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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도 수필가 문학서재

ㆍ작성자	최병도
ㆍ작성일	2016-12-09 22:37

ㆍIP: 211.xxx.204

퇴근

퇴근

여섯시다, 어느새 어둠은 내리고, 거리는 온통 불빛으로 가득하며, 여섯 평 남짓한 가게, 통유리 너머로 비춰지는 거리는 많은 차들의 움직임과 각 상점마다 불과 네온이 켜지며, 오가는 사람들의 모습들이 영화관 스크린처럼 한 눈으로 다가온다,
점점 밝아지는 가로등 불빛에 비치는 가로수는 홀쭉하다 못해 앙상하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노랗게 물이든 은행나무가 너무나 멋스럽고 아름다웠었는데, 지금은 초라하고 음산하기까지 하다,
참 그러고 보니 오늘 날씨가 제일 춥다고 한다, 오가는 사람들도 잔뜩 움츠리고 가게 쪽으로 곁눈질 한번 주지 않고 총총히 사라진다,
아침부터 소쿠리에 가득 담은 과일은 손님을 기다리다 지쳐 시들고 먼지가 쌓였다,
점점 침체되어가는 경기와 어수선한 분위기에 어깨가 무거워진다, 그래도 내일은 조금 낳아지겠지 하는 희망을 품으며, 오늘을 마무리한다,

어느새 11월의 마지막 날, 벌써 한 해의 마지막 달력 한 장을 남겨 놓았다,
세월이 빠르기도 하고, 오늘은 날씨까지 춥다,
코너를 돌아 늘어선 식당가도 조용하다, 끝 집인 할매 국밥집에만 두 명의 손님이 술잔을 기울이고 있다,
얼핏 보기만 해도 식탁위에는 빈소주병이 다섯 병은 넘어 보이며, 간혹 높은 언성까지 새어나온다, 이야기 거리는 현 시국을 안주 삼고 있는 듯하다,
바람이 차다, 바지주머니에 손을 깊숙이 넣어본다, 주머니 속에서 만져지는 지폐가 얇다, 오늘도 장사는 몸보다 마음이 더 되다, 계속 이어지는 불경기로 퇴근길도 마음이 무겁기만 하다,

도착한 유료주차장은 어느새 차들이 다 빠져 나가고 내차만 덩그러니 남아 있다,
외관상으로 보기에도 내 트럭은 고물이다, 여러 군데 긁히고 페인트가 벗겨진 것으로 보아 오랜 세월이 지난 흔적이 고스란히 보인다, 그러고 보니 장사를 하면서 차와 같이 해온지 20여년, 긴 세월이다,
오랜 세월부터 지금까지 큰 사고나 고장별로 없이 잘도 굴러다닌다, 참 고맙다,

유료주차장을 빠져 나왔지만, 아직도 도로는 차들이 막히고 있다, 몇 개의 신호등을 거치며 도착한 앞산 순환도로도 마찬가지로 막히는 차들로 쉽사리 끼어들 수가 없다,
반대편 도로는 끝 없이 늘어선 차들로 , 신천대로로 가는 차들이 미동도 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쪽 도로는 끼어들기만하면 탄탄대로다, 뒤쪽에 신호가 걸린 것인가 차들의 움직임이 끊겼다, 여유롭게 순환도로로 진입한다,
반대편은 여전히 차량 행렬 끝이 보이지 않는다, 겹 눈으로 보이는 대구시내는 우뚝 솟은 우방타워와 불빛에 반짝이는 화려한 야경 도시가 아름답다, 출출한 배고픔에 악세라다를 밟는다,
속도 감각이 없다, 이도로는 시속60km 도로다, 별 신경 쓰지 않고 속럭을 내면 금방 속도를 초과해 몇 번인가 벌금고지서를 받았다, 그럴 때마다 속이 쓰렸다, 오늘도 시속80km를 넘어선 것 같은데 괜히 짜증이 난다,
갑자기 마음이 더 무거워지고 씁쓸함을 감출수가 없다, 차에 내비게이션을 달던가 해야지, 지금 집으로 가는 길이지만 하루 종일 일하는 것처럼 만만치가 않네, 아이구야!

류향진 2016-12-10 18:53	`최병도` 님이 선택한 답글 입니다. 작가님 퇴근,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공감할 현실입니다. 출근할 때는 무엇에 대한 기대인지 모를 희망으로 페달을 힘차게 밟지만, 퇴근할 때는 퉁퉁 부운 단리가 잘 움직여지지도 않고, 온종일 이리저리 어수선하던 끝이 잘 닫혀지지 않은 채로 가죠. 그래도 갈 곳이 있음에 힘없는 웃음 한 번 웃지요. 겨울 날씨가 춥습니다. 건강 조심하세요.

최병도 2016-12-11 21:17	류향진 작가님 반갑습니다, 사는게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네요, 세월을 이만큼이나 많이 먹었으면 달인이라도 되어야 하는데 자꾸 곤두박질 치는 삶으로 다들 힘들다고만 하네요 언젠가는 어수선한 분위기도 가라않고 좋은 일들만 생기겠죠 류향진 작가님 휴일은 잘 보내셨나요 밤 날씨가 많이 찹니다,따뜻하고 편안한 밤되세요

정찬열 2016-12-12 20:24	최병도작가님! 하루의 고달픈 일과를 끝내시고 가벼운 주머니를 매만지며 늘상다니는 길이지만 마음이 심란함은 시국이 여유롭지못하고 시끄러운 탓이 아닐까요 작가님에 "퇴근" 감동으로 배독했습니다. 늘 편안 하시고 행운이 충만하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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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건강을 찾아라	9	최병도	2019-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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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대프리카	4	최병도	2018-08-21

6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가는 길	8	최병도	2017-12-14

5	빈자리	12	최병도	2017-03-12

4	여행	10	최병도	2017-02-26

3	눈물	15	최병도	2016-12-11

2	퇴근	3	최병도	2016-12-09

1	환영합니다	4	admin	2016-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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