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대한문인협회-수필

ㆍ작성자	감문주
ㆍ작성일	2006-04-02 21:55

ㆍIP:

병신등급
병신 등급
감문주 / 글

동네의원 정형외과에 가서 접수를 하고 간호사의 안내를 받아 의사선생님 앞에 앉아 가만히 오른손
가운데손가락을 내 보이면서 자초지종 - 너무 불편하고 한쪽 팔을 맘대로 쓸 수가 없다 - 고 하소연을 했더니 가운데 손가락 끝 한 마디 정도는 장애 등급수가 아주 낮다면서 종합병원에 가서 등급 의뢰를 해 보라고 권한다.

내가 세 살 되는 어느 여름날 할머니는 나를 업고 어머니와 다림질을 하셨다.
할머니는 자루가 붙은 냄비 다리미에 숯불을 찰찰 까불어 불이 훌훌 피어오르면 삼베나 모시옷을 다림질 하면서 저고리 치마 같은 한쪽 끝을 어머니가 붙잡아 주고 할머니는 쓱싹 쓱쓱 문지르듯이 다리는데 등에 업혀 있는 애기는 다리미를 까불어 댈 때마다 훨훨 날아가는 불꽃을 잡으려고 손을 힘껏 내밀었겠다. 손가락 중에 제일 긴 가운데 손가락 끝이 불꽃에 닿았다. 아무도 모르게 아이만 느낄 수 있는 그 순간 2도 화상을 얻었다. 방바닥을 기어 다닐 때마다 아이는 오른손 손가락을 들고 울었단다.

한 해 여름이 다 지나가고 늧은 가을을 넘기면서 화상의 상처가 아물었다고, 그 이후 일 년에 한번 씩 봄에 잎 돋는 계절이 오면 가운데 손끝이 가려웠다. 며칠 간질간질 하면 옷섶에 문지르다 그러다가 또 멀쩡하게 괜찮았다. 그러기를 10년, 작은 소녀로 성장하면서 아무런 장애 없이 그저 봄이면 가운데손가락 끝이 좀 가렵다는 증세로 어머니는 나를 데리고 병원으로 가서 의사와 상담을 하셨다. 어머니는 의사 선생님 말씀에 상당히 실망을 하시고 병원에서는 아무런 말씀 없이 집으로 돌아와서는 온 식구들이 모여 앉은 자리에서 병원 갔던 결과를 말씀하셨다.

의사의 판단으로 만일, 나쁜 살과 뼈가 형성 되었다면 손가락 하나 아주 절단 하자고 해서 난감하고 어이가 없어 두 말없이 그냥 병원 문을 나왔다고 하면서 만일 손가락뼈가 어릴 때 손상 되었다면 성장에 이상이 있을 텐데 보기에는 아주 정상적으로 자라고 있으니 아마 피부에(무살)손상된 조직세포 결집증세가 아니겠는가?
아니면 염증 덩어리가 피부 속에 도사리고 있을 것으로 아버지 어머니는 의사처럼 진단을 내리고 그 다음날 마산에서 소문난 제조고약 한방 집으로 나를 데리고 갔다.
그곳 할아버지께서는 내 손가락을 자세히 살펴보더니 끝 한 마디 손톱을 에워싸고 있는 피부에 염증의 나쁜 물이 너무 오래 머물러 있다가 피부를 망가지게 했다고 말했다.
뼈는 이상이 없지만 살갗이 상했다면서 고약을 붙여 보고 만일 상했다면 피부껍질이 푸르게 변하면서 손가락 끝이 벌어 질 것이라 하시면서 3일만 좀 고생 하여라 고 했다.

고약을 개여 붙이고 하룻밤을 보내고 그 다음날 밤, 세상에서 나 혼자만이 맛볼 수 있는 고통을 앓았다.
온 식구가 뜬눈으로 밤을 보냈다.
할머니는 음력 2월 초순 차가운 겨울 끝 바람을 맞으며 양지언덕 밑으로 다니면서 쑥을 캐어 와서 절구에 쌀과 생 쑥을 넣고 콩콩 찧어 떡을 만들어 쪄서 내 앞에 내어 놓으시면서 아픈 고통을 달래 주시기 위해 노력하셨다. 그러나 그 당시엔 어찌나 아팠던지 떡도 밥도 싫었다. 온 세상이 노랗고 파랗고 불이 펄펄 붙는 손가락을 붙잡고 고래고래 소리 지르면서 울었다. 결국 어머니는 꽁꽁 처맨 손가락 붕대를 풀어보자고 했다.
어머니는 붕대를 조심스럽게 풀었다.
짧은 비명소리 아하!
할머니가 급히 들어오시고 마당에 서 계시던 아버지가 뛰어 오셨다. 나는 놀랠 것도 없다는 듯 물끄러미 내려다보니 손가락 끝부분은 석류처럼 벌어져 있고 손톱길이 만큼의 손톱 앞 살이 검푸르게 변해 있었다.
세분 어르신들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면서 서로 눈짓으로 말하더니 어머니는 붕대를 도로 감아주시면서, 한방 의원, 마산 봉우제로 가자 하셨다. (지금으로서는 한일합성 뒤쪽 석전동 에서 위쪽 방향 이다.)
마산시라 하지만 그곳으로 가는 길은 옛날 광산 , 금 , 철을 생산했다는 작은 산을 넘어 창원역에서 마산역으로 가는 철길을 따라 한참을 걸어가야 하는, 우리 집에서 그곳까지는 20십리 길이었다. 버스도 안다니고 잿빛 흙먼지가 유난히 휘날리는, 바라만 봐도 기분 좋은 풍경이 아니라 침통스러운 산과 흙 색깔 마을 모습들뿐이었다. 창원 마산 지역에서 풍치가 제일 좋지 않다고 평가 하고 싶은 길을 살금살금 걸어가면서 나는 내 손가락 한 마디를 미련 없이 버려야 할 운명에 대한 아픈 마음을 비우기를 다짐 또 다짐을 했건만, ‘ 무용을 좋아하고 연극을 좋아하는 나는 만일 멋진 무용과 강렬한 연극배우의 손짓에는 흠이 되겠구나! ’ 좋아하는 취미를 하나 둘 20리 길을 걸어가고 걸어오면서 지워버려야 했다.

어머니는 이제 이 고약을 한 번 더 붙이면 끝이 난다고 하셨다. 마지막으로 손가락 한 마디를 깨끗이 없애는 병신의 고통을 앞으로 3일간 더 감당해야 했다. 폭풍 뒤의 고요함 속에 나는 스스로 붕대를 풀었다. 검푸르던 피부는 벌건 살점으로 큰 콩알처럼, 이쑤시게 끝 솜뭉치 모양으로 가느다란 뼈끝에서 손톱에 의지해 있는 죽은 세포살점이 살구나무 꽃 멍울 같은 모습으로 붙어 있었다. 바늘로 찔러도 감각이 없었다. 다이야 찐 흰 가루약을 성한 곳과 못쓸 곳의 경계선에 뿌렸다. 그 후 죽은 살점이 나날이 말라 쪼그라들더니 어느 날 딱딱한 콩 알갱이가 되어 손가락 마지막 끝 뼈를 뿌리삼아 엉겨 힘없이 뽑혀 떨어져 나갔다.

‘장애인의 고통 - 지금부터 죽을 때까지 어렵고 불편하고 그로 인하여 합병증의 고통이 다가 올 것이다.’
젓가락을 잡으면 가운데손가락이 수저를 받쳐 줘야 하는데 바깥 젓가락 한 개만 장지 손가락 두 마디 끝으로 겨우 의지하고 나머지 한 짝은 약지가 바쳐 들어주었다. 그리고 손톱 뿌리에서 양쪽 가에 송곳니 모양으로 돋아 나오는데 그것도 손톱 깎을 때 함께 잘라 주어야 했다.
연필을 잡을 때 논에 묘를 심을 때 손가락 끝이 몹시 아프고 붓을 들고 서예를 할 때에도 몹시 불편 했다.
그러한 세월로 청춘을 다 보내고 요즘 청소봉사 한다고 집게를 들고 휴지를 줍다보니 약지 앤지 두 개가 너무 무리가 갔는지 앤지 첫 마디 인대가 늘어져서 아예 펴지지 않고 구부러져 통증이 오더니 손등어리 전체 손가락 줄기 뼈 모두가 아프고 손등이 뒤틀려왔다. 손바닥을 몸 뒤편으로 사선을 짚고 중심을 잡으려고 하니 아예 오른팔목과 손바닥 자체가 방바닥에 닿지 않으면서 팔꿈치 아래 두 가닥 뼈가 뒤틀리는 통증으로 중증이다.

이로 인하여 장애등급수 숫자가 어느 정도인가? 알고 싶어서 정형외과를 찾았다.
몇 등급이 나올지는 몰라도 장지 한 마디에 대한 이 여인의 심정에 대하여 누가 좀 변호해 주었으면 좋겠다 싶었다.
그러나 늘 상 그랬듯이 별반 시원한 대답을 들을 수 없는 말 뿐이다.
멀쩡해 보이면서도 고통스럽고 병신등급도 지극히 낮은, 상당히 불편하면서 답답한 마음으로 살아가는 이 심정을 누구에게 하소연이라도 할 수 있었으면 좋으련만.....
진정 나는 제대로 된 등급은 절대 받을 수 없는 병신등급이 되어 있었다.

도선/설동필: 감문주 선생님 ,안녕하신지요?
어렸을때 벼원에 들렀던 기억과 손가락의 아픔에 대한 아린 추억이 이순의 연세에도 잊혀지지 않나 봅니다.
저는 주말에 양수리와 수종사 그리고 가평을 자주 가는데 일행이 있다 보니 한번도 연락을 드리지 못했습니다.
지난 주에는 고로쇠 약수를 마시러 다녀왔는데 두물머리의 강풍경도 좋았고,수종사에 오르니 때늦은 눈발이 날려 급히 내려왔습니다
잠시나마 감선생님께서 가까운 양평에 계심을 떠올리면서 건강하시길 바랬습니다 -[04/09-19:26]-

감문주 : 고맙습니다. 잊지않으시고 지역땅을 밟으시면서 마음에 생각을 두셨다니 -[04/15-23:16]-

감문주 : 감사함에 인사가 늧어 죄송합니다.설동필 선생님! -[04/15-23:17]-

서유석: 과부 사정은 과부가 알고 호래비 사정은 호래비가 안다는말이 있지요? -[04/23-19:01]-

서유석: 엔터를 잘못 눌러서 토막글을 연결하게 됐네요.^^ -[04/23-19:02]-

서유석: 아주 평범한 말이지만, 본인의 아픔은 본인 말고는 알 수없는 일이지요. 당신의 고통을 이해한다는 말은 관념에 익은 우리네의 립서비스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그나마 그 정도의 마음씀이라도 있으니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이 숨쉬는 것이리라 생각해봅니다. 장애 등급 사정은 당한 사람 입장에서는 가혹하리만치 다롭습니다. -[04/23-19:08]-

서유석: 또, 엔터를 잘못 눌렀네요.^^ 장애 등급 사정은 가혹하리만치 까다롭습니다. 편안한 마음으로 등급 사정 신청을 하시기 바랍니다. 좋은 글 많이 쓰시고 건강하십시오. -[04/23-19:10]-

감문주 : 서유석선생님반갑습니다.
ㅎㅎㅎㅎ ~불편한 육신의 고통을요~~ㅎㅎㅎ
그 져 넉두리 한탄으로 글이라고 보기에는 부끄럽습니다.선생님
많은 채찍 바랍니다. 고맙고 감사합니다. -[04/29-15: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