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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철 수필 소설 문학서재

ㆍ작성자	이인철
ㆍ작성일	2013-07-06 15:37

ㆍIP: 222.xxx.162

슈킹 (7회)

그 순간 현우의 머리에 무엇인가 스쳐 지나갔다. 그것은 다름아닌 그들이

아직까지도 자기의 이름을 강현우가 아닌 강현수로 알고 있다는 것이다.

현우는 그들을 처음 만날 때까지만 해도 사채사무실에서 일하는 그들과의

관계를 일시적으로 생각했기에 자기를 현수로 부르는 것에 크게 개의치

않았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고 만나는 횟수가 늘수록 이 문제로 적지 않은

고민을 했었다.

하지만 한참을 지나서 말한다는 것이 우습고 한편으론 지금까지 속였다는

기분도 들게 할 수가 있어 차일피일 미루다 보니 이 시간까지 오게 되었다.

그렇다고 1년여가 지난 이제와서 '사실은 내 이름이 현수가 아니고 현우'라고

말할 수도 없는 노릇이 아닌가!

내일부터 현수라는 이름으로 다시 불릴 것으로 생각하니 미안하면서도 저절로

웃음이 나왔다. 그러나 나중에 이 고민과 미안함이 전화위복이 될 줄은 이때까지만

해도 현우는 꿈조차 생각지 못했다.

- 전야제 -

11월 28일 (수)

현우가 커피숍 문을 열고 들어서자 구석진 자리에 앉아 있는 그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눈이 마주친 동수가 웃으며 손을 흔들어 보였다.

"이게 얼마 만이야. 1년이 훨씬 더 지난 것 같은데."

동수가 악수한 손을 세차게 흔들며 마치 옛 전우를 만난 듯 그를 얼싸안았다.

동인도 반가움에 어쩔 줄 몰라 했다.

"참, 형은....정확히 말하자면 1년은 아직 안 됐지. 현수 형이 첫 월급 타고

우리에게 쏜다고 해서 사무실 근처에서 만났었잖아. 생각 안 나?"

그러고 보니 그의 말대로 미래금융을 그만두고 한 달 조금 지나 한번 만난

적이 있었다. 그것은 현우가 취직 기념으로 첫 월급을 받아 그동안 신세도

갚을 겸 그들에게 한턱을 냈던 것이다. 그 자신도 까마득히 잊었던 것을

기억해 내는 동인의 기억력이 대단했다.

"형, 요즘 어떻게 지내고 있어요? 동수 형 말로는 그때 그 회사 그만 두었다는 거

같던데요?"

실업자가 된 현우는 그의 물음에 자신의 처지가 창피하고 초라하게 느껴졌다.

현우는 그들과 마지막으로 만난 자리에서 비록 작은 중소기업이지만 자기가

근무하는 회사의 장점과 비전을 말하며 큰소리 쳤었다. 그리고 가끔 그들이

연락하여 만나자고 했을 때도 회사일로 바쁘다고 핑계를 대곤 했었다.

"내가 자의로 그만둔 게 아니고 회사가 문 닫는 바람에 어쩔 수 없었어."

자존심 섞인 그의 풀죽은 목소리였다.

"그럼 더 잘 됐네. 안 그래 동인아?"

동수가 갑자기 큰 소리로 동인을 쳐다보며 말하자 무슨 영문인지 모르는

그는 어리둥절해졌다.

"형은 말을 해도..... 이번 일에 현수 형이 필요하긴 하지만 직장 잃은 본인

앞에서 잘됐다고 하는 건 너무 심하잖아."

현우를 위로해 주려는 듯 동인이 쏘아붙였다.

"형, 그러면 요사이 뭐하고 지내세요?"

그는 친형인 동수에게는 거의 반말로 하는 것이 습관화되어 있었지만

현우에게는 언제나 깍듯이 존댓말을 썼다. 이런 그의 태도가 현우는

마음에 들었으나 반대로 동수는 형인 자기를 무시하여 반말 한다고

술좌석에서 불만을 토로하곤 했었다.

"회사 그만 둔 지 한달이 다 되어 가는데 직장 잡는 게 쉽지가 않네.

특별한 기술도 없고 새파란 나이도 아니고, 몇 군데 이력서 넣고 연락을

기다리고 있는 중이야."

"현수야, 그래도 넌 대학물까지 먹었으니 우리보다 취직하기가 쉽잖아.

거기다 외모도 멋있지. 내가 만약 너라면 걱정 하나 없겠다. 야! 그런데

월급쟁이 해서 어느 세월에 집 사고 결혼하냐? 이런 사회 구조로는

기반이 있는 사람은 계속 잘 살지 몰라도 우리 같은 서민은 다람쥐 쳇바퀴

돌 듯 만날 요 모양 요 꼴이라고. 안 그러냐, 동인아?"

동수는 자기의 말에 동인의 동의를 구하려는 듯 그의 얼굴을 빤히

쳐다 보았다.

"그건 동수 형의 말이 맞아. 형도 저번에 사채사무실에서 잠깐 일해서

느꼈겠지만 고생은 사무실 사람들이 다 해도 몇 푼 빼고 나머지는

전주들이 다 가져가잖아. 이런 빈익빈 부익부 사회속에서 우리는

영원히 희망이 없다고!"

전에 보았던 동인의 차분한 모습은 간데없고 어느새 그의 목소리가

흥분해 있었다. 그는 동수와 동인을 보면서 그들은 친형제인데 어쩌면

저리도 다를 수 있을까란 생각을 자주 했었다.

둘은 외모와 성격에 있어서도 확연히 구분되었다. 동수는 보통의 체격에

머릿결은 곱슬이며 광대뼈가 튀어나와 좋게 표현하면 인상이 강인하고

반대로 보면 험상궂다고 볼 수 있다. 그에 반해 동인은 키가 작으며

똥똥하고 단단한 몸에 숱이 많은 직모와 똘똘한 인상을 풍겼다. 피부만

보더라도 동수는 검었지만 동인의 살갗은 흰 편에 속했다. 그리고

행동에서도 동수는 단순하고 덤벙됐으나 동인은 꼼꼼하고 침착했다.

아마도 두 사람을 친형제라고 먼저 말하지 않는 한 그들을 남남으로

보는 것이 더 자연스러웠다.

"오늘 나한테 할 말이 뭔데?"

현우가 그들을 번갈아보며 먼저 말을 꺼냈다.

장해숙 2013-07-17 17:37	뭘까?..ㅎ

임세훈 2013-08-20 06:16	잠시 다녀갑니다. 계속 호기심이 발동하네요

장용순 2013-11-05 06:33	궁금증이 커져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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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환영합니다	8	admin	2013-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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