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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ple01_next.gif이도연 소설가 문학서재

ㆍ작성자 이도연
ㆍ작성일 2021-08-13 09:43
ㆍIP: 175.xxx.88
우리말 “내일” 돌아보기
우리말 “내일” 돌아보기

이 도 연

아침, 점심, 저녁
어제, 오늘, 내일, 그리고 모레
하루에도 수없이 말하는 단어이고 너무나 익숙하게 사용하는 낱말이다.

먹고 살기 어려워 찢어지게 가난하다는 표현의 내면을 들여다보면 말 그대로 초근목피(草根木皮)로 음식을 대신해 거친 먹거리가 소화가 잘 안된다는 표현이며 굶주림과 헐벗은 참담한 현실을 대변하는 단어이다.

우리 고유어에 아침과 저녁은 있어도 점심(點心)이 없는 이유다.
생활이 나아 지면서 한낮에 음식을 먹기 시작했지만 표현할 방법이 없다 보니 한자의 표기를 빌려 쓰게 된 것이 점심(點心)이다.

사전적 의미의 점심은 명사로서 하루 중에 해가 가장 높이 떠 있는 정오부터 반나절쯤 까지라고 명시되어 있으며 점심을 먹는다는 것은 불교의 선종에서 유래된 용어로 마음에 점을 찍듯이 야식을 먹기 전에 조금 먹는 음식이라고 되어 있다.

더욱더 놀라운 것은 내일(來日)이라는 단어조차도 없다는 것이다.
내일이 없는 삶을 산다는 것을 상상할 수 있을까?
우리 고유어 중에 어제, 오늘, 모레는 있지만, 내일이 없다.
흔히 사용하는 내일 역시 한자의 표기에서 빌려 쓰고 있는 것이다.
어제는 과거형으로 오늘은 현재 진행형이다.
그렇다면 내일(來日) 없는 모레는 미지의 알 수 없는 아득한 미래일 뿐이다.

우리에게 내일이라는 고유어가 없다?
힘겨웠던 어제와 극복해야 할 오늘이 있을 뿐이며 암담한 현실 앞에 내일의 의미는 중요하지 않으며 기약할 수 없는 시간이며 생각할 겨를조차 없는 무의미한 시간이었을 지도 모른다.
지난 역사 속에 새겨진 아픈 민초들의 슬픈 흔적이다.

오늘이 지나면 내일이며 오늘도 내일도 점심을 먹고 하루에도 수없이 내일을 기약하고 점심 약속을 하지만, 고유의 우리 말이 없다는 것이 안타깝고 이를 아는 사람 또한 별로 없거나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가난하고 암울한 흑역사 속에 감추어진 진실로 이제는 행복을 잃어버린 아픔의 과거를 도려내고 새로운 내일의 가치를 위한 삶을 살아야 한다.
점심(點心)이나 내일(來日)이라는 순수 우리말을 만들어 어제와 오늘이 좀 더 미래 지향적인 삶을 살 수 있는 희망의 모레를 만들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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