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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ple01_next.gif이인철 수필 소설 문학서재

ㆍ작성자 이인철
ㆍ작성일 2013-09-20 15:10
ㆍIP: 121.xxx.63
슈킹 (44회)

 "오빠는요?"

"난, 난...."

 순간 그는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난감했다. 본명을 말할 수는 없는 것이 아닌가!

 "나는 강현수예요."

 명함의 이름을 이야기할까도 생각했지만 이 자리에서 동수와 동인이 자기를

부르고 있는 현수란 이름이 자연스러울 것 같았다.

 "어, 오빠와 전 공통점이 있네요."

 "무슨 말이에요?"

 무슨 영문인지 몰라 그는 어리둥절했다.

 "오빠와 저의 이름에 '현' 자가 똑같이 들어가잖아요. 이건 분명 인연이에요.

안 그래요?"

 "듣고 보니 그렇기도 하네요."

 그녀는 현우와의 첫 만남에 인연이란 의미를 부여하며 친밀감을 갖고 싶어

노력하는 것이 역력해 보였다.

 "오빠는 저 오빠들하고 왠지 어울리지 않는 것 같아요."

 그 말에 그는 무의적으로 맞은편에 앉은 두 사람을 쳐다보았다. 언제부턴지

동수는 파트너의 상의에 손을 넣고 가슴을 주무르며 귓속말을 하고 있었고,

동인은 파트너의 허리를 감고는 키스를 하고 있었다.

 "무슨 말이에요?"

 "오빠는 말끝마다 존댓말을 쓰시고 매너가 좋잖아요."

 술집에 와서 파트너가 자기보다 어린 아가씨라도 말을 놓지 않고 함부로

대하지 않는 것은 그의 습관 중 하나였다. 그것은 약자인 아가씨 입장에서

상대방에게 무시당한다는 생각을 갖게 하고 싶지 않아서였다.

 어느새 분위기는 노래방 기계의 반주에 맞춰 신나는 음악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동인은 파트너를 끼고 노래를 하고 동수와 아가씨는 옆에서 열심히

춤을 추고 있었다.

 현우가 그녀와 앉아서 술만 마시며 대화를 하자 보다 못한 동수가 마이크를

가져왔다. 노래책만 한참 뒤지는 현우를 대신해 그녀가 노래를 선정하더니

함께 부르자고 했다. 그녀가 선택한 곡은 그도 아는 잔잔한 블루스 노래였다.

 노래가 시작되자 자동으로 조명이 어두워져 갔으며 그 속에서 서로의 몸들이

밀작된 채 흐느적거렸다. 노래가 후렴 부분에 접어들었을 때 그녀가 슬그머니

현우의 허리를 당기며 들어왔다. 그도 살포시 그녀의 좁은 어깨에 팔을 얹으며

가볍게 감쌌다. 그의 귓가에 그녀의 입술이 다가와 달콤하게 속삭였다.

 "오빠, 희현이는 현수 오빠가 좋아질 것 같아요."

 "나도 그럴 것 같아."

 현우는 그녀의 촉촉한 눈망울에 입술을 맞추고는 짧게 말했다.

 한참 후 각자의 방으로 헤어지며 "현수야, 푹 쉬고 월요일에 만나자!"라는 동수의

목소리가 그의 귓가에 가물가물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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