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종 덕

여느 때보다 올해는 봄이 빨리 오도록 기다리고 있었다. 가만히 있어도 올텐데 봄을 재촉하는 이유는 참 어이없는 이유에서이다. 시집을 출간하는데 목련의 사진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도 그럴것이 나는 목련꽃은 어머니에 비유하면서 시를 써오고 있다. 마치 목련의 앞면의 흰색은 울 엄마의 옛날 밭에 다닐 때 입었던 광목 흰치마와 여지없이 닮아 있었고, 목련 꽃의 뒤의 자주색은 어머니의 흰 치마에 일하시다가 묻은 흙으로 보였다. 그런데 시집을 만들면서 내가 여태껏 찍어온 사진을 시집에 같이 넣고 싶었다. 그러면 자연히 내가 관리하기 어려웠던 사진들이 시집 속에 자리 잡게 되어 마음이 편하고, 또 시와 연관을 지어 시 한편에 사진 한컷을 넣으면 나의 시를 이해하기도, 내가 전달하고 싶을 것도 복선처럼 깔리어 잘 못된 해석으로 독자들의 마음을 다치게 하는 일도 줄어 들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시를 흔히 오해의 문학이라고도 말하곤 한다. 왜냐하면 작가의 의도와는 전혀 무관하게 독자의 상상과 독자자신의 해석에 기인되기 때문에 작가의 의도와는 오해를 낳을 수 있는 일들이 흔이 일어난다. 그러나, 시를 쓰고 나면 그것의 해석은 독자들의 몫이라고 더 이상은 관여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들도 가지고 있다. 이 말은 수긍은 할 수 있지만 글의 힘이 어마어마한 힘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조금은 이 저자가 어떤 마음을 전달하기 위하여 썼는가 하는 것은 알아주어야 하지 않겠는가하는 생각도 떠오르기도 한다

하지만 요즈음의 시는 지칭하는 대상이 me too처럼 바로 나타날 수 있고, 그 속에 숨어 있어 그 대상을 잘 찾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또한 심오한 문제를 글로 썼을 때에는 그 내용이 작가의 의도대로 전달되기는 참 어려워지는 것이 현대의 문학이라 생각되어진다. 그 중에 하나는 나의 시집 중에서 “바닷가 가로등”이라는 시가 있다.
 

바다 이야기만 들린다 수많은 배들이 들고 날 때도 마음에 있는 소리 한 번도 하지 못했다   낮에는 눈이 없어 누군지도 알 수 없고 말소리로만 사람을 본다   시끌벅적한 소리들이 가슴에 다가오고 귀에 익은 목소리 심봉사의 귀에는 심청이만 들린다

눈을 떠보니 찾던 님은 보이지 않고 낚시꾼만 한 둘 어슴푸레 잡힌다   지고 있는 달이 무거워 고개 들 수 없지만 바닷속에 맺혀 흔들리고 있는 저 달 소리로만 듣던 내 님이 아닐는지

겉으로 보이기는 바닷가에 서 있는 밤에만 불이 켜지는 가로등의 이야기이다. 그리고 시집의 범주에 제일 먼저 나오는 “지킴이”의 첫 글로 올려두어 독자들이 그 이유를 모를 것임에는 당연할 지도 모른다. 그래서 나의 마음을 알아달라고 어디에다 하소연을 해도 그 의미가 비쳐 나올지 모르겠다. 이 시의 의도는 박정희 정권의 말기 때를 이야기하고 싶었다. 다른 이야기 즉, 민주화, 또는 민주주의 이야기는 어디에서도 할 수 없었고, 마음에 있는 소리를 하면 잡혀 갔다. 속으로만 앓고 있을 이야기였다. 낮에는 눈은 뜨고 있으되 현실에 대해서는 그 무엇도 이야기 할 수 없는, 더구나 봉사처럼, 누군지도 왜 이렇게 살아야 하는 지도 알 수 없었다. 씨끌벅적한 젊은이들의 독재에 대한 항거의 외침이 들려오고 사람들은 자기가 듣고 싶어 하는 것들만 귀에 들어온다. 온 주변에 경찰, 안기부, 보안대등의 사찰들이 많아 서로의 이야기는 알고자 하는 사람에게만 들려 왔다. 심봉사의 귀에는 심청이 말만 들릴 것이듯이 뜻을 같이 하는 사람들은 그 소리만 들릴 것이었다. 눈을 떠서보니 동료들, 젊은 학생들을 모두 잡혀가고 낚시꾼, 사찰하던 살람만 보인다. 참으로 무거운 민주주의는 무거워 고개는 들 수 없어도, 바닷 속에서 흔들리고 있는 저 달, 우리의 희망인 민주주의, 곧 흔들리지 않고 우리 앞에 올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내님으로 돌아올 것이다라는 내용으로 이 글을 썼다. 그런데 작가의 의도는 참 전달되기 어려웠을 것이다. 동 시대에 살았던 사람이면 무슨 이야기인가 조금은 수긍이 갈지는 알 수 없다. 그래서 시에 나의 사진을 첨가함으로써 복선, 즉 조금이라도 마음을 전달할 수 있는 의도로 사진 첨가를 결심했다.

  그 중에 “목련화”라는 제목의 시가 있는데, 이에 맞는 사진을 찍어야 했다. 그런데 봄이 더디 오는 것이었다. 매일 목련의 봉오리를 보고 언제 필까, 봄은 왜 천천히, 무려 눈까지 겹처서 더디게 오는 걸까하고 매일 노심초사 사진기를 두 대씩이나 들고 목련이 피기를 보초서다 시피 15일을 보냈다. 오리나무가 물이 올라 연두색의 눈을 틔우고, 개나리가 노랗게 올라오는데 목련은 그 대로 봉오리만 있었다. 꽃 핀 목련을 찾아 나섰다. 어디에 가면 목련이 가로수로 심어져 있는데 목련이 피고 있다는 것이었다. 너무도 반가웠다. 당장 그곳으로 갔다. 너무 허망했다. 목련은 나의 어머니인데, 도로가의 목련꽃은 핀 것 마다 꽃잎이 찢어져 있었다. 눈물이 났다. 울 엄마 어쩌지?라는 생각. 목련이 가로수로 심어져 있는 것에 대하여 잘 못되었다고 생각했다. 차들이 지나가는 매연 속에다 꽃이 얼마나 곱게 필 수 있을 것인가도 생각을 해봤어야 하지 않을까하고. 찢어진 꽃잎은 너무도 애잔하고 애절했다. 다른 곳으로 옮겨 달라는 고함 소리가 너무도 크게 들려왔다. 과연 사람들은 무엇을 생각하고 있을까를 더 깊이 파보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