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길 / 김 종덕

일본은 예의를 아주 중요시 하는 국민성을 가지고 있고, 다른 사람에겐 절대로 피해가 가는 행동은 하지 않는 것으로 겪어보고 안다. 그리고 참 친절하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또한 일본의 국민들은 자신들의 믿음을 배신하지 않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정치인들은 우리나라처럼 아무 곳이나 가서 정당의 힘으로 당선되는 것은 보기 힘들다. 그 지역 사람들은 자신들을 대표하는 지역 의원들에 대하여 전폭전인 지지를 보내며 다른 당 소속의 의원들이 탄생하는 것이 어려울 정도이다. 이는 정치를 하는 사람이 지역의 지지자를 절대로 배신하지 않는다는 무언의 약속이 지켜지고 있음이다. 정치인은 자기 지역의 사람들을 어떻게든 먹여 살여야 한다는 신뢰를 가지고 있다. 똑똑하지 않은 지역민들이라도 그 의원을 믿기 때문에 우리를 배신하지 않고 잘 이끌어주고 잘 살 수 있게 해 줄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어 생각지 못할 만큼의 큰일이 아니면 용서해주는 의미를 담고 있다.

그리고 또한 자기 나라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대외적으로 그렇게나 크게 까발리지 않는다. 옆집 학생이 초등학교 여학생의 머리를 잘라 교문 앞에 둔 사건이 있었다. 엄청난 큰 사건이었다. 그래도 나라의 위신을 생각해서인지 그 토록 오랫동안 파고 긁지 않았다. 우리나라는 이것을 알 권리 라고 하여 관계없는 제 3자까지 포함하여 억지성에 가까운 논리를 펴기도 한다.

후쿠시마 원전에서도 우리는 많이 보아왔다. 저들은 자국에 해가 되는 일을 잘 인정하려 하지 않는다. 그 누가봐도, 세계적인 잡지에도 일본의 방사는 오염은 거의 전국에 이른다고 보고하고 있으나 일본 정부는 이를 부인하며, 그 사실을 인정하려하지 않는 것을 보아왔다. 나는 일본이 자국의 이익 보호를 위하여 우리처럼 깨놓고 말하거나 보도 하는 것을 보지 못한 것 같다. 지금도 후쿠시마의 원전은 녹아내려 그 오염도가 엄청난데도 인정하지 않는다. 아마도 일본 수상은 이것을 안고 본인이 암으로 죽는다 할지라도 방사능 오염으로 죽는다는 말은 하지 않을 것이다.

내가 일본의 츠쿠바에 연구하러 간 때는 1996년이었다. 이 때는 말 그대로 순한 일본인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말 그대로 친절했고 예의 발랐으며, 다른 사람에게 피해가 될까봐 기숙사에서도 뒷 꿈치를 들고 다니며, 말을 할 때에도 입을 가리고 소곤소곤 옆에서는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조용했다. 남자고 여자고 모두 그렇게 생활 하고 있었다. 참으로 이상하게 생각했다. 그렇다고 이 사람들이 원래 조용한 사람은 아니었다고 생각이 든다. 일본은 우리보다 한 시간 정도 빨리 해가 지기 때문에 연구원들은 점심을 거르면서 테니스 코트에서 운동을 한다. 함께 회식이라도 할라치면 언제 조용했나 하듯이 사케, 맥주 거침없는 농담 및 이야기로 즐겁게 시간을 가졌다.

자기 책임은 스스로 해 나간다는 의미였고 내 스스로도 거기에 따라가며 적응을 했고 이런 시스템은 스스로 지키며 발전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르는 것을 물어보아도 참으로 상세히 자기 일을 재쳐두고 설명을 해주곤 하였다. 이 때 문득 가슴을 찌르는 섬뜩함을 느낄 수 있었다. 이 정도면 너가 스스로 논문을 찾아서 읽거나 스스로 알 수 있는 것인데 왜 묻느냐하는 그런 날카로운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웃음 뒤에는 날카로운 사무라이 칼을 숨기고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게 되었다. 이것은 전적으로 나의 생각이었음이라고 생각한다. 일과 후에는 아주 즐겁게 어울려 맥주 파티 등, 서로의 연구 이야기 및 자기들의 생각을 틀어 놓아 공유 하면서 의견을 교환하는 것이었다. 참으로 저력있는 국민이라고 생각했다.

다른 한 가지는 일본 사람들은 영어에 약하다. 영어를 잘 하지 못한다. 학회에 가더라도 일본어로 발표하기를 권한다. 왜 그럴까도 생각해보았다. 나는 이것이 일본의 고집임을 알았다. 일본에서 유명한 약대의 교수를 만나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누는 중에 이일에 대해서 의견을 교환했다. 일본은 필요한 기기뿐 만아니라 학문적인 이론도 독자적 개발이 가능하기 때문에 굳이 영어권의 나라에 유학을 할 필요가 없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영어권의 유학생들, 세계 각국의 훌륭한 과학자들이 일본으로 연구하러 오기 때문에 영어의 필요성을 크게 느끼지 못한다는 것이다. 물론 일본의 연구자들은 영어 화화가 문제이지 논문을 읽고 이해하는 데는 무리가 없다. 그래서 일본 과학자들의 고집이 현재의 일본을 만들고 있다는 생각도 한다.

그 뒤 2 년 뒤에 일본에 다시 갔을 때에는 그 환경이 너무도 달라져 있었다. 예의는 그렇다 치더라도 친절한 면이나 타인에 대한 배려는 엄청나게 줄어들었음을 실감했다. 조용하고 타인을 배려하던 바로 전의 일과는 너무도 엄청난 변화가 와 있었다. 자신감은 거의 자만으로 변해 있었고, 조용하던 기숙사는 미친 듯 한 웃음소리와 광란의 고함소리로 울려 퍼지고 있었다. 거리에는 극우 단체의 새카만 봉고차위의 양옆 좌우의 6개의 스피커에 부단히 일본의 우월성을 설파하며 누비고 있었다. 초등학생들도 고학년이 저학년을 데리고 줄지어 학교 가는 모습도 보이지 않고 거리의 차는 광기어린 표정으로 달리고 있었다. 이젠 그들에게 체면이란 필요 없는 것 같다. 여태껏 자신들을 억누르며 표현을 자제해 왔던 이들은 이제 활동의 전면에 나서 움직이고 있었다. 세대가 다른 중년들이야 자신의 모습을 가지려 애쓰고 있지만 젊은 세대는 더 이상 옛날의 세대가 아님을 확실히 하고 있었고 이것이 일본의 우월주의로 나딛게 할 것이라는 것은 너무도 훤하게 비쳐져 있었다.

우리도 자신의 일에 자부심을 가지고 어느 나라를 대하든 당당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저들의 우월주의에 우리가 대항하지 못할 것을 또 무엇인가. 강해져가는 저들을 보면서 우리의 현 위치를 다시금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