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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ple01_next.gif이인철 수필 소설 문학서재

ㆍ작성자 이인철
ㆍ작성일 2013-10-02 10:13
ㆍIP: 121.xxx.69
슈킹 (51회)

 살면서 고생만 시켰던 남편은 밖에서 술병과 함께 숨진 채 발견됐다고 한다.

그런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장례비용이 없어 시신을 집으로 운구하는 과정에서

당시 초등학교 3학년 아들이 B형 간염에 감염되어 그해 심하게 열병을 앓았고,

그것이 원인으로 지금의 간암으로 번졌다는 진단을 의사가 했다는 것이다.

 암이 폐까지 전이되어 더 이상 손을 쓸 수 없는 상황이지만 아들에게 아무것도

해줄 수 없는 자신의 마음이 아프다며 울먹거렸다. 이게 마지막 희망일지도

모르는데 돈이 없어 아들의 생명을 연장시켜 주지 못하는 엄마의 심정을 헤아려

달라며 그녀는 끝내 얼굴을 감싼 채 흐느꼈다.

 여자의 괴로워하는 얼굴과 고뇌에 찬 모습을 보는 그의 가슴이 저려왔다. 이

순간만은 감정이 무디어진 현우도 그녀가 너무나 측은해 보였다. 그는 한숨을

내쉬며 허공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는 어떤 말로 위로해 주어야 할지 난감하였다. 한편으로 물어본 것이 미안하고

후회되었다. '최선을 다해 대출이 나오도록 힘써 볼게요.'라는 말만이 그녀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는 것임을 알고 목구멍까지 나왔지만 그는 할 수 없었다.

 "그 병원의 의사가 아드님이 아직 젊어 가능하다고 했으니 수술만 하면 분명

완쾌될 테니 힘내세요."라고 나즈막히 말했다.

 축 늘어진 뒷모습으로 계단을 내려가는 여자를 급히 따라간 현우가 그녀의

손에 3만원을 쥐어주며 말했다.

 "아주머니가 통장 만드실 때 쓴 돈이에요."

 그 돈은 그녀가 통장 3개를 개설하면서 각 통장마다 만 원씩 입금시킨 것을

그가 보았던 것이다.

 조금 전 여자가 주고 간 신청서의 내용으로 인터넷 뱅킹 등록을 하고 공인인증서를

만들던 동인이 밖에서 들어온 현우에게 말했다.

 "다행히 이 아주머니는 아직 공인인증서를 만들지 않아 지금 내가 만들었는데

앞으로 오는 손님에게는 꼭 인증서 여부를 물어봐야 돼요. 이미 인증서가 있으면

그 암호를 불러 달라고 하세요. 만약 기억이 안 난다거나 잊어버렸다고 하면

그것을 만든 은행에 가서 해제 신청을 하고 우리에게 연락 달라고 하세요. 인증서가

없으면 이체를 못하거든요."

 현우는 포스트잇에 '공인인증서 여부 꼭 확인할 것'이라고 적고는 책꽂이 윗면에

붙였다.

 맥빠진 팔로 현우가 네 번째 전화를 받은 것은 어이가 없는 세 번째 전화를 받은

직후였다. 세 번째 전화를 한 사람은 거친 목소리의 남자로 다짜고짜 격앙된

음성으로 그에게 사무실 위치부터 물었다. 그리고는 지금 곧 찾아갈 테니 꼼짝

말고 있으라고 했다.

 영문을 모른 그가 이유를 묻자 자기 아내가 정보지를 보고 대출사무실에 갔는데

그쪽에서 은행에 350만 원을 입금해 놓으면 한 달 내에 2천만 원을 대출해 준다

하여 시킨 대로 했다고 한다. 그런데 현재 연락도 안되고 돈도 이미 인출해 갔다며

이 광고 내용에 실적이라는 글이 적혀 있어 전화했다는 것이다. 자기는 절대

가만히 있지 않고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남자의 말을 끝까지 듣고 있던 현우가 침착하게 그 대출사무실이 우리인지 확인하기

위해 부인이 곁에 있으면 바꿔 달라고 했다. 그는 아내가 자기에게 혼난 후 밖으로

나가버려 지금 없다고 했다.

 현우는 부인이 찾아간 그 사무실에서 실적을 쌓아 대출을 해준다면 입금통장만

주면 될 텐데 도장을 맡기고 비밀번호까지 알려줄 필요가 있느냐고 되물었다.

그러자 그는 잠시 생각하더니 자기도 이해가 안간다며 우물쭈물했다.

 현우는 부인이 들어오면 우리 사무실 위치가 그 대출사무실인지 확인하고 못

믿겠으면 같이 방문하라고 했다. 그리고 사무실 위치를 알려주며 우리는 오늘부터

대출업무를 시작하여 첫 광고가 나갔는데 정 의심되면 정보지 회사에 알아보라는

말도 덧붙였다.

 처음에 불같이 화내던 남자의 음성은 현우의 논리적이고 차분한 대응으로 시간이

지날수록 수그러졌다. 그렇게 한풀 꺽인 남자는 아내가 오면 확인하고 다시

연락하겠다며 전화를 끊었다.
이름아이콘 윤혜석
2013-10-04 19:22
회원사진 		이작가님.
시월들어 첫 인사드리네요.
회를 거듭하면서 스토리에 점점 빠져들게 됩니다.
잘 모르는 부문이라 제겐 조금 어렵기도 하지만
살펴가며 읽으니 이해하는데 문제없도록 찬찬히 쓰신게 보이네요.
안타까운 사연도 엮어지면서 다음 회를 기다리는 마음입니다.
건강한 가운데 힘찬 작업 이어가시기 바래요.
수고 많으셨습니다.
   
이름아이콘 이인철
2013-10-05 15:37
회원사진 		윤혜석 작가님!
바쁜신 중에 이렇게 소중한 걸음주시니 고맙습니다.
저의 글이 작품 소재상 생소한 어휘 등으로 조금 그런면이 있습니다.
그래서 항상 미안한 마음을 갖고 있습니다.(?) ^^
윤 작가님께서도 이 잊혀진 계절 10월에 건강한 모습으로
멎진 작품 활동 왕성하게 하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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