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대한문인협회-수필

ㆍ작성자	박목철
ㆍ작성일	2017-07-16 16:08

ㆍIP: 118.xxx.100

소운의 일요 放談(치과 이야기)

우리가 세상을 살며 세월을 재는 기준을 六十甲子에 두고 있는데 한마디로 세월의 좌표라 할 수 있다.
甲乙丙丁戊己庚辛壬癸의 天干과 子丑寅卯辰巳午未申酉戌亥의 地支를 묶어 짝지어 甲子, 乙丑, 이런
식으로 돌아가다 보면, 60번째 계 해(癸亥)를 끝으로 다시 갑자 을축으로 되풀이 되게 된다,
쉽게 말해 60년을 주기로 한 텀(term)이 끝나는 것이다.

옛말에 인생 육십 古來稀란 말이 있다. 사람이 육십갑자의 한 바퀴를 돌기가 쉽지 않다는 뜻이다.
장수 한다는 기준을 육십으로 보면, 사람이 선천적으로 가지고 태어난 모든 인체 구조는 60년을
내구연한으로 책정돼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해 보았다.
60년 정도만 살고 간다면 닳아서 새로 보강하거나 갈아 끼워야 하는 어려움은 덜할 듯하다.
대표적인 것이 우리의 치아이다. 하루도 쉬지 않고 60년을 썼으니 마모는 당연하고 기계라
한다면 대단한 내마모성을 가진 좋은 재료로 제작된 것이 인간의 이가 아닌가 싶기도 하다.

수사자가 이빨이 상하거나 발톱이 상하면 무리에서 쫓겨나 어렵게 살다 생을 마감하게 된다.
사람의 수명이 길어지다 보니 필연적으로 이빨이 상하게 마련이고 연장된 수명을 살기 위해서는
이빨을 수선하거나 새로 만들어 넣어야 한다. 다행이라 할까, 이빨이 상했다고 인간의 무리에서
추방되지는 않지만, 적지 않은 경제적 부담이 뒤따르게 된다.
육십갑자를 넘긴 사람은 필연적으로 이빨을 손봐야 여생을 무난히 살 수가 있으니,
치과는 인류가 존재하는 한 살아남을 좋은 직업이라 할 만하다.

병원 좋아하는 사람이 있을까만은 특히 치과는 드나들기가 꺼려지는 곳이기도 하다.
대개의 치과는 한 곳에 죽 환자를 몰아놓고 의사가 옮겨가며 치료를 하게 마련이다.
그러다 보니 옆에서 이를 갈아대는 소름 끼치는 소리를 들어야 하고, 소리만으로는 무슨 선반
공장에 들어와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치과는 소리로 기죽이는 곳이기도 하다.

치과용 의자는 대게 환자를 눕혀 놓고 치료하기 쉽게 되어있다.
눕는다니 환자 편하여지라고 눕히나 하지만, 환자를 위한 것이 아니고 의사가 앉은 상태에서
편하게 이를 들여다보기 위해서 눕히는 것이다. 환자를 위해 마음을 쓰는 치과는 좀 편하게
환자를 눕히지만(머리를 약간 높여) 어떤 병원은 누워 있는 것만으로도 고통이 느껴질 만큼
거꾸로라는 느낌이 들 정도로 의자를 눕힌다. 의자 눕히는 정도만으로도 병원의 서비스 질을
알 수 있다는 게 치과를 드나들며 얻은 경험이라면 경험이다.

나는 상대방을 못 보는데 상대방만이 나를 본다면 일단 기가 죽게 되어있다.
죄인을 심문할 때 불빛을 얼굴에 비쳐 심문하는 사람을 보지 못하게 하는 것도 심리적 압박
이듯, 치과에 가면 일단 입 부위만 뚫린 보자기를 얼굴에 씌워 놓고 시작한다.
"아 하세요! 더 크게, 힘 빼시고" 이빨 갈아대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리면 저절로 주먹이
쥐어지고 힘이 들어가게 되어있지, 힘을 빼라니 어디 그게 맘대로 되는가,
입을 최대한 아 벌린 상태에서 장시간 있다 보면, 왜 이빨이 오복의 하나인지 절실히 실감한다.

마취제를 잇몸에 놓을 때는 "따끔합니다" 미리 알려주는 친절을 베풀기도 한다.
문제는 입안을 헹구라고 하는 때이다. 마취가 돼 있으니 물을 입에 물고 입가심을 한 후
물을 뱉으려 하면 물이 뱉어지지 않고 턱을 따라 줄줄이 흘러내려 옷을 적시게 된다.
아 사람 꼴이 말이 아니구나! 치과에 가면 일단은 체면을 지키기 어려워진다.

다른 사람은 어떤지 몰라도 내 경우는 입을 벌린 상태에서 코로 숨이 쉬어지지 않는다.
코안에 뼈가 많이 휘었다고 수술을 권하는 걸 무시했더니, 치과에서 톡톡히 대가를 치르는
셈이다. 숨이 막혀 속절없이 쏘아대는 물을 삼키는 수밖에, 나마 간호사가 능숙하게 물을 빼
주면 고통이 덜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더 많으니 치과는 역시 드나들기 괴로운 곳이다.

사람의 수명은 자꾸 늘어나는데, 치과는 별로 발전이 없는 것 같다는 생각이다.
수명이 백 살을 넘기면, 이를 두 번쯤 손봐야 하지 않을까
그런 세상이 오면 자신의 이빨도 키웠다가 미리 바꿔 끼우는 세상이 올지도 모른다.
이래저래 과도기에 사는 삶이 힘들다는 건 어쩔 수 없나 보다. 오도독뼈를 자랑삼아 씹던
버릇이 이를 상하게 하고 뒤늦게 아껴 보려 하지만 쉽지 않다.
밥 먹다 왜 이렇게 큰 돌이? 이가 깨져 나오는 그런 일이 다시는 없었으면 좋겠다.

이빨, 소운/박목철

마른오징어 다리를 단번에
뚝 잘랐더니
와! 이가 정말 튼튼하시다.

상추쌈에 밥 먹다가
웬 돌이 ?
뱉어보니 깨진 이빨

금으로 씌우면 사십 만원
세라믹은 육십 만원 대,
흘깃 눈치를 살폈더니
"보이는 이를 어떻게 금으로 해요"

이 상한 사자는 무리에서 쫓겨나는데
사람으로 태어나서
정말 다행이다.

백낙은 2017-07-16 19:15	소운 작가님. 치과 이야기는 소운님 만의 이야기는 안닌듯합니다. 악어 이빨처럼 빠지면 다시 난다면 치과의사가 먹고 살기가 어려울 것입니다. 옛날 유치를 뺄 때 실에 묶은 다음 이마를 탁 쳐서 빼곤 했지요. 그 뺀 이를 왜 지붕에 던졌는지 모르겠습니다.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산다는 말과 같이 이가 하나도 없는 외할머니가 고기를 잘 잡수시는 것이 너무도 신기 했답니다. 소운님! 새 치아가 다시는 치과에 가는 일 없이 백세까지 보존 되기를 바랍니다. 치과이야기 잘 읽었습니다. 늘 건치이기를 빕니다.

이석희 2017-07-18 01:00	소운 작가님! 허허허허 잘 배독하였습니다. 정말 많이 배웠습니다. 언젠가는 가야 할 곳이기 때문에 눈을 쫑깃하고 관심을 가지고 정독을 하였습니다. 무슨 말이냐 하면 저는 아직까지 치과에 간 적이 단 한 번도 없기 때문입니다. 어디까지 가는지 정말로 갈데까지 가 볼 심산입니다. 그냥 쓸만 한데 굳이 돈들고 치과에 갈 필요는 없으니까요. 그렇다고 내 이가 아주 멀쩡하냐 하면 결코 그런 것은 아닙니다. 어금니 네개를 벌레가 갉아먹은지는 벌써 반생은 될 겁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그냥 저냥 살아가는 게 신통합니다. 그러다 보니 이쑤시개가 필수 항목이 되었습니다. 외식이라도 할 때에 이쑤시개가 없으면 아주 절망 그 자체입니다. 어디에 가서든지 자랑할 것이 아무것도 없는 신세인데 이빨 자랑만큼은 아주 신바람이 납니다. 이게 다 내가 관리를 잘 했다고 보아야 하까요? 참 터무니 없는 말을 하고 있는 내가 퍽 우습다는 생각이 듭니다. 치과 공부를 잘 하였습니다. 감사합니다.

김종덕 2017-07-18 14:22	박목철 작가님, 안녕하십니까? 이빨은 정말로 복인 것 같습니다. 최근에 더욱 많이느낍니다. 찬것을 아주 좋아하는데 언제 부터인가는 이빨리 시리기 시작합니다. 정말 독수리처럼 이빨을 갈면 새로 날 수 잇으면 해볼까합니다. 치과는 그야말로 공포 그 차체입니다. 개운하게 잘 복원하십시오. 건강하시고, 감사합니다.

김경렬 2017-07-23 10:45	저는 이년전에 어금니 하나를 씌우기 위해 공사하다가 따끔 두번 찔렸는데 안면 마비가 와서 6개월 고생을 했습니다. 손해 배상 청구를 하라고 주위에서 난리를 쳤지만 그냥 넘어 갔어요. 치과는 정말 가고 싶지 않은 곳 입니다. 재미있게 잘 배독하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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