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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ple01_next.gif이인철 수필 소설 문학서재

ㆍ작성자 이인철
ㆍ작성일 2013-09-26 15:33
ㆍIP: 121.xxx.17
슈킹 (48회)

 "거봐, 이번 작업에 현수가 꼭 있어야 한다고 내가 말했잖아."
 
동수가 그를 향해 엄지손가락을 내밀며 내가란 말에 힘을 주었다.

 "형, 처음인데 대단하네요."

 동인도 그의 상담내용에 만족했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현우는 그들의 박수소리와 추켜세움에 뿌듯하기보다는 왠지 모르게 기분이

찝찝했다. 상담하기 전에 동인이 말해 준 내용들을 그 나름대로 노트에

요약해서 준비를 했기에 크게 당황하지는 않았다.

 "형, 이 광고 보고 수정할 것이 있으면 손 좀 봐서 정보지에 내줘요."

 그가 건네준 종이에는 부동산 담보대출과 잔고증명의 광고 문안이 적혀 있었다.

 "진짜로 담보대출과 잔고증명을 하려고?"

 어안이 벙벙해진 현우가 놀라서 물었다.

 "아녜요. 이 광고를 내는 이유는 두 가지가 있어요. 첫째는, 불시에 작업하려는

업체에서 우리의 정체를 확인할 수가 있잖아요. 예를 들면 이 지역에 와서

정보지를 회수해 갈 수도 있고 아니면 광고 내용을 팩스로 보내 달라고 할 수도

있지요. 그리고 우리가 먼저 그쪽으로 이 광고를 보내 믿음을 줄 필요도 있고요.

우리가 부동산 담보대출과 잔고증명을 한다고 했는데 사실 그 근거가 없잖아요.

지금 나가는 광고는 무담보, 무보증의 신용대출이라 내용이 완전히 다르기

때문에 큰일 나죠. 만약 저쪽이 이 계통에서 프로라면 바로 우리 사무실을 의심할

거예요. 저들은 잔고증명 해주는 돈이 언제든지 사고가 날 수 있다는 것에 늘

긴장하며 불안해하고 있을 테니까요.

 둘째는, 진짜 잔고증명을 의뢰하는 손님이 오면 그 사람의 서류를 보내는 거예요.

어차피 정보 파악을 위해 수수료를 주어야 하는데 우리 손님을 보내면 수수료도

아끼고 일석이조죠. 이 광고로 오는 상담전화는 내가 담당하려고 전화번호도 제

자리 것으로 했으니 그리 아세요."

 예상치 못할 상황까지 대비하려는 그의 용의주도한 방비책에 현우는 할 말을

잃었다.

 상담 전화를 받기 위해 점심은 사무실에서 배달시켜 먹었다.

 두 번째 전화가 울린 것은 점심 먹은 그릇을 막 치우고 난 후였다. 현우는 처음보다

한결 여유롭게 전화를 받았다.

 전화를 건 사람은 카센타를 운영한다는 개인 사업자였다. 상담 내용은 중년

여자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현우는 카센타 사장에게 5천만 원까지 대출이 가능할

거라고 하자 그는 내일 오전 10시까지 사무실을 방문하겠다고 했다. 책상 위에

펼쳐진 일일 캘린더 메모지의 내일 날짜에 '오전 10시 카센타 방문'이라고 적은

그는 고개를 숙인 채 인터넷 검색에 정신없는 동인에게 물었다.

 "개인은 알겠는데 개인사업자와 법인 차이는 뭐야?"

 그가 이렇게 물은 것은 지금 나가고 있는 대출광고 내용에 개인과 별도로

'개인사업자 및 법인 우대'라고 구분하여 적혀 있었기 때문이다.

 "은행에서 1일 최대 이체한도를 정해 놓았는데 이것은 개인을 기준으로 만든

거예요. 며칠 전에 형에게 준 은행마다의 이체한도 금액이 적힌 종이가 바로

그거예요. 그런데 개인사업자나 법인은 사정을 잘 이야기하면 개인의 1일 최대

이체금액인 5억보다 올려서 통장을 만들 수 있지요. 우리 회사는 사업상 거래금액이

크므로 이 한도 갖고는 부족하다고 하는 거예요. 명분이 있기 때문에 은행에서는

안 해 줄 이유가 없지요.

 1일 이체금액이 큰 통장이 있어야 디데이 때 이체하는 데 시간을 절약할 수 있고

수월해요. 또 개인사업자보다는 법인의 이체금액이 높아 우리에게는 법인이 더

유리하지요. 그런데 우리가 작업하려는 업체에게는 개인이나 개인사업자를 보내는

게 편해요. 법인은 보낼 서류가 복잡하고 그쪽에서 따지는 게 많아요. 시간이

지나면 금방 알게 될 거예요."

 현우는 이제야 두 차이를 대강 알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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