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대한문인협회-수필

ㆍ작성자	김종덕
ㆍ작성일	2017-10-30 19:30

ㆍIP: 168.xxx.229

갈대 소리

물 길 / 김 종 덕

내가 어릴 때 집근처에 늪이 있었고, 그리 크진 않았지만 갈대가 널부러져 있어, 철새들이 늪에서 놀고 있었던 기억이 난다. 그 때는 갈대가 미꾸라지를 잡거나 붕어를 잡는 데는 아주 방훼가 되어 낫으로 쳐내면서 그물질을 하곤 했었다. 갈대숲에 들어 있던 오리가 푸드덕 날아가는 바람에 어쭙잖게 많이 놀란 기억도 새록 새록하다

겨울에 얼음을 탈 때에도 갈대 줄기가 얼음에 끼어 있어 넘어져 정갱이를 다친 적도 있고, 그 오지의 촌에 약이 있을 리 만무하여, 그 자리에 누런 고름이 생기고 물이 흘러나와 바지에 붙어 꽤 아팠던 좋지 않은 기억이도 더불어 나곤 한다. 그때에는 단지 갈대 꽃을 꺾어와서 마루에 앉아 실밥으로 묶으면서 방 비자루를 만들어 엄마한테 칭찬을 들었던 것 외는 갈대는 그렇게 나에게는 필요 없고 괴로운 것으로만 세월이 흘러갔다

그 갈대가, 대학시절 사진에 미쳐 있을 때 낙동강 하구언에 있었던 을숙도에서 석양에 숨은 갈대숲에 카메라를 들이대기 시작한 후 갈대는 나의 마음 속 깊숙히 들어 앉아 나의 대화 상대가 되곤 했었다. 지금도, 썰물 때 낙동강에 맨발로 바지 걷는 채 뻘 속에 빠진 발이 빠져 나오지 않아 엄청 고생했던, 그래서 기어코 마음에 드는 낙조를 한 컷 얻은 것이 얼마나 나의 마음을 지켜 주었는지 모르겠다.

김해의 먼 산으로 해가 들어 갈 즈음에 을숙도의 갈대의 마음은 아마도 나의 마음과도 같았을 것 같다. 그 당시 학보사 신문기자를 하면서 계엄군이 점령한 캠퍼스에 기자증 하나로 들락거리면서 학교 내의 상태를 주위에 알려주곤 하던 시절이 있었는데, 학교는 잠겨 거의 폐교가 되어 강의도 잠겨 있어 혈기왕성한 젊은 몸이 기댈 곳은 낙동강변의 을숙도였다.

비단 나만 그랬던 것은 아니었던 것이, 을숙도 의 강변에 허름한 막걸리 집이 있었는데, 여기에 젊은 학생들이 모여 현 시대에 울분을 토하며 없는 돈에 막걸리에 화풀이를 하고 있었다. 아마도 이 아지트가 알려 졌으면 많은 학생들이 곤욕을 치루었을 것이다. 그렇게 갈대는 나의 친구가 되었다. 낮에는 갈대의 앙상한 뼈대를 보고 매말라가는 당시의 사태에 대하여 살점을 애는 마음으로 쳐다보고 있었고, 석양이 될 무릅에는 갈대 속으로 햇빛이 숨어 들어가 마치 현실을 부정하는 젊은이들이 숨어드는 것 같았다.

그 때 갈대의 몸부림 소리가 젊은이들이 모두 울부짖는 소리로 들려 왔고, 힘없는 젊은 학생들에겐 어쩌면 힘내라는 함성과 같은 소리로 들려오기도 했다. 특히 갈대꽃이 석양에 비칠 때면 다른 꽃들은 씨앗을 맺어 다음 세대를 걱정하는데, 못 생겨 미안함을 알았든지, 씨앗도 만들지 못하 것이 젊은 학생들에게는 더 없는 고통이 될 수도 있었을 것이다.

갈대는 자신의 능력을 말하지 않았다. 그 뿌리로 뻗어 씨앗으로 번식하는 그 무슨 생물에 비교하여도 못지않게 뻗어 나가며 지신의 위치를 굳건히 지키고 산다. 심지어 없애기 위해 불을 질러도, 몽땅 태워 버려도 또 솟아난다. 결국 갈대는 제거할 수 없는 그러한 생명체이다. 그것이 우리로 하여금 움직일 수 있는 동력을 마련해 주었을 것으로 생각한다. 갈대에 모여 있던 젊은이들은 언제 부턴가 갈대의 위력을 알기 시작했다. 꺾어도, 꺽일 수는 있지만 뿌리 자체는 없앨 수 없다는 것을 체험하기도 하였다. 이렇게 끈질긴 생명은 그 누구도 손 댈 수 없다는 것이 확실하게 되돌아 올 즈음엔 젊은 학생들 사이에는 미소가 피어오르고 그 누구도 우리의 존재를 없앨 수 없다는 생각과 갈대처럼 뭉치면 그 어떠한 힘도 우리를 제거할 수 없을 것이라는 자신감도 다가왔다.

힘이라고는 전혀 없던 젊은 학생들에게서 힘이 솟아 나게 되고 결국은 부산 극장 앞으로 모여, 한 줄은 경찰들이, 맞은 줄은 학생들이 오후 3시 애국가를 불었다. 애국가가 끝나자마자 경찰들은 젊은이들을 낚시로 물고기 낚듯 채어 갔다. 이 때 거리의 상가들의 어른들은 자식과같은 학생들을 숨겨주고 먹을 것을 제공하며 심지어 잡아가는 경찰들에게도 대어 들기 시작하고, 경찰의 수보다 젊은이를 포함한 시민들의 수가 많아져가서 결국은 갈대의 외침처럼 바로 다음 날 자유는 우리 곁으로 함성을 지르며 돌아왔다.

지금의 갈대는 젊을 때와는 또 다른 의미로 나에게 다가와 있다. 그냥 못생긴 꽃이 아니라 그렇게도 편하게 내 곁에 와 있다. 요즈음 젊은이들이 취직하러 무진 애를 쓰고 있을 즈음에 그렇게 화려한 꽃이 아니더라도 스스로의 의지로 자신을 가다듬을 수 있 징표로써, 엣날과 달리 지금, 이 가을 석양 속의 갈대꽃이 푸근한 어머니의 얼굴로 맞아주어 샤터를 누르는 상큼한 소리로 달라져 있다. 그때나 지금이나 그 갈대는 해야 할 말을 바람소리에 실어 우리에게 전해주면서 스스로의 힘으로 일어 날수 있기를, 우리의 마음에 힘내라는 멧세지를 보내고 있는 것 같다.

김경렬

2017-10-30 22:31

저는 갈대를 아주 좋아합니다.
가을에 호수가로 줄지어 피어서
하늘거리는 갈대를 보고 있으면 참 즐겁습니다.
덕분에 갈대의 추억으로 미소가 피어 납니다.
감사히 배독하고 갑니다.
감기 조심 하시기 바랍니다.


김종덕	김경렬 작가님, 많이 평안해 지셨는지요? 갈대는 우리의 마음을 잘 읽어 주는 것 같습니다. 슬플때는 슬픔의 울음으로 기쁠 때는 날아가는 새소리 처럼 항상 곁에 있어 마음 프근합니다. 시인님께서도 갈대를 좋하한다시니, 더불어 가을도 좋ㅇ하시것 같기도 합니다. 작가님, 항상 평온 한 하루가 되시길 기원드립니다. 건강하시고, 행복하십시오.	11/4 17:46

김상화

2017-10-31 00:30

김종덕 작가님 오랜만입니다
그간 안녕하셨지요
서재를 자주 들리지 못해 죄송하다는 말씀부터 드려야겠습니다
갈대의 소리라는 좋은 글을 올려주셔서 감명 깊게 읽었습니다
저는 갈대를 매우 좋아하는 편입니다
갈대는 사람의 마음을 부드럽게 만들어 주고 또 감동하게 해 줍니다
물론 보는 사람의 감정에 따라 다르겠지만 저의 마음은 그렇다는
것을 말씀드리는 것입니다
작가님 갑자기 날씨가 많이 추워졌습니다
건강 유념하시고 특히 감기 조심하시기 바랍니다
고운 밤 되세요 김종덕 작가님!


김종덕	김상화 작가님, 안녕하십니까? 건강한 모습뵙게되어 감사합니다. 끈질긴 생명으로 태어나 사람들 가까이에서 때로는 사랑을, 때로는 미움을 받고 지내는 갈대는 꼭 저희 모습과 닮아 이ㅛ이 애증을 같이합니다. 시인님, 이가을에도 갈대가 좋은 벗이 되었으면 합니다. 건강하시고, 행복하십시오.	11/4 17:48

백낙은

2017-10-31 18:57

김종덕 작가님. 갈대 소리 잘 보았습니다.
갈대는 지조 없이 외부의 자극에 쉽게 마음을 바꾸는 인간을 비유하기도 하지만,
다른 풀들과 달라 쉽게 부러지지 않는다는 특성이 강조되어
외유내강의 인간성으로 비유하기도 한답니다.
갈대들의 함성이 나라의 운명도 바꾸어 놓았다고 여깁니다.
우리 집 앞에 잔뜩 피어 있는 갈대 꽃을 다시 눈여겨 보아야 겠네요.
사명 다한 핏기 마른 늙은 갈대의 밭은 기침에 기러기 소리도 외롭습니다.
감사합니다. 좋은 글 자주 뵙기를 기대합니다.


김종덕	백 위원장님, 안녕하십니까? 어두운 시절 갈대에 많이 의존하고 지냈던 것 같습니다. 그냥 갈대가 아니라 아주 끈질긴 생명을 보유한 갈대였읍니다. 지금도 갈대의 염원처럼 독재가 끝나고 그 자유기 우리의 품으로 돌아 왔다고 생각하고있읍니다. 끈질긴 우리의 생명은 언제나 아플 때 길을 잡을 수 잇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위원장님, 건강하시고, 행복하십시오.	11/4 17:51

정찬열

2017-11-01 20:49

김종덕 작가님
산골에서 낳고 자란나는
오직 "갈대의 순정"이란 가요곡만
흘러들었을뿐 새하얗게 피면서
앗차하면 손을베는 억새 만이 유일한
가을친구였어요
그후 성인이 되어서야 강가를 거닐며
보아왔던 "갈대소리" 친근함으로 어울려 오는
고귀한글 잘 배독했습니다.
입동이 손짓하는 초겨울의 문턱에서
항상 건안 하시길 기원 합니다.


김종덕	정찬열 작가님, 잘 지내시지요? 한 때의 아픔을 갈대와 더불어 지낸적이 있읍니다. 참으로 생명이 질기지요. 우리 민족과도 같은 혈통일 것 같습니다. 결국 우리의 바램은 이루어져, 지금 자신들이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게됨에 감사합니다. 작가님, 항상 건강하시고, 행복하십시오.	11/4 17:53

이석희

2017-11-04 07:13

'갈대는 자신의 능력을 말하지 않았다.
그 뿌리로 뻗어 씨앗으로 번식하는 그 무슨 생물에 비교하여도 못지않게 뻗어 나가며 지신의 위치를 굳건히 지키고 산다.
심지어 없애기 위해 불을 질러도, 몽땅 태워 버려도 또 솟아난다.
결국 갈대는 제거할 수 없는 그러한 생명체이다.
그것이 우리로 하여금 움직일 수 있는 동력을 마련해 주었을 것으로 생각한다.'

자연에서 그 자연의 위대함을 찾아내어
인간의 정당한 길을 안내하시는 작가님의 번뜩이는 지혜를 봅니다.
이 아침이 행복한 이유입니다.
고마운 글에 마음 실어 보내드립니다.
감사합니다.


김종덕	이석희 작가님, 잘 지내십니까? 저희에겐 참으로 아픈 시기였읍니다. 학교에 들어가지도 수업도,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던 시절이었읍니다. 그 한탄할 시절에 갈대는 좋은 친구가 되었고 마음으로 전해주던 말들이 힌을 갖게[ 했었던 것 같습니다. 많은 친구들이 다치고, 잡혀가고, 그 시절 참, 암울햇었읍니다. 그 자유가 우리 곁에 있다는 것에 너무도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작가님, 읽어 주셔서 감사하고, 자연의 위대한을 함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작가님, 항상 건강하시고, 행복하십시오.	11/4 17:57

벚꽃이 진 자리

돌배나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