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탄주(暴灘酒)와 음주의 괴력(怪力)

공식 석상에서 마시는 술은 천천히 한가하게 마셔야 하고 슬픔에 겨운 사람은 정신없이 취하도록 마시게 되고 여유로운 시간 봄철에는 집 뜰에서 가을철에는 배 위에서 마시고 밤 술은 달을 벗 삼아야 한다고 중국의 석학 임어 당(臨御堂)의 “生活의 발견”에서 주도(酒 道)를 이렇게 표 헌 했다. 또한, 술은 일상생활의 기하학적 규격으로부터의 탈출이라고 찬미하는 사람도 있다. 술을 마시고 나면 인간이 신선에 가까우면 주도에 맞는 음주이고 동물에 가까우면 주도에 어긋난 음주이다. 장미에 가시가 있듯이 그 좋은 술에도 과음에 심신의 폐해와 숙취에 의한 망신이라는 가시가 있음을 알아야 한다. 그런데도 조금만 어려운 사람 아니 접대하고 싶은 술좌석 이러면, 의 레이 “우리 폭탄 합 시다”라고 하며 갖가지 유래된 폭탄주 따는 방법을 묘기처럼 해댄다. 앉는 순서대로 아니면 누군가의 건배 제의까지 곁들어가며 독특한 방법으로 폭탄주가 돌아가는 것은 믿음의 가 부에 따라 더더욱이 연속으로 돌려지기도 한다.

한국 남자들은 기본적으로 초중고교 동창 외에는 아무도 믿지 않으려 하는 습성이 있다. 어린 시절을 같이 보낸 죽마고우라면 서로 목숨까지 걸 정도의 정을 나눈다. 그 외에는 거의 '남,처럼 생각한다. 이런 '남,같은 사이를 죽마고우(竹馬故友)에 가깝게 만들고 취하여 본성(本性)을 드러내는 결과를 보면서 만들어 보고자 하는 것이 한국 술(酒) 문화 폭탄주인 것 같다. 한국 사람들은 취하기 위해서 술을 마신다. 값비싼 양주를 발렌 타인 30년산 위스키를 맥주에 타서 빨리 마셔버리고 그것도 비우는 것을 확인하기 위하여 마신 빈 잔을 본인의 머리에다 비워 보이는 민족은 아마 지구 상에 우리 한국 민족뿐이라고 생각한다. 위스키의 고장 스코틀랜드 사람들은 조그마한 컵에 채워 한 모금씩 술맛을 음미하면서 마신다고 한다.

그런가 하면 추운 지방 북반구의 사람들은 추위를 이겨내기 위해 대체로 알코올 도수가 높은 술을 우리나라 사람들의 소주 마시듯 한다. 한국 사람들이 폭탄주를 마시며 취하려는 이유는 어린아이처럼 되기 위해서 어린 시절을 엿보고 져 함이 다분하다. 취한 술이 모자라 2차를 가고 그것도 부족해 밴드를 불러서 노래까지 부르는데 술 취한 사람끼리 누가 더 유치하게 노는 지 쟁탈전을 벌이기라도 하는 것 같다. 이런 과정을 통해 사람들은 다시 어린아이가 된다. 그리고 자리에 함께 모인 “남”들과 어린 시절의 축소판을 내보이고 경험하며 친해지는 과정이 폭탄주라는 한국만의 독특한 술 문화인 것 같다.

이렇게 구축된 관계의 확인은 다음 날 아침에 이루어진다. 거의 필름이 끓긴 상태에서 잠들었다가 가까스로 일어난 뒤 서로가 위로라도 한 듯 나 어젯밤 실수가 있었지, 하려면 뭐! 술자리인데 하며 위로 반 이해 반으로 서로의 허물을 완전히 벗겨내는 것이다. 내가 친구처럼 함께하는 향우이자 친한 한 교수님의 말씀이 생각난다. 사업하려면 술을 마실 줄 알아야 한다. 술을 못 마시면 사업도 인생의 가는 길도 외롭다는 것이다. 나 역시 젊은 시절 얼마나 많은 술자리를 자주 하여 위염과 위궤양에 시달리지 않았는가? 지금이야 그때처럼 마시고 싶어도 나이도 나이지만 사고 이후 8년 넘게 먹은 독한 진통제에 위가 많이 헐어서다. 위장약에 매달 리며 현재를 보내고 있으니 건강이 밭 춰주어야 술을 마시고 술을 마시는 사람은 건강이 허락하니까 마시는 행복이다. 술을 못 먹는 사람에게는 이런 문화가 없다.

역시 술을 찐하게 마실 줄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사소한 감정에도 다툼을 벌인 뒤 최소한 포장마차에서라도 30분 정도면 해결할 일을 오래오래 끌기도 하고 법정까지 가는 사람들을 간혹 보지 않았는가. 그러나 한국의 폭탄주 술 문화가 좋은 점도 있지만, 종래에는 몸이 망가지고 인생이 망가져 한때의 호화로운 시절이 죽음으로 가는 것을 주위에서 여러 사람을 보고 왔지 을 않는가? 옛 어른들의 말씀에 신용을 잃으면 절반을 잃고 건강을 잃으면 전부를 잃는다고 하지 않았는가? 지나친 술 문화에 젖어 너무 오래가면 전부를 잃는 잘못이 있으니 알맞게 마시고 술자리 말고 또 다른 해법으로 친해지는 방법도 찾아보아야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우리 다 같이 고민해야 할 숙제가 아닌가 생각해본다.

지난 5월 11일 경북지방경찰청은 화물차량을 운전하는 운전자에게 술을 판매한 혐의로 식당 업주 권 모 씨(여·54)를 입건해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지난달 25일 경찰이 음주운전 방조범도 적극적으로 처벌한다고 밝힌 이후 술을 판 식당업주가 음주운전 방조죄로 적발된 것은 전국에서 처음이다. 음주운전 단속 기준을 강화하는 데 국민 75%가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청은 올해 4월 4일부터 1개월간 전국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음주운전 단속 기준을 현행 혈중알코올농도 0.05%에서 0.03%로 강화하는 방안에 75.1%가 동의했다고 9일 밝혔다. 혈중알코올농도 0.03%는 보통 소주 한 잔을 마시고 1시간가량 지나 취기가 올랐을 때 측정되는 수치다. 설문은 운전자 700명과 비 운전자 300명 총 1,000명을 대상으로 했다. 규제 대상이 되는 운전자의 72.7%도 동의한다고 답했다. 그중에서도 주부는 85.5%로 찬성률이 가장 높았다고 한다. 술을 마시면 운전을 하지 않은 것이 습관화되어야 한다.

2016. 05. 12 기(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