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대한문인협회-수필

ㆍ작성자	박목철
ㆍ작성일	2017-08-22 11:35

ㆍIP: 118.xxx.100

소운의 일요 放談(殺蟲劑 이야기)

소운의 일요 放談(殺蟲劑 이야기) 대한문학세계 기자, 소운/박목철

요즘 달걀에서 검출된 잔류 살충제 문제로 온통 세상이 시끌벅적하다.
옛날에는 달걀은 어쩌다 맛보는 귀한 음식이었기에 설사 잔류 살충제가 검출됐다 하더라도
크게 문제 될 사안이 아니지만, 지금은 일상에서 흔히 접하는 음식이라 걱정이 아닐 수 없다.
특히 달걀은 어린이가 자주 먹는 음식이라 아이를 기르는 부모 입장에서는 가볍게 넘길 문제가 아니다.

근래 들어 발생하는 먹거리 문제를 자세히 살펴보면 학대에 가까운 동물 사육에 원인이 있는 것 같다.
인증 마크까지 부쳐 주는 우수 농장에서 기르는 닭의 사육장이 사방 1m에 9마리라 하니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한 팔 남짓 넓이에 9마리라면 겨우 몸이 부딪치지 않고 서 있을 정도의 면적 아닌가?
이 정도가 우수 환경이라면 우리가 흔히 먹는 보통 달걀을 낳는 닭의 생육 환경은 상상하기도 싫다.

운동은커녕 운신도 어려운 환경에 갇혀 지내는 불쌍한 닭에게서 피를 빨겠다는 진드기도 그렇지만
환경개선을 통한 방제보다는 살충제를 뿌려대는 양계 업자의 양심도 그렇고, 이를 인증하는 기관도
비난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런 소식을 접할 때 마다 업자나 당국에 궁금해서 묻고 싶은 것은.
"당신들 자식이나 손주도 달걀을 먹이시는가?" 인데, 하는 말이 아니고 정말 답을 듣고 싶다.

오늘 뉴스를 보니, 독성이 더 강한 독극물에 해당하는 DDT 성분이 검출된 달걀도 있다고 한다.
지금 문제가 되는 피프로닐 성분은 반감기가 짧아 2주 정도가 지나면 검출이 되지 않는다고 한다.
(적발된 양계 농가는 운이 없다고도 한다. 살충제를 검사일 기준 2주 전쯤 일찍 뿌린 곳은 미검출)
피프로닐같이 반감기가 짧다는 것은 시간이 지나면 독성이 사라진다는 의미라 할 수 있지만,
DDT는 거의 영구적 반감기라 한 번 오염되면 제염이 되지 않는다고 하니, 이 또한 걱정이 아닐 수 없다.

지금은 심한 독성으로 사용 금지되었다지만, 예전에는 가장 흔한 살충제가 DDT였다.
특히, DDT 하면 군대 생각을 떠올리게 될 만큼 군과 살충제는 따로 떼어놓을 관계가 아니었다.
병사들 몸에 이가 너무 득실거려 살충제를 직접 몸에다 뿌려 대기도 했고 헝겊주머니(이 주머니라 했음)
를 만들어 여기 DDT를 가득 채워서 겨드랑이 양쪽과 사타구니 쪽에 바느질로 달아 두었다.
밤이면 추위를 피하려고 분대 단위로 담요를 모아 함께 모여 자곤 했는데, 아침에 담요를 털면 DDT
가루가 뽀얗게 날릴 정도로 메케해 재채기를 연신 해 대기도 했으니 살충제 속에서 숨도 쉬고 잠도
자고 하는 생활을 삼 년이나 했다. 요즘 뉴스를 보면 어떻게 살아남아 제대했는지 신기한 생각도 든다.
(군은 계속 병력이 들어 오고 빠지고 하는 특성상 항상 이가 득실거리니 살충제를 연신 뿌려댔다)

이 때문에 얼어 죽을 뻔한 일도 있었다.
군에서는 비상사태에 대비해 5분 안에 출동할 수 있는 기동타격대를 대대 단위로 1개 소대씩
운영했다, 비상 발령 시 5분 안에 군장을 갖추고 차량에 탑승하려면 옷은 물론이고 군화를 신은 채
잠도 자야 하니 여기 차출되는 것을 다들 꺼렸고, 겨울에 두꺼운 내복에 방한복까지 껴입은 채
가려운데 몸을 긁을 수 없다는 답답함까지 더해 5분 대기조에 차출되면 교대 기간이 빨리 오기를
학수고대할 수밖에 없었다. 가려워 긁으면 손톱 사이에 커다란 이가 끼어 나올 정도였으니 긁지
못하는 괴로움은 상상보다 크다.

부대 주번 사령은 취침 중 꼭 한 번씩 비상을 걸어 대기조의 출동 시간을 점검했다.
시동 건 차량에 탑승을 완료하면 5분 안에 끝났는지를 확인하고 개인 화기 점검이 끝나면 비상
해제로 다시 들어가 취침을 하게 했는데 끝나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대충 10분 내외였다.
이런 비상이 반복되다 보니 추운 것을 10분만 참으면 비상이 해제되는데, 겉옷만 챙겨 입고
두꺼운 내복은 벗고 홀가분하게 지내자는 잔꾀를 생각해 내고 왜 진작 이 생각을 못 했을까?
하며 한동안은 가려우면 긁을 수도 있고 이도 잡을 수 있는 편한 생활을 했다.

비상대기조 출동! 여느 때처럼 취침 중 비상 대기조 출동 명령이 떨어졌고,
후다닥 출동해서 차에 올랐더니 보통 때는 연병장을 한 바퀴 돌면 다시 돌아와 내려놓고
비상 해제를 하는 게 순서인데, 정문을 통과한 차량은 어둠 속에 병력을 몇 명씩 내려놓고
달리기를 계속했다. 탈영병이 생겨 월북을 막으려고 전방 지역을 차단하는 출동이라 했다.
강원도 골짜기의 매서운 한겨울 추위에 떨며 다음 날 10시쯤 차가 데리러 올 때까지 살아
남은 게 기적이라 할 만큼 추위에 떨며 그놈의 이 때문에, 이에 대한 원망으로 날을 샜다.

살충제와 관련된 돼지 새끼 이야기가 있다.
전방 부대 지휘관은 부대 안에 돼지 기르기를 부업으로 하는 경우가 많았다.
병사들이 늘 배가 고파 허덕이던 시절인데 돼지 먹일 짬밥? 아무튼, 지휘관은 돼지를 길러
새끼도 나아 불리고 돼지를 팔아 돈도 챙기는 괜찮은 부업이 돼지 기르기였다.
공관병 갑질이 어떻고 하는 꿈같은 얘기가 무색하게 당시에는 병사 중에 돼지 당번을 뽑아 돼지를
돌보게 하는 돼지 당번병이 있었다. 이것도 특과라고 서로 하려고 경쟁이 있었으니, 보통 병사의
고생은 짐작할 수 있으실 것이다.

부대에서 기르던 돼지가 새끼를 배고,
대대장은 새끼를 잘 받으면 포상 휴가를 준다고 하는 바람에 약간 덜떨어진 것 같던 돼지 당번은
아예 침구를 가지고 돼지 막사에서 돼지와 생활을 같이했다. 돼지가 순산해 새끼를 7마리 인가를
낳아 돼지 당번병은 휴가 갈 꿈에 부풀어 더욱 돼지 돌보기에 정성을 기울였다.
아마 그때가 추운 겨울이었던 것 같다. 새끼를 낳았다니 대대장이 돼지를 찾은 것까지는 좋은데,
추우니까 새끼들 담요라도 가져다 덮어 주라는 바람에 담요 차출로 부산을 떨기도 했다.

사람이 덮는 담요를 덮는 호강에도 불구하고,
다음 날부터 돼지 새끼들의 상태가 심상치 않았다.
돼지 당번병은 당황해서 돼지 새끼를 내무반에 가져와 난로 곁에 두기도 하고 살려 보려고 안간힘
썼지만 결국 7마리가 차례로 다 죽고 말았다. 멀쩡하던 돼지 새끼가 한 마리도 아니고 7마리
모두가 죽었다는 사실에 모두가 왜 죽었을까보다는 애쓴 당번병이 안 됐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당시 DDT보다도 더 독하다는 킬링분말(성분 미상, 그렇게 불렀다)을 잔뜩 뿌린 담요를
새끼 돼지에게 덮어 살충제 독성을 견디지 못하고 죽었으리라는 것을 나중에 군의관이 추론
했지만, 이미 죽은 돼지를 살릴 수는 없었고, 돼지 당번은 우는 것으로 포상 휴가를 대신 해야 했다.

다른 것도 그렇지만 풍요가 가져온 폐해도 만만치 않다는 것을 근래 들어 절실히 실감한다.
옛날 닭들은 거의 새에 가까울 만큼 야성이 강했고 병도 걸리지 않았다.
개에게 쫓기면 예사로 지붕 위로 날아오르곤 하던 닭이다. 예전에 소운이 시골에서 기르던 닭은
높은 나무 꼭대기에 날아오르기도 했다. 먹이도 야생에서 벌레를 잡아먹거나 풀씨를 먹는 등으로
사료도 별로 들지 않았다. 상대적으로 알은 많이 낳지 않았던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열 개를 짚으로 싸서 선물 하던 달걀이나, 닭고기는 일생에 몇 번 먹어보지 못하던
귀한 음식이었고, 대량으로 공급해야 할 일도 없었다.
몇 집 건너 닭튀김 집이 있고, 달걀을 쌓아두고 먹는 소비 형태이니 공장에서 찍어내듯 생산하지
않으면 소비를 감당할 방법이 없는 것이 현실이고, 닭의 생육 환경을 따지기에는 우리의 소비
형태를 따져 보고 반성도 해야 할 것 같다.

세월이 많이 흐르고 나면, 닭의 날개는 아마도 퇴화하여 없어질 것이다.
날지 못하고, 날 필요도 없이 대를 물리다 보면, 날개가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모두 엉덩이 밑 꼬리뼈를 만져 보시라! 꼬리 쓸 일이 없으니 흔적만 남지 않았는가?
날개 없는 닭의 모습을 상상해 보았다. 시원한 맥주에 치킨, 나 좋자고 닭의 날개를 없애는
일에 나도 한몫하는 셈이다. 그런데, 난 닭 날개를 좋아하는데, 언젠가는 메뉴에서 닭 날개가
사라질 것이다. 날개 없는 닭, 그런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이석희 2017-08-24 07:12	`박목철` 님이 선택한 답글 입니다. 어느 노인이 저에게 묻습디다. "이선생은 요즘 집에서 달걀은 먹나요?" "예, 아내가 주면 먹고 안 주면 안 먹습니다." "나는 요사이 마트에서 사왔다가 이건 아니지 싶어서 전화를 하니 반품하라 해서 가서 반품하였습니다." "잘하셨네요. 저는 그냥저냥 먹습니다. 어린 아이나 키우면 몰라도 살면 얼마나 산다고..." 나보다 5세나 많으신 노인과의 대화였습니다. 늘 이렇게 살아왔으니 만성이 된 듯도 하고 그렇게 저렇게 살아왔어도 이제껏 죽지 않고 살기에 그런지 모릅니다. 저는 쉽게 사는 길을 택하고 싶습니다. 항상 좋은 글 주시니 감사합니다. 많은 생각을 하면서 배독합니다.

백낙은 2017-08-22 17:09	소운 작가님. 일요방담 잘 보았습니다. 큰 사회 문제로 대두된 계란 문제를 잘 꼬집어 주셨네요. 계란이 살충제로 오염됬다는 것은 사실 농촌 시각으로 보면 새발의 피입니다. 계란만 그런 것이겠습니까? 모든 농작물이나 과일들이 살충제와 살균제에 쩔어 있다는 것을 알아야합니다. 내성이 생겨서 더 독한 것을 사용해야하지요. 모르고 먹거나 아니면 그러려니하고 먹어서 그렇지 따지고 보면 먹을 농산물이 없을 것입니다. 저도 고추 농사를 조금 하는데 몇 년 전에는 서너번 치던 농약을 요즘은 열번을 처야 된답니다. 과일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리고 농촌의 노인들은 그 독성도 제대로 모르고 농약방에서 치라는 대로 친답니다. 앞으로가 참 걱정스럽습니다. 정부나 당국이 농약의 심각성을 속히 파악하고 대처해 주었으면 합니다. 감사합니다. 늘 평안하심을 기원합니다.

박목철 2017-08-23 19:17	《Re》백낙은 님 , 저도 텃밭에 고추를 몇 주 심었는데, 장마 탓인지 고추가 썩고 있습니다. 깻잎과 상추 등 심어는 놨는데, 잡초가 무성합니다. 사실 우리가 이토록 고기를 먹어대면 방법이 없다는 생각입니다. 일본을 예로 들어서 그렇지만, 음식 낭비가 우리는 너무 심합니다. 일본인들 부페에서도 보면, 우리가 일본인 몇 배는 먹는 것 같습니다. 특히 반찬 내 놓은 것 보면, 한국 같으면 두어 명이 다 먹어치울 양을 내 놓더군요, 식당에서는 반찬을 아예 주지도 않고요, 우리도 덜 먹지 않으면, 앞으로도 문제는 계속 될것이라 걱정입니다. 위원장님 날씨가 고르지 않습니다.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정찬열 2017-08-24 22:30	대한문학세계 소운/박목철 기자님! 군시절의 예쇼날 생각이 새록새록 떠올라 단숨에 읽었습니다. 요즘 군데 생활에서는 찾아볼수도 없는 DDT 이야기 아마도 베이비부머 세대들이나 그시절을 감수 하며 군생활을 하였으리라 생각 됩니다. 요즘 양계장용닭들이 6~70년대 우리군생활을 복사한듯 생각이 납니다. 순전히 알을 낳기위해 햇빛대신 전등불아래 가련한 생각이 오늘날의 계란 속에 살충제 파동을 불러왔겠지요 " 일요 放談(殺蟲劑 이야기 " 감사합니다. 편안한밤 행복한 시간 기원 드립니다.

김상화 2017-08-25 14:53	박목철 작가님 반갑습니다 달걀로부터 닭 이야기까지 재미있게 읽다가 갑자기 군대 생활하던 이야기가 얼마나 재미있던지 읽으며 한참을 웃었습니다. 거기에 돼지 기르고 새끼 7마리가 모두 죽은 이야기를 해주시니 더욱 웃음이 쏟아졌습니다 작가님 구수하게 빚은 이야기 참으로 재미있게 배독했습니다 아직 많이 덮네요. 늘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기 바랍니다

박목철 2017-08-25 17:45	《Re》이석희 님 , 이석희 작가님의 생각이 저와 비슷 합니다. 저도 전혀 개의치 않고 먹습니다. 예전에 비브리유 인지 난리 칠 때도 인천 연안부두 횟집에 가서 회 먹었습니다. 일본 가서도 회 가리지 않고 먹습니다. 횟집에서 자연산이 어떻고 하면 그냥 "양식으로 주세요" 한답니다. ㅎㅎ 광우병이 파동 때도 전혀 신경쓰지 않고 잘 먹었습니다. 인명은 재천이란 생각을 신봉합니다. 그리고 작가님 처럼, 살 만큼 살았는데 뭐가 무서워서 이지요,

박목철 2017-08-25 17:50	《Re》정찬열 님 , 해병대 출신에게 군 이야기 하면, 번데기 앞에서 주름 잡는 격이지요, 제가 군대 가던 시절만 해도 군은 엉망이 었습니다. 졸병으로 전방에 갔다가 열악한 환경에 놀라, 단기하사로 원주 일군 하사관 학교에서 교육을 받았습니다. 인간재생창이란 소리를 듣던 교육을 450 명 중에 2등으로 졸업했습니다. 몸으로 뛰는 건 웬만큼 자신 했는데, 해병대 얘기 들어보니 육군은 쉬어라 하더군요, ㅎㅎ 어쨋든 군에서의 고생이 사는 데 상당한 도움이 되었다는 생각입니다. 무더위에 건강하십시요, 정찬열 작가님,

박목철 2017-08-25 17:53	《Re》김상화 님 , 작가님 더 재미있는 뒷 얘기가 있는데 얘기가 길어져서 접었답니다. 돼지 새끼 묻어준것을 아깝다고 몰래 파 내서 솥에 삶은 병사가 있습니다. 다녹아서 먹을게 없었다 하더군요, ㅎㅎ 더위에 건강하시기 바랍니다. 작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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