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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철 수필 소설 문학서재

ㆍ작성자	이인철
ㆍ작성일	2013-07-24 17:01

ㆍIP: 121.xxx.220

슈킹 (16회)

사채사무실에서 거래신청서가 없어 교환이 안 된다는 우 전무의 말을

동수가 화장실 가는 척하며 동인에게 보고하였기에 이미 그는 내용을

훤히 알고 있었다.

"지금 어디세요. 아무리 연락을 해도 안되네요. 빨리 오셔야겠는데요.

시디 교환으로 받은 수표가 사고수표로 접수되었어요. 그래서 일단 시디도

방금 전에 지급 정지시켰구요. 어떻게 된거지요. 당장 오셔서 해결하셔야

되는데 어디세요?"

시디 교환할 때의 상냥하고 부드럽던 음성은 간데없고 마치 빚 독촉 하는

채권자처럼 재촉하는 소리가 휴대폰에서 빠르게 흘러나왔다.

"예, 알겠습니다. 지금 찾아뵙도록 하지요."

과장의 다급한 목소리에 비해 오히려 동인은 냉정할 정도로 차갑게

전화를 끊었다.

'우 전무가 시디를 은행에 조회할 때만 해도 이상이 없었다는 건데....

그리고 방금 전 잔액을 찾을 때 사고계좌로 나왔으니까 저쪽에서 조금

전에 알아채고 사고 접수를 했다는 거고. 거래신청서만 갖고 갔더라면

1시간 전에 일을 끝낼 수도 있었다는 말이 되는데....

길어야 불과 30여 분 차이였단 말인가! 음, 음....

혼자 중얼거리는 동인의 얼굴에 안타까운 표정이 역력히 스쳐 지나갔다.

그리고 마치 상처 입은 야수처럼 앓는 소리를 냈다.

세 사람이 동시에 피우는 담배연기로 차 안은 연막탄을 터트린 것처럼

자욱한 연기로 가득 찼다.

"거봐, 위험하더라도 내가 저번처럼 직접 현금으로 찾자고 했지. 진작

그랬으면 이런 일은 생기지 않았잖아. 애초에 일을 이렇게 크게 벌여 놓은

것부터가 잘못이야. 간단하게 끝낼 수도 있는 일을 말이야! 작업비만 몇 천

날렸잖아. 이제 어떡할 거야!

동수가 동인을 쏘아 보며 원망하듯 버럭 소리를 질렀다.

"형도 알다시피 통장이 부족해서 이체도 한 번밖에 못했고 단번에

거액의 돈을 찾으면 의심받을까 봐 그랬지. 사채사무실에서 시디만

있으면 바로 현금으로 바꿔 준다기에 그게 더 쉽고 안전하다고

생각했어. 거래신청서가 필요한지는 나도 몰랐지. 여러 곳에 알아

봤어야 하는 건데.... 내 실수가 커, 정말 미안해!"

기어 들어가는 목소리에 핸들을 잡은 동인의 두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이제 이 시디는 휴지 조각이 됐으니 너 마음대로 해!"

동수가 다시방 위에 시디를 탁 하고 올려놓더니 씩씩거리며 조수석

문을 박차고 나갔다.

"현수 형, 아침부터 고생했는데 아무 소득이 없어서 어떡해요. 잘

됐으면 형 몫도 생각하고 있었는데....

풀이 죽어 힘없이 말하는 그에게 현우는 무슨 말로 위로를 해야

할지 언뜻 생각나지 않았으나 충분히 이해하고 남는다는 듯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나야 뭐 괜찮은데.... 동인아, 하나 물어봐도 될까? 비자금 세탁이

안 된 거야?"

사실 현우는 '사고 계좌' '지급 정지' 등의 말을 들었을 때 무언가 일이

잘못되어 가는구나라고 어렴풋이 느끼고 있었다. 그러나 두 사람의

언쟁으로 분위기가 험악해져 잠자코 있었던 것이다.

"자세한 건 이따가 다 말해 줄게요."

굳은 표정으로 짧게 대답하는 그에게 현우는 더 이상 물어 볼 수 없어

입을 다물었다. 한참을 지나 차 밖으로 나갔던 동수가 들어왔다.

'그것만 잊지 않고 가져갔어도 지금 4억은 우리 수중에 있는 건데....

아직도 미련을 버리지 못한 동수가 아쉬운 듯 담배연기를 긴 한숨과

함께 창밖으로 내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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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환영합니다	8	admin	2013-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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