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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ple01_next.gif이도연 소설가 문학서재

ㆍ작성자 이도연
ㆍ작성일 2022-11-10 09:33
ㆍIP: 118.xxx.116
도톤보리 밤거리에서
도톤보리 밤거리에서

이 도연

타인들의 거리에 서 있는 이방인은
발걸음보다 눈이 더 분주해서 멀리 보고 가까이 살펴보기가 버겁고 힘들었다

도톤보리에 별이 내려앉으면 도시는 일제히 집어등을 밝혀 사람을 부르고 젊음은 불나방처럼 날아들었다

거리는 화려한 난전이 되고 사람이 넘쳐나는 도시는 역동적으로 살아 움직인다

도시를 가로지르는 물가를 중심으로 젊음은 서로 마주 서 끌어안고 번화하며 번창하는 밤의 도시는 화려하고 물같이 출렁거렸다

도시의 밤은 현란한 모형과 크고 작은 LED 간판이 불야성을 이루었고 사람의 얼굴과 바다에서 나는 물고기나 게들의 모형이 상점의 간판을 장식했다

커다란 형상의 간판은 앞다투어 목소리를 높이며 호객하는 기능은 혼란스러워서 부담스러웠으며
난전은 무질서했으나 자유로웠고 복잡하지만 흥미로웠다

난전의 풍경은 소란스럽게 들떠 있었으나
그곳을 걷고 있는 나는 침묵과 몸의 언어로 표현할 뿐 말을 잃어 답답했다

언어의 장벽 앞에 말이 필요 없지만 몸짓 언어만으로도 말을 대신하며 먹고 마시는 불편함이 없어서 좋았다
사람의 몸도 언어가 되는구나! 그것은 참으로 유용하지만 교과서에서는 몸의 언어를 배운 적 없어 불안했다

도톤보리 밤이 깊게 내려앉기 시작한다
이방인이 나는 새로운 질서와 문화에 적응하며 밤길을 걷는다

하룻밤 풋사랑 같은 여정은
그들의 골목길에서 살아가는 법을 어렴풋하게나마 이해하려 노력하며 즐겼다

세상의 말들은 넘쳐났으나
나의 침묵은 아침으로 향하는 시간 앞에 무절제했으며 깊어가는 밤 문화로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아 이곳에서도 사람이 이렇게 사는구나
우리 조상들을 그렇게 힘들게 한 후손의 땅에서 나는 먹고 마시고 웃고 있구나
방금 마신 사케가 쓴맛의 여운으로 혀끝에 느껴졌다

세상은 바뀌었어도 나의 마음은 아직도 그때 그 시간에 머물고 있었다는 것이 내 몸속에 뱀의 웅크리고 있듯이 숨어 있었나보다

유전적 적개심이 사케 속에 숨겨진 알코올에 불을 붙이며 뜨겁게 달구어졌다
생각이라는 것은 무서운 것이로구나 나는 생각에 생각을 더하고 있었다

긴 숨을 내쉬면서 미로 같은 골목길을 빠져나와 어렴풋한 기억을 더듬어 하룻밤 둥지로 찾아 들었다
이방인의 쉼터에서 깊은 잠으로 또 한 번 침묵에 빠져들었고 타인의 아침은 그렇게 밝아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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