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긋난 만남 -

  11월 27일 (화)

'삐리리, 삐리리'
 
늦잠을 자던 현우는 휴대폰 벨소리에 잠이 깼다.

 "여보세요?"

 어젯밤 과음으로 술이 덜 깬 그는 귀찮은 음성으로 휴대폰을 받았다.

 "저, 혹시 강현수씨들 휴대폰 아닙니까?"

 "예, 그런데요."

 "나야, 나, 장동수! 기억 안 나?"

 현우는 어디서 들어본 이름은 같은데 언뜻 생각이 나지 않았다. 

 그래서 머릿속으로 장동수란 이름을 몇 번이나 뇌까렸다.

  "우리 전에 금융사무실에서 만났었잖아. 나는 동수고, 내 동생은

  동인이잖아. 그래도 기억 안 나나?"

  전화한 사람은 조금은 섭섭한 듯 말꼬리를 흐리며 현우가 아는 체해

  주기를 기다는 것 같았다. 

  순간 그의 머릿속에 강인한 인상의 동수와 그의 동생인 동인이의 모습이 퍼뜩 떠올랐다.

  "아, 동수! 네가 웬일이야. 그동안 잘 지냈어?"

  "자세한 것은 만나서 이야기하기로 하고, 너 요즘 어떻게 지내고 있냐?

  아직도 그 회사 다니고 있어?"

   "아니."

   "그건 그렇고 너 내일 시간 좀 있냐? 꼭 만나서 할 말이 있어서 그래."

  다그치듯 갑자기 만나자는 동수의 말에 그는 조금 놀랐으나 내일 특별한

  약속도 없고 오랫만에 그들이 보고 싶기도 하였다.

  "옛날 우리 사무실 옆에 있는 커피숍 기억하지. 

  내일 오후 3시에 그리로 나와. 동인이도 너 무지 보고 싶어 하더라.“

  몽롱한 상태에서 전화를 끊은 현우는 그들 형제를 처음 만났던 1년 전의

  모습이 아스라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그 시절 현우는 다니던 회사가 부도나 다른 직장을 알아보던 중이었는데

  그때 친한 선배의 사무실에 몇 번 놀러간 적이 있었다

  선배는 부동산 경매에서 낙찰 받은 후 잔금이 부족한 사람들에게 돈을 
  
  빌려주는 금전대출과 부동산 담보대출 등을 하는 비교적 규모가 큰 종합

  사채사무실에서 일하고 있었다.

  선배는 그 사무실에서 부장이란 직함으로 부동산 담보대출 부분을 맡고 있었다.

   사장실은 따로 있었는데 현우가 두어달 일하는 동안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선배 말로는 돈 많은 전주들과 어울려 골프나 술 접대 등으로 바빠서 

  사무실에는 거의 나타나지 않는다고 했다. 

  가끔 올 경우에도 전무나 이사하고만 사장실에서 잠깐 대화하고 간다고 했다.

   직원은 대략 20여명이었는데 김 이사란 사람이 모든 업무를 관장하며

  실무를 책임지고 있었다.

   현우가 이 사채사무실에서 일하게 된 것은 선배를 만나러 두 번째 놀러 갔을 때였다. 

  그의 사정을 잘 알고 있는 선배가 새로운 직장을 마련할 때까지 자기 사무실에서 

  잔일을 거들면 용돈 정도의 월급과 성과급 수당을 주겠다는 제의를 했다.

  현우는 몇몇 중소기업에 이력서를 넣었으나 번번이 탈락하여 낙담하고 있던 차였기에 

  돈도 궁하고 무료함을 달래려는 그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달리 없어 흔쾌히 승낙을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