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대한문인협회-수필

ㆍ작성자	김상화
ㆍ작성일	2018-05-04 22:28

ㆍIP: 1.xxx.128

괴산 산막이 옛길을 걸으며 (산막이 옛길 제1편)

괴산 산막이 옛길을 걸으며
(기행 수필 산막이옛길 제1편)

루수/김상화

봄이 눈을 뜨기 시작했다. 겨우내 땅속에서 동료들과 사랑 이야기 나누다 깜박 잠이든 식물들은 봄바람 소리에 놀라 깨어나고 있다. 양지바른 산비탈엔 알몸으로 웅크리고 잠을 자던 나무들, 따사로운 햇살이 어루만져 주니 기지개를 켜기 시작한다. 땅속에선 오감을 작동해 봄소식을 알아낸 풀들은 무거운 흙을 비접고 빼꼼히 눈을 뜨고 올라오기 시작한다. 나무들은 잎과 꽃을 피우려고 가지 끝에 옥동자를 생산할 준비를 하고 있다. 우리네 마음도 봄이 오면 아름다운 꽃도 보고 생명체의 신비로운 삶의 향연을 볼 것이라고 마음의 눈을 뜨기 시작한다. 세상을 황홀하게 변화시킬 봄이 우리 곁으로 한 발짝 다가왔기 때문이다. 일 년에 한 번씩 맛보는 이 찬란한 봄을 우리는 어떠한 마음으로 맞이해야 할까?

무엇보다 행복한 봄, 신비로운 봄, 생명체들이 강인하게 태동하는 힘찬 봄을 맞이하고 싶다. 이러한 봄을 맞이하기 위해 해피 산악회에서는 오늘 충청북도 괴산군에 자리 잡고 있는 산막이옛길이란 이름까지 신비로운 곳으로 트레킹을 하러 간다. 그 길은 일명 충청북도 양반길 이라고도 한다. 양반들이 한양을 오고 가던 전국 최고의 아름다운 길이라는 곳이다. 괴산호가 내려다 보이고 그 주변에는 울창한 노송이 오가는 사람들에게 솔향을 선물로 품어내 주는 길이란다. 또 20리가 되는 수려한 물길 따라 펼쳐진 명소로 삼신 바위, 양반길 출렁다리, 선유대, 용추폭포 등이 산재해 있다고 한다. 이러한 곳에 가서 우리는 오늘 마음껏 힐링하고 올 것이다.

아침부터 고운 햇살이 대지에 내려앉았다. 우리를 태우고 갈 버스가 대기하고 있는 곳으로 가기 위해 걷기 시작했다. 석촌 호수를 막 걸어갈 때 햇살이 잔잔한 호수를 눈이 부시도록 황금 물결로 변화시킨다. 개나리와 영산홍이 화려한 봄을 만들어 내려고 꽃망울을 터트릴 준비를 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벚나무 위에선 새들의 지저귀는 대화 소리가 향기롭고도 감미롭다. 얼마나 곱던지 나의 마음을 무아지경(無我之境)으로 만들어 낸다. 호수의 아름다운 광경과 부드럽고 감미로운 새 소리를 들으니 발걸음이 한결 가볍다. 한참을 상쾌한 마음으로 걸었나 보다. 버스가 대기하고 있는 잠실새내역에 도착했다.

오늘은 관광버스가 아니라 롯데에서 경영하는 맥주 공장의 버스다. 선전하기 위해 우리에게 서비스해주는 것이다. 그래서 충주에 있는 맥주 공장을 견학하고 등산을 하기로 했다. 버스에 오르니 반가운 얼굴들이 방글방글 웃으며 인사를 한다. 역시 오늘도 행복한 등산길이다. 달리던 버스가 맥주 공장에 도착했다. 우리는 안내원의 안내에 따라 영상관에서 맥주의 생산 과정을 영상으로 보았다. 그리고 공장을 견학하기 시작했다. 맥주 생산을 하기 위해 이렇게 어마어마한 기계가 설치되어야 한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그런데 견학을 하면서 깜짝 노란 것이 있다. 드넓은 공장은 자동 시스템으로 이루어져 사람 구경을 거의 할 수 없다는 것이다. 견학을 마친 뒤 공장에서 제공하는 시음장으로 갔다. 그곳에서 맥주를 한 잔씩 시음했다. 롯데 맥주 공장 관계자들께 글로나마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

견학을 마친 우리는 드디어 산막이길 입구에 도착했다. 산막이란 순수한 우리나라 말이다. 산 깊숙한 곳에 장막처럼 주변 산이 둘러싸여 있다고 하여 산막이라 하나 보다. 아마도 등산길을 개발하기 전에는 오지 중의 오지였지 싶다. 예전부터 이곳에서 살던 산막이마을 사람들이 오고 가던 옛길을 관광명소로 만들어 놓은 것 같다. 산막이옛길에 대해 잠시 서술해 보자. 이곳은 백두대간에서 한남 금복 정맥이 갈라져, 남한강의 달천과 금강의 보강천이 흐르는 한반도의 정중앙 괴산군 칠성면 사은리 마을에 있다. 물과 산이 어우러진 곳이며 사은리 사오랑 마을에서 산막이 마을까지 하나로 어우러진 정감 어린 옛길이 있기에 우리는 그 길을 따라 트래킹하러 왔다.

A팀과 B팀으로 나눠 등산하기 시작했다. A팀은 산 정상까지 올라가는 것이고 B팀은 잘 다듬어 놓은 둘레길을 가볍게 트래킹하는 것이다. 필자는 정상을 다녀오고 싶어 A팀을 선택 했다. 삼삼오오 짝을 지어 걷기 시작했다. 조금 걷다 보니 연리지 나무가 있다. 연리지(連理枝)란 한 나무와 다른 나무의 가지가 서로 붙어서 나뭇결이 하나로 이어진 것을 연리지(連理枝)라고 한다. 즉 서로 다른 나무끼리 찰떡궁합으로 사랑을 하는 것이다. 몇 발짝 더 걸어가니 고인돌 쉼터가 나온다. 이곳은 고인돌 형태의 바위들과 주변에 돌무지와 큰 뽕나무, 밤나무가 숲을 이루고 있으며 옛날에 "사오랄서당"이 여름철 무더울 때 야외 학습장으로 이용했던 곳이라 한다.

고인돌 쉼터에서 조금 떨어져 있는 곳에는 소나무 동산을 만들어 놓았다. 괴산호의 푸른 물이 보이는 언덕에 40년생 소나무가 약 1만 평 정도의 군락을 이루고 있다. 솔 향기가 시원한 바람에 묻어와 그 향기를 맡으며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최고의 삼림욕장이다. 또 옆에는 전국의 유명한 시인들이 아름다운 시(詩) 30 여 편을 전시해 놓았다. 자연과 글이 한데 어우러진 공간이다. 그중 매우 이 산을 닮은 아름다운 시(詩) 2편을 골라 옮겨 적어본다.

*산이 내게 온다 /김문수
눈꽃 피어나는 골짜기
빈 지게 지고 굽이굽이
당신을 따라 오르던 옛길

얼어붙은 강물 아래
나뭇짐 지고 다가서는
당신 모습 보인다

노루 샘에 엎드려
허기진 땀방울 씻어내고
산이 일어선다

후들거리는 다리로
한 끼 생계 짊어지고
산이 걸어온다.

빼곡하게 들어 찬 나무숲에
바람으로 머물다 가는 아버지
가쁜 숨 소리 들린다.

*연리목(連理木)에게/박영원
전생(前生)의 그대 사랑 얼마나 곡진(曲盡)하면
시공(時空)을 초월하여 연리목이 되었는가?
그대여! 이승의 연분 천수해로(天壽偕老) 하소서.

두 몸이 하나 되어 초연(超然)한 그 자태여!
혹여나 선남선녀(善男善女) 그대 찾아 소원 빌면
그들의 고귀한 사랑도 불꽃으로 피우소서

산막이옛길 풍광 수려(秀麗)도 하다 마는
오가는 발길 잡는 그대 사랑 찡하구나!
하늘을 감응(感應)케 한 지성(至誠) 불사조가 되소서

아름다운 시(詩)를 전시해놓은 곳에는 소나무 출렁다리를 만들어 놓았다. 소나무 동산에 있는 소나무와 연결하여 기다란 출렁다리를 2갈래로 만들어 놓은 것이다. 추억도 만들고 걸어가면서 짜릿한 스릴을 만끽할 수 있게 해놓은 것이다. 필자도 출렁다리를 걸었다. 걸으면서 허허하며 미소를 지었다. 왜냐하면, 이곳은 어린이들이 즐거워하며 걸어야 할 장소인 것 같다. 단 어른들은 어린이를 보호하기 위해 걷거나 잠시나마 어린이가 된 마음으로 걸어야 할 출렁다리다. 이 다리를 통과하여 조금 걸으니 샛길이 나온다. 그 옆엔 노루 샘이 있다. 오솔길 옆의 옹달샘이다. 노루, 토끼, 꿩 등 야생동물들이 지나다니면서 목을 축이는 샘물이라 하여 일명 노루 샘으로 불리어 왔다고 한다.

노루 샘 옆길로 "등잔봉"을 가는 길이다. "등잔봉은 이산의 정상이다. 아름다운 새소리 들으며 오솔길을 따라 정상으로 향한다. 이원갑 고문 박원태 대장 필자와 3명이 제일 후미에 걸으며 아름다운 자연에 폭 빠지고 말았다. 등산하는 오솔길은 해빙기라 얼었던 길이 녹아내려 매우 질퍽거린다. 길 위에 마대를 깔아 놓았으면 얼마나 좋을까? 그럼 등산하는 모든 분이 편히 걸을 수 있을 텐데 하고 구시렁거려도 봤다. 100대 명산은 대부분이 지자체에서 이러한 길 위엔 마대를 깔아 편히 등산할 수 있게 해놓았기 때문에 그러한 생각이 떠올랐나 보다. 셋이서 이런저런 재미난 이야기를 나누며 걷다 보니 진달래 나무들이 눈에 들어온다. 아마도 진달래 나무는 다음 달엔 이 산을 더욱 화려하게 꾸미고 싶어 꽃망울을 키워나간다.

앞에는 괴산 땜이 찰랑찰랑 물결치는 호수 위에 떠 있는 것처럼 보이고 산으로 둘러싸인 작은 들판엔 몇 개의 마을이 평화스럽게 자리 잡고 있다. 아름다운 자연을 감상하며 걷다 보니 등잔봉 전망대가 나온다. 이곳이 이산의 정상이다. 약 50cm 정도 높이의 초라한 작은 돌 비석에 "등잔봉"이라고 써놓았다. "등잔봉"이란 어머니께서 옛날 한양으로 과거를 보러 간 아들을 위해 장원급제 하게 해달라고 기도를 드린 곳이라 한다. 오직 자식이 과거시험에 합격하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에 등잔불을 켜놓고 100일 기도를 올렸다는 전설이 내려오고 있다. 어머니라는 이름은 세상에서 제일 아름답고 위대하다. 또 어머니는 늘 불러보고 싶은 거룩한 이름이다. 모든 어머니는 자식을 위해서는 목숨과도 바꿀 수 있는 위대한 모성애를 지닌 참사랑이시다. 작가 역시 나이는 먹었어도 어머니가 보고 싶을 때가 종종 있다. 그럴 때 마다 소리 내어 불러도 보고 싶다.
산막이옛길 1편은 여기서 마감합니다

2018년 03월 03일

정찬열

2018-05-06 20:20

안녕하세요 루수 김상화 작가님!
섬세하게 그려주심 기행수필
"괴산 산막이 옛 길을 걸으며"
충청북도 괴산군에 자리 잡고 있는 산막이옛길이란
이름까지 신비로운 곳으로 트레킹을 하러 간다.
양반들이 한양을 오고 가던 전국 최고의 아름다운 길이라는 곳이다.
괴산호가 내려다 보이고 그 주변에는 울창한 노송이 오가는 사람들에게
솔향을 선물로 품어내 주는 길이란다. 또 20리가 되는 수려한 물길 따라
펼쳐진 명소로 삼신 바위, 양반길 출렁다리, 선유대, 용추폭포 등이 산재해 있다고 한다.

작가님 덕택으로 아름다운 산행기행 편하게 돌아봅니다.
5월도 첫주일 비가 내립니다.

고르지 못한 조석의 기온에 늘 강건하시길 빕니다.^^


김상화	반갑습니다. 정찬열 작가님 매번 늦게 답글을 드려 죄송합니다 이젠 여름이 돌아온 것 같습니다 한나절에는 제법 더위가 찾아와 괴롭히기도 하네요 작가님 싱그러운 5월과 함께 늘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기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정찬열 작가님	5/14 06:11

김경렬

2018-05-10 20:55

괴산에도 그리 아름다운곳이 있었네요.
친구가 괴산으로 귀촌을 했는데 한번 가봐야 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김상화	반가워요. 김경렬 작가님 작가님 시간이 되시면 꼭 한번 산막이옛길을 트래킹 해보시기 바랍니다 참 아름다운 곳입니다 늘 존경하는 작가님 벤 제도 꽤 오래된듯합니다 늘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고 또 하시고자 하는 모든 일 5월에는 잘 이루어지시기 바랍니다 고마워요. 김경렬 작가님!	5/14 06:22

김종덕

2018-05-16 15:29

김상화 작가님, 안녕하십니까? 풍경이 참 아름답습니다. 가보지 않고 느낄 수 잇는것은 세밀한 글 덕분이라 생각합니다. 노루샘, 참 정다운 망리네요. 빈지게의 아버지도 참 섧게 울었을 것 같습니다. 건강하시고 행복하십시오.


김상화	오랜만입니다. 김종덕 작가님 외국 여행을 다녀오셨는지요? 작가님께서는 늘 외국의 새로운 것을 글로 알려주셔서 호기심 있게 보고 배웠습니다 산막이 옛길은 저도 처음 가본 곳입니다만 매우 정감이 가는 아름다운 곳입니다. 산행도 할 수 있고 트래킹도 할 수 있게 길을 닦아 놓았습니다. 시간이 되시면 한번 다녀오시기를 권합니다 밤이 깊었네요 고운 꿈 꾸시기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김종덕 작가님!	5/17 0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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