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정 찬 열

나는 가끔 견딜성이 많은 사람 강인한 사람이란 말을 자주 듣는다. 더욱이 22.9kv 특 고압 감전사고로 죽음의 문턱에서 구사일생으로 살아남아 7년째 통증약으로 버텨내면서 말이다. 줄곧 나를 옆에서 지켜보던 우리 집사람은 나를 이렇게 표현한다. 명훈이 아빠는 해병대 가기를 잘한 사람이라고 한다. 하지만 좋은 칭찬만 있는 것이 아니다. 때로는 주위 사람들이나 가족들이 못 견뎌 할 때는 엄살이 심하다고 표현하니 듣기가 싫은 것이다. 나만의 잣대로 내 기준에 적용하는 탓에서 오는 반감이다. 최근 들어 신경이 무딘 장에 손가락이 세 개 중 두 개가 손톱이 빠질 깊은 화상에 50여 일 넘게 고생하고 있다. 크게 아플 때는 통증약으로 아프면 주무르며 견뎌 내는 것이다. 사람의 강인함과 의지는 훈련처럼 다져진 지난날에 있다. 하지만

가끔 내가 생각하는 만큼 강인하지 못함을 느끼는 착각 할 때가 있다.

내가 가장 처음 대전과의 인연은 1970년 8월경의 해병대가 육군에서 받은 위탁 교육 때였다. 진해 해병 신병 훈련소를 마치고 실무배치를 포항 사단으로 받았고 일 개월 후 포항의 3개월간 양 포에서 해안 방어배치가 끝나고 자대 복귀 후의 일이었다. 나의 군 병과는 통신병이었다. 대전 육군 통신학교로 위탁교육은 해병대에서 자체 교육 훈련교육장이 없어서 TTP 무선 타자 교육으로 통신학교 위탁 교육차 입소였다. 정확히 그 장소를 기억할 수 없지만, 그때 대전 유성 부근에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교육 기간은 12주며 나를 포함하여 4명의 우리 기수가 위탁교육을 간 것이다. 그 시절만 해도 지금처럼 인터넷이 없고 부대 간의 연락문서 근간이 되는 타자기 교육이다. 문제는 영문 키보드를 치면 한글로 변형된 글자로 문서가 작성되는 것으로 부대와 부대 간 문서를 무선으로 날려주는 타자 교육이었다. 육군 통신 학교에는 평균 30여 명의 해병대원이 교육 중이다. 주간 단위로 4~5명이 입소하고 수료하며 자대 복귀 하는 교육이었다. 해병대는 원래 단 1기 수만 선임이 되어도 대단한 격차가 심한 터였다. 신고식부터가 기합에서 시작되니 말이다.

그리고는 입소 육일 만에 처음 맞는 토요일 저녁 식사 후의 기압 훈련은 말이 훈련이다. 우리보다 한주 빨리 온 선임 해병이 고 참 병장의 지휘 아래 R-292 송신용 40Ø 굵기에 1.5m 길이의 알 미 눔 파이프로 엎드려 받쳐 을 시킨 상태에서 엉덩이를 5대씩 맞고는 큰소리로 ‘무적해병’ ‘무적해병’을 큰소리로 외치며 육군 내무반 주위를 돌아와 또 맞기를 10회 반복한다. 구보로 뛰면서 소리가 적다고 세게 치고 동작이 늦다고 또 치고를 반복하는 훈련이다. 알고 보면 수백 명의 육군 병사들에게 보여 주기 식 기압이며 선후배의 군기를 주입하는 기압 차원의 훈련이다.

지금 시절 같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체벌이다. 만약에 강인함이 보이지 않는다든가 동정심으로 분위기를 끌고 가면 때리는 선임 해병이 대신 맞아야 하므로 인정사정이 허용되지 않는다. 그리고는 그 훈련이 다 끝난 뒤에는 “너희가 미워서 이렇게 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속담에 “뺨 때리고 얼리기”하는 절차가 더 고통이다. 때린 자국에 선명한 살갗이 터진 곳에 안티푸라민 연고로 문지르며 발라주게 하는 것이다. 맞을 때의 고통보다 더 견디기 힘든 약 발라주기 조치와 함께 너희를 지금처럼 다루지 않는다면 육군 교육생들 틈에서 쪼다가 된다는 것이다. 각반 20여 명의 육군 상병들 틈에 이등병의 계급으로 2명씩이 함께 받는 교육에 그럴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이등병 계급장이 아닌 일병 계급장이지만 숫자도 많고 계급도 우위인 육군들 앞에 강인함을 심어 주기 위함이다.

그러한 교육은 일주 후 우리가 또 때리는 선임이 되고 이제 갓 올라온 교육생은 똑같은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러한 혹독한 방법 후에도 혹시라도 육군 사병한테 당하고 왔다는 해병은 수십 배의 얼차려를 받아야 한다. 또한, 교육에 우수교육생이 되지 못한 결과가 있으면 당하는 고충이 더 크다. 내가 살기 위함은 어쩔 수 없이 강해져야 함을 몸소 실천하는 과정이다. “사람들은 극한 상황에 처하면 그곳에서 자기 자신의 강인한 모습을 발견한다. 곧 허약한 약점, 충돌까지도 이겨 낼 수 있는 용기, 지혜, 자기희생, 대담함, 의지 같은 경이로운 능력을 스스로 발견한 사람이 된다. 이런 능력이 삶의 극심한 시련을 이겨내게 하는 계기가 되는 것이다. 그때 당시 받은 육군 통신 학교 교육은 세상의 변화는 교육받은 가치를 상실했다. 내가 군대생활 할 때까지는 사용했지만 몇 년 후 컴퓨터라는 새로운 IT 기기에 밀려 군대에서도 자취를 감추었다고 들었다. 교육이 끝나고도 지금까지의 생각은 정신이 굴복하지 않으면 결코 삶도 무너지지 않는다는 것을 터득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