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에 코로나19가 발현되었을 때는 그저 잠시 유행하다 말겠거니 했지만, 이제 올해의 마지막인 매듭달에는 오히려 환자가 급증하여 천 명대를 기록했다. 이에 정부의 지침에 따라 국민의 이동을 자제시키고 각종 사업장이 제약을 받고 있으며, 또한 국민들도 음식점이나 공공시설 등을 이용하기 찜찜하여 주저하는 요즈음이다. 이제는 언택트 생활이 일상화되어 재택근무가 보편적으로 권장되고 학생들도 온라인 영상수업으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무척 많아졌다. 집에서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고 친지나 지인들과 만남도 단절되어 지루한 나날이 계속되면서 우울증을 호소하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집에서 즐길 수 있는 콘텐츠를 찾아 티브이 시청이나 PC게임, 스마트폰게임에 많이 의존하고 있다. 당연히 신체의 운동량은 줄어들고 눈의 피로감만 늘어나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렇듯 올해는 비대면 놀이문화로 어려운 이 시기를 지내고 있다. 하지만 우리 어렸을 때는 친구들끼리 모여야만 즐길 수 있는 놀이가 대부분이었다. 딱지치기, 자치기, 구슬치기 등 치기 놀이와 숨바꼭질, 기마전, 닭싸움, 고무줄놀이 등이 있었다. 사실 그보다 전인 삼국시대나 조선 시대에도 많은 놀이 문화가 있었다. 통일신라의 왕족이나 귀족들이 즐겼다는 포석정을 거론하지 않더라도 조선 시대에 투호나 이순신 장군도 군영에서 자주 즐겼다는 보드게임인 ‘승경도 놀이’도 그중에 하나다.

승경도 놀이는 **주로 양반집의 아이들이 즐겨 놀던 놀이로, ‘종경도(從卿圖)’·‘승정도(陞政圖)’ 또는 ‘종정도(從政圖)’라고도 하는데, 어느 것이나 ‘벼슬살이하는 도표’라는 뜻이다. 성현(成炫)은 ≪용재총화≫에서 이 놀이를 창안한 사람이 하륜(河崙)이라고 기록하였다. 조선 시대 관리의 총 수는 중앙과 지방을 합해 모두 3,800명을 넘지 않았지만, 등급이 많고 칭호와 상호관계가 매우 복잡하였다. 따라서 양반집에서는 어릴 때부터 이러한 관직에 대한 체계적인 관념을 자제들에게 익혀주기 위하여 이 놀이를 장려하였던 것이다. 승경도의 크기는 일정하지 않으나 보통 길이 1.5m, 너비 1m쯤이다. 전체 면적의 4분의 3에는 300여 개의 칸을 만들어 관직명을 적어 넣고 남은 공간에는 놀이의 규칙을 써넣는다. 사방으로는 이른바 외직인 8도의 감사. 병사. 수사. 주요고을의 수령을 배치하며, 중앙부의 첫 꼭대기에는 정1품(正一品)을, 그다음에 종1품(從一品)을 차례대로 늘어놓아 맨 밑에는 종9품이 오게 한다. 벼슬자리의 수를 모두 다 써넣기도 어렵거니와 그렇게 하면 놀이에 긴장감이 없고 지루해질 염려가 있음으로, 도표의 크기에 따라 주요관직만을 적당히 배치한다. 이 놀이를 할 때는 앞에서와 같은 관직도표 외에 승경도 알과 각 색의 말이 있어야 하며, 노는 사람은 4∼8명까지가 적당하다. 승경도 알은 길이 한 뼘, 굵기 3㎝ 정도의 윤목(輪木)으로 다섯 마디의 모를 내고 그 마디마다 하나에서 다섯까지의 눈금을 새긴 것이다. 이를 윷으로 대신하는 일도 있다. 말은 일정한 형태가 없이 아무것이라도 좋으나 구별이 쉽게 하기 위하여 빛깔을 달리하는 것이 좋다.** (백과사전 수록 내용) 이 게임에서 엿볼 수 있는 9품제는 옛 중국의 삼국지에 나오는 후한 말기 위왕의 상서였던 ‘진군’이라는 관리의 건의에 따라 제정, 실시되었던 구품관인법에 의해서 이어져 ‘관리등용방법’으로 조선 시대에도 이용하였다고 한다. 현재로는 우리나라의 공무원 9급제도 역시 여기에서 이어지는 건 아닐까?

지난 올해의 여름휴가에서는 ‘가족들과 숙소에서 무슨 놀이를 할까?’ 하다가 큰아들의 제안으로 이 승경도 놀이를 하기로 했다. 다행히 인터넷 구매로 승경도 보드와 윤목을 제작할 수 있는 제품을 구매하였다. 우리 식구 다섯 명은 숙박한 강릉의 바닷가 어느 펜션의 첫날밤에 숯불로 등심을 구워서 먹고 승경도 게임을 하였다. 그 옛날 통제영의 이순신과 부하 여러 장수들의 기분으로... 2시간여를 즐긴 승경도는 고리타분할 거라는 처음 선입관과 달리 제법 재미도 있었고 나름의 반전도 있었으며 조선 시대의 문무 벼슬에 대한 이해도 어렴풋이 알 수 있는 시간이었다. 아이들 놀이와 다르게 어른들은 야구, 축구, 농구, 탁구 등 구기 종목과 여러 스포츠가 놀이의 범주에 들기도 했지만 대부분 대면 게임으로 지금은 경기장에서 직접 관전도 힘들고 티브이 중계를 시청하는 것으로나마 아쉬움을 달래고 있는 실정이다. 가만히 추억해 보며 장기나 바둑도 대면 게임이었다. 그나마 비대면의 게임이라면 그 시절 물을 채운 둥그런 양철통 가장자리에 칸을 만들어 그 위에 상품을 올려서 물방개를 중앙의 구멍에 넣으면 물에 떨어진 물방개는 가장자리의 한 칸을 찾아 들어가고 그 칸에 올린 상품을 획득하는 게임이 있었는데, 어찌 된 일인지 고가의 상품이 걸린 칸에는 절대 안 들어가는 방개에 재차 도전하여 용돈을 날리는 일이 종종 있었다. 고가의 상품이 걸린 칸에는 물방개가 꺼리는 물질을 칠해 놓았다고 하는데, 아직도 그 진위를 알 수가 없다. 또한, 서양의 다트와 비슷하게 원 판에 구획을 나눠 다트 핀 같은 핀으로 찍어서 그 구획에 기록된 만큼의 양을 주던 번데기 장수의 손수레에 설치된 회전원판도 기억된다. 아무래도 뽑기 게임 등은 ‘약간의 사행성이 있어서 마약처럼 중독성이 있었던 건 아닌가?’ 생각해 본다.

그 시절 명절에 차례가 끝나고 식사를 마치면 어른들은 화투나 포커로 명절의 오후를 즐기기도 하였다. 포커게임에 쓰이는 트럼프 카드는 조커 두 장을 포함한 54장으로 구성된 게임용 카드다. 그 놀이 방법에는 백여 종이 넘는 무척 많은 게임 종류가 있다고 하지만 주로 우리나라에서 일반적으로 하는 포커보다는 미국의 최고 인기 게임은 21점을 맞추는 ‘트윈티 원’ 게임인 블랙잭이라고 한다. 그 비슷한 게임은 9라는 숫자를 조합하는 바카라가 대표적 게임이라고 한다. 그래도 동양권에 속한 우리나라는 화투가 더 친근한 게임인데, 그 방법은 민화투, 섰다, 고스톱, 육백에 나이롱뽕이 대표적이다. 이십여 년 전에는 우리 집에서도 삼형제가 명절날 오후에 곧잘 고스톱이나 포커를 몇 시간씩 즐겼었다. 어느 추석인가는 고스톱을 치는데, 아무리 내 패가 좋아도 두 동생을 이기기 어려웠다. 어쩌다 이겨봤자 작은 점수로 겨우 이기는 정도여서 내 주머니의 돈이 점차 줄어들고 있었다. 할 수 없이 큰 형의 강권을 동원하여 종목을 포커로 돌렸지만, 그날은 좀처럼 내가 이길 수 없었다. “젠장! 오늘은 정말 안 되네. 그만하자.”하고 패배를 인정했는데, 동생들의 한마디가 나를 허탈하게 하였다. “형! 형님 패가 저기 거울로 다 보여! 그런데 어떻게 이길 수 있겠어.” 하는 것이다. 뒤돌아보니 그 당시 자개장롱에 붙은 커다란 거울 앞에 내가 앉아서 게임을 했던 것이다. 두 동생은 아마 거울 앞에 앉은 나를 보고 속으로 쾌재를 부르면서 서로 무언의 담합으로 빤히 보이는 내 패를 상대하였으니 도저히 내가 이길 수 없었다.

그러던 대면 게임의 시대가 1980년대 중반 컴퓨터가 도입되면서 ‘갤러그’나 ‘테트리스’ 게임으로 시작하여 일본 ‘닌텐도’사의 게임기 등 비대면 게임의 시대로 접어들었다. 그 시절 가정에는 아직 PC가 도입 전이라 회사의 선배들은 근무 시간에도 상사의 눈치도 안 보고 업무용 PC로 게임을 즐기다 본래 업무처리를 다 못하고 시간외 근무를 신청하여 월급에 수당이 붙고 게임을 즐기기도 했는데, 지금은 도저히 용납이 안 되지만 컴퓨터 게임 초기인 그 시절에는 대충 눈감아주었던 일탈이었다. 스마트폰이 본격 보급되지 않은 시절에는 PC 게임이나 플레이 스토어 게임이 주도하였는데, 그중 가장 인기가 있었던 게임은 미국 ‘블리자드’사에서 출시한 ‘스타크래프트’가 단연 인기 톱이었다. 그런 추세로 프로게이머가 인기 직업으로 부상하고, 현재까지 세계적으로 한국은 게임의 강국으로 우뚝 섰다. 나도 큰아들의 고등학교 동창 친구가 프로게이머로 활동하고 있어서 용산역에 있는 게임 대국장을 찾았었다. 평소 잘 알고 몇 번 본 적이 있는 녀석이니 응원 차 큰아들과 갔는데 교통 체증으로 조금 늦게 도착하였더니 아쉽게도 그 녀석은 1차전에 패해서 얼굴도 못 보고 발길을 돌렸었다. 그래도 그 녀석은 당시 제법 알아주던 실력의 보유자였고 이름이 알려진 상위 랭킹의 게이머였었다. 우리나라에는 굴지의 게임사가 준재벌급으로 성장하고 큰아들도 그중의 한 기업에서 프로그래머로 10여 년 근무하고 있다. 나는 게임을 별로 즐기지는 않지만, 관련 기사가 나오면 항상 정독하여 아들과 의견을 나누곤 한다. 세계적으로는 중국의 ‘텐센트’가 매출액 대비 가장 커다란 게임사라고 아들은 말하는데, 기업의 규모는 각기 다르겠지만 세계적으로 많은 업체가 게임 사업에 뛰어들어 끝없이 많은 게임을 개발하고 있단다. 휴대폰 시장의 가장 성공한 기업 노키아가 핀란드 국민을 먹여 살리다 퇴장한 후에 ‘앵그리버드’나 ‘클래시 오브 클랜’ 같은 비대면 게임이 대신 선전하며 핀란드의 경제를 돕기도 했었다. 게임은 향후 미래 사회에서 빼놓을 수 없는 핵심 산업 콘텐츠로 성장했다.

‘비대면 사회에서 게임의 가치와 전파력은 무궁무진하게 향상되고 있다. 향후 산업 발전의 주요 키워드인 데이터 경제, 인공지능, 고품질 5G, 디지털 트윈, 디지털 소비, 증강현실, 블록체인 등 여러 분야에서 게임은 융복합이 가능한 콘텐츠로서 혁신의 매개체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제 온라인게임의 핵심은 소통과 직접적인 연결성을 지닌다. 게임 속 커뮤니티는, 어느덧 디지택트(디지털과 비대면으로 통칭하는 언택트를 합친 신조어 Digitact) 시대로의 전환을 맞이하고 있는 최근 핵심 리딩 기법의 하나로 거듭난 모습이다. 엔씨소프트의 리니지 시리즈는 대규모 협동이 필요한 콘텐츠와 함께 인게임 음성 채팅 지원, 음성 텍스트 전환 시스템 등 커뮤니티 편의성 강화에 주력했다. 위메이드의 미르4는 단순한 멤버십 형태의 문파, 파티 등을 넘어 문파간의 동맹 체결, 특정 이용자를 표적하는 척살 등 복잡한 사회구조의 일각을 게임 속 기능으로 녹여냈다. 이들 사례를 비롯해 다양한 게임에서 찾아볼 수 있는 커뮤니티 발전 요소들이 결국 현재 디지택트 시대의 변화와 밀접한 연관을 지니고 있다.’는 전문가의 분석이다. (경향게임스의 분석자료 일부 내용)

비대면 게임은 이제 자그마한 스마트폰으로 대부분 들어가서 유저들을 손바닥 안으로 불러 모으고 있다. 더군다나 코로나 시대에 비대면 게임은 정식 분석은 어떤지 비전문가인 나는 잘 모르지만 괄목할만한 매출 상승을 올렸을 거라는 생각에 부정적 시선은 없을 것이라고 본다. 그중 게임의 강국인 대한민국은 코로나 시대를 계기로 더욱 탄력을 받아 발전하고 튼튼하게 성장하여 우리나라 수출과 경제의 한 축으로 자리 잡을 것을 기대해도 되겠다. 세계의 모든 인간과 특히 소상공인의 배를 주리게 한 코로나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비대면 게임 사업에 훈풍을 듬뿍 가져다주었다.

2020년 12월 중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