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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ple01_next.gif임정수 수필소설작가 문학서재

ㆍ작성자 임정수
ㆍ작성일 2011-11-08 15:18
ㆍIP: 58.xxx.46
그곳에 가는 이유
그곳에 가는 이유 / 임정수



새벽 찬바람을 가르며 달리는 도로는 언제나 헤드라이트 불빛에 춤을 춘다.
즐비한 가로수들이 춤을 추고 하늘 저멀리 총총히 박혀있는 별 또한 춤을 춘다.
춤추는 세상...

드디어 도착한 용원.
진해만의 바다와 파도, 그리고 안개...
그곳에선 이미 수 많은 갈매기들의 부지런히 뛰노는 소리가 아침을 열고 있었다.

만선의 깃발 휘날리며 손살같이 달려오는 어선들의 기쁨에 가득찬 환호소리...
싱싱한 활어와 해산물들이 쏟아져 나오는 곳,
그곳은 언제나 나에게 삶의 활력을 가져다 준다.

내가 그곳을 찾는 이유는 여러가지다.
사람이 삶을 영위하는 건 우선 직업적인 이유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생업이 우선이기에 싫든 좋든 충실히 생업에 따라야 하는 한다.
하지만, 또 다른 이유...
그것은 내가 사랑하는 그녀를 만날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그녀...
보면 말 한마디 제대로 건넬 순 없지만 안보면 미칠 것만 같은...

나는 그런 그녀가 좋다.
비록 섣불리 다가가 말 한마디 건넬 순 없어도
그저 바라보기만 하다 돌아 올 수만 있다면 그것으로도 만족할 뿐이다.

이런 내마음...그녀는 모를 것이다.
아니 몰라주어도 좋다.
그저 오래도록 두눈에 가득 담아서 올 수만 있다면...

가슴에선 불화산같이 금방이라도 화산이 폭발해버릴 것 같아도
그녀를 나의 두 눈에 가득 담으며
그녀를 향한 내 마음을 전하고 또 전해 본다.

그녀는 내가 안중에도 없겠지만...

아~
문득 문득 심호흡을 크게 하고 정신을 차리고 보면
이러한 나자신이 한심스럽고 안타워서 웃음이 절로 나오곤 한다.

내가 나자신을 돌이켜봐도 참으로 한심하기 그지없다.
이럴 땐 뭐라고 해야하나...?

'미친놈 지랄하고 자빠졌네..'
하하하...

나는 미친놈이다.
이렇게라도 그녀를 생각하며 그리워하다 미치는 한이 있어도
정말 미친놈이 되고싶다.

용원의 바다와 파도는 언제나 변함없이 나를 기다리고 반겨 주는데
나는 과연 무엇을 했던가.

그녀...
그래 잊자.

분명 잊어야 한다는걸 잘 알면서도 잊지를 못하는 것은
아직도 가슴 한 곳에 남겨둔 실날같은 희망과 미련이 있기 때문이리라.

서로가 가는 길이 다르다.
한 번 돌아선 마음은 쉽게 다가오질 못하듯
그녀 또한 나와는 인연이 아닌지도 모른다.

그러니 잊자.
마음 속에서 가슴 속에서 훨훨 털어버리고 잊으며 살아야 한다.

나는 지금도 그녀만의 용원에 서 있다.
고운 눈빛과 수줍은 미소로 종종걸음으로 다가오는 하얀 파도 위에서
언제나 나를 설레게하는 그녀만의 용원...

하얀 물보라를 일으키며 다가오는 파도 속에서 나 자신을 들여다 본다.
거울에 비춰진 나 자신이 아닌, 파도 속에서 나를 바라보는 나...

나는 과연 어떤 모습일까?
어쩌면 생업이 우선이라는 말은 핑계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오로지 그녀에게로 향한 열정어린 마음으로 달려가는 곳이기에...
그래, 그렇다.
이유는 하나...

바로...
'미친놈이 지랄하고 자빠졌기 때문'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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