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대한문인협회-수필

ㆍ작성자	김상화
ㆍ작성일	2023-10-24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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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지리산 천왕봉에서 바라본 풍경은 신비롭기까지 하다. (지리산 천왕봉 제4편)

지리산 천왕봉에서 바라본 풍경은 신비롭기까지 하다.
(지리산 천왕봉 제4편)

筆嶺/金相和

그녀의 이름은 천왕봉이다. 잠시 대화하다 그녀의 허리를 끌어안고 입맞춤부터 했다. 나의 입술이 그녀의 입술에 포개졌을 때 그녀는 지그시 눈을 감는다. 입맞춤이 감미롭고 향기로웠나 보다. 아마도 그녀는 평생 처음 맛보는 입맞춤이니 얼마나 감미롭고 짜릿했겠는가? 그토록 짜릿한 감정도 잠시 즐기라고 하늘이 선물로 주신 것 같다. 우리는 잠시 침묵이 흐른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그녀의 앞자락을 바라보았다. 그곳의 중앙엔 큰 글씨로 天王峰이라고 그녀의 이름을 써 놓았고 옆에는 작은 글씨로 智異山이라 쓰여 있다. 밑에는 이산의 높이를 써 놓았다. 자그마치 그 높이는 1,915m라고 새겨 놓았다.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높다.
뒤에는 韓國人의 氣像, 여기서 發源 되다는 우리에게 힘과 용기를 주는 글을 새겨 놓았다. 참 장하다. 보고 읽기만 해도 가슴이 뿌듯해진다.

그녀를 존경하는 뜻에서 시야에 들어오는 모든 피조물은 고개를 숙인 듯하다. 그런 상태인데도 필자가 바라본 피조물은 찬란하면서 신비롭기까지 하다. 신께서 만든 작품이니 오죽하겠는가!! 이렇게 신비로운 광경을 본 필자는 참 잘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로 인해 필자 역시 기분이 황홀해지니 말이다.
우리는 기념사진을 찍기로 했다. 사진을 찍을 때는 장선덕 사진작가와 김종수 사진작가 두 분이 심혈을 기울여 셔터를 누른다. 아마도 필자는 나이가 많아 또 올 수 없으리라 보고 세상에 태어나 가장 기뻤던 일로 기념이 되라는 뜻에서 정성껏 찍는 것 같다. 우리는 단체 기념사진도 찍었다.

다행히 해님이 서산마루에 걸쳐 앉아 우리가 사진을 다 찍을 때까지 기다려 주니 어찌 이리도 고마울까? 이 또한 우리에게 주는 조건 없는 아름다운 사랑이 아닐지 싶다.
자연은 이렇게 알게 모르게 우리에게 사랑의 세례를 주는가 하면 행복까지 안겨준다. 필자는 이러한 행복이 우리 모두에게 길이 머물러 주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갑자기 임과 헤어진다고 생각하니 이 시간이 너무도 아쉽다. 그녀는 필자를 위로해 주려고 오늘 산장에서 자고 내일 함께 해돋이를 보면 되지 않느냐고 위로한다. 그 말을 들은 필자는 너무도 행복했다. 그렇다. 그 말이 정답이다. 우리는 내일 만나자고 약속하고 헤어졌다. 헤어진다는 것은 삶의 여정에 한 과정이 아니든가!! 누구나 만나면 헤어지는 것은 하나의 진리다.

임과 헤어진 후 정상에서 사방의 풍경을 바라보았다. 하늘 아래 제일의 풍경이 아닐지 싶다. 보는 순간 기절하지 않기 천만다행이다.
대자연의 경이(驚異)로운 풍경이 스크린처럼 펼쳐지는가 하면 천봉만학(千峯萬壑)이 두 눈에 가득 들어온다. 그것을 보는 순간 나도 모르게 아~^^소리가 튀어나온다.
잠시 상념(想念)에 사로잡혀 멍하니 초점 이른 눈으로 동서남북을 바라본다. 눈에 보이는 곳마다 저렇게 아름답단 말인가!! 이 아름다움을 어찌해야 할까? 사진에 담고 눈에 담아 갈 수밖에 없다. 마음껏 담아보자.
*천봉만학(千峯萬壑)= 수많은 산봉우리와 산골짜기
*상념(想念)= 마음속에 떠오르는(품고 있는) 여러 가지 생각

지리산 국립공원에서 동서로 길게 펼쳐져 있는 종주 능선은 약 25.5km나 된다. 천왕봉의 높이는 1,915m이고, 반야봉은 1,732m이며. 그리고 노고단은 1,507m인데, 삼대 주봉을 연결하는 지리산의 대표적인 탐방로다. 지리산의 종주 능선에서는 천왕봉 일출, 반야봉 낙조, 노고단의 운해 등 아름다운 경관 자원을 비롯해 반달가슴곰 등 희귀한 야생 동식물을 볼 수 있다고 한다.
지리산 국립공원은 다양한 야생동물과 수려한 자연경관, 유구한 문화유적 등 온전히 보전함으로써 자연과 문화가 어우러진 탐방환경을 조성한다고 들었다.

천왕봉(天王峰)에서 바라볼 때 왼쪽으로부터 촛대봉이 보이고 그 뒤로 멀리 노고단이 자리 잡고 있다. 매우 멋진 자태를 들어낸다. 우리나라 100대 명산에 들어가는 반야봉도 구름이 살짝 가렸지만 아름답다. 머지않아 필자는 노고단을 거쳐 반야봉을 다녀올 것이다.
그런데 지금 운해가 깔려 장관을 이룬다. 너무도 아름다운 광경이 눈 앞에 펼쳐진다. 이 아름다움을 영원히 간직하고 싶다.

건강할 때는 사랑과 행복만 보이고, 허약할 때는 걱정과 슬픔만 보인다고 했다. 그래서인지 필자는 기쁨이 보이는가 하면 지리산의 임과 사랑의 대화를 나누고부터 기쁨도 쏟아지고 활기도 넘쳐흐른다. 참 이상한 현상이다.
그때 해님은 뉘엿뉘엿 서산으로 넘어가기 시작한다. 우리는 정상에서 임과 사진도 찍고 사랑의 대화도 나눴다. 서산 위에 걸쳐 앉아 기다렸던 해님이 그렇게 고마웠는데 소임을 다했다고 갈 길을 가고 있다.
이러한 현상을 우리는 사랑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그렇다. 남을 위해 조건 없이 봉사하는 것이 사랑이다.

정상에서 볼일을 다 본 우리는 장터목대피소로 하룻밤 자러 가야 한다. 여기서 장터목대피소까지는 1.7km라고 한다.
땅거미가 지기 전에 가야 하는데~^^ 험한 초행길을 과연 걱정 없이 잘 갈 수 있을는지 의문이다. 산장까지 가는 길은 완전 바위 너덜 길이라고 한다. 그 말을 들은 필자는 걱정이 태산이다.
이마엔 광부들이 땅굴로 들어갈 때 머리에 라이트를 달듯 우리도 머리에 라이트를 달고 걷기 시작했다. 서울서 오기 전에 만반의 준비를 해 온 것인데 걷다 보니 라이트가 고장이 났다. 이 험한 길을 어떻게 걸어야 할지 막막하다.

제석봉을 지나 통천문으로 가기 시작했다. 앞에는 이재호 산 대장이 불을 밝히며 안내하고 뒤에는 박원태 산 대장이 필자가 무사히 갈 수 있도록 불을 밝혀준다. 앞뒤에서 불을 밝혀주니 힘은 들어도 얼마나 행복한지 모른다.
산 대장 두 분이 필자 하나 때문에 고생이 이만저만 아니다. 이 고마움을 어찌 보답할꼬!!
젊은 산 대장들의 덕분에 잘 걷고는 있지만 길이 너무도 위험하다. 여기서 넘어지면 크게 다칠 것만 같다. 그러나 체력이 고갈 상태다. 발을 잘못 디뎌 몇 번 넘어질 뻔했지만, 다행히 넘어지지 않았다. 이것 역시 신의 축복이다.

한참을 걷다 보니 통천문이 나온다. 밝았을 때 이곳을 지난다면 아름다운 것을 볼 수 있었을 텐데 지금은 어두워 희미하게 보일 뿐이다. 사진을 찍지 못해 매우 아쉽다.
김종수 사진작가는 아직 젊음이 뒷받침하고 있어서인지 상상외로 잘 걷는다. 걷다가 하늘을 보곤 은하수 사진을 찍는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필자는 은하수를 언제 보았는지 모른다. 아마도 대학 시절 적십자 봉사활동 하러 충북 영동에 갔을 때 여름밤에 캠프파이어(Campfire)를 하는 도중 은하수를 본 기억이 난다. 그래서 60년이 넘은 것 같다.
*캠프파이어(Campfire)= 야영지에서 밤에 피우는 모닥불.

초등학교 3학년 때의 일이다. 여름밤에 멍석 깔고 어머니 팔베개하고 누워 하늘을 보았다. 그때 어머님께서 초롱초롱 빛나는 별 중에 북두칠성을 찾아보라고 하신다. 그리고 은하수가 어떤 것인지 알아보라고 했다. 어린 마음에 신나게 찾기 시작했다. S자처럼 생긴 북두칠성도 찾고 시냇물이 흐르는 것처럼 나열된 은하수도 찾았다. 그때마다 어머니는 잘 찾는다고 하시면서 칭찬하신 기억이 지금까지 생생하다.

기운이 고갈되어 탈진 상태다. 거기다 어둡기까지 하다. 그런 대도 험한 너덜 길을 걸으니, 지친다. 그런들 어찌하겠는가!! 고생하겠다고 주사위는 던져진 상태인데~^^
나 때문에 두 분의 산 대장이 고생하는 것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리다. 그래서 빨리 갈 수만 있으면 좋겠다.
이렇게 사경을 헤매듯 어려운 밤길을 걷는다. 조금만 더 가면 된다고 이재호 산 대장이 위로한다.
드디어 장터목대피소가 100m 정도 남았다. 불이 빤짝빤짝 보인다. 필자는 이젠 살았다는 생각에 기쁨의 숨을 토해낸다.

장터목대피소에 도착했다. 오늘은 약 10시간을 걸었다. 정상까지 7시간이란 긴 시간을 걸어 올라왔고 정상에서 여기까지 1.7km의 거리를 3시간을 걸었다. 2시간이면 걸을 수 있는 거리를 필자 때문에 한 시간이 더 걸린 셈이다.
숙소에 들어와 라면이라도 끓이려고 주방부터 들어왔다. 주방에 들어와 10분 정도 지났는데 불이 꺼진다. 그때가 9시 정각이다. 이곳의 규칙이 9시면 불을 끈다고 한다. 산행하다 지친 산객들이 잠을 자지 못할까 봐 그렇다고 한다.
플래시를 비쳐 라면을 끓였다. 이것으로 저녁을 때우고 자러 들어갔다. 우리는 2층을 배정받아 문을 열고 들어가니 군대 막사처럼 군인들이 취침하는 모습과 똑같다.

일 층에서 일렬 행대로 자는 산객들이 깰까 두려워 소리를 죽여 2층으로 조심스레 올라갔다. 막상 자려고 누우니 잠이 오지 않는다. 이곳까지 오느라 너무 고생한 탓에 발에서 불이 나고 쥐가 나는 현상이 생긴다. 다리를 들어 난간에 올려놓아도 금세 풀리질 않는다. 참으로 큰일이다. 잠을 자지 못하면 내일, 이 험한 길을 또 어떻게 걸을까? 하는 마음에 겁이 나기 시작한다. 엎치락뒤치락하며 잠을 청해 본다.
새벽 3시에 일어나 또 3시간을 걸어 해돋이를 보러 천왕봉을 올라가야 하기 때문이다. 걱정하다 보니 어느새 나도 모르게 잠이 든 것 같다.

지리산 천왕봉 제4편은 여기서 마무리한다. 제5편에서는 천왕봉에서 해돋이를 보고 하산하는 장면을 적나라하게 그려낼 것이다.

2023년 8월 25~26일

김상화 2023-11-05 22:14	반갑습니다. 장계숙 시인님 매번 이렇게 훌륭한 댓글을 달아 주니 고맙습니다. 지리산은 어떤 산이기에 그리도 유명할까 생각하고 지냈는데 막상 기회가 되어 가보니 역시 우리나라 산중 최고의 산이 아닐지 싶습니다. 높기도 하지만, 정상까지 오르는 오솔길은 돌 너덜 길이라 발바닥을 자극해 줍니다. 그래서 그 괴로움이 약이 되라고 산악인들 건강을 생각해서 그렇게 돌을 깔아놓은 것 같습니다. 장계숙 시인님 벌써 11월입니다. 이달은 하시고자 하는 모든 일이 잘되시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건강 행복 행운이 늘 함께하시길 두 손 모읍니다.

김상화 2023-11-05 22:27	장계숙 시인님 어찌해야 좋을지요 제가 답글을 달고 오타가 있어 수정하다 무엇을 잘못 건드렸는지 시인님께서 정성껏 써주신 댓글이 날아갔습니다 이 일을 어떻게 용서를 빌지 모르겠네요 넓은 아량으로 헤아려 주시기 바랍니다. 시인님 부디 용서하시고 댓글 다시 부탁합니다.

장계숙 2023-11-06 08:30	김상화 작가님~ 저도 가끔 그런 실수를 합니다. 손가락에 살이쪄서?....하면서 용서를 구합니다. 그 어렵다는 천왕봉을 오르셨다니 존경의 마음 가득 합니다. 자연의 위대함에 감탄하며 작가님 덕분에 방에 앉아 그 멋진 풍경을 함께 하는 호사를 누립니다. 대한민국 명산을 모두 오르시겠다는 일념이 청년들의 열정과 의지 보다 감동 입니다. 부디 건강하게 그 뜻을 이루시길 기원합니다. 섬세한 글꽃 피워주셔서 감사합니다.

김상화 2023-11-08 09:13	고맙습니다. 장계숙 시인님!! 너그럽게 헤아려 주시니 가슴이 뭉클하네요 이로 인해 큰 경험한 것 같습니다. 시인님 제 전화번호를 드리겠습니다 010-3880-6760 늘 행복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