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대한문인협회-수필

ㆍ작성자	김상화
ㆍ작성일	2023-10-18 22:39

ㆍIP: 124.xxx.133

3) 지리산 천왕봉의 임을 만나니 세상을 다 얻은 기분이다. (지리산 천왕봉 제3편)

지리산 천왕봉의 임을 만나니 세상을 다 얻은 기분이다.
(지리산 천왕봉 제3편)

筆嶺/金相和

하늘 저편에 떠 있는 하얀 뭉게구름 사이로 보이는 코발트 색의 하늘은 어찌 저리도 아름다울까?
흰 구름이 깔린 그 사이로 보이는 쪽빛 하늘은 보배스럽기까지 하다. 아마도 그 자태는 신이 정성 들여 만들어 놓은 작품일 것이다. 그래서 보는 사람들은 눈이 휘둥그레지면서 연신 감탄사를 허공으로 날린다. 와~^^ 아름답다.
만능의 조각가이신 신도 역시 인간을 위해 저토록 아름답게 조각해 만들었으니 얼마나 감사한가!!

신이 빚어낸 이 작품은 하늘과 구름이 합작해 만들었다. 그 작품을 감상하고 정상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정상을 지키는 임도 빨리 보고 싶다. 임을 보려면 해가 지기 전에 부지런히 걸어야 볼 수 있을 것이다.
임은 얼마나 아름다울까? 상상만 해도 기쁨이 쏟아진다. 그때 분홍색의 꽃 한 송이가 바위틈에서 필자를 보고 웃으며 반긴다. 위험한 돌덩이만 밟고 걷던 필자는 예쁜 꽃이 웃으며 반기니 얼마나 반갑고 기뻤겠는가?
시간이 없어 대화도 나누지 못하고 예쁘다는 말 한마디 남기고 돌아섰다. 그런데 이름이 무엇인지 물어보지 못했다. 장선덕 사진작가께 물어보니 오이풀이라고 한다. 왜 오이란 이름일까? 하고 생각하고 있을 때 풀에서 오이 냄새가 난다고, 그렇게 이름을 지었다고 한다.

여기서 천왕봉(天王峰)까지 0.8km 남았다. 이제 거의 다 온 셈이다. 그런데 계속 힘든 깔딱고개에 바위너덜 길을 걸어야 하니 사람 잡는 길이다. 그래서 내가 혹시 뒤떨어지거나 넘어질까 두려워 강인성 산 대장은 필자 뒤에 계속 따라온다. 앞에는 이재호 산 대장과 박원태 산 대장이 길을 안내 해주고 뒤는 강인성 산 대장이 필자를 도와주니 너무도 고맙고 미안했다. 산 대장 세분이 필자를 위해 완전히 희생하는 산행이다. 그러니 난들 얼마나 미안하겠는가?

개선문까지 왔다. 바위가 기세등등하게 길 양옆에서 문기둥 역할을 한다. 그래서 개선문이라 했나 보다. 우리는 여기서 추억이 될 기념사진을 찍었다. 이것 역시 신이 빚은 작품이 아니던가!! 자연은 볼수록 신비롭다. 장선덕 사진작가와 김종수 사진작가는 한 사람 한 사람에게 기념될 사진을 정성스럽게 찍어 준다. 고맙다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
기념사진을 찍고 정상을 향해 올라가기 시작했다. 가다 보니 하늘 저편에 또 신이 빚어 놓은 예술 작품이 떠 있다. 오늘은 다시 보지 못할 것으로 알았는데 여기서 그 아름다운 신의 작품을 볼 수 있으니 얼마나 기뻤겠는가? 하늘의 아름다움도 인제 그만 보자. 땅거미가 지기 전에 정상에 올라가 임을 만나는 것이 더 급하다. 그러니 빨리 올라가야 한다.

정상을 0.6km 남기고 바위너덜 길을 걷는다. 그런데 깔딱고개를 올라갈 무렵 앞에 고사목 된 주목이 예술 작품처럼 군락을 이루고 있다. 이놈들은 살아 천년 죽어 천년을 인간에게 즐거움을 준다고 했는데 역시 그러하구나~^^
죽어도 군락을 이뤄 저토록 아름다움을 과시하며 위풍당당하게 서 있으니 과히 칭찬해야 마땅할 것 같다.
고사목이 된 주목들은 이곳을 지나는 산객들에게 기쁨을 주는 지리산의 수호신처럼 보인다.
또 이곳은 야생화까지 군락을 이뤘다. 사진작가 두 분을 야생화에 홀린 듯 사진찍기 바쁘다.

해가 지기 전에 빨리 올라가야 하는 데 너무도 힘이 든다. 더구나 이곳은 정상이 얼마 남지 않은 완전 깔딱고개다. 정상 못미처에 있는 깔딱고개는 어느 산을 가든 위험하고 힘들게 올라가도록 신이 만들어 놓았다. 그것은 정상의 임을 지키기 위함이다. 누구나 쉽게 올라갈 수 있다면 임이 대화하느라 고달프기도 하지만, 고귀하게 보이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임을 고귀하게 여기라고 올라가는 것도 통제하는 것 같다. 누구나 쉽게 근접할 수 있으면 고귀한 임의 품위가 떨어지는 것은 당연하다.
걷다 보니 힘들면 일단 쉬어 물 한 모금 마시고 정신 차려 올라가라고 쉼터도 만들어 놓았다. 그래서 이곳에서 에너지도 보충하기 겸 잠시 쉬었다.

힘은 들어도 해가 지기 전에 빨리 올라가야 임을 볼 수 있다. 끔찍스러운 바윗길을 조금만 더 올라가면 지그재그로 계단을 아름답게 만들어 놓았다.
지금부터는 데크 계단이 시작된다. 데크 계단을 올려다보니 하나하나의 작품이 예술적으로 만들어 놓았다. 필자는 산행할 때 계단 길을 매우 싫어한다. 그토록 싫어하는 계단 길이 필자에게 어서 오라고 버티고 있다. 그러나 이 계단을 올라가지 않으면 안 된다. 이곳을 올라가야 보고 싶었던 임을 본다. 그래야 필자는 소원을 풀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너무도 힘이 든다. 젓 먹은 기운까지 소진된 것 같다. 한 발짝 걷기가 어찌 이리도 힘이 들까? 그냥 주저앉고 싶은 심정이다. 이제 조금만 더 올라가면 그리도 보고 싶었던 임을 볼 수 있을 텐데~^^
너무도 임이 보고 싶어 빨리 올라가고 싶지만, 발이 도무지 말을 듣지 않는다. 그러니 어떻게 하겠는가? 아무리 힘이 들고 죽을 지경이라 해도 어찌할 수 없다. 순리대로 가야 탈이 생기지 않기 때문이다.

계단 길 양옆엔 야생화의 천국이다. 그들은 지나가는 산객들에게 미소 지으며 향기를 날린다. 야생화로부터 향기를 받은 산객들은 탈진된 힘이 솟아난다.
그런데 필자는 어떠한가? 역시 필자도 힘이 솟는다. 아무리 고통스럽고 힘들어도 이 계단만 무사히 올라갔으면 좋겠다. 그러면 보고 싶었던 임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은 한 계단 한 계단 올라가는 것이 지옥 길을 걷는 것보다 더 힘들다.
해님은 우리가 올라오다 행여 다칠까 염려되어 희미한 빛을 토해낸다. 아직도 우리 오기를 기다리고 있으니 우리는 해님의 사랑을 받는 행운아 들이다. 서산으로 넘어갈 듯하면서 묵묵히 엷은 빛으로 우리가 무사히 올라올 수 있도록 비춰주니 얼마나 고마운가?

드디어 정상에 도착했다. 대자연의 경이로운 풍경이 눈앞에 펼쳐진다. 이렇게 아름다운 비경을 언제 보았던가!!
앞을 바라보니 바위 절벽 위에 매무새를 단정이 한 임이 필자를 기다리는 것 같았다. 어찌 그 모습이 저리도 단아(端雅)하게 보일까?
가까이서 임을 보니 필자도 힘이 난다. 왜 그렇지 않겠는가? 평생 살면서 처음 보는 임인데 당연한 일이다.
*매무새= 옷 머리 따위를 수습하여 입거나 손질한 모양새
*단아(端雅)하다.= 단정하고 아름답다.

임을 바라보니 얼굴엔 살짝 설렘이 감도는 듯하다. 붉게 노을 진 저편의 하늘처럼 황홀하면서도 경이(驚異)롭게 보인다.
저렇게 아름다운 임을 이제 보다니 세월이 한편 원망스럽다. 이팔청춘은 어디에 버리고 늙은 몸으로 임을 보러 왔단 말인가!!
이제 와서 원망한들 소용없는 일~^^ 다만 임 보기에 미안할 따름이다.
순간적으로 별의별 생각이 떠올라 회상해 본들 쓸데없는 일이 아니던가!! 그저 하나의 추억일 뿐이다.
미안한 마음을 앞세우고 임에게 달려가 부둥켜안았다. 아무 말 없이 한참을 안고 있다가 임의 얼굴을 보았다. 임은 상기된 얼굴로 나를 바라보며 엷은 미소를 짓는다. 그것이 반갑다는 대답이 아닐지 싶다.
*경이롭다= 놀랍고 신기한 데가 있다.

필자는 정신이 돌아온 듯하다. 평생을 기다려 만난 임인데 얼마나 반갑겠는가? 세상을 다 얻은 기분이다.
당신을 만난다는 일념으로 천 리 길을 달려왔소이다. 땀을 흘리며 험산 바위너덜 길을 걷고 위험한 깔딱고개를 걸어 올라왔소이다. 그래서 당신을 만나면 어리석게 무슨 위로를 받을까 생각도 했다. 그런데 막상 올라와 당신을 보니 너무도 반갑고 좋아 갑자기 머리가 텅 빈 듯했다.

그러다 침묵을 깨고 임에게 말했다. 여보! 미안하오~^^ 젊음을 내팽개치고 만나지 못한 것도 미안하고, 세월을 이기지 못한 탓에 늙어 이제 만난 것도 미만합니다. 그간 편지 한 장 쓰지 못한 것도 미안하고, 보고 싶다는 말 한마디 인편에 보내지 못한 것도 미안합니다. 가슴 한편에 당신께 대한 미안한 마음이 차곡차곡 쌓여만 가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 말은 듣던 임은 별말씀 다 하신다고 하면서 필자를 위로한다. 그러면서 미안할 것 하나도 없다고 한다.

지리산 천왕봉(天王峰) 3편은 여기서 맺는다. 제4편에서는 정상을 둘러본 뒤 제석봉을 거쳐 통천문으로 해서 장터목대피소로 갈 것이다. 거기서 하룻밤 쉬어 내일 새벽에 정상을 다시 올라와 임과 함께 해돋이를 보고 하산할 것이다.

2023년 8월 25~26일

장계숙

2023-10-19 12:53

지리산 천왕봉... 멋진 산행을 하셨습니다.
힘든 길이라 전 아직 가보질 못했지만
글을 감상하며 함께 오른듯
실감나게 펼쳐주시니
아름다운 풍경을 눈에 담고
정상에 우뚝 선 기쁨을 만끽했습니다.
그 모습이 궁금해 사진을 찾아보며
또 한번 감탄합니다.
아름다운 우리 땅~
볼 곳도 많고
갈 곳도 많은데
아직 천왕봉에 오르지 못함이 아쉽습니다.
대자연을 만난 기쁨~
오래전 중국의 천문산에 올라
그 경이로움에 감탄하던 여운이 생생합니다.
우리 자연의 광활하고 아름다운 대서사를
멋진 글꽃으로 피워주셔서
함께 하는 즐거움과 감사함으로 다녀갑니다.
언젠가 꼭 정상에서 해돋이를 보고싶습니다.


김상화	장계숙 시인님 감사합니다 댓글을 달아 주시니 행복합니다. 모처럼 서재에 들어오니 많은 변화가 있은 듯합니다. 시인님도 오랜만에 뵙니 반갑고요 시인님 저는 우리나라 300대 명산을 수필에 담고 있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빨리 끝을 내려고 해도 체력이 따라주지 않네요 가을도 이제 무르익었습니다. 비가 그치면 추워지기 시작할 겁니다. 환절기 감기 조심하시기 바랍니다.	10/19 22: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