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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ple01_next.gif이인철 수필 소설 문학서재

ㆍ작성자 이인철
ㆍ작성일 2013-09-22 16:24
ㆍIP: 121.xxx.30
슈킹 (46회)

     
       - 디데이 16일 전 -


 12월 10일 (월)

 출근하자마자 동인이 회의를 소집했다. 그리고 비장한 얼굴로 말문을 열었다.

"형들, 디데이는 26일 수요일로 잡았어요. 오늘을 포함하여 16일 남았지요.

지금부터 각자 맡은 일은 책임지고 해야 돼요. 작업할 업체는 3, 4개이고

작업금액은 아직 미정이에요. 작업통장 빼고 이체통장은 각기 다른 명의로

약 20개 정도가 필요할 거예요. 절대 실패해서는 안되니까 신경 바짝 써서

일하길 바래요. 한마디로  완벽해야 된다는 거지요."

 그의 차가운 목소리로 인해 사무실 안 공기가 서늘해졌다.

 오전에는 칸막이가 세워진 자리에서 머리만 반쯤 보이는 동인이만 바빴다.

그는 출근하면서 사온 일간지와 경제지의 금융광고 면을 보면서 나름대로

표시도 하고 노트에 옮겨 적었다. 그러다 책상 위에 있는 여러 대의 대포폰

중 한 대를 집어 들었다.

 "거기 잔고증명 해 주는 사무실이지요? 저희는 부동산 담보대출을 주로

하는데 이 일을 오래하다 보니 잔고증명 의뢰가 많이 들어와서요. 조건이

맞으면 그 사무실과 거래를 하고 싶어 전화드렸습니다. 수수료는 억당

얼마까지 주실 수 있나요? 조금 더 싸게는 안 될까요? 그럼 생각해 보고

연락드리겠습니다. 어느 분을 찾아야 하지요? 저는 김 실장이라고 합니다.

그럼 수고하십시요."

 통화를 마친 그가 각 신문에 금융광고가 나온 면들을 현우에게 주고는

제자리로 돌아갔다. 거기에는 '잔고증명, 예금조성, CD, 평잔, 자금대납' 등의

내용으로 보아 그것들을 취급하는 업체들의 광고인 것 같았다.

 그 중 시디란 용어를 보았을 때 불현듯 그는 일주일 전 시디 교환하러 간

사채사무실이 떠올랐다. 그러니까 지금 이 광고를 낸 사무실들이 바로 그가

갔었던 명동 사무실과 비슷한 일을 하는 업체임을 알 수 있었다.

광고 전화번호의 국번도 명동 쪽이 대부분이고 강남도 몇 개 있었다.

 그런데 잔고증명의 광고는 부동산 담보대출이나 신용대출 광고 수에 비해 훨씬

적었다. 유명 일간지에 서너 개, 그나마 경제지에 대여섯 개 정도였고, 그것도

중복되는 업체를 제외하면 10개 미만이었다.

 "조금 전에 전화드렸던 김 실장입니다. 억당 30만 원까지 해 주시면 지금부터라도

서류를 넣겠습니다. 가능하다고요. 그런데 업체마다 기재하는 양식이 조금씩

다른 것 같더라고요. 그쪽 양식을 저희 사무실 팩스로 좀 보내주셨으면 합니다."

 그가 팩스 담당인 동수에게 얼른 전원을 확인하라고 손짓하고는 휴대폰을

내려놓았다. 그리고 방금 통화한 곳의 업체명과 담당자 이름, 전화번호 등을

그 휴대폰 배터리 뒷면에 깨알같이 적었다. 아마 앞으로 잔고업체를 작업하면서

휴대폰이 서로 바뀌는 것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한 것 같았다.

 옆에서 지켜본 현우는 그의 이런 철두철미한 모습에 감탄하면서 한편으론 질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뚜' 하는 소리와 함께 거의 열 장에 가까운 용지가 쏟아졌다.

팩스가 끝났다는 소리음과 동시에 자리에서 일어난 동인이 문으로 가더니 손잡이의

잠금장치를 눌렀다. 그리고 팩스가 토해낸 용지들 쥐고 소파에 앉으며 조심스럽게

현우를 불렀다.

 "이런 사채사무실에 잔고증명을 의뢰해서 작업을 할 거예요."

 그는 조금 전에 현우에게 주었던 잔고증명의 광고들을 손짓으로 가리키며

나지막히 말했다.
이름아이콘 윤혜석
2013-09-23 12:29
회원사진 		안녕하세요~ 이작가님.
추석을 잘 지내셨지요^^
서재 출입이 뜸했었습니다.
드디어 디데이가 잡혔네요.
만반의 준비가 완료되고 이제 본격적인 작업이 시작되겠군요.
사랑이야기도 빠질 수 없지요~~
즐겁게 읽고 있습니다.
계속 기대하며 기다리겠습니다^^감사합니다.
   
이름아이콘 임세훈
2013-09-23 22:37
 안녕하시지요.
추석 연휴 잘 보내셨는지요.
이제 연휴에서 벗어나 새로운 마음으로 고운 글, 좋은 글 부탁드립니다.
의미있는 글 담아서 갑니다.
건강하십시요.
   
이름아이콘 이인철
2013-09-24 15:13
회원사진 		《Re》윤혜석 님 ,
안녕하세요.
윤 작가님께서도 행복한 추석 잘 보내셨지요.
바쁘실텐데 서재 방문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드리어 디데이도 잡히고 작업이 구체적으로 진행될 듯 싶에요.
사랑이야기도 물론 들어가야 겠지요.
그런데 이 글에서는 큰 비중을 차지 하지 않아 어떻하지요.ㅎㅎ
지금도 감동 받지만 시간이 갈수록 윤 작가님의 성숙되고 멋진 글 저도 많이
기대하고 있습니다. 늘 건강하세요.*^^*
   
이름아이콘 이인철
2013-09-24 15:18
회원사진 		《Re》임세훈 님 ,
임 작가님께서도 한가위 잘 맞으셨지요.
바쁘실텐데 이렇게 방문해 주시고 격려해 주시니 고맙습니다.
임 작가님께서도 글 쓰기 좋은 가을을 맞아 멋진 글 많이 기대하겠습니다.
늘 건강하시고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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