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대한문인협회-수필

ㆍ작성자	이인철
ㆍ작성일	2013-10-09 16:25

ㆍIP: 121.xxx.145

슈킹 (54회)

그는 답답한지 누가 묻기도 전에 한숨을 쉬고는 현우에게 자기의 처지를

늘어놓기 시작했다. 자기는 평생 트럭만 운전해서 식구를 먹여 살렸는데

몇 년 전 대형 교통사고가 나서 합의를 보려고 트럭까지 팔아 자영업을

포기하고 지금은 회사에 월급쟁이로 일하고 있다고 했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오른쪽 눈이 아프더니 점점 사물이 흐릿하게 보이고

병원에서는 당뇨합병증이 원인이라고 했단다. 이미 실명된 오른쪽 눈을

빼서 인공눈을 삽입해야 통증이 멈추고, 그나마 당뇨관리를 잘하지 않으면

위험하다고 했다. 그리고 회사에서는 어떻게 알았는지 거리 조정이 안 되는

눈으로 운전하면 사고가 날 수 있으니 퇴직하라고 하는데 지금까지

기술이라곤 배운 게 운전 밖에는 없는데 큰일이라며 고개를 떨구었다.

그동안 조금씩 모은 돈은 저번 교통사고 합의금으로 다 들어가고 결혼을

늦게 해 자식들이 중, 고등학생과 늦둥이 초등학생으로 뒷바라지 할 일이

까마득하다고 했다. 아내도 오래 전부터 관절염을 앓아 매일 약으로

버티고 있고 자기가 아니면 생계를 책임질 사람이 없어 큰일이었는데

다행히 지금까지 살면서 인심은 안 잃어 주위에서 도와주겠다는 사람이

많다고 했다.

자기 주변에는 대부분 자기처럼 운전하는 자들인데 만약 기름을 공급할

수 있으면 자기에게 받겠다고 했단다. 그들은 먼저 기름을 넣고 월말에

결제를 하기에 이윤이 남는다는 것이다. 그렇게 하려면 기름을 보관할

탱크가 있어야 하고 그것만 준비되면 기름은 싸게 납품 받을데가 있다고

했다.

탱크를 설치할 외진 장소의 땅은 자기의 형편을 잘 아는 친척이 빌려

주기로 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기름 탱크는 위험물이라 땅에 파서 지하에

설치해야 하는데 공사비 등을 포함하여 약 5천만 원이 들어가므로 대출을

받으로 왔다고 했다. 마지막에는 자기의 하소연을 들어주어 고맙고 돈이

나오면 나중에 한턱내겠다며 현우의 손을 간절히 잡았다.

그는 이 아저씨에게도 카센터 사장처럼 등본, 인감을 3통씩 받고 3개의

은행을 지정해 주었다. 통장을 금방 만들어 오겠다며 그는 바쁜 걸음으로

사무실을 나갔다.

그때 팩스음과 동시에 서류 양식이 다른 용지가 간격을 두고 계속 들어왔다.

30여 장이나 되는 용지를 3군데로 나눈 동수가 복사를 하기 시작했다. 각기

다른 잔고업체에서 보내온 양식 용지였다. 공통적인 양식이 대부분이지만

각서 등은 각 업체마다 글자의 인쇄체와 문구가 조금씩 차이가 났다. 그런데

동인은 이것도 예민하게 취급했다.

A업체 것은 A양식 철에, B업체 것은 B양식 철에 신경 써서 분류하라고

덤벙거리는 성격의 동수에게 신신당부했다. 그의 말인 즉 그들은 자기

업체와만 거래하는 줄 아는데 행여 다른 업체 양식을 보냄으로써 전문적인

업자 냄새를 풍겨 괜한 의심을 살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현우가 생각해도

일리가 있는 말이었다. 이 서류의 정리와 보관은 팩스 옆에 앉은 동수가 맡았다.

이 서류들은 모두 3개의 업체에서 보내온 것으로 동인이 출근 후 통화한

잔고업체의 것이다. 이로써 처음 보내온 A업체 서류를 포함하여 전부 4개의

잔고업체 서류용지가 도착하였다. 그는 이번을 마지막 기회로 잡아 몇 군데의

업체를 동시에 작업하려는 것 같았다.

동인의 구석진 자리는 칸막이가 설치되어 있어서 목소리를 죽여 말한다면

현우도 손님도 무슨 말인지 정확히 알아들을 수 없었다. 그는 손님이 없을

때와 현우가 상담하는 시간을 이용하여 업체들과 통화하고 잔고증명 광고가

나가는 자기 책상 위의 전화를 가능한 조용하게 받았다.

"아까 말한 바지작업이란 게 뭐야?"

트럭 아저씨의 상담으로 끊겼던 질문을 선우가 다시 했다.

임세훈 2013-10-10 11:17	이작가님 오랜만에 뵙습니다. 혹시 이 글 관련해서 책이 나왔나요.. 한권 구입해서 읽어야 될 것 같아서 입니다. 아무쪼록 건강하시고 문필하세요.

이인철 2013-10-10 15:09	임세훈 작가님! 귀한 발걸음에 고마움을 전합니다. 이 책은 저의 필명인 '이화백'으로 2010년 7월에 '한솜 출판사'에서 335쪽으로 출판한 책으로 3쇄를 찍었습니다. 덕분에 저작권료도 조금 받았고요. 포탈사이트 검색란에 '슈킹'을 검색하면 나오며 3년이 지난 현재도 한 달에 몇 권씩 꾸준히 팔리고 있습니다. 지금 저의 서재에 그 내용을 한번에 2쪽 분량 정도를 올리고 있는 것입니다. 오늘까지 135쪽을 올렸군요. 약속한 대로 끝까지 올릴 마음입니다. 구입하지 마시고 천천히 여유를 갖고 틈날 때 읽으셔도 될듯 합니다. 지금 저는 소설 '슈킹2'을 집필하고 있습니다. 이 글은 내년 봄 안으로 출간할 예정으로 출판사와 협의을 마쳤습니다. 출판 후 '슈킹2'도 저의 서재에 올릴 예정입니다. 아마 이 작품은 기대하셔도 좋을 듯 합니다. '슈킹'은 잔고증명을 하는 사채업자를 단순히 슈킹했다면 '슈킹2'는 경마 이야기를 소재로 로맨스도 있고 악덕 군상들을 경마로 끌어들여 슈킹하는 내용으로 분량도 더 많고 스케일도 조금 클듯 합니다. '슈킹2'는 영화와 드라마를 염두에 두고 쓰고 있습니다. '슈킹'도 처음 출판시 몇 군데 영화제작사에서 영화를 만들자고 제의가 들어와 계약까지 했는데 군소 제작사들이라 능력이 없어 흐지부지 되었습니다. 덕분에 여러 감독과 피디, 시나리오 작가 등을 만나 생소한 분야이던 영화 제작에 대해 많이 배울 수 있는 경험을 쌓아 좋았습니다. 관심을 갖어주신 임 작가님께 다음에 멎진 작품으로 보답을 드려야 하는데 막중한 책임을 느낍니다. 저는 앞으로 작가의 길을 갈 것이므로 즐거운 마음으로 글을 쓰고 있습니다. 변함없는 임 작가님의 관심에 몸둘바를 모르겠습니다. 임 작가님께서도 늘 건강하시고 좋은 글 기대합니다.^^

슈킹 (55회)

슈킹 (53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