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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ple01_next.gif감문주 수필가 문학서재

ㆍ작성자 감문주
ㆍ작성일 2006-03-04 12:51
ㆍIP:
냄새의 고향
냄새의 고향  
감문주/ 글

할머니 이게 무슨 냄새야, 완전히 썩었구나!  혼자 궁 시렁 거리는  소리가 여섯 살배기 외손자 녀석의 푸념이다. 청국장 찌지는 아침이면 온 집안이 꼬리 쾌쾌한   냄새로 야단이 난다. 맛 나는 생각으로 지워 버리는 것으로 참아내지만, 고약하기로는 점수가 높았다. 좀 더 맛 나는 냄새로 요리해보려고 갖가지 재료를 넣어 끓이다가 먹기 직전에 청국 한 국자 떠 넣어 일분정도 끓여 내면 조금은 효과가 있는 것으로 얼른 먹고 치우는 시간으로 냄새단축을 해보았다.

맛내게 하려면 통배추를 대쳐서 준비하고 돼지갈비를 길이 데로 칼질하여 먼저 재래 된장을  심심하게 풀어 넣고 푸욱 끓여 고기 살이 부드럽다 할 정도가 되어 을 때 배추 우거지 을 넣고 모든 부재료를 넣어 다시 끓인 다음  청국을 덤 뿍 넣어 한 소 큼 더 데워 낸다. 나만의 비결을 곁들여가면서 나이를 먹어 보려고 살아가는 세월에 부딪치며 만나 는 냄새와 향기들은 수천 수 만 가지 어찌 헤아릴까 하여 꼭 향기로운 곳에서  향기가 나는 것도 아닐 것이다.

의미로 따져본다면 노루사향의 본래는 고약한 노린내, 향나무의 독성에 과일나무에 열매가 맺지 못하는 이변이 있다. 벌 나비  곤충이 향나무주변에 날아오지 못하니 향나무랑 과수나무를 가까이 심어면 안 된다는 어르신들의 말씀이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자주 닦아야하고 때밀이로 밀어야하며 늙어지면 주름살 사이를 펴 가면서  씻어야 한다고 했다. 겹쳐진 주름살 속에는 발가락 사이 때와 같이 꼬래한  늙은이 몸 발효 냄새가 독하게 풍긴다. 아이들은 어르신들 몰래  듣기 좋아라고 그저  청국장 냄새가 솔솔, 하지만 말속에 가시가 있는 소리다.

지금이야 농사도 기계로 드르렁 하지만 옛날에는 아버지가 등짐으로 농사를 짓고 땔감 나무도 하셨다. 모든 것을 지게라는 것에 짊어지고 가고 오고 그 뿐이랴 저녁이면 아버지 등에서 땀내가 구리도록 풍기면서 들어오신다. 열 식구들 어느 누구도 아버지 땀 냄새를 거른 안 했다. 그 냄새가 우리가족들을 배불리는 부유의 향기라는 걸 알기 때문이다.

모내기 보리타작이 아울려 끝나면 복중에 콩밭에 쪼그리고 앉아 콩밭을 멘다. 얼마나 더운지 그야말로 지옥 불 가마솥이 따로 없다. 진종이 아 거장 걸음으로 김을 매는데 잘 먹은 조반도 아닌  보리밥 몇 술로 허기진 몸뚱이가  온 여름이 콩밭 골에 길게도 늘어졌다.
저그들이 뭘 안다고, 짜디 짠 소금 땀이 골 천 번 흘러 마르고 나중에는 소금이 버석 거리는 얼굴과 눈 언덕이 퉁퉁 부어오른다. 고달픈 삶을 호미로 파헤쳐 나갔다. 천하거나 무식한 삶이 아니라 일상생활  환경 이였다. 콩밭 콩 나무 그늘 속에서 자란 열무를 듬성듬성 뽑아서 설렁 설래 씻어  겉 절이하여 고추장에 비벼먹어 볼라치면 토종꿀맛이 따로 없다. 그것이 꿀맛보다 더더욱 고소했으니 어찌 당뇨라는 병이 침범 하겠는가 옛날에는 그런 병이 드물었다.  

이렇게 하여 가을에 얻은 잡 곡식 알갱이들은 메주도 만들고 청국장도 띄우고 엿을 고아 뻥 튀게 강정도 만들었다.  시골사람들은 스스로 생산하여 의식주를 해결했으니 아버지어머니들이 얼마나 등골이 빠졌겠나? 청국장냄새 보다 더 쾌쾌한 인생살이를 살면서 진실한 자연 향을 구별 할 줄도 아셨고 그 오묘한 진미, 풍류, 멋 을 지금에 우리들보다 더욱 즐겨 누리신 분들이다. 우리아이들  그 멋을 느껴 볼 수 없는 얄궂은 문화에 오염 되여 햄버거 아니면 이게 뭐야? 뭐긴 뭐야 비빔만두 빵이지. 이상스런 눈으로 바라본다. 이것저것 들기름에 들들볶아 고구마전분에 감자가루 콩가루 섞어 얇게 밀어 기름에 부쳐 소를 넣어 대나무 꼬지에 찔러  딸기를 믹서 하여 살짝 발라서 향을 풍겨 주었더니, 달콤한 냄새가 신기하고  고기가 안 보인다는 둥,  일단 먹어보라 했더니 이름이 뭐냐고 다구 쳤다. “평화로운 합창” 이라고 붙여주고서는 달콤한 냄새는  할머니의 위대한 마술향이야!  손자 녀석들이 새까만 눈동자에 할미를 담아 버린다.




김설하:
     감문주 수필가님
     할머니의 위대한 마술향이라고 하셨습니다^^*
     청국장냄새 꼬리꼬리해도 그 향기에 침이 괴고 잃었던 입맛이 돌기도 하는데
     요즘 아이들은 영 싫다합니다
     건강식이라고 하면 제 아들애는 그나마 먹어 주기는 하지만
     영 마뜩찮은 표정이지요
     말은 그럽니다 맛은 좋은데 제발 아침에는 끓이지 마세요
     옷에 냄새 배이면 곤란하거든요^^*
     요즘은 냄새나지 않은 청국장이 시판 되더라구요
     머니머니해도 토속이 좋은것 같아요^^*  -[03/12-17:15]-
이진영설각: 감문주 수필가님의 글에는 언제나 토속적인 냄새와
     향수가 짙게 깔려 있습니다.]
     저도 고향의 향수와 추억을 더듬으며 봅니다.
     12일날 못뵈서 섭섭했습니다.
     좋은 시간 보내시고 다음 모임에서 뵈어요.
     
       -[03/13-17:20]-
도선/설동필: 감문주 선생님,안녕하세요
     오랜만에 수필서재에 들리니 제서재에 감선생님의 대전지회 불참소식이 올라와 있군요
     저도 그날 집안행사로 참석못했습니다
     선생님의 시서재에는 인사를 올렸지만 다시 한번 수필가 등단을 진심으로 축하 합니다
     앞으로 좋은 글 많이 내시어 건필 하시길 바랍니다
     저는 당분간(상반기 정도) 수필과 소설은 게재하지 못할것 같습니다
     직장의 업무관계로 시간이 상대적으로 많이 소요되는 것은 다음으로 미룰까 합니다  -[03/18-0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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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호     글 제 목  작성자 작성일
39 봄아, 참 반갑구나! 12 감문주 2012-04-07
38 병신등급 8 감문주 2006-04-02
37 늙은 호박 8 감문주 2006-01-27
36 끼니 7 감문주 2012-03-12
35 (수필) 불 낮추라. 불 올려라 7 감문주 2006-0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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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아버지의 증언 6 감문주 2006-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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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작은 하나의 우주 4 감문주 2006-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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