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대한문인협회-수필

ㆍ작성자	김상화
ㆍ작성일	2022-08-21 14:30

ㆍIP: 211.xxx.15

노승봉과 가련봉에서 바라본 대자연의 아름다움 (두륜산 제2편)

노승봉과 가련봉에서 바라본 대자연의 아름다움
(두륜산 제2편)

筆嶺/金相和

누구인가 보고 싶은 사람을 보지 못할 때 마음은 그리움으로 물들게 된다. 그리움은 사랑이다. 사랑이 가슴 속에 없다면 그리움은 없다. 가슴이 시리도록 그리운 마음을 품고 머나먼 전라남도의 한 모퉁이에 자리 잡은 두륜산의 오솔길을 걷는다. 두륜산은 우리나라 100대 명산으로 한 획을 그은 이 고장의 자랑이다. 더욱이 두륜산은 도립공원으로 도민들로부터 사랑받는 아름다운 산이다. 지금은 도민들뿐만 아니라 전 국민이 보고 싶어 하는 산이 되었다. 오늘은 이렇게 해남의 명산인 두륜산 한 자락 오솔길을 임종구 아우와 둘이서 걸을 수 있으니 얼마나 영광인가? 걷다 옆을 보니 오솔길 양옆 조릿대가 반가워한다.

지금 우리는 노승봉을 향해 걷는다. 위로 올라갈수록 시야가 넓어지면서 이 산의 진면모가 나타나기 시작한다. 참으로 아름답다. 전라남도에 와서 필자가 보고 온 산은 절경도 아름답지만, 창조주께서 하나하나 정성을 들여 빚어 내린 듯하다. 얼마나 고심해서 빚어 놓으셨는지 이토록 섬세하고 아름다울 수 없다.
필자는 대자연의 경이로움을 볼 때마다 마음을 가다듬게 된다. 그것은 인간이 만들어 놓은 것이 아니라 신이 빚어 놓은 작품이기 때문이다.

노승봉은 여기서 0.2km만 더 올라가면 된다. 노승봉을 올라가려고 바라보니 아름답게 설계한 계단이 눈에 들어온다. 산객들이 올라가기 편하게 만들어 놓은 계단이지만, 예술적으로 만들어 놓았다. 노승봉을 지키고 있는 임이 얼마나 미인이기에 이렇게 멋들어진 계단을 설치해 놓았을까? 곡선미가 아름답고 품위까지 돋보이게 설계했다. 한발작 한발작 계단을 올라가며 산 아래를 내려보았다. 상상도 할 수 없는 아름다운 풍경이 나의 가슴을 뛰게 한다. 가련봉 쪽의 능선은 그림같이 나타나고 그 밑으로 펼쳐진 드넓은 평야와 다도해가 어찌 이리도 아름다울까?
역시 신이 빚은 대자연의 경이로움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이렇게 아름다운 풍광을 감상하라고 하늘은 엷은 구름으로 햇볕까지 가려 준다. 이 기쁨과 환희 어디에 비교해야 적당할까?

아름다운 풍광을 감상하며 노승봉까지 올라왔다. 임이 저만치서 우리를 보고 미소를 짓는다. 네모난 작은 얼굴에 노승봉이라 써 놓고 밑에 685m라고 그려 놓았다.
그런데 임의 곁으로 달려가 보았다. 무슨 이유인지 몰라도 아슬아슬한 낭떠러지 바로 위에 앉아 있다. 그때 바람조차 세차게 불어와 필자를 당황케 만든다. 바람에 혹시 모자가 날아갈까 걱정도 된다. 떨어질 것 같은 기분이 들어 가까이 기기조차 겁이 난다. 낭떠러지를 피해 엎드려 가볍게 입맞춤하고 일어났다. 어찌 이렇게 위험한 곳에 앉아 있느냐고 물으니 자기는 그곳이 최고의 명당이라고 한다. 그 말을 들은 필자는 할 말을 잊었다. 그러곤 사진을 찍으려고 해도 떨어질까 두려워 겁부터 난다.

우리는 위험한 곳을 피해 기념사진을 찍었다. 사진을 찍고 또 사방을 바라보았다. 역시 아름답다. 대자연의 멋에 감격한 필자는 사진기와 눈에 그 아름다움을 담기 바쁘다. 이거야말로 신이 주신 완벽한 선물이다. 또 그녀를 바라보았다. 얼굴엔 살짝 설렘이 감돈 것 같이 보인다. 왜 안 그렇겠는가!! 자기를 보려고 멀리 서울서 수백 리를 달려 여기까지 왔는데 또 자기와 포옹하고 입맞춤까지 했는데 반가움과 환희에 설렘이 몰아닥쳤을 것이다.

그녀를 바라보고 살짝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당신을 이렇게 위험한 곳에 혼자 두고 떠나려니 오금이 저려온다고 했다. 그래도 가야만 하니 어떻게 했으면 좋겠소? 그녀는 눈시울을 붉히며 당연히 가셔야지요 한다. 정이 들자마자 이별이다. 아무쪼록 비바람 잘 이겨 내시고 추우나 더우나 힘든 고통 참으며 산객들과 즐겁게 대화하고 이 아름다운 두륜산을 잘 지켜 달라고 말을 하곤 뒤돌아섰다.

이젠 이 산의 정상인 가련봉을 향해 갈 것이다. 가련봉까지는 거리가 얼마나 될까? 노승봉에서 바라보니 까마득하게 보인다. 그곳까지 가는 길은 매우 위험해 보인다. 과연 저 험한 곳을 필자가 무사히 갈 수 있을까? 미리 겁부터 난다. 그러나 겁먹을 것은 없다 더 위험한 곳도 무사히 다녀왔는데 아무리 위험해도 못 갈 것 없지 않나 싶다. 부지런히 걷기 시작했다. 울퉁불퉁한 바위 봉우리도 넘어가야 했고 낭떠러지 옆으로 오솔길을 타고 걸을 땐 아슬아슬하기도 했다. 무섭기도 했지만 스릴 만점이다.

노승봉에서 가련봉에 가는 곳엔 이곳도 예술적으로 데크 계단을 아름답게 만들어 놓았다. 계단으로 한참을 내려가서 바윗덩어리로 이루어진 길을 따라 올라가야 한다. 산은 역시 올라가고 내려가는 멋에 다니는 것 같다.
부지런히 걷다 보니 가련봉까지 왔다. 이제 이 산의 정상을 밟고 간다는 생각에 마음이 뿌듯하다. 그러면서 나는 참 행복한 사람이구나 하며 나 자신을 행복의 세계로 몰고 간다. 이 행복을 누구에게 말할까? 하늘을 바라보며 허공에 말했다. 하늘의 해님도 빙그레 웃는다.

가련봉은 이 산의 정상이기도 하지만, 참으로 아름답다. 임께 달려갔다. 임은 울퉁불퉁한 자연석 그대로다. 자연미가 흐르는 암석에 가련봉이라고 써 놓았다. 밑에는 703m라고 써놓았다. 임은 암석이 울퉁불퉁 튀어나온 곳에 앉아 있다. 임종구 아우와 나는 임을 가운데 두고 손과 손을 마주 잡고 기쁨의 사진을 찍었다.
자연미가 넘쳐흐르는 임은 어찌 보면 남성미가 흐르는 것 같다. 아마도 험한 산의 정상이라서 남성처럼 우락부락한 임을 선정했나 보다.

정상에서 바라본 세상은 아름답기도 하지만 다도해에서 짠 내음을 싣고 바람이 불어오는 듯 기분이 상쾌하다. 역시 해남은 가는 곳마다 또 산에서 바라보는 곳마다 아름다움이 깔려있다. 다도해 쪽을 바라보고 있으니 역시 이곳도 자연 그대로가 바둑판 같다.

두륜산의 역사와 내력 그리고 이산이 지니고 있는 자랑거리를 써본다. 도립공원 두륜산은 중국 곤륜(崑崙)산맥의 줄기가 동쪽으로 흘러서 백두산을 이루고 그 줄기가 남으로 흐르다가 한반도의 땅끝에서 홀연히 일어나 쌍봉을 이루고 일어서 있다.
이 때문에 두륜산의 산 이름도 백두산의 두(頭) 자와 곤륜(崑崙)의 륜(崙) 자를 따서 두륜산이라 불리고 있다. 두륜산은 예부터 큰 언덕이란 뜻의 <대듬> 또는 <한듬>으로 불리었으며 이 때문에 <대둔사> 또는 <한듬 절>이라고도 하였다.
두륜산은 계곡이 깊어 산길을 따라 올라가면 계곡 위에 아름다운 이름을 가진 9곡 9교(九曲九橋)의 다리가 놓여 있다. 또한 가련봉, 두륜봉, 고계봉, 노승봉, 도솔봉, 혈망봉, 향로봉, 연화봉 등 여덟 봉우리가 있어 빼어난 경치를 자랑한다.

초입서 부터 대흥사에 이르기까지 골짜기엔 아름드리 숲이 울창한 숲 터널을 이루고 있다. 두륜산과 한라산이 자생지로 알려진 왕벚나무를 비롯해 동백, 비자, 후박, 차나무 등 무려 천여 종의 나무가 자라고 있어 식물분포학상 중요한 가치를 지닌 산이다. 일찍이 서산대사가 전쟁을 비유한 삼재가 미치지 못할 곳으로 만 년 동안 흐트러지지 않을 땅이라 여겨 자신의 의발을 대흥사에 모시도록 한 명당 터이다.
두륜산에 자리한 대흥사(大興寺)는 대한불교조계종 제22교구 본사로 조선 후기 연담 유일이나 초의의순과 같은 저명한 스님 등 13대 강사와 13 종사를 배출한 사찰로도 유명하다.
대흥사의 창건과 관련 <만일암고기>에는 백제 구이신왕 7년(426)에 신라의 정관 존자가 만일암을 창건하고 그 후 백제 무령왕 8년(508)에 이름을 전하지 않은 선행 비구가 중건했다는 기록이 나온다. 또한 <죽미기>에는 신라 법흥왕 1년(514년)에 아도화상이 창건한 기록이 있다.

두륜산 제2편은 여기서 마무리하고 제3편에서는 구름다리(白雲臺)와 두륜산의 대표적인 아름다운 두륜봉을 소개할 것이다.

2022년 6월 4일

두륜산(頭輪山) 도립공원은 얼마나 아름다울까? (두륜산 제1편)

두륜산 구름다리의 신비로움과 두륜봉의 빼어난 경관 (두륜산 제3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