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대한문인협회-수필

ㆍ작성자	김상화
ㆍ작성일	2022-11-15 08:58

ㆍIP: 211.xxx.15

오대산 정성을 지키는 임은 자연미가 흐른다. (오대산 제2편)

오대산 정성을 지키는 임은 자연미가 흐른다.
(오대산 제2편)

筆嶺/金相和

우리 일행이 추울까 봐 따사로운 햇살은 오대산 중턱에 자리 잡고 있는 적멸보궁(寂滅寶宮) 뜰 안까지 사랑을 퍼부어 댄다. 적멸보궁(寂滅寶宮)이란 처음 들어 보는 불교의 용어라서 필자는 호기심이 발동했다. 그래서 건물 등 이곳저곳을 살펴보고 있을 때다. 그때 우리에게도 사랑의 따사로운 햇살을 보내준다. 신께서는 우리에게도 이렇게 사랑을 주시니 우리를 극진히 사랑함이 틀림없다. 마음속으로나마 고맙다는 인사를 드리고 싶다.
적멸보궁(寂滅寶宮)은 불상을 모시지 않는다고 한다. 적멸보궁(寂滅寶宮)의 적멸(寂滅)은 번뇌의 불꽃이 꺼져 고요한 상태 즉 열반의 경지에 이름을 말하고, 보궁(寶宮)은 보배스러운 궁전을 의미하므로 적멸보궁(寂滅寶宮)이란 곧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모시는 궁전이라는 뜻이다.
부처님의 진신사리가 모셔져 있어 법당 안에는 따로 불상을 조성하지 않고 불단만 설치하는 것이 특징이다.

적멸보궁(寂滅寶宮)을 구경하고 정상을 향해 출발했다. 여기서 정상 비로봉까지는 이정표에 1.5km라고 쓰여있다. 그런데 정상까지 가는 길은 깔딱고개이며 매우 험하다고 한다.
아무리 험하고 힘들다고 해도 정사까지 올라가야 한다. 땀을 흘리며 오솔길을 걸으니 그리움이 찾아온다. 걷기도 힘들어서 달랠 길 없는데 너까지 찾아오면 어떻게 하란 말이냐? 그러나 어찌하겠는가!! 너를 다랠 수밖에~^^
그리움을 달래며 걸어가면서 앙상한 산자락을 바라보았다. 바라본 산자락은 원시림이 곳곳에 버티고 있다. 그들은 참나무 소나무들과 어울려 겨울 준비를 하느라 가지만 앙상하게 보인다. 다행히 파란 솔잎이 분위기를 맞춰준다. 그래서 가을을 즐기는 모습이 보기 좋다.
송광 선생을 비롯해 네 사람은 먼저 올라갔고 박재영 대표와 필자는 둘이서 나뭇잎이 쌓인 깔딱고개의 오솔길을 걷는다. 낙엽을 밟으며 걸으니 늦가을의 정취가 물씬 풍긴다.

오늘 함께한 여섯 명의 동지들이 얼마나 든든하고 좋은지 이러한 생각을 해본다. 세상에서 가장 값진 것은 사랑을 나눌 줄 알고 베풀 줄 아는 넉넉한 마음이라고 했다. 우리는 지금 산행하며 서로 돕고 도와주며 사랑을 베풀고 있다. 혼자 걷는 길에는 예쁘게도 그리움이 따라다니고, 둘이 걷는 길에는 어여쁜 사랑이 있다고 했다. 그렇다. 필자가 혼자 걸을 때 그리움이 쏟아져 한참을 멍하니 먼 산 바래기가 된 적이 있다. 이것이 그리움이었나 보다. 박재영 대표와 둘이서 오순도순 이야기꽃을 피우며 걸었을 때 마음이 행복하고 즐거웠다. 이것이 사랑이었나 보다. 세 사람 이상 걷는 길에는 따뜻한 우정이 있고, 힘이 생긴다고 했다. 우리가 모여 함께 걸을 땐 근심 걱정까지 사라졌다. 왜냐하면 대화 속엔 사랑이 있고 즐거움이 있기 때문이다. 그로 인해 미소도 짓고 때로는 함박웃음도 터트린다. 그러니 행복할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가을이 깊어지면서 낙엽이 바람에 뒹구는 것을 세월이라 했던가!! 이렇게 좋은 가을을 오래도록 잡아놓을 수 없을까? 가는 세월을 어떻게 막겠는가? 그냥 둘 수밖에 없다. 그렇다. 아무리 아름답고 좋은 가을이 떠난다고 해도 슬퍼해선 안 된다.
필자는 세월이란 신께서 만든 작품 중 최고의 작품으로 만들었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보다 더 섬세하고 멋진 작품은 없을 것이다. 신께서 이렇게 공들여 빚어낸 작품을 누가 감히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불평하겠는가? 우리 인간은 아름다운 가을이 떠난다고 발버둥 친들 아무 소용 없다. 신은 우리 인간에게 가을을 살짝 맛보이면서 이렇게 좋은 계절도 있다는 것을 알려주려는 것이 아닐까 싶다. 그러니 원망도 하지 말자. 세월이 흐르는 대로 한 점 부끄러움 없이 열심히 살다 가면 된다.
우리는 오늘 열심히 살기 위해 1,563m나 되는 오대산이란 높은 산에 올라간다. 거기서 삶을 이야기하며 좋은 일만 하고 살겠다고 세상을 향해 외쳐보자.

비로봉까지 0.4km 남았다. 젊은 사람들은 사뿐사뿐 다람쥐처럼 뛰어다닐 수 있는 산인데, 필자는 너무도 힘들어 숨을 헐떡이며 올라간다. 그래도 왜 이리 즐거울까? 올라갈수록 찬바람이 얼굴을 스치며 춥냐고 묻는다. 냉큼 대답했다. 춥지 않다고~^^
정상을 불과 100m 정도까지 올라왔는데 선두로 올라간 송광 선생을 비롯해 네 명의 회원은 벌써 하산한다. 다시 올라가서 기념사진을 찍자고 사정했건만 바람도 불고 추워서 내려가야 한다고 거절한다. 잠시 섭섭한 마음이 들었다. 필자는 단지 오늘 함께 산행하러 온 여섯 명의 흔적을 사진에 남기고 싶었을 뿐이다. 그런데 왜 내가 섭섭해할까? 기념사진 한번 찍지 않으면 될 일을 섭섭할 것 하나도 없다. 추운데 잘 내려간 것이다. 혹여 다시 올라가서 감기라도 걸린다면 어떻게 하겠는가? 그 원망은 고스란히 필자에게 돌아올 것이다.

정상에 발을 디디는 순간 저만치서 임이 바라보고 있다. 그녀를 보는 순간 피로했던 몸이 사르르 녹아내린다. 필자는 단숨에 그녀가 있는 곳으로 달려갔다. 그녀는 내가 오는 것을 보고 향기로운 미소를 보낸다. 임은 빼어난 미인은 아니지만, 자연미가 졸졸 흘러 그런대로 예쁘다. 다짜고짜 필자는 당신이 얼마나 보고 싶었는지 모른다고 했다. 당신이 보고 싶어 몇 번이나 이곳을 오려다가 핑곗거리가 생겨 오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래서 포기 상태였는데 이렇게 올 수 있었다는 것은 신께서 당신을 꼭 보아야 한다는 뜻인 것 같다. 신께서 당신을 가서 보고 오라는 마음의 계시도 있었지만, 얼마나 당신이 보고 싶었으면 아직 대상포진이 다 낫기도 전에 왔겠는가!! 여보, 내가 잘 왔지요 하면서 꼭 끌어안고 뽀뽀했다. 짜릿한 전율이 온몸에 흐른다. 감당하지 못할 만큼 행복이 쏟아진다. 이러한 행복이 영원했으면 얼마나 좋을까?

이렇게 향기로운 감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녀도 역시 필자를 많이 기다렸다는 듯 필자를 바라보며 수줍음을 감추지 못한다. 서로 이야기를 주고받으니 서먹서먹했던 감정이 어디론지 사라진다. 한참 동안 그녀와 대화하다 그녀가 있는 주위를 보니 큼직큼직한 바윗덩어리를 울퉁불퉁하게 쌓아놓은 위에 그녀를 모셔놓았다. 오대산이란 국립공원에서 간택한 그녀를 어찌 돌 뭉치가 위험하도록 쌓인 곳에 모셨을까? 필자는 은근히 화가 났다. 그러나 화를 낸다는 것도 부질없는 일이다. 그녀에게 귓속말로 살짝이 물어보았다. 이렇게 당신을 천해 보이도록 마구 쌓아놓은 돌덩어리 위에 있으면 화가 나지 않느냐고 ~^^

그녀와 흉금 없는 대화도 이 시간이 지나면 하고 싶어도 못 한다. 이곳에 또 와서 그녀를 만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녀의 매무새를 보았다. 걸쳐 입은 옷엔 왼쪽엔 적은 글씨로 오대산이라 써 놓고 한가운데는 큰 글씨로 비로봉이라 써 놓았다. 그리고 밑에는 이 산의 높이를 1,563m라고 써놓았다.
그녀와 헤어지기 전에 기념사진을 찍었다. 사진을 찍고 하산하기 전에 정상의 조망을 살펴보았다. 역시 오대산이란 이름값을 하고도 남는다. 동서남북이 확 트인 정상에서 바라본 풍경은 오묘하다. 비록 잎이 떨어져 앙상하게 보이는 나무라 할지라도 위풍당당한 기세다. 오색 찬란하게 입고 있던 옷을 훌러덩 벗어젖힌 나체로 바람이 부는 대로 하늘하늘 나신의 몸으로 춤을 춘다. 이 산의 건너편에는 산들은 쭉쭉 뻗어 내린 산자락과 계곡만 바라보아도 얼마나 멋이 배어 있는지 천하를 얻은 기분이다.

사방을 조망하고 하산하려 할 때 그녀와 헤어지기가 너무도 속이 상했다. 평생 처음 만난 그녀와 정이 들기도 전에 헤어진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아려온다. 그녀를 이곳에 두고 간다고 생각하니 얼마나 섭섭하겠는가?
그러나 어찌하겠는가!! 아무리 섭섭해도 헤어져야 할 수밖에 없다.
잘 계시라는 말 한마디 남기고 뒤돌아섰다. 그녀도 어찌할 수 없는지 조심해서 잘 가라고 한 마디 던진다. 이렇게 헤어지고 박재영 대표와 하산하기 시작했다.
오대산 제2편은 여기서 마무리한다. 제3편은 하산하는 장면과 상원사에 관한 이야기를 그려낼 것이다.

2022년 11월 5일

1) 꿈에 그리던 지리산 천왕봉을 가다.(지리산 천왕봉 제1편)

그리도 가고 싶었던 오대산(五臺山)을 가다 (오대산 제1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