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대한문인협회-수필

ㆍ작성자	박목철
ㆍ작성일	2017-08-01 20:46

ㆍIP: 118.xxx.100

소운의 일요 放談(沐浴)

소운의 일요 放談(沐浴) 대한문학세계 기자, 소운/박목철

목욕,
터 잡아 사는 곳에 따라 목욕을 유달리 즐기는 민족이 있는가 하면 씻기를 꺼리는 민족도 있다.
단순히 생각하면, 깔끔한 민족이라 거나 아니면 좀 불결한 민족이라 오해하기 쉽지만
자세히 그 지역의 자연적 특성을 이해하면 자연에 맞게 자연순화 적인 생활이 몸에 밴 행동일 뿐
깨끗하고 더럽고 하고는 별로 관계가 없다는 게 인간사를 연구하는 분들의 진단이다.
물이 귀하고 기온이 낮은 지역에 사는 사람은 몸 씻기에 게으를 수밖에 없고,
덥고 습한 기후에 사는 사람은 자연히 몸을 청결하게 유지하려는 습관이 배는 게 당연하다.

티베트나 북쪽 만주벌에 사는 사람은 목욕 한 번에 감기로 목숨을 잃을 수도 있지만,
습도가 높아 가만있어도 땀이 줄줄 흐르는 여름철 일본을 여행해 보니 일본의 목욕 문화는
자연환경에 순응한 결과라는 평소의 생각이 더욱 확실해졌다.
더구나 일본은 사방에 천연 온천이 널려 있으니 목욕이 일상화될 수밖에 없는
목욕으로는 자연의 혜택을 톡톡히 받는 나라이지만, 대신 지진이 잦다는 어려움도 있으니
자연은 복을 몰아주지는 않는 공평함도 보인다는 게 신기하다.

일본은 노년기 지형인 우리와 달리 아직 장년기라 활동 중인 화산이 많은 나라이다.
뿌옇게 황산 연기를 뿜어내는 산도 있고, 온천 지역에 가보면 사방에 온천수가 품어낸
수증기로 자욱한 곳도 많아서 처음 간 분들은 신비감마저 느끼게 마련이다.
온천 지역에는 오랜 전통을 자랑하는 여관이 자리하고 있고 훌륭한 서비스로 손님을 맞지만,
대개의 여관은 숙박비가 만만치 않아 일본인들도 여관에서 훌륭한 전통 일식을 먹으며 목욕을
즐기는 건 하나의 소망이기도 하고 서민이 접하기 어려운 꿈이기도 하다.

일본의 온천 지역 중 미사사(三朝) 온천은 물이 좋기로 일본에서도 알려진 곳이다.
같이 간 딸의 무릎이 좋지 않아 이동이 어려운 탓에 미사사칸(三朝館)이라는 여관에 묵으며
아침저녁으로 목욕을 즐기며 일본의 온천을 자세히 경험할 기회가 있었다.
여관 하면 단연 온천욕과 일본식 전통 요리를 맛볼 수 있다는 점인데, 대게의 경우 그 지역
특산물을 이용한 요리를 정성껏 내는 전통이 있고 여관마다 다 나름의 특성이 있다고 한다.
다다미방에서 일본 전통 요리를 일대일 시중으로 정성껏 제공하는 여관에서의 정찬은
경험상 한 번쯤은 몰라도 이런 형식이 상당히 불편하다는 게 소운의 생각이다.
요란한 그릇에 담긴 요리는 그냥 눈으로 봐야 할 음식 들이다. 어디서 그렇게 작은 재료를
구했는지 놀랄 정도이지만, 한국인의 체질상 감질난다는 표현이 적절할 것이다.

일본인은 남에게 폐를 끼치는 것을 금기시하는 교육을 어려서부터 받고 자란 민족이다.
손주 녀석이 좀 자유분방한 편이라 목욕탕에서 이리저리 설치고 다니는 것을 말리다 저 정도는
하는 생각에 그냥 두었더니, 조금 있다 제복을 입은 직원이 나타나 손님이 신고했다며
손주를 조용히 해 달라는 부탁을 조심스럽게 했다. (일본인은 직접 잘못을 지적하지 않는다.
한 번은 시골길에 다니는 차도 별로 없로 해서 괜찮겠지 하는 마음에 좌회전을 대충 한 적이 있는데,
조금 후 경찰차가 나타나 신고가 들어 왔다고 신호 위반을 꼬치꼬치 따졌다)
참 쪼잔한 민족성이라는 생각이 들고, 질서도 좋지만, 살기가 빡빡 하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남에게 폐를 끼치지 말아야, 하는 일본인의 민족성은 욕탕에서도 잘 드러난다.
한국인이 일본 욕탕에 들어가면, 우선 어색한 것이 서서 샤워를 할 곳이 없다는 것이다.
한국인은 쪼그리고 앉아서 물을 끼얹는 샤워에 익숙하지 않다. 욕탕에 들어서면 당당하게
서서 샤워로 몸을 대충 씻은 후 욕탕에 들어가는 게 순서이고, 굳이 손이나 수건으로 자신을
치부를 가리려 하지 않는 당당함이 있다.
일본인을 유심히 살펴보면 어색하게 수건이나 손으로 자신의 치부를 가리고 엉거주춤 뭔가
조심스런러운자세를 보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니 당당하게 서서 머리를 감지 못하고 쪼그리고 앉아 조심스레 물을 끼얹을 수밖에 없다.
잘 살펴보니 한쪽 구석에 서서 하는 샤워가 한두 개 있긴 한데, (보통은 없는 경우가 대부분)
밖에서 보이지 않게 가려 놓은 폐쇄된 공간이다. 남탕에 여자(물론 나이가 많긴 하다)가 다니며 정리
하는 통에 처음에는 상당히 민망했는데 이런 면에서 이해하기 어렵고 알 수없는 민족이란 생각이 들었다.

샤워기 앞에 가면 누가 사용 중인지 끝난 것인지가 애매하게 마련인데.
일본에서는 확실하게 알 수 있다. 샤워가 끝나면 의자를 당겨 놓고 물 바가지를 의자 위에 곱게
올려 놓는다. 빈자리라는 의미이다. 우리가 반성해야 할 점은 질서의식이 너무 없다는 점이다.
대중탕이나, 헬스 클럽에서 보면 화장품에 뚜껑이 있는 경우를 보지 못했다.
뚜껑을 열어놓으면 휘발 성분이 날아가 품질상 문제가 있음에도 사용 후 마개를 닫는 사람이
없으니 아예 뚜껑을 버리는 것 같았다. 이런 점은 확실히 바로잡아야 할 치부이기도 하다.

온천욕의 백미는 노천탕이라고 확실하게 추천해 드릴 수 있다.
소운이 목욕을 달가워하지 않는 이유도 밀폐된 공간에 습한 환경이 싫어서이다.
노천탕은 밀폐된 공간이 아니라 우선 공기가 상쾌해서 좋고, 슬하 지가 않아서 좋다.
여름이면 비가 내릴 때, 겨울이면 눈이 내릴 때, 노천탕에서 맛보는 느낌은 한마디로 목욕을
문화의 경지로 끌어올린 일등 공신이 아닐까 생각할 정도이다.
목욕이 때를 미는 곳이 아니라 즐길 수 있고 행복한 공간이라는 사실을 노천탕에서 맛보았기에
드리는 말씀이다. 비를 맞으며 따뜻한 물속에서 하늘을 쳐다보거나, 하얀 눈이 펄펄 내리는
노천탕의 풍광은 한마디로 멋진 낭만이라고 말하고 싶다.

일본의 온천은 대부분이 남탕과 여탕을 교대로 바꿔서 개방한다.
여자와 남자는 서로가 상생의 기를 주고받는 좋은 관계이다. 아침과 저녁 욕탕이 달라지지만
불평하고 싶은 마음은 조금도 없다. 오히려 아름다운 여인이 목욕하던 자리이니, 상상만으로도
젊어지는 느낌이다. 여자가 없는 세상에 태어나서 살래? 아니면 태어나지 않을래? 묻는다면
소운은 단연 태어나지 않는 쪽을 택하겠다.
남자의 영원한 로망인 여자의 기를 듬뿍 받을 수 있는 곳, 여행의 노독이 봄 눈녹듯 스러지는
곳에서의 작은 호사가 행복하다.

露天湯에서, 소운/박목철

발가벗으면 자유롭다
太初에 죄짓기 전
모두 벗고 살지 않았더냐?
노천탕에서 하늘을 쳐다봤다
파란 하늘을
누가 볼까 가리개로 심어놓은 나무 사이로
俗世가 보인다.
거기서 나를 보면 흉스럽다 하겠지
조금 전
나도 옷 입고 謹嚴 하게 있었는데
지금은
홀가분해서 너무 좋다.

정찬열 2017-08-02 04:35	`박목철` 님이 선택한 답글 입니다. 소운작가님! "일요방담(목욕)" 실감있게 단숨에 배독했습니다. 자주는 아니지만 두어번 아니 대마도 까지 세차례 불과 소수 이지만 그래도 작가님의 일본문화를 다시한번 돌이킬수가 있는 공감가는 글이 읽는 속도를 거속시켰습니다. 요즘 일본 엔 우리나라사람들이 자유여행이 유별 많다고 접했습니다 만, 저도 마음만 앞설뿐 그런날이 있을까 내심 기다려 집니다. 저역시도 일본 처음 첫 여행에 목욕탕에 서슴없이 들어온 청소관리하신 여자 분에 놀라긴 했습니다만 작가님의 방담속에 서서 씻을수 있는 곳이 없었던 것을 이제야 고개가끄덕여 집니다. 무더위가 기승부리는 계절입니다. 작가님의 멋지고 풍성한 글 많이 기다려 집니다.

백낙은 2017-08-03 10:27	소운 작가님. "소운의 일요 放談(沐浴)" 흥미롭게 배독했습니다. 우리나라에도 노천탕이 있어 몇 번 가 보긴 했습니다만 "남탕과 여탕을 교대로 바꿔서 개방한다."는 일본의 노천탕에 한 번 가 보고싶어지네요. 늙은 목사이니 한번 가서 젊은 여인의 기를 받으면 좋을 듯 싶어서입니다. ㅎㅎㅎ 노천탕에서 홀가분한 기분을 느껴 보는 것은 금상첨화일 듯합니다만 요즘 휴양지 계곡에서 그런 기분을 맛보려 하는 이들이 있어 한심함을 금할 수 없네요. 온 가족이 모두 건안하시고 행복한 나날이 되시길 빌어봅니다.

이석희 2017-08-03 11:32	박목철 작가님! 허허허 참 재미있게 단숨에 배독하였습니다. 제가 사는 이곳 충주도 온천이 있기에 더욱 시선이 갔습니다. 이건 순전히 제 생각입니다만 남자는 여자에 비하여 또 젊은이에 비하여 늙은 사람이 대체로 목욕을 싫어하지 않는가 합니다. 떠 도는 글을 보아도 늙을수록 목욕을 자주 하라고 합니다. 충주에는 예로부터 전해오는 수안보 온천이 있고요 앙성이라는 곳에 탄산 온천이 있으며 문광에는 유황온천이 있습니다. 세 군데를 번갈아 다닙니다. 소운님 덕택에 일본의 온천과 그들의 일상생활 모습까지 두루 많은 공부를 하였습니다. 참으로 배울 게 많은 나라라는 제 생각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하지만 거기에 가서 살고 싶은 생각은 없습니다. 왜냐하면 지진이 무섭기 때문입니다. 아들이 회사 일로 일본 출장을 자주 가기 때문에 항상 걱정을 많이 하며 살고 있습니다. 소운님! 감사합니다.

김상화 2017-08-05 12:55	소운 작가님 반갑습니다. 길을 나서면 매미는 더워서 좋다고 즐겁게 노래합니다만 우리에겐 너무도 괴로움을 줍니다 일본의 목욕 문화에 대해 향기롭게 집필하셨습니다 참으로 재미있어 단숨에 읽은 듯합니다 우리나라도 습도가 높아 여름이면 온 국민이 후덥지근한 날씨에 고생을 합니다만 일본도 그러하군요 작가님 더운 날씨 몸 잘 챙기시기 바랍니다. 또 늘 행복하시기 바랍니다

김종덕 2017-08-06 20:43	박목철 작가님, 안녕하십니까? 일본 사람들의 특성으 자리에 맞게 잘 설명해주셨네요. 일본은 사람을 잘 배신하지 않는 믿으면 끝까지 믿어주는 특성을 가지고 있고, 아무리 못사는 그룹일지라도 정치인이 책임지고 먹여 살려주니깐 또한 배신할 이유도 없을 것입니다. 우리나라처럼 철새로 날아다니면서 그 지역을 대표한다는 것 자체가 우스울 일이될 것입니다. 친절하고 질서를 잘 지키는, 어렸을 때부터 타인에게 피해가 되지 않도록 교육을 받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겠지요. 천천히 가지만 실수 없이가는 그들의 삶을 틀리다라고는 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건강하시고, 감사합니다.

박목철 2017-08-07 11:35	《Re》백낙은 님 , 날씨가 너무 더워서 정신을 차릴 수가 없을 정도입니다. 날씨가 이정도 면, 국가 시책도 바꿔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여름철 냉방기 가동을 낭비 차원에서 누진제로 억제하는 전기세 책정, 우리나라 기후가 동남아 기후 정도로 변하는데, 다 떠죽게 생겼습니다. 더운 여름 건강하십시요, 물 한 바가지 뒤집어 써도 잠시 뿐입니다.

박목철 2017-08-07 11:36	《Re》이석희 님 , 작가님 사시는 곳이 유달리 온천이 많지요, 그쪽은 지반도 석회질이 많다고 알고 있습니다. 터 잡아 사는 곳도 타고 난 복입니다. 유유자적 목욕을 즐기시기 바랍니다. 이석희 작가님,

박목철 2017-08-07 11:38	《Re》김상화 님 , 일본의 여름은 덥고 습하기로 우리보다 더합니다. 시골 쪽에 가보니 가게에 선풍기로 버티는 곳도 많더군요, 무더위 잘 넘기시고 건강하시기 바랍니다. 작가님,

박목철 2017-08-07 11:43	《Re》김종덕 님 , 일본에 오래 계셨다지요? 저더러 일본에 살라 하면 불편할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서로 적당히 얽혀서 사는 우리가 편하단 생각이 든답니다. 염치를 조금만 지키면 딱인데, 작가님 무더위에 건강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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