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대한문인협회-수필

ㆍ작성자	김상화
ㆍ작성일	2022-08-16 2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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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마산 정상에 있는 임을 보니 그리도 좋은걸 (달마산 제2편)

달마산 정상에 있는 임을 보니 그리도 좋은걸
(달마산 제2편)

筆嶺/金相和

꽃은 아무리 아름다워도 계절이 지나면 시들지만, 인연의 향기는 한평생 잊히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누구와의 인연도 그러하겠지만 지금 함께 불볕더위와 싸우며 바위가 부서져 내린 험한 너덜 길을 걷고 암릉(岩陵)으로 인해 밧줄을 타고 오르내려야 하는 곳을 함께 걷고 고통을 나누는 임종구 아우가 있다. 필자와 임 아우는 고통스러움을 참고 견디며 걸을 때가 많이 있다. 그렇게 산 정상을 오르려고 악전고투(惡戰苦鬪)를 하는 것이다. 그러니 임 아우와의 인연은 어떠하겠는가? 아침에 풀잎에 내려앉은 이슬방울을 보라! 그들은 햇살을 받으면 보석보다 더 영롱한 빛을 토해낸다. 그래서 보석보다 더 향기롭고 아름답게 보인다. 이런 것이 우리들의 참다운 인연이 아닐까 싶다. 임종구 아우와 필자는 이렇게 비유하고 싶다.
*악전고투(惡戰苦鬪)= 매우 어려운 조건 속에서 힘을 다하여 고생스럽게 싸우거나 애쓴다는 뜻이다. 또는 죽을힘을 다하여 똑소리 나게 싸움하는 일반상식을 말한다.

나지막한 계단을 밟으며 올라가다 보니 정상을 거의 다 올라온 것 같다. 이른 아침이라 깔딱 고개를 걸어 올라왔지만, 몸에서 땀 한 방울 흐르지 않는다. 단 나무들이 토해낸 향기로운 내음만 기분을 상쾌하게 해줄 뿐이다.
출발한 지 1시간 10분 만에 정상에 도착했다. 안개가 살짝 깔려 시야를 가린다. 그래서 보고 싶었던 다도해와 해안을 끼고 겹겹이 뻗어 있는 산들의 아름다운 절경을 마음껏 볼 수가 없구나? 다만 흐릿하게 보일 뿐이다. 그리고 섬들과 바둑판같이 보이는 평야의 아름다움도 볼 수가 없다. 그런데 정상을 지키고 있는 그녀는 필자의 행동 하나하나를 지켜보고 있었나 보다. 자기를 먼저 보지 않고 멀리 있는 다도해의 경치만 보고 있으니 몹시 기분이 상한 것 같다. 그래서 필자를 보려 하지 않는다. 이곳에 온 목적은 임을 보러 왔는데 먼 산 바라기처럼 다도해만 바라보고 있으니 얼마나 기분이 상했을까? 필자는 그녀를 이해한다. 그래서 임의 곁으로 바싹 다가가 미안하다고 하며 달랬다. 임은 잠시 후 화가 풀렸는지 살짝 미소 지으며 잘 오셨다고 한다. 그제야 필자는 마음이 놓였다.

그 말을 들은 필자는 이렇게 어여쁜 당신을 두고 다른 곳을 먼저 본다는 것은 내가 잠시 돌은것 같다고 했다. 땅끝마을의 다도해를 중심으로 펼쳐진 아름다운 풍광이 안개 때문에 잘 볼 수 없어서 신경을 쓰다 보니 당신을 미처 생각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그녀는 그럴 줄 알았다고 하면서 눈을 예쁘게 흘긴다. 그녀와 필자는 오해를 말끔히 털어내고 대화를 이어갔다. 필자는 먼저 그녀에게 물었다. 당신은 다른 산의 정상을 지키는 연인보다 행복하냐고 물었다. 그녀는 이렇게 대답한다. 다른 산에 있는 여인의 실태는 가보지 못해 알 수 없지만, 대단히 만족하다고 한다. 그럴 것이 뒤는 다도해를 비롯한 찬란한 풍경이 펼쳐져 있고 앞은 당신이 다녀온 미황사가 있어 날마다 스님들의 두들기는 목탁 소리와 함께 불경을 읊는 소리를 들을 수 있어 행복하다고 한다. 그 소리를 들을 때마다 자기는 극락세계에 있는 것 같다고 한다.

그뿐만 아니라 또 행복한 것은 등산객들과 순례자들이 모여들어 자기와 기념사진을 찍자고 할 때가 가장 행복하다고 한다. 왜냐하면 사람 냄새가 무엇보다 좋고 대화하는 소리를 들으면 세상 돌아가는 소리를 이곳에 앉아서도 알 수 있어 좋다고 한다. 그녀의 입에서 이렇게 향기로운 말을 뱉어낼 때 얼마나 사랑스럽고 귀여웠겠는가? 그때 나도 모르게 그녀의 야들야들한 볼과 입술에 나의 입술을 슬그머니 갔다 댔다. 그녀의 얼굴은 하늘를 바라보듯 하면서 사르르 눈을 감는다.
그때 그녀에게서 풍기는 내음은 달마산을 몽땅 덮을 수 있을 정도로 향기롭다. 그녀의 볼과 입술의 감촉은 야들야들한 아기의 궁둥이와 비교된다. 이렇게 향기롭고 부드러운 감촉을 어느 산에서 느껴 보았던가? 하는 생각이 머리를 행복으로 이끈다. 그렇다. 그 달콤하고 향기로운 상상은 달마봉의 그녀에게서만 느낄 수 있는 최고의 감촉이다.

그녀와 원 없이 대화하고 입술도 슬그머니 물어보았다. 함께 기념사진도 찍었다. 이 기념사진은 두고두고 생각날 때마다 앨범에서 꺼내어 보리라.
그녀는 키는 적고 얼굴은 검지만 그런대로 예쁘다. 그녀의 앞자락엔 한글로 달마봉이라고 쓰여있고 밑에는 489m라고 쓰여있다.
임종구 아우와도 기념사진을 신나게 찍었다. 이젠 도솔암을 향해 걸으며 이산의 아름다운 모든 것을 감상할 것이다. 떠나기 전에 온 길을 뒤 돌아보았다. 산 아래는 아늑하게 숲속에 자리 잡은 미황사가 고풍스럽게 보인다. 뒤를 돌아서 보니 다도해에서 파도 소리가 들려오는 듯하다. 그러면서 바다의 짠 내음과 비린 내음이 한꺼번에 바람에 실려 오는 것만 같다.

달마산은 남도의 금강산이라 할 만큼 아름다운 산이다. 해남군 송지면, 북평면에 걸쳐 있는 산으로 높이가 해발 489m이다. 해남군 남단에 치우쳐 긴 암릉으로 솟아 있으며, 바위 능선에 억새와 상록수가 어우러진 모습이 인상적이다.
달마라는 이름은 달마대사에서 유래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지며, 달마산의 끝자락은 땅끝마을로 이어진다.
달마산에는 미황사, 도솔암 등 12개의 암자가 있고, 그중 해남 달마산 미황사 일원은 명승 제59호로 지정되어 있다. 미황사의 창건 설화는 신라 경덕왕 8년(749)에 인도에서 경전과 불상을 실은 돌배가 사자 포구에 닿았고, 검은 돌이 갈라지며 검은 소 한 마리가 나와 산골짜기에 이르러 쓰러졌고, 그 자리에 미황사를 세웠다는 이야기가 있다.
달마산 정상에서 북쪽으로는 두륜산이 있고, 동쪽으로는 완도가 보이며, 남쪽으로는 땅끝마을이 보이는 등 정상에서 바라보는 전경이 장관이다.

달마봉은 옛날에 이곳을 불썬봉이라고 했나 보다. 옆에는 돌탑도 있다. 불썬봉이란 교통수단으로 쓰였던 횃불로 위험을 알리는 봉화대를 말한다. 달마산은 해남군의 남단에 있으며 바위 능선이 발달한 산이다. 정상에서 바라만 보아도 기암괴석이 여기저기 솟아올라 아름다움을 자아낸다. 암릉은 달마산 정상을 거쳐 도솔봉까지 약 8km에 걸쳐있다. 과연 오늘 험한 암릉과 너덜 길을 필자가 해낼 수 있을는지 조금 걱정이 된다. 그러나 든든한 임 아우가 옆에 버티고 있는데 무엇이 그리도 걱정인가?

도솔암을 가려고 그녀와 만나자마자 헤어져야 한다. 어떤 말을 해야 섭섭하지 않을까 하고 한참을 망서렸다. 오늘 당신을 볼 수 있어 행복했다고 하면서 또 볼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했다. 가만히 필자의 말을 듣던 그녀는 헤어지기가 너무도 싫은 모양이다. 눈시울을 붉히며 당신을 볼 수 있어 잠시나마 행복했다고 하면서 잘 구경하고 안전 산행하라고 당부한다. 고맙다고 하면서 손을 흔들며 뒤돌아섰다.

바위 능선을 걸으며 다도해 쪽을 바라보았다. 10시가 약간 넘으니 안개가 사라지기 시작하면서 아름다움이 눈에 들어온다. 역시 상상을 초월할 만큼 신비롭다. 정상의 능선을 걸으며 보아도 전라남도의 금강산이라고 불릴 만큼 신비로운 산이다. 필자의 입에서 탄성이 터질 정도로 절경이다.
다도해는 바다와 섬이 보는 사람들에게 그 아름다움을 선물하는 느낌이다. 필자 역시 그 선물을 머리에 가득 담아간다. 다도해란 섬이 많은 해역으로서 우리나라의 남서해안에는 2,300여 개의 크고 작은 섬들이 흩어져 있다. 이들 섬은 후빙기 때 해안지역이 물속으로 가라앉으면서 형성되었다고 한다. 해안선이 아주 복잡한 것이 특징이다.
석류 알처럼 박힌 아기자기한 섬들이다. 그래서 푸른 하늘과 바다는 한 폭의 수채화를 바라보고 있다는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지금서부터 남릉이 시작되는 것 같다 걸으며 스릴도 있지만 과연 내가 감당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그러나 시작이 반이라고 했다. 아무리 어렵고 힘들다고 해도 나는 자신 있게 해낼 수 있다. 이정표를 보고 걷지만, 도무지 헷갈린다. 어느 곳을 가야 맞는지 알 수가 없다.
계단을 타고 내려갔다. 여기서도 또 헷갈려 갈피를 잡지 못하겠다. 도솔암으로 갈 수 있도록 길을 통일 하면 될 텐데 이유를 모르겠다. 여기서 도솔암까지는 4.92km이다. 이곳까지 오는데도 몇 번의 밧줄을 타고 올라왔다.
너무도 힘이 들어 주저앉고 싶은 심정이다. 너덜 길을 걷다 보면 밧줄을 타야 하고 또 암릉을 통과해야 한다. 이러한 길이 계속 끝도 없이 이어진다.

달마산 2편은 여기까지다. 3편은 아슬아슬하게 밧줄 타는 구간과 너덜 길과 싸우고 달래며 걸어야 하는 장면을 그려낼 것이다.

2022년 6월 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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