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대한문인협회-수필

ㆍ작성자	김상화
ㆍ작성일	2023-10-18 22:33

ㆍIP: 124.xxx.133

1) 꿈에 그리던 지리산 천왕봉을 가다.(지리산 천왕봉 제1편)

(지리산 천왕봉 제1편)

筆嶺/金相和

풍성하고 서늘한 가을이 그리운 모양이다. 여름 한나절의 작열(灼熱)한 뙤약볕도 머지않아 고개를 숙일 것이다. 아침저녁으로 시원한 바람이 살그머니 볼을 스치면 얼마나 시원할까? 그러면 그것이 가을이 오는 신호라 생각할 텐데~^^
아마도 머지않아 가을이 오는 소리가 들려오지 않겠는가?
필자는 가을이 오고 있는 계절을 맛보고 싶어 한나절엔 여름의 체벌(體罰)과 같은 따가운 볕을 받으며 걷기도 하고 때론 그늘에 앉아 마지막 매미 소리를 듣기도 한다. 저놈들이 울지 않으면 아마도 가을이 오는 것이 아닐까?
*작열(灼熱)= 불이 이글이글 뜨겁게 타오름을 말한다. 작열(灼熱)은 터질 작(灼) 터질 열(熱)로 이루어진 말로 포탄 등이 터져 퍼짐을 뜻한다.
*체벌(體罰)= 몸에 직접 고통을 주어 벌함

그것뿐이랴!! 여름 한나절의 뙤약볕을 못 이겨 시들시들해진 풀에서 풍기는 풀 내음을 맞으며 걸으면 아마도 젊은 날의 향수에 젖지 않을까 싶다. 이렇게 여름의 향기를 느낀다 해도 풍성한 가을이 좋다. 시골 동래 어구에 들어서자마자 피어있는 코스모스를 보아라!! 가냘픈 여인처럼 하늘하늘 흔들 때 얼마나 아름답던가? 또 그들이 바람에 향기를 날릴 때 그 향기는 얼마나 향기롭던가? 그뿐이랴, 열심히 꿀 따는 꿀벌들의 모습을 보아라!! 얼마나 보기 좋은가!! 그 소리는 가을이 오는 소리고, 가을의 향기를 바람에 날리는 소리가 아니던가!!
*어구= 어구는 순수한 우리말로 입구를 말한다. 마을의 어구에, 바다의 어구에 등 많이 사용한다.

여름과 가을이 공존하는 이때 꼭 가보고 싶은 산이 있다. 그 산이야말로 산을 좋아하는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꼭 가보고 싶은 동경의 산이다. 필자는 입버릇처럼 꿈에 그리던 산이라 했다. 이름하여 그 산은 지리산 천왕봉이다. 얼마나 가보고 싶은 산이면 그러한 생각이 입버릇처럼 나올까? 그렇다. 무척 가보고 싶은 산이다.
늘 머릿속에 맴돌던 산이었는데 해피 산악회 본부장이며 일류 사진작가인 장선덕 작가께서 갑자기 전화가 왔다. 무슨 이유로 전화했을까? 아마도 좋은 일이 있는 모양이라 생각하고 전화를 받았다.
그런데 이게 웬일일까? 지리산을 가자는 향기로운 소리다. 마침 산장(대피소)에 9명의 자리가 남아 있어 숙박할 수 있다고 말한다. 오늘 예약해야 가능하지, 오늘 넘기면 예약 못 할 수도 있다고 한다. 그 말이 떨어지자마자 냉큼 가겠다고 하면서 예약하자고 했다. 얼마나 가보고 싶었던 지리산 천왕봉이었던가? 장 작가의 말 한마디에 발동이 걸리고 말았다.

막상 그곳을 가려고 하니 젊은 나이라면 아무것도 걱정할 일이 없을 텐데 한편으론 걱정된다. 과연 내가 해낼 수 있을까? 아니다. 걱정을 왜 하는가? 꼭 가야 할 산이라면 아무리 힘들고 고통이 따른다 해도 가야 한다. 또 늘 나를 지켜주시는 든든한 하느님이 계시지 않는가? 그런데 무엇을 걱정하는가~^^
누구는 80이 넘은 나이에 그곳을 어떻게 가겠느냐고 하겠지만, 나는 가야만 한다. 아직 젊은 사람 못지않게 내 몸을 조절하는 심장이 가슴에 매달려 뛰고 있지 않은가?
그곳에 가야 한다는 집념과 펄펄 뛰는 심장을 앞세우고 갈 것이다. 필자는 그곳의 장엄한 풍경을 보고 수필을 써야 한다는 일념 하나로 버텨온 것이 아니던가!! 필자가 원하는 그곳을 장 사진작가가 가자고 하는데 어찌 가지 않겠는가? 그 순간 나는 천군만마(千軍萬馬)를 얻은 기분이었다. 그곳을 가다 힘들어 죽는 한이 있다고 해도 갈 것이다.
*천군만마(千軍萬馬)= 싸울 때 아주 많은 수의 군사와 군마를 말함.

언제 간다고 하였던가. 8월 25일과 26일이라고 한다. 며칠이라는 날짜를 기다리는데 어찌 그리도 지루할까?
드디어 24일 밤이다. 내일 새벽 6시면 대망(待望)의 지리산을 향해 출발할 것이다. 잠을 자려고 해도 잠이 오지 않는다. 엎치락뒤치락하다 잠이 든 것 같다. 그래서 약 4시간 반 정도 잠을 잔 듯싶다. 4시 반에 잠이 깨어 출발할 준비를 했다. 시간이 되었다.
꿈과 희망 그리고 사랑을 가슴에 가득 담고 출발지인 석촌역으로 가는 전철을 탔다. 석촌역에 내려 두리번거릴 때 누가 혹시 지리산 가시는 분이냐고 묻는다. 네 그렇다고 말하니 장선덕 작가께서 가자고 해서 온 김종수 사진작가라고 한다. 처음 보는 분이지만 그리 반가울 수 없다.
*대망(待望)= 기다리고 바램

김종수 작가와 조금 기다리니 장선덕 작가가 차를 몰고 온다. 차는 이틀간 25만 원 주고 대여(Rental)했다고 한다.
잠시 후 박원태 산 대장이 도착한다. 모처럼 만나니 이렇게 반가울 수 없다. 시간이 조금 지나니 이재호 산 대장이 강인성 산 대장과 함께 도착한다. 모두 도착했다 오늘 지리산은 총 6명이 출발한다. 일류 사진작가 두 분과 최고의 산 대장 세분 그리고 필자이다. 필자는 벌써 마음이 뿌듯하다. 젊은 산 대장 세분이 동행하고 있으니, 이보다 더 든든할 수 없다.
목적지를 향해 차는 출발한다. 이른 아침이라서 고속도로를 달리는 차들이 몇 대 없다. 신나게 달리기 시작한다. 운전석 뒤에 앉아있는 필자도 은근히 신바람 난다. 날씨는 해님이 살짝이 웃으며 떠오르고 차는 거리낌 없어 달릴 수 있으니 더 바랄 나위 없다.

달리는 차는 중산리 탐방 센터에 11시 20분에 도착했다. 지리산 국립공원 주차장에 차를 주차하고 편의점에서 점심때 먹을 것을 구매한 후 산에 올라가기 시작했다. 버스를 타고 30분 정도 올라갈 수 있었지만, 처음부터 걷기로 했다.
올라가면서 느낀 지리산은 역시 명산다웠다.
고즈넉한 오솔길의 왼쪽엔 개울에서 천년의 전설을 실은 물이 살랑살랑 흐른다. 물과 함께 흐르는 전설은 가는 곳마다 바위와 반갑다고 스킨쉽 하고 간다. 그러면서 물은 바위를 보고 잘 있으라 인사하며 자기가 갈 길을 간다.
바위와 스킨쉽 한 물은 얼마나 행복했을까? 말 한마디 없이 묵묵히 북을 두드리며 흐른다. 그 북소리는 하나의 멋진 자연의 소리가 아니던가? 이런 것이 자연이 우리에게 주는 향기로운 교훈이 아닐까요. 그래서 사람은 태어나서 자연으로부터 배우며 살아가는 것이 아닐지 싶다.

우리는 오늘 지리산이라는 대한민국에서 최고의 명산을 걷고 있다. 지리산은 블랙야크(BLACKYAK)에서 우리나라 100대 명산으로 선정한 산이다. 아마도 100대 명산으로 선정한 산중 최고의 명산이 아닐지 모른다. 과연 이산은 얼마나 아름다운 산일까? 블랙야크(BLACKYAK)에서 100대 명산으로 선정한 산은 역사도 있고 경치가 뛰어날 정도로 아름다움을 고려해 선정했을 것이다. 오늘, 이 산에 올라가면서 그 진수를 느껴 보고 싶다.

나는 무엇 때문에 이렇게 기분이 좋을까? 나도 최고의 명산을 드디어 왔다는 기쁨 때문일 것이다. 자연의 소리는 끊이지 않고 향기롭게 들려 오고, 신선한 공기는 마음 놓고 마실 수 있어 행복하다. 또 땀을 흘리며 걸으면 몸속에 있는 노폐물이 배출되어 몸이 좋아진다는 느낌은 얼마나 감사한지 모른다. 이 험한 산을 동료들과 함께 오순도순 대화하며 걸을 수 있다는 것은 아마도, 하늘이 내려 준 복이 아닐까? 그중 으뜸은 힘들 때 서로 위로하고 칭찬하는 동료들의 대화 소리가 아닐지 싶다.
걷다 보니 대자연의 경이로운 풍경에 압도되기도 한다. 물론 신이 빚은 자연이지만 어쩜 이렇게 완벽하게 빚어냈을까? 하고 감탄할 때도 한두 번이 아니다.

올라가는 곳마다 물소리가 들려 오고 새소리도 들려 온다. 가끔 매미 소리도 들린다. 바람이 나뭇잎을 살짝 스치고 지나갈 때면 나뭇잎은 좋아서 사뿐사뿐 춤을 춘다. 자연의 신비로운 광경을 감상하며 등산할 때는 나도 모르게 가끔 무아지경(無我之境)으로 빠지기도 한다.
이러한 것들은 등산이 필자에게 주는 최고의 선물이 아닐지 싶다. 오늘 등산하는 지리산을 최고의 명산으로 승화시킬 수 있을까? 익히 최고의 명산이지만, 필자는 수필로 더욱 빛나게 장식해 승화시키고 싶다.
*무아지경(無我之境)= 정신이 한곳에 온통 쏠려 스스로를 잊고 있는 경지를 가리키는 표현을 말함.

지리산 천왕봉 제1편은 여기서 마무리한다. 제2편에서는 등산하며 대자연의 아름다운 광경을 빠짐없이 기록하며 걸을 것이다.

2023년 8월 25~26일

2) 환상적인 지리산의 풍경은 놀랍게도 끝이 없다. (지리산 천왕봉 제2편)

오대산 정성을 지키는 임은 자연미가 흐른다. (오대산 제2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