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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ple01_next.gif이인철 수필 소설 문학서재

ㆍ작성자 이인철
ㆍ작성일 2013-09-10 15:37
ㆍIP: 118.xxx.178
슈킹 (40 회)

 "모르시는 말씀! 대포통장을 구입한다 해도 판매업자가 우리에게 통장과 현금카드만

주고 인터넷 뱅킹이 안 돼 있어 우리에게는 무용지물이에요. 그리고 인터넷

뱅킹은 통장개설 후 3일 안에 등록해야 하는데 대포통장은 그게 안되지요.

설령 인터넷 뱅킹이 된 것을 사면 뭐해요. 통장을 판 업자가 아이디, 비번을

바꿔버리거나 비번을 3번 오타 내면 끝인데요. 잘못하면 고스란히 돈만 뜯기고

하소연할 데가 없어요. 대포통장을 판매한 사람도 구입한 사람도 모두 불법이니까요.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거나 다름없지요."

 그의 명쾌한 결론에서 현우는 '대포통장을 이용하는 보이스 피싱이란 범죄가

CCTV의 위험을 무릅쓰고라도 현금카드로 현금인출기를 이용할 수밖에 없는거구나'

라는 생각을 했다.

 "동인아, 그런데 이 은행 옆에 적은 '동의함'이란 글자는 무슨 뜻이야?"

 "아, 그것도 설명해야겠네요."

 깜빡 잊었다는 듯 그가 자기의 머리를 툭 쳤다.

 "손님이 한 개의 은행에 여러 개의 통장을 갖고 있을 수가 있지요. 대부분 은행은

인터넷 뱅킹이 되어 있는 통장 하나만 있으면 자기의 다른 통장 계좌를 컴퓨터에서

확인할 수가 있어요. 그런데 그 은행만은 통장개설 신청서를 작성할 때 동의 여부를

묻거든요. 손님에게 필히 동의 여부란에 동의 표시를 하라고 해요. 그래야 다른

통장 계좌의 입출금 내용을 볼 수 있어요. 그 은행은 1일 이체한도 금액이 커서 나중에

이체 작업할 때 필요하니까요."

 현우가 의자에 등을 기댄 채 지금까지 그가 말한 상담내용을 등을 머릿속으로 정리하고

있을 때 노크소리가 났다. 문을 슬그머니 열고 들어온 사람은 대출광고를 낸 정보지의

영업사원이었다.

 그는 들어서자마자 자기의 명함을 돌리더니 젊은 사람들만 근무하여 자주 들러도

부담이 없어 좋다며 입방정을 떨었다. 그는 세 사람과 비슷한 나이로 명함에 김명수

대리라고 찍혀 있었다. 그는 남자만 셋이 있음을 눈치 채고 여직원이 없으면 자기가 일

잘하는 아가씨를 구해줄 수도 있다고 했다.

 현우가 타 정보지에 비해 광고비가 비싸다고 하자 그는 자기네 발행부수가 다른

정보지의 3배 이상이며 오전에 이미 가판대에 없을 만큼 인기가 있다고 자랑하면서 단지

광고비로만 비교하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했다. 그는 어제 팩스로 보내준 광고 문안의 샘플을

보여주면서 수정사항이 있으면 말해 달라고 했다.

 현우가 보기에는 무난한 것 같았다. 곁에 서서 보고 있던 동인이 마음에 든다는 의미인지

그와 눈이 마주치자 고개를 끄덕였다.

 "강 실장님 보기에는 어때요?"

 동수가 불쑥 현우에게 말을 던졌다.

 "괘, 괜찮은 거 같은데요."

 갑자기 동수가 자기를 실장으로 불렀기에 그는 생소한 용어에 낯설어 더듬으며 대답했다.

눈치 빠른 김 대리는 그때부터 현우에게 꼬박꼬박 강 실장님이라고 불렀다. 처음에 익숙지

않던 현우도 말끝마다 실장을 붙이며 떠벌이는 그에 의해 어색함이 서서히 사라져 갔다.

 광고 계약서를 작성하면서 현우는 지문을 묻히지 않으려고 의식하면서 조심스럽게 썼다. 이

계약서도 나중에 중요한 물증의 하나가 될 지 모른다는 생각에서였다. 영업사원은 자기에게

광고를 부탁하는 입장이어서 감히 현우의 신분증 요구는 못할 것이므로 그 문제는 마음을

놓았다.

 "대부업 등록은 하셨지요. 등록번호 좀 불러 주실래요."

 뜬금없이 그가 전혀 예상치 않은 것을 물어 왔기에 순간 현우가 당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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