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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ple01_next.gif이도연 소설가 문학서재

ㆍ작성자 이도연
ㆍ작성일 2021-08-04 08:37
ㆍIP: 175.xxx.88
숲으로 간 시간
숲으로 간 시간

이 도 연

지난겨울 앙상하던 숲이 살이 오르고
한낯의 수은주가 절정을 이루는 계절에
숲에서 분수처럼 뿜어 올리는 녹음은 싱그럽고 울창했다.

왕성한 생육을 향한 힘찬 기상은 생동하는 여름 숲에서만 느낄 수 있는 환희의 절정이다.

금방이라도 비를 뿌릴 듯한 기세로 뭉게뭉게 피어나 현란한 소나기구름을 머리에 이고 청 푸른 배경의 하늘과 조화로운 풍경은 맑고 신선했다.

문득 잠에서 깨어나 창밖의 풍경이 낯설게 다가오던 날 현실과 혼돈의 세계는 구별하기 어려운 풀리지 않는 자물쇠의 차가운 질감이었다.

사각의 창이 누리는 풍경의 호사는 카메라 앵글로 느닷없이 밀고 들어오는 이방인의 눈길이었지만 멋진 풍경 속 수묵화이기를 거부하지 않았으며 아름다운 자태를 잃지 않았다.

두 팔을 다 벌려도 닿지 않을 것 같은 먼발치 숲은 턱밑에서 세력을 펼치고 바람을 밀어내며 출렁거렸다.

창에 비친 풍경이 이러할진대 발품 팔아 나선 숲길은 깊고 싱그러우며 시원한 바람이 불 때면 사려 깊은 어머니의 품속 같았다.

미지림에서 한 발짝 옮길 때마다 태고의 숲은 깨어나 마음을 흔들고 신성하고 푸른 숨결을 전설의 바람에 실려 세속의 때를 씻어내면 숲은 오히려 투명한 안식처였다.

서쪽 하늘 노을은 해거름이 바쁘다
노을 끝으로 걸어간 여인의 그림자는 수풀 속 어둠으로 사라진 지 오래이지만 긴 여운의 그림자를 끌고 간다.

촌락에서 평화롭게 올라오는 밥짓는 냄새는 코끝에 오기도 전에 굴뚝 연기를 품에 안아 숲속 어둠으로 사라진다.

고옥스러운 풍경은 시치미 떼며 노을 속에서 헐떡이던 숨결을 고르며 하루가 숲에서 베고 누워 하늘을 본다.

저물어가는 풍경 속 하루는 짙은 풀향기를 가득 안고 맑고 푸른빛 청춘을 위하여 건배하며 지친 몸을 노을 속에 숨기며 하루가 숲에서 잠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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