어가 아무런 준비 운동도 없이 펌프질을 해댈려니
두세번은 못했을 것이고 급한 마음에 후딱 한탕만 했을 것인데...
간단하게 샤워만 하고 나온다고 해도 펌프질을 하는데는 오래 걸리지도 않았을 것이다.

다음날, 아침밥을 먹고 키다리 아줌마집으로 갔더니 좀 전에 아이들 학교로 보냈다면서
커피나 한 잔 마시고 가자며 은근히 무언가를 기대하는 눈치다.

'설마 내가 풀어주겠다는 말을 그대로 믿었단 말인가?'

자꾸만 남편의 친구가 전화를 해서 만나자는걸 억지로 떼었노라며 밤새 잠을 설쳤다는 둥
신랑이 추근거리는 것도 피곤하다며 돌아누웠다면서 나의 눈치만 살피는 것이다.

'에휴, 여자들이란...'

어떤 손님

불륜을 꿈꾸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