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대한문인협회-수필

ㆍ작성자	김경렬
ㆍ작성일	2016-05-19 23:30

ㆍIP: 61.xxx.81

돈만 세는 남자
돈만 세는 남자
김 경 렬
근래 드문 더위로 숨이 턱턱 막히는 여름이다. 날씨마저 가물어 아침부터 더위가 기승을 부렸다. 병원 상담실을 들어서자 방안에 갇혀있던 열기가 후끈했다. 조무 원 아가씨가 집이 멀어 항상 출근이 나보다 늦다. 창문을 열고 선풍기를 돌리며 환기를 시키고 있는데. 간호부의 수 선생이 협조 전을 들고 들어왔다.
“실장님! 제발 이환자를 퇴원 하도록 도와 주셔요.”
“무슨 일 있어요?”
“말도 마세요, 병실 환자들이 못살겠다고 난리예요. 직접 만나 보시면 금방 이해하실 거예요”
병동에 들려서 환자에 대한 근황을 메모한 뒤 수첩을 챙겨들고 병실을 방문했다. 병실에 유달리 커텐을 빙 둘러친 베드가 하나 있었다. 그 환자가 거기에 누워있었다. 인사를 건네고 커텐을 젖히려 하자 주위 베드에서 손 사레를 쳤다. 본인도 그냥 두라고 했다. 환자는 퇴원을 거부한 체 장막을 치고 간병인도 없이 혼자서 외롭게 지내고 있었다. 병원배식도 중단하고 매 끼니마다 전화로 외부음식을 반입해서 해결하고 있다고 했다. 특히 자장면을 좋아해서 매일 한번은 반입해서 먹고 있는데, 냄새 때문에 병실 환우들이 자기를 싫어한다고 했다. 이유를 물으니 병원음식은 싱겁고 맛이 없어서 좋아하는 음식을 시켜먹는 것 뿐 이라고 한다.
환자는 일주일전 계속되는 설사 증세로 입원을 하였다. 검사결과 별다른 이상이 없으나, 장이 약해서 오는 습관성 설사증세였으므로 기름기 음식을 피하고 약물 치료 중이었다. 부인이 점심때 한 번씩 들려서 식사를 같이 한다고 했다. 대화 도중에 어디가 불편했던지 몸을 움직이며 이불을 풀썩 거렸다. 순간 이불속에 갇혀있던 악취가 몰려나와 코를 찔렀다, 깜짝 놀랐다. 메탄가스 수준 이었다. 그러나 의연하게, 이게 무슨 냄새냐고 물었다. 기름 끼 있는 음식을 먹었더니 설사가 심해졌다는 것이었다. 급히 봉사자를 불렀다. 시트를 걷어내고 소독을 해야 했다. 환자는 집사람이 올 때 까지 기다리겠다고 한사코 거부했다. 그러나 같은 병실에 있는 환자들을 생각해서 빠른 해결이 우선이었다.
환자가 샤워실로 나간 뒤 병실 창문을 열고 환기를 시키며 베드를 소독하고 시트와 이불을 교환하고서야 악취 소동이 진정 되었다. 이 환자를 보고, 같은 병실 식구들은 외계인 이라고 했다. 환자가 샤워 실에 가고 없는 틈을 타서 이구동성 한마디씩 했다. '정신이 이상해요' ' 멀쩡한 사람이 매일 똥을 싸요' '종일 돈만 세고 있어요' '냄새 난다고 구박하면 커텐을 치고 이불속에 냄새를 가두고 꼼짝을 않해요, 그래서 이불만 건드리면 그때마다 독가스가 나와서 미치겠어요' '우리는 똥내와 자장면 냄새 때문에 돌 것 같아요' 환자가 샤워를 끝내고 기분이 좋은 얼굴로 들어 왔다. 베드에 걸터앉아 가방을 열더니 지폐다발을 꺼내 하나둘 세고 있었다. 그러더니 또 반복 하는 게 아닌가? 환자가 자리를 비운 사이 그 자리에 있었던 이유로 자리를 뜰 수가 없었다. 해서 더 이상 대화를 지속 할 수 없었다.
점심시간에 부인과 면담을 시작했다. 20년 아래의 젊은 부인은 간병도 하지 않고 바빠서 가야한다며 서둘렀다. 남편은 집보다 병원이 좋아서 퇴원을 하지 않는 것이라고 했다. 간병인도 믿을 수 없다고 거부하고 저렇게 밤낮 돈 가방을 끼고 산다고 했다. 똥을 싸면서도 베드를 떠나지 못하고 소변은 소변 통에 받아 놓는단다. 음식도 병원에서 삼가 하라는 기름진 음식을 너무 좋아해 말릴 수 도 없다고 했다. 간병인 대신 부인이 한 번씩 와서 시트와 환자복을 갈아 주는 정도였다. 기가 막혔다. 가족이 아니라 방관자였다. 환자가 불쌍한 마음이 들었다. 간호부에서는 퇴원을 하도록 도와 달라고 하였으나, 환자를 적극적으로 도와주어야 하겠다는 생각으로 바뀌었다. 우선 환자의 불안감을 완화시키려면 타인과 격리되는 1인실이 좋을 것 같다고 권유했다. 순간 부인의 눈이 반짝이는 것이었다. 부인도 병원 있기를 바라는 눈치였다.
다음 날 환자는 1인실 병동으로 이사를 했다. 간호부와 협의하여 근본적인 치료를 하기위해 정신과에 상담을 의뢰하는 것으로 마무리 했다. 환자는 돈에 대한 집착과 타인에 대한 불신의 벽이 거의 병적이었다. 내면에 깊은 사연이 있는 것 같았으나 부인은 재혼한 남편에 대해 아는 것이 전혀 없어서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했다. 다만 남편의 부를 누리는 이기적인 젊은 여인으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병원에는 별스런 환자가 종종 있지만 이정도의 별난 환자는 처음이었다. 며칠 후 정신과에서 연락이 왔다. 심리검사 결과 편집증으로 나타났다. 약물 치료를 하면 정서가 안정되면서 완화 되리라 본다고 하였다. 부디 속히 쾌유되기를 기원하는 마음이다. 마음이 불편하거나 불안할때, 자기조절이 않될때, 그외 스트레스 관리를 위해서 정신과의 도움을 받아야하는 현대병이 부지기수다. 편협 된 판단으로 정신과를 기피하는 한국인의 정서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재확인하는 사례였다.

백낙은 2016-05-20 09:35	김경렬 작가님. 병원 상담실에 근무하셔서 여러가지 형태의 환자들을 접하셨군요. 역시 그러한 경험들이 인생의 폭을 결정하는가 봅니다. 많은 현대문명 병들이 있다고 하지만 돈만 세는 편집증은 처음 들어 봅니다. 그 환자로서는 얼마나 마음 흐뭇한 일이었을까요. 적어도 돈을 세고 있는 동안에는 근심걱정 없는 천국이었을 것 같네요. ㅎㅎㅎ 작가님을 통해 많은 간접 경험을 하니 기쁘고 즐겁습니다. 오늘은 집사람 눈 수술 하는 날이라 나가 봐야 겠네요. 주님 안에서 늘 행복한 나날 되시길 빕니다. .

김경렬 2016-05-20 15:56	지인중에 백내장 수술을 한두번씩 하는걸 보았습니다. 수술 잘 받으시고 완쾌 하시기를 기도 합니다. 내외분이 함께 하시니 더 신경 쓰이시겠습니다. 핑게 김에 푹 쉬시고 재 충전 하시는 시간이 되시기 바랍니다.

정찬열

2016-05-22 17:47

김경렬작가님!
병원시세를 많이지는 저에게도
그런 사람도 있어꾸나하고 웃음이 나오네요
아무래도 현대병이 가져다준 정신과 신세를
면치못할 환자일것만 같아요
늘 염려해주신 덗분으로 제막네딸아이
결혼식 보름전부터 통원치료도 거르고
병원에서 타온 약으로 환상통에 적응하고 있습니다.
항상 감사합니다.누님가작가 님!

늘 건안 하시고 행복한 한주 되시기를
기원 드립니다. ^^


김경렬	누님이라 하시니 황송해서 몸둘바를 모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따님을 잘 에우신것 같아 다행입니다. 서운하시지요? 효심 가득한 따님들 든든한 아들 같은 사위 좋으시겠습니다. 약물 치료만 하신다니 다행이라 생각 합니다 몸 조심 하시고 늘 즐거운 나날 되시기 바랍니다.	5/22 23:06

김종근

2016-05-26 09:43

김경렬 작가님 안녕하세요.
병원 일을 하시는군요. 그곳도 사람이 사는곳이니
별 사람들이 다 있군요. 병원엘 잘 가보지 않아서
그 곳의 일들은 생소합니다. 병원에 갇혀 산다는 것은
생각해 보질 않아서 좀 무섭게 다가 오는군요.
어쩌다 검진을 받으러 가는것도 스트레스를 많이
받지요. 아프지 않게 사전에 관리를 잘 해야겠지요.
항상 건강 관리 열심히 하세요.


김경렬	김종근 작가님! 21년전 이야기랍니다. 건강 하셔서 복받은 삶을 살고 계신것 감사할 일이지요. 부럽습니다. 가을이 걱정되는 주말 농부님! 늘 즐겁고 행복 하시기 바랍니다.	5/26 22:01

이석희

2016-09-01 07:26

김경렬 작가님!
글을 읽으니 그 정경이 그려집니다.
사실 우리가 몰라서 그럴 뿐이지
우리 모두는 환자 아니면 예비 환자랍니다. ㅎㅎㅎㅎ
이렇게 생각하면
조금의 위안은 될거예요.
좋은 날 되세요.


김경렬	불꺼진 창에 찾아주시고 고운 흔적 남기신 이석희 작가님 감사합니다. 선선한 날씨 감기 조심 하시고 건안건필 하시기 바랍니다.	9/1 18:41

늦 둥이

( 5 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