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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ple01_next.gif이도연 소설가 문학서재

ㆍ작성자 이도연
ㆍ작성일 2021-10-21 11:15
ㆍIP: 175.xxx.88
기억을 애써 잡으려 말자
기억을 애써 잡으려 말자

이 도 연

살아간다는 것은
나에게 주어진 시간이 줄어든다는 의미로
나에게 남은 시간의 미래는 살아온 날보다 더욱더 소중한 가치가 있다.

살아간다는 것은
지난날의 기억을 지우는 일
나에 대한 기억을 조금씩 잃어 가는 일인가 보다.
어색한 표정으로 사랑한다고 말 한 울 아버지처럼
그것이 살아간다는 일인가 보다.

많은 사람이 나를 스쳐 지나갔고
추억을 공유했으며
그 들과 웃고 슬퍼하고 성내며 많은 일을 했지만
어느 순간 세월이라는 시간 앞에
서로는 잊혀가는 존재로 기억 속에 그림자로 남는
그것을 인생이라고 말한다.

강은 같은 강이나 강물은 어제의 강물이 아니듯 어제 같은 오늘이지만 또 다른 내일을 위한 오늘을 살아가고 있다.
강물이 흘러가고 내가 누군가를 기억 밖에 존재로 밀어내듯이
나 또한 누군가의 인식에서 지워져가는 존재로 남는 것을 안타까워하지 말자!

다만 작은 바람이 있다면
먼 훗날
그들의 기억 속에 추억으로 남아
그리움이나 회상이라는 이름으로 소환되는 존재로 누군가 마음속에 아름답고 감사한
따뜻한 말 한마디 건네고 싶은 과거의 인물이고 싶다.

잘살고 있는지 궁금해
막걸리 한잔
밥 한번 먹어야 하는데 말할 수 있는 소박한 그리운 추억의 그림자이고 싶다.

살아온 날 살아갈 날에
주변 사람들과 소박한 정을 나누며
책갈피로 표시해 놓은 정감 어린 구절을 연필로 굵게 밑줄을 그어 놓은 단어이고 싶다.

기억 속에 생각 나는
돼지 꼬리 땡땡 중요사항 정리할 것
깐깐하지만 따뜻한 담탱이의 잔소리가 떠오르는 밤이다
오랜 시간이 지나도 책갈피에 숨겨놓은 이파리 같은 추억 속 이야기를 쓰며 살아간다면 그것이 행복이다

바람이 분다.
우수에 젖어 한껏 물이 오르는 이 가을을 사랑해야지
가을은 누군가의 기억에
나의 추억 속에 존재하는 아름다운 얼굴들이 그리워지는 계절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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