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대한문인협회-수필

ㆍ작성자	김경렬
ㆍ작성일	2016-03-08 21:59

ㆍIP: 61.xxx.81

( 9 부 )
( 9부 )
일상으로 돌아와 정신없이 바쁜 나날이 계속 되었다. 아들 민식이 담임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어머니! 민식이가 중학교 수학 평가에서 전교 일등을 했습니다. 서울 대학은 문제가 없을 것 같습니다.”
S는 깜짝 놀랐다. 반에서 상위권에는 들어 있었지만, 강남 아이들은 워낙 열심히 하기 때문에 좀처럼 반에서 순위가 올라가질 않아서 안타까워했었다. 그랬기에 더 기뻤다. S는 아들을 8학군에 입학시키기 위해 일 년 동안 강남의 작은 아파트로 이사를 하고 짐도 풀지 못한 체, 일 년 동안을 좁은 집에서 불편하게 살았다. 민식이 단대 부중에 입학을 했다. 그리고 그 해 S는 과천 공무원아파트 입주가 시작되어 이사를 했었다. 퇴근 후 S는 남편에게 민식이 이야기를 했다, 과외를 한 보람이 있다고 좋아 하면서도, 학교에 찾아가는 것은 반대 하였다. S는 서점에서 시집을 한권 샀다. 약간의 금일봉을 책갈피에 꽂아 넣었다. 선생님은 순진하고 착했다. 다음부터는 바쁘신데 찾아 오시지 말라고 당부하였다. 이튿날 담임선생님은, 민식을 조용히 불러 앉히고, ‘어머니께서는 너희들을 위해 고생 하시는 것이니, 동생도 잘 돌보고 더 열심히 공부하라’ 는 격려를 해주셨다. S는 그런 담임선생님이 고마웠다. 그 후 민식은 강남에서 고등학교도 무사히 입학을 하였다. 과천에서 강남으로 버스를 두 번씩 갈아타며 민식은 성실히 학교를 잘 다녔다.
S는 민식이가 고3 이 되면서 드디어 강남 치마 바람을 실감하게 되었다. 상위권 열 명의 자모회가 결성 되었다며 참석해 달라는 전화가 왔다. 퇴근을 앞당겨 참석했다. 관례라면서 매월10만원씩 회비를 내라고 했다. 선생님께는 매달 오 십 만원을 지원해 드리고 나머지로 월1회 선생님 모시고 회식을 한 후 차를 마시며 아이들 성적도 논하고 대학입시를 위해 정보 교환을 하는 모임이라고 하였다. 그 중에는 민식의 친구가 세 명이 들어 있었다. 자모들은 아이들이 친한 쪽으로 돈독해 지기 시작 하였다. S는 회사일이 바빠서 회비만 보내주고 참석을 자주하지 못했다. 그해는 고3 성적 중에서도 2학기 점수의 비중이 대학 입학의 잣대가 되었다.
당시 학부모들은 자녀를 강남 8학군으로 입학 시키는 것 이 로망 이었다. 강남의 자모들은 역시, 소문대로 자녀 교육에 목숨을 걸다시피 열열 함을 보였다. 반에서 성적 상위 그릅은 있는 집 자녀들이 대부분 이었다. S는 따라가기도 버겁다는 생각을 종종 했다.
당시, 정부에서는 러시아와 수교를 맺었다고 연일 방송에서 떠들고 있었다. 물꼬를 튼 러시아에 대한 관심이 대학 입시에도 상당한 영향을 주었다. 그해 러시아어학과는 폭팔적인 인기로 입시예정자가 집중되었다. 전무후무한 경쟁률이었다. 민식은 낮추어서 안정적이란 판단에서 러시아어학과에 원서를 제출하였지만 낙방의 고배를 마시게 되었다. S의 남편은 불같이 화를 내며 아들을 몰아쳤다. S는 남편의 불같은 돌풍에 아들이 상처를 입을까봐 눈치를 보며 노심초사 하였다. 퇴근하는 남편은 매일 술에 절어서 들어왔다. 사는 낙이 없다는 둥, 복장이 터진다는 둥, 애꿎은 아내만 들들 볶았다. S는 남편의 ‘하늘같은 자존심’ 에 금이 갔기 때문이란 것을 이해하지만 당사자인 아들의 마음을 헤아리지 않는 그가 야속하기만 했다. 그때마다 S는 아들에게 불똥이 튈까봐 전전긍긍 하며 비위를 맞춰 남편을 잠재우곤 하였다. S는 며칠사이에 얼굴은 반쪽이 되었다.
S는 민식의 담임선생님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민식이를 학원 소수정예 반에 보내자는 것이었다. 담임선생님은, 녀석이 연 고대를 갈 실력인데 과 선택을 잘못 한 것이라면서 2차 모집 대학에 보내기는 억울하다고 하였다. 일 년 만 밀어 주시면 성적이 좋았던 녀석이라 좋은 결과가 있으리라고 장담을 하셨다. 집에 돌아와 S는 남편과 상의를 했다. 한 번만 밀어주라고 승낙을 해주었다. 소수정예 반 학원비는 S의 월급에 절반을 차지했다. 민식은 그동안 재도전의 꿈을 안고 성실하게 학원을 다니면서 주말이면 동네 독서실에서 열심히 공부를 했다.
입시가 점점 다가오면서 원하는 성적이 나오지 않자 민식은 초조해 지기 시작 하였다. S의 눈에도 아들이 의기소침해 하는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S는 학원이 쉬는 일요일에 단둘이 밖에서 저녁식사를 하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많이 나누었다. 성적에 연연 하지마라고 위로하며, 이번 입시는 낮추어서 안전하게 가면 되니까 너무 초조하게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아들 어깨를 다독여 주었다, 그럼에도 이튿날 민식은 학원을 가지 않았다. 민식인 아무리 노력을 해도 오르지 않는 성적 때문에 부모를 또 실망 시킬까 두려웠다. 하루 종일 공원에 앉아 고민을 해보았지만 자신이 비참하고 한심했다. 그러다가 정처 없이 버스를 타고 어디인지도 모르는 종점까지 갔다. 동네를 한 바퀴 돌고 다시 버스에 오르기를 수차례 번복하며 자신의 비전을 갉아내고 있었다. 그리고는 약국마다 돌며 수면제를 사 모았다. 이틀째 학원을 결석하고 민식은 엄마가 출근하는 시간에 집에 들어와 모아두었던 수면제를 입에 털어 넣었던 것이다. 그 사실을 새카맣게 모르고 있는 S는, 학원 선생님의 전화를 받았다.
“민식이 학원 담임입니다. 민식이가 이틀째 결석을 했는데 무슨 일인가해서요”
“민식이가 요즘 성적이 오르지 않아 초조해 하고 고민을 하는것 같았어요. 어제는 제시간에 집에 돌아 왔어요. 별일 없을 거예요. 선생님이 잘 좀 이끌어 주세요”
S는 사무실이라 아무 내색도 못하고 의연하게 전화를 받았지만, 조바심이 나서 도저히 견딜 수가 없었다. 결석 소식을 듣는 순간 불길한 예감이 들었기 때문이다. 급히 집으로 돌아왔다. 아뿔사! 아침에 나갔던 민식이 생사를 헤매고 있었다. 아무리 깨워도 미동도 하지 않았다. 의사 선생님은 서둘러 위세척을 하고 링거를 꽂아 주셨다. 다행이 치사량은 아닌 것 같다고 하시며 일부 녹아버린 약기운 때문에 해독제를 투여 했으니 기다려 보자고 하였다. S는 정신이 없어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안절부절 못했다. 일 년 동안 아버지 눈치 보며 잘 버텨주어 고마워했는데, 그동안 부단한 스트레스로 힘들었을 아들을 바라보며 억장이 무너졌다. S의 두 눈에는 하염없이 눈물이 흘러내렸다. 누워있는 아들이 가여워 미칠 것 같다. 그러나 S는 맥 놓고 있을 수 없었다. 이일을 수습하자면 남편의 협력이 절실하다는 생각을 했다. 늘 아버지를 의식하는 민식은 아버지가 어렵고 두려운 존재였다. 그러므로 이번만큼은 아버지의 큰 사랑을 느끼게 해주고 너그럽게 상처를 감싸 주도록 부탁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던 것이다. S는 수화기를 들었다.
“네! 감사실 000입니다!”
S는 남편 목소리가 들리자 울컥해서 순간 말을 잊었다. 겨우 진정을 하며,
“여보! 나야!”
“응, 말해,”
그는 수화기 너머 아내로 부터 무거운 분위기를 느꼈다.
“어떻해! 민식이 가, 아, 약을 먹었어!”
S가 울먹이며 말을 잊지 못하자, 그도 충격을 받고 잠시 아무 대꾸도 못했다. 그리고는 차분한 목소리로 말을 했다.
"지금 상태는 어때? 병원은 어디야?”
그는 S의 상황 보고를 들은 뒤, 지금 자리를 뜰 수 없는 상황이니 잘 지켜보고 무슨 일이 있으면 빨리 연락 하라고 했다. 그리고는, 빨리 발견하고 잘 대처해서 다행이라며 애썼다고 위로해 주었다. S는 그 와중에도 모두 내 잘못이니 애한테는 야단치거나 화내지 말아 달라고 당부 했다, 그는 회의가 끝나자 득달 같이 달려 왔다.
“애는 좀 어때? 의사선생님 만나고 올께!”
의사 선생님은 민식 아빠에게 빨리 손을 써서 괜찮다고 하시며 ‘요즘 부쩍 입시생들에게는 힘든 시기입니다.’ 잘 좀 보살피시고 편안하게 해 주라고 당부를 했다.
그는 돌아와 한숨을 푹 내 쉬더니 민식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눈시울을 붉히고 있었다. 의사 선생님은 깨어나면 퇴원수속을 하라고 했다. S는 아들이 깨어나기 전에 그에게 다짐을 받아야겠다는 일념으로 대화를 했다. 요즘 아이의 우울한 일들이 어미가 계속 더,더, 밀어부처 스트레스에 시달리게 했기 때문이라며 강하게 키운다고 했는데 이 꼴이 되었으니 어미인 자기를 용서해 달라고 했다. 그리고 간절한 부탁을 했다. 아버지의 넓은 어깨로 아들을 감싸고 용기를 돋워 달라고 부탁했다. 그는 알았다면서 ‘스트레스는 내가 줬지 당신이 왜 용서를 비느냐’고 했다. S는 한편으로, 다행이라 생각하면서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그의 불같은 성질 때문에 S는 큰일을 처리할 때 마다 머리를 써야했다. 그는 한번 화가 나면 제어 능력이 부족해서 식구들이 힘든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화를 내지 않도록 의사전달에 온 신경을 곤두세우고 웬만한 일을 말없이 혼자서 처리 하곤 하였다. S는 자녀들에게 교정을 위한 훈계는 엄했지만 평상시는 너그럽고 자상한 엄마였다. 그의 화 앞에서는 언제나 방어벽이 되어 아이들의 마음을 다독여 주곤 하였다. 이렇게 S는 샌드위치 같은 삶을 살아가며 마음의 고통을 기도로 승화 시켰다. 가톨릭 신자답게 주말이면 남양 성지로 달려가 14처를 돌면서, 묵주동산에서 마음을 가다듬고 스스로를 다스리곤 하였다.

백낙은 2016-03-09 16:23	김경렬 작가님. 들추어 내고 싶지 않을 이야기지만 어머니의 마음으로 풀어 놓으시니 더욱 공감하게 되네요. 작가님은 그야말로 여장부십니다. 그 예지와 지혜로 오늘까지 가정을 은혜롭게 꾸려 오신 듯하네요. 작가님의 이야기를 읽고 보니 우리는 자녀 교육에 너무 소흘했구나 하는 생각이 앞섭니다. 저는 목회가 최우선의 가치였으니까요. 남양 성지에 자주 가시네요. 저도 오래 전에 가본 기억이 납니다. 다음 10부가 더욱 기다려 집니다. 건필하세요. 건강하시구요. 샬롬입니다.

김경렬 2016-03-09 18:26	이글을 쓰면서 당시의 감정이 살아나 가슴이 답답하고 힘이 들었지만 이런저런 어려움도 삶의 한부분이므로 헤쳐나가야 했던일에 무게를 두었지요. S는 애아빠의 무서운 성격때문에 늘 신경을 곤두세우고 살았지요. 못난놈이라고 애를 구박하며 잡을까바 그것이 제일 두려웠는데 다행이 큰소리 않내고 아들을 다독여 주어서 불행중 다행이었지요. 감사합니다. 위원장님 께서 용기를 주시니 힘이 납니다. 농사일 시작 하셔야지요? 건강 하시기 바랍니다.

정찬열

2016-03-09 19:14

김경렬 작가님 .우선먼저 일전에 먼길에 고운시간 내주시여 감사함을 전합니다.

해마다 고3학생을 둔 대부분의 부모의 심정과 실상을 심도있게 엮어주심에
많은것을 공감하며 작가님의 남다른 지혜와 용기를 배움하며 배독 합니다.
저야 조그마한 소상공인으로 가정사와 애들의 교육문제는 아내의 의지에 맡겨두니
광주에서는 알아주는 고등학교를 나와 조금 무리를 하면 연고대를 지원할까하다
그것만은 나와 상의끝에 하향지원을 선택 성대를 지원합격하여 졸업후 야심에
부족했던지 카이스트를 지원 합격하여 그곳을 나와 지금이야 대기업에서
또그곳이 마음에 차지않아 이름있는 공기업으로 특체되어 뜻을 키우고 있어
아들걱정에 크게 신경쓰지 않은편입니다,쓰다보니 자랑처럼 되어버렸네요
늘 작가님의 글을 대할때마다 제자신이 작아짐을 느낌니다.

아무쪼록 남은여생 꿈에그린 소망 이루시고 건안 하시고 행운이
함께 하시기를 기원 드립니다.


김경렬	정찬열 작가님! 자녀들도 작가님의 고매하신 인격을 물려받아 자랑스러우시겠습니다. 걱정 하시던 따님도 결혼을 하게 되었으니 작가님은 이제 건강 관리만 잘 하시면 되시겠습니다. 옛날 같았다면 도와 드릴수 있었겠지만 아무 도움이 못되어서 돌아오는 제마음이 허탈 했습니다. 공연히 쉬시지도 못하게 시간은 붙잡고 있어서 죄송 했습니다. 매번 제 졸작을 보아 주시고 용기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수고 하시는 사모님께도 안부를 드립니다. 빠르신날 쾌차 하시길 기도 드립니다.	3/9 21:47

3부)

첫 면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