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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ple01_next.gif이인철 수필 소설 문학서재

ㆍ작성자 이인철
ㆍ작성일 2013-10-14 08:33
ㆍIP: 121.xxx.37
슈킹 (57회)

 그녀도 현우에게 서로의 이름에 같은 현 자가 들어가서 우리의 만남이

필연이라고 했었다.

 옆에서 그녀들의 직업을 눈치 챈 동수가 무료하던 차에 잘 됐다 싶었는지

농담을 걸었다.

 "아직도 입에서 한약냄새가 나는 걸 보니 두 분께서 어제 늦게까지 약주를

하셨나 봅니다."

 그는 근엄한 표정을 지으며 능청을 떨었다.

 "어떻게 아셨어요? 표시가 많이 나요?"

 선영은 부끄러운 듯 두 손으로 볼을 가리며 웃었다. 그러자 곁에 있던 시영도

따라서 살며시 고개를 숙였다.

 현우는 그들에게 근처 2개 은행과 거리가 먼 B은행을 지정해 주고 대출방법을

설명해 주었다. 그녀들은 나이가 어려선지 대출경험이 없어선지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자기들도 은행 대출을 받을 수 있다는 것에 놀라는 기색이었다.

선영에게는 모든 서류를 받았으나 시영은 급히 오느라 준비가 안 되었다며

내일 오전에 가지고 오겠다고 했다.

 선영의 통장과 서류는 작업용과 이체통장으로 쓰고 시영은 혼자 세대주로

되어 있으므로 이체통장만 사용하려는 것이 동인의 계획이었다. 선영을

대학생으로 하여 유학비자 발급용으로 잔고증명을 의뢰하면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2천만 원씩을 대출 받아 어디에 쓰시려고요?"

 현우의 설명이 끝나기를 기다리기나 한 듯 동수가 선영에게 다급히 물었다.

 "사실은..."

 말하기 곤란하다는 듯 옆에 있는 시영을 쳐다보며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두 사람이 대출 받고 이자를 연체하거나 못 갚으면 대출해 준 우리에게도

책임이 있어서 그래요. 우리가 어떻게 이야기하느냐에 따라 대출 여부가

결정 될 수도 있거든요."

 동수가 그녀들의 대출용도가 궁금했는지 말도 안 되는 이유를 들먹였다.

대출이 안 될 수도 있다는 그의 말에 선영은 겁을 먹었는지 마지못해 입을

열었다.

 "이 친구와 저는 같은 업소에 나가는데요. 가게에서 당겨 쓴 선불금이 대략

2천만 원씩 있어요. 그래서 대출을 받아 정리하고 다른 일을 하려고요. 여기서

일하면서 빚을 한꺼번에 갚기가 너무 힘들어요."

 "그만두고 무슨 일을 하려고요?"

 호기심이 당기는지 동수가 또 물었다.

 "편의점 같은 데서 알바 하면서 미용학원에 함께 다니기로 했어요."

 가만히 곁에 있던 시영이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꼭 대출이 나오게 해 주세요. 대출만 나오면 이 일을 그만둘 수가 있거든요."

 선영이 현우에게 애걸하며 사정했다.

 "일하는 데가 어디예요? 한번 놀러갈게요."

 분위기를 파악하지 못한 동수가 생뚱맞게 물었다.

 "대출 나오면 서로가 좋은 거니까 최선을 다해야지요."

그냥 두었다가는 그의 짓긋은 질문이 언제 끝날지 몰라 현우가 말을 가로챘다.

사무실을 나가려다 선영이 돌아서더니 현우에게 명함을 달라고 했다.

 그는 검지와 중지 사이에 명함을 끼워 조심스럽게 주었다. 현우의 상담 중에

동수가 대신 전화를 받은 오전에 2건과 그가 약속한 오후2건을 합쳐 내일은 모두

4건의 선약이 잡혔다.

 상담시간은 30분 이내, 보통 한 개 은행에서 대기하며 신청서 작성하고 통장발급

받는 시간을 최대 30분으로 본다면 손님이 사무실을 방문하여 평균 3개의 통장을

만든다면 족히 2시간은 걸린다. 상담 간격을 1시간으로 한다면 오전에 2번 오후에

3번까지 가능하나 여유를 두지 않으면 손님들이 겹쳐 서로 겸연쩍어 할 것이다.

 그리고 그들은 동병상련이므로 같이 나가서 대화를 할 경우 득보다 실이 많을

거라는 것이 현우의 생각이었다. 그래서 그는 하루 4번이 적당할 것 같다고

동인에게 말하고 시간 안배를 그렇게 했다. 그의 생각에 동인도 일리가 있다고

전적으로 동감하였다.

 "현수 형, 이제 올 손님 없지요? 모두 모여 봐요. 오늘은 어쩔 수 없이 내가 업체에

보내는 서류를 모두 작성했어요. 그런데 원칙은 자필로 해야되요. 앞으로 글씨체도

다르게 써야 하고 급하게 서두르면 서류도 빠질 수 있으니 내일부터 퇴근 후

잔고업체에 보낼 서류를 만들기로 해요. 동수 형은 퀵에 신경 써 줘."

 그의 반명령에 두 사람의 고개가 동시에 끄덕였다.





이름아이콘 장해숙
2013-10-15 16:54
회원사진 		역시 꼼꼼하게 챙기는 것이 제일...ㅎ
   
이름아이콘 이인철
2013-10-16 15:17
회원사진 		장해숙 시인님!
바쁘신 중에 귀한 발걸음 주셔서 고마움을 전합니다.
저도 글처럼 꼼꼼하게 챙겨야 하는데 현실은
게으름과 나태함으로 지내고 있습니다.
그래서 작품으로나마 대신 위안을 삼으려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하시는 사업 번창하시고 기회가 되면 뵙겠습니다.
늘 건강하시고 멋진 글 다작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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