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대한문인협회-수필

ㆍ작성자	김상화
ㆍ작성일	2023-11-05 22:51

ㆍIP: 124.xxx.133

5) 천왕봉에서 해돋이를 보고 감격했지만, 고통을 견디며 하산한다 (지리산 천왕봉 제5편)

천왕봉에서 해돋이를 보고 감격했지만, 고통을 견디며 하산한다.
(지리산 천왕봉 제5편)

筆嶺/金相和

,일출을 보려고 장터목 대피소로 잠을 자러 갔다. 그런데 몸이 고단하고 무릎이 아파 잠이 오지 않는다. 아무리 잠을 청해본들 소용없는 일~^^
그래서 잠을 자는 둥 만 둥 하다 새벽 3시에 일어났다. 여기서 천왕봉까지는 1.7km나 된다. 그것도 길이 매우 험한 너덜 길이다. 그래서 천왕봉까지 잘 갈 수 있을지 걱정이다. 나로 인해 해돋이 장면을 보지 못하면 어떻게 하지 하는 두려운 마음이 앞선다. 그래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서둘러 떠났다. 하늘에선 어릴 때 동경하던 별만 깜박거린다. 어둠이 깔려 사방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조용한 새벽이다.

매스컴에선 오늘 해돋이는 5시 55분부터 일출이 시작된다고 한다. 과연 1.7km나 되는 천왕봉에 시간 내 갈 수 있을지 걱정이다. 그래서 부지런히 천왕봉을 향해 걸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 박원태 산 대장이 몸 상태가 조금 수상하다. 어제저녁부터 컨디션이 좋지 않다는 것을 필자는 느꼈다. 젊지만 무거운 배낭을 메고 오느라 무리가 된 것 아닐지 싶다. 왜 안 그렇겠는가? 동료들에게 먹을 것을 베풀기 위해 맛난 음식을 배낭에 가득 메고 왔으니 어찌 아프지 않겠는가!! 그 여파가 아침에 나타나는 것 같다. 아무쪼록 무사하기만을 빌어 본다.

지리산 천왕봉에서 무릎은 아파도 해돋이를 보려고 길 위에 깔린 어둠을 밟으며 용감하게 걷는다. 이곳에서 일출을 보려면 삼대가 적선(積善)해도 볼 수 있을지 모른다는 말이 입을 통해 전해 내려온다. 얼마나 해돋이가 보기 어려우면 그런 말이 오래도록 입과 입을 통해 전해 내려올까?
그래서 필자는 오늘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할 수 있는 꿈을 이루는 날이다. 1,915m나 되는 우리나라에서 둘째로 높은 지리산 천왕봉(天王峰)에서 일출을 본다는 것은 하늘이 도운 것이다. 그것은 하나의 꿈이요 희망이기 때문이다.
*적선(積善)= 착한 일을 많이 함

그런데 필자는 지금 무릎에 이상을 느껴 불안하다. 한 발짝도 걷지를 못할 것만 같다. 왜 이렇게 무릎이 화가 났을까?
신이 빚은 해돋이라는 대자연의 경이로운 장면을 보려는데, 어째 무릎이 아프기 시작할까? 이 일을 어찌해야 좋을까? 참으로 원망스럽다. 이젠 모든 것을 신께 의지하고 마낄 수밖에 없다. 주님 도와주소서~^^
구걸하는 기도는 하지 말라고 했는데, 오늘 기어이 하고 말았다. 오늘 이런 비경을 보지 못한다면 이제 볼 기회가 없지 않을까 싶다. 그래서 내 욕심과 의지대로 하려 하지 말고 모든 것을 신께 맡겨야 한다는 종교 철학적인 생각이다.

장선덕 사진작가와 김종수 사진작가는 사진을 찍기 위해 좋은 장소를 선점하려고 먼저 떠났다. 박원태 산 대장과 이재호 산 대장 그리고 강인성 산 대장은 필자와 함께 가기로 했다. 필자가 걸을 수 있도록 어둠을 밝혀주고 부축해 주려고 뒤에 걷는다. 필자는 젊은 산 대장들의 도움을 받으며 용기를 내기 시작했다. 다리가 욱신욱신 쑤시고 아프다. 그래도 있는 힘을 다해 이를 악물고 걸을 수밖에 없다.
앞으로 30분 안에, 천왕봉에 도착하지 못하면 웅장하고 신비로운 해돋이 장면을 보지 못할 것 같다. 그러나 나는 비록 해돋이를 못 본다 해도 어쩔 수 없지만, 산 대장 3명이 보지 못한다면 그 책임은 전적으로 나에게 있다.

아무리 다리가 아파도 목적지를 향해 쩔뚝거리며 걷는다. 지금서부터 30분 동안 걸어서 도착할 수 있다면 무리가 되어도 걸을 것이다. 만일 하산할 때 아파서 걸을 수 없다면 그때는 헬리콥터를 부를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젊은 산 대장들에게 인생의 선배답게 체통은 지켜야 하는데 오늘 그 체통이 무릎 때문에 무너지고 말았다. 그래서 나로 인해 해돋이를 못 본다면 말이 되겠는가? 걷다가 쓰러지는 한이 있어도 그들을 위해 힘을 내서 걸을 것이다.

죽을 각고로 힘을 내어 걷다 보니 드디어 천왕봉(天王峰)에 도착했다. 그때가 5시 40분이었다. 15분이라는 시간의 여유가 있었다. 필자는 기쁨의 숨을 후~^^하고 내쉰다.
그때 정상을 지키는 임과 눈이 마주쳤다. 임은 빙그레 웃으며 그럴 줄 알았다고 한다. 당신이 시간 맞춰 도착할 것이라고 자기는 믿고 있었다고 조용히 말한다. 아무리 생각해도 시간 내 도착했다는 것은 나로선 기적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신께서 도와주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해돋이를 보려고 수백 명이 기다리고 있는 천왕봉이다. 동쪽 하늘이 서서히 붉어지기 시작한다. 무릎은 아파도 화사한 미소와 함께 행복한 하루를 만들어 낼 것이다.

풋풋한 생동감이 넘쳐흐르는 천왕봉의 아침이다. 아침이란 말은 왠지 희망이 있고 싱그럽다. 지금 동쪽에서 떠오르는 해님과 함께 오늘이란 찬란한 문을 동료들과 함께 활짝 열리라!!
그래서 오늘은 신비로운 일출과 함께 시작하리라. 그럼, 일 년이 행복하고 평생이 행복에 싸여 있을 것이다.
필자의 가족과 이곳에 함께 있는 동료들을 위시해 그 가족 모두가 그렇게 되길 간절히 기도할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내가 아는 모든 분과 그 가정 그리고 이 글을 읽는 모든 분과 그 가정이 그렇게 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수평선을 뚫고 올라오기 시작한 해님은 서서히 동쪽 하늘이 붉어지면서 그 찬란한 장면을 연출하기 시작한다. 그것을 보고 있는 산객들은 여기저기서 감격의 감탄사가 터진다. 와~^^
서서히 떠오르는 해님을 보는 순간이다. 그 장면을 놓칠세라 눈을 잠시도 다른 곳으로 돌릴 수 없다. 해님은 누구를 위해서 매일 저렇게 떠오를까? 해님은 지구에 사는 너와 나를 위하고 생명체들을 위해 세상을 밝게 비춰주려고 매일 떠오르는 것이다.
이젠 해돋이를 보았으니 소원 풀이를 했다. 이렇게 높은 지리산 천왕봉(天王峰)까지 올라와 해돋이를 보았으니 말이다. 함께 온 동료들에게 감사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오늘 이곳에 와서 해돋이 보는 것을 주관한 장선덕 사진작가께 감사를 드리지 않을 수 없다.

해돋이를 감상하고 우리는 하산하기 시작했다. 천왕봉(天王峰)까지 올라와 해돋이를 본 것은 내 생애 가장 자랑스럽고 보람된 일이다.
소원은 이제 풀었지만, 무릎이 너무 아프다. 그래서 하산하는 것이 큰 문제다. 그런들 어찌하겠는가!! 산에 올라왔을 땐 모든 것이 자기 책임인 것을~^^
자기 스스로 알아서 판단해야 한다. 다른 사람의 도움도 필요하겠지만 잘못하면 도움을 주는 사람에게 더 큰 부담을 줄 수 있다.

아픈 다리를 이끌고 서서히 걷기 시작했다. 등산할 때보다 하산할 때 더 조심 해야 한다. 등산할 때처럼 앞에는 이재호 산 대장과 박원태 산 대장이 길을 안내해 주고 뒤에는 강인성 산 대장이 필자를 돕는다. 나로 인해 세 분의 산 대장이 즐거운 산행을 포기한 셈이다. 너무도 미안하고 부담이 간다. 이 은혜는 두고두고 갚아야 할 필자의 몫이다.

드디어 법계사까지 왔다. 올라올 때 보지 못하고 지나친 사찰이다. 이곳에 들려 많은 것을 보고 배워가야 한다. 법계사는 제6편에서 자세히 올리기로 하고 제5편에서는 법계사에 관한 글을 쓰지 않을 것이다.
아픈 다리를 달래며 걸으니 얼마나 고통스럽겠는가? 조금 가다가 이재호 산 대장이 칙칙이 파스를 뿌려 준다. 내가 아파 고통스럽게 걸으니 산 대장 셋이 얼마나 답답하고 불안하겠는가?
아파서인지 아무리 걸어도 끝이 없다. 여기는 나무가 빼곡히 우거져 헬리콥터도 부를 수 없다. 아무리 아파도 무조건 걸어야 한다.

한참을 걸었다. 기어코 필자는 아픔을 참지 못해 주저앉고 말았다. 이 일을 어찌해야 좋을까? 이재호 산 대장이 또 칙칙이 파스를 뿌리고 붕대를 감아 준다. 나에게 지극정성으로 대하는 성의가 너무도 고맙다.
아프기도 하지만 필자는 산 대장들 보기가 미안해 얼굴을 못 들겠다. 세분의 산 대장은 오늘 즐거워야 할 산행이 필자로 인해 즐거움을 망친 셈이다.

이재호 산 대장은 자기 배낭도 무거울 텐데 필자의 배낭까지 메고 간다. 300대 명산에 관한 글을 쓰기 위해 16년이란 긴 세월 동안 산을 다니며 죽을 고비도 몇 번 넘겼지만, 오늘 같은 현상은 처음이다. 거기다 나만 고통받는 것이 아니라 세 분의 산 대장까지 고통을 주었다. 또 기다리는 사진작가 두 분은 얼마나 걱정하고 있을까? 미안한 마음이 머리에 가득하다.

드디어 버스 정류장까지 왔다. 여기서 버스를 타고 가도 되는데 김종수 사진작가께서 국립공원 공단 측에 이야기해 차를 보냈다. 고맙게도 차를 타고 중산리 탐방센터까지 무사히 왔다. 이곳에 오니 장선덕 사진작가와 김종수 사진작가가 반가이 맞이해 준다. 이곳까지 태워 준 국립공원 공무원께도 감사드립니다.

지리산 천왕봉 제5편은 여기서 마무리한다. 세분의 산 대장 이재호, 박원태, 그리고 강인성과 두 분의 사진작가 장선덕, 김중수 이렇게 다섯 분께 고맙다는 말밖에 할 수 없다. 이 일은 평생 잊지 못할 고통 속의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으리라!! 오늘 본인 때문에 심적으로 받은 고통 너그러이 헤아려 주소서~^^
제6편은 법계사(法界寺)의 이야기를 소상히 적어 내려갈 것이다.

2023년 8월 25~26일

장계숙 2023-11-06 15:54	300대 명산을 정복하기 위해 16년간 산에 오르셨다니~ 정말 대단 하십니다. 힘든 여정을 기어코 의지로 이뤄내시니 존경스런 마음 뿐입니다. 산 사람들의 의리와 친절과 배려와 책임감... 인생 희노애락이 모두 담겨있습니다. 엄청 부럽기도 하지만 작가님 덕분에 이렇게 편히 글을 감상하며 멋진 해돋이를 함께 할 수 있음은 제가 복이 많아서 입니다. 피.땀.눈물의 소중한 글 감사히 배독했습니다. 늘 건강하시고 300대 명산 꼭 성공하시길 응원합니다. 수고많으셨습니다.

김상화 2023-11-10 21:00	고맙습니다. 장계숙 시인님!! 바쁘다 보니 답글이 늦었습니다. 올해가 300대 명산 기행 수필을 쓰기 한지가 16년이 되었네요 죽을 고비도 몇 번 넘겼지만, 산을 타는 것이 너무도 행복해서 이젠 주일이면 으레 산에 가는 것이 생활화되었습니다. 장계숙 시인님!! 시인님께서 저에게 댓글로 용기를 주시니 정말 힘이 납니다. 이제 26 곳만 더 가면 300대 명산은 끝이납니다. 내년 상반기에는 끝이 날 것 같네요. 시인님 감사합니다 늘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길 두 손 모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