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길 / 김 종 덕

예쁜 꽃이 지고 나면 대부분의 식물들은 참 곱기도하고 먹음직스럽기도 하고, 눈으로 보면 행복감을 느끼는 되는 것이 자연의 이치가 아닌가 생각한다. 사과, 배, 복숭아 등의 열매는 사람들이 기도하듯 기다려 좋은 맛을 가져다준다.

녹차도 참 예쁜 꽃을 봄이 아닌 익어가는 가을에 틔운다. 일반적으로 가을에는 가을걷이가 시작되는 계절로 이 때 꽃을 피운다는 것은 조금은 애매한 일이 될 수 있다. 가을에 피는 꽃 중에서 열매를 맺는 식물은 드물기도 하다. 가을은 곧 겨울을 가져옴으로써 충분히 익을 수 있는 시간이 촉박함을 느낄 수 있다. 많은 식물들은 봄에 꽃을 피우고 그 한여름을 거치며 성숙되고 가을에 그 달콤한 맛을 맺는다.

따라서, 가을에 피는 꽃은 그 다지 효율성이 높은 열매를 맺지 못하는 것이 자연의 순리 일수도 있겠다 생각한다. 어쩜 우리나라의 국민성처럼 빨리빨리에 적응되어 온 나무 같다. 그래서 녹차 열매는 성숙의 과정을 거치지 못함으로써 우리가 이해해 주어야 할 부분이 생기게 된다. 보통 꽃이 예쁘면 그 열매 또한 예쁜 것이라 생각되고, 녹차의 꽃은 정말로 순수하고 귀엽고 예쁘기 때문에 그 열매 또한 달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녹차 열매는 전혀 그렇지 못하다는데 우리가 이해하기 힘들다. 아마도 이 세상에서 가장 쓰고 떫은 것으로 소태나무 껍질로 알고 있을 것이다. 그것도 그럴 것이 보릿고개 시절에 엄마의 젖이 나오지 않아 애기들의 젖을 떼기 위해서 소태나무 즙을 엄마의 젖꼭지에 발랐다. 애기가 고개를 쩔쩔 흔들며 엄마젖을 잊어 갔다. 그러나 녹차 씨앗은 소태보다도 더 쓰다. 어떤 생명이든 생명은 과정에 따라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성숙되어져야 올 곧게 클 수 있다. 녹차 씨앗은 충분히 성숙될 시간이 없어 그 마무리가 되지 못하여 그렇다고 생각되어진다.

녹차 씨앗은 맛도 없는데다가 쓰일 곳도 없어 그냥 그대로 밭에서 썩어 가고 있어 이 씨앗을 어디에 쓸 수 있을까하는 고민에 빠지게 되었다. 먼저 녹차 잎은 곡우 이전에 따서 구중 구포함으로써 녹차를 빚은 사실을 알고 있다. 그런데 녹차 씨앗은 그렇게 시간에 꼭 맞추어 수확할 필요가 없다는데서 그 사용가치가 있다고 보았다. 그러니까 녹차의 작업이 완료되고 난 다음 시간이 날 때 수확을 하면 될 것이었다. 또 상식적으로 생각컨대 나무가 사람에게 좋은 역할을 하면 그 열매도 좋은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하는 단순한 생각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버려지고, 버리는 것이 아까울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어, 이 놈이 어떤 성분들을 가지고 있을까를 분석하기 시작했다. 녹차가 몸에 유해산소를 제거하는 데는 없어서는 안 되는 것이라고 소개한 바 있는데, 녹차 씨앗 역시 그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문제는 녹차 씨앗이 너무나 쓰고 떫어서 씹어 먹을 수 없다는데 있다. 혹시 누구라도 얼마나 쓸까하고 녹차 씨앗을 씹어 삼키는 사람이 있을까봐 하는 말인데, 절대로 하지 마시오. 생명하고는 관계가 없겠지만 그 쓴맛은 그 자리에서 토하고, 그 맛이 너무 오래가서 거의 죽음에 도달하게 될 것이오.

그러나, 녹차 씨앗은 녹차의 성분들이 농축되어 있어 많은 유용성분들을 함유한다. 이 녹차 씨앗에는 아주 강한 항암효과와 항비만 효과를 가지고 있는 성분이 들어 있다. 쓴 것을 참을 수만 있다면 그냥 씹어 먹어도 효과는 좋을 것이나 너무 쓰기 때문에 불가능한 일이다.

그래서, 녹차씨앗의 성분을 추출하여 알약이나 캡슐제제로 제조한 후에라야 투여할 수가 있다. 녹차 씨앗에는 인삼, 홍삼에 들어있는 ‘사포닌(saponin)’이란 성분을 많이 함유하고 있고, 또한, 인삼 및 홍삼과는 그 효능이 달라 많은 부분에 사용 되어 질수 있다. 즉, 항산화 작용, 항균작용, 항암작용, 항비만작용 등에 탁월한 효능을 가지고 있다.

이제는 녹차는 그 잎 뿐 만이 아니라 씨앗까지도 높은 부가가치가 있음을 밝혀 많은 부분에 사용 가능하게 되어 농민들에게는 조금의 아픔은 들 수 있게 될 것 같다. 즉, 버릴 것이 없는, 더 없는 좋은 생의 반려자가 되고 있다. 또한, 녹차 씨앗 기름을 짜서 식용유 대신 사용하거나, 피부에 발라 알레르기 및 아토피에도 사용할 수 있다.

녹차 씨앗 까지도 우리의 삶의 동반자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살아가면서, 또 한번 느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