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대한문인협회-수필

ㆍ작성자	김경렬
ㆍ작성일	2015-06-08 19:50

ㆍIP: 61.xxx.204

싸리나무 회초리
싸리나무 회초리
싸리나무 회초리
김 경 렬

싸리나무 잎새가 노랗게 물드는 가을 이었다. 집에서 큰길을 건너면 잡목이 우거진 작은 동산이 있다. 운동 삼아 한번 씩 오르는 이곳은 유난히 싸리나무가 많다. 가늘고 길다란 싸리는 가을이면 노랗게 물든 작은 이파리들이 앙증스럽게 매달려 바람결에 살랑거린다. 이렇게 가느다란 싸리나무는 다양한 보약제로도 사용되며 바구니와 빗자루 또는 회초리가 되기도 한다. 회초리를 생각하니 갑자기 국민학교 시절이 떠오른다.
6학년 4반 교실은 찬물을 끼얹은 듯 싸늘한 공기로 가득 차 있었다. 조금전 아주머니 한분이 노란 잎이 군데군데 달려있는 싸리나무 한단을 머리에 이고 교실 안으로 들어왔다. 회초리를 해왔다는 그분은 자신을 영자엄마라고 하였다. 그러더니 선생님께 우리영자를 이 ‘회초리가 부서지도록 때려서라도 버릇을 고쳐 주세요’ 라고 말하였다. 반 친구들은 모두 숨을 죽이고 긴장해 있었다. 잠시 선생님과 이야기를 나누던 영자엄마는 회초리를 다 쓰시면 또 해오겠다면서 인사를 하고 나가셨다. 영자는 우리보다 세 살이나 나이가 많았다. 그래서인지 선생님 말씀에 엇나가고 쉬는 시간마다 금기된 간식을 사먹는 등, 친구들을 불안하게 하였다. 큰소리로 떠들면서 욕을 하며 친구들에게 싸움을 걸기 일쑤였고 별명도 ‘싸움닭’ 이었다. 매일 복도에 나가 벌을 서서 다른 반 선생님이 ‘복도 지키미’ 라고 하였다. 매일 공부를 제대로 하지 못하므로 성적은 항상 하위 수준이었다.
우리는 숨을 죽이고 선생님 눈치만 보았다. 학교에서 제일 무서운 담임선생님은 별명이 호랑이였다. 매일 칠판에다 100문제씩 문제와 답을 써주시면 공책에 적어서 암기를 해야 했다. 그 시절에는 중학교도 입학시험을 치러야했기 때문에 6학년 교실은 백열전구를 밝히며 늦도록 공부를 했다. 선생님은 3할이 떨어진다고 하셨으며 무조건 외워야 유리하다면서 암기 위주로 숙제를 많이 내주었다. 우리 집은 전기세를 아껴야 한다며 고등학생인 오빠방외에는 일찍 소등을 하기 때문에 집에서는 공부를 할 수가 없었다. 대신 교실에서 틈틈히 암기를 하곤 하였다.
내 책상은 뒤에서 두 번째였는데 교탁에서 좀 떨어져 있어서 좋은 점이 많았다. 짝 궁과 짜고, 우리는 서로 모르는 것을 선생님 몰래 가르쳐주며 매 맞는 위기를 곧잘 넘겼다. 100문제 중에서 10개씩 물어보는데 선생님은 테스트에 통과를 못하면 그 숫자만큼 싸리 회초리로 손바닥을 내리쳤다. 그 중에서 특히 영자는 대답을 못해 그 때마다 회초리에 신들린 것처럼, 매를 갈아대며 타작을 하셨다. 친구들이 암기 숙제를 많이 틀린 날은 공부가 끝나고 전체 기압을 받기도 했다. 그날은 얼굴색이 벌겋게 달아오른 선생님이 책가방을 들고 운동장에 집합하라고 하였다. 친구들은 오늘 죽는 날이라고 이구동성 떠들어 댔다.
일렬로 줄을 세우고 호르라기를 불었다. 일제히 앉아서 토끼뜀을 뛰기 시작하였다. 토끼뜀을 뛰면서 운동장을 한 바퀴 돌고나니 오금이 붙어서 떨어지지 않았다. 보름달이 휘영청 밝았다. 달빛마저 처량한 밤이었다. 반 친구들이 운동장을 뛰고 있는 모습이 달빛에 비쳐 그림자가 길게 드리워졌다. 줄 뒤에서 그림자를 보는 순간마음이 울컥해지며 서러움이 밀려왔다. 친구들도 나와 같은 마음이었던지 하나 둘 울기 시작하였다. 누가 와서 선생님 좀 말려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간절했지만 운동장엔 아무도 나타나지 않았다. 벌을 받던 65명이 일제히 소리내어 엉엉 울었다. 선생님은 놀라서 동작을 멈추게 하셨다. 그리고 갑자기 큰소리로 외쳤다.
"내일 쪽지 시험은 80점 이상이다. 알겠나?"
"네!"
친구들은 모두 절뚝거리며 집으로 돌아갔다.
이튿날 교실에서는 반장이 친구들에게 모르는 것은 서로 가르쳐 주도록 하자고 했다. 선생님 모르게 잘해야 한다고 단단히 주의를 주었다. 시험 시간이 되었다. 국어시험엔 자신만만한 나는 짝에게 전부 보여주었다. 그러나 산수를 항상 100점 맞는 그 친구는 산수시험지를 오므리고 보여주지 않았다. 새침때기 별명답게 안면몰수를 한 것이었다. 선생님은 채점을 하면서 우리들의 모의를 눈치 채셨다. 이번시험은 '전부 무효다' 하시며 진짜시험은 이틀 후에 보겠다고 하셨다. 그리고 선생님은, 교장선생님이 아이들을 너무 심하게 다루지 말라고 하셨으니 너희들을 지켜보겠다고 하셨다. 교장 선생님 덕분에 단체 기압을 면했다. 천만 다행이었다. 한동안 우리는 편하게 공부를 하였다. 암기를 못해서 대답을 못하는 친구들은 교실 뒤로 나가서 벌을 서기만 했다.
약속을 배반한 짝 친구가 계속 싫었다. 며칠을 궁리하다가 용기를 내서 담임선생님께 자리를 바꿔 달라고 하였다. 단번에 '않돼' 라고 하셨다. 실망 이었다. 잠시후 교무실로 따라오라고 넌지시 말씀하시고 나가셨다. 잔뜩 겁에 질려있는 나에게 ‘평소 과묵한 경렬이가 모처럼 한 말인데 선생님이 그 이유를 알아야 겠다’ 고 하셨다. 순간 다른 학교에 선생으로 있는 큰오빠 얘기를 하면 도움이 되리란 생각을 하였다. 한군데 오래 앉아있으면 자세가 나빠진다고 했던 큰오빠의 말이 기억났기 때문이다. 의외로 선생님 얼굴이 부드러워지면서 ‘반대편에 앉으면 되겠구나’ 하셨다. 아뿔사! 그 자리는 영자의 옆자리였다. 반 친구들이 싫어해서 비어있는 자리가 아닌가? 큰일이다. 공부를 하지 않으면 싸리나무 회초리는 내차지가 될 판이다. 그날부터 오빠 방에 밥상을 펴놓고 싫어하는 오빠의 구박도 아랑곳없이 정말 열심히 공부를 하였다. 영자에게 모르는 것은 내가 알려주겠다고 했다. 영자는 내 손을 덥석 잡으며 눈시울을 붉혔다. 많이 외로웠나보다. 영자는 내말을 잘 들었다. 간식은 집에 갈 때만 사먹기로 하였다. 나를 의지하는 영자 때문에 더 열심히 노력하게 되었다. 덕분에 거뜬히 중학교에 입학을 하였다. 영자는 중학교에 진학을 하지 못했지만 공부에 매진 할 수 있는 동기가 되어준 고마운 친구였다. 오늘은 영자에게 노란 싸리나무 잎을 붙힌 편지지에 추억의 편지를 써내려 간다. 영자야 보고 싶구나!

김경렬

2015-06-08 20:03

백낙은

2015-04-22 08:03
`김경렬` 님이 선택한 답글 입니다.
김경렬 작가님. 반갑습니다.
싸리나무 회초리 즉견하고 보니 옛날 할아버지 생각이 납니다.
너댓살 때 할아버지께 천자문을 배웠는데 잘 못하면 회초리를 맞곤 했었습니다.
그리고 영자씨를 보고싶어 하시는 작가님을 보니 저도 보고 싶은 사람이 생각 나는군요.
나이가 드니까 조급함인지는 몰라도 보고 싶은 사람이 많아 집니다.
보고 싶은 사람 만나는 기쁨 누리시기를 바랍니다. 평안하소서.

김경렬 백낙은 위원장님!
바쁘신 중에도 책무에 여념이 없으십니다.
늘 챙겨주시며 서재를 관리하시는 마음 감사드립니다.
목사님! 조급함이 아니라 삶이 깊어감에 정이 솟아나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보고 싶으신 분들 많이 만나셔서 회포를 풀어 보시기 바랍니다
졸작을 함께해 주시고 힘을 주셔서 대단히 감사합니다.
든든한 마음입니다.
감사합니다. 4/23 06:30


백낙은	아이쿠 깜작이야! 없어진 줄 알았는데 용케도 복원하셨네요. 다시 읽어도 재미있는 글입니다. 요즘에는 체벌하면 경찰에 신고한답니다. 많이 달라졌네요. 그래도 그 때 그 엄했던 선생님이 보고싶습니다. 작가님. 건강유념하세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평안하소서.	6/9 09:05

김경렬	박정근작가님 김선목시인님의 답글이 날아가버렸습니다. 두분께 용서를 빕니다 컴에 잠간 이상이 왔는데 제가 다루기에 역부족 이었나 봅니다. 겨우 본문만 안착이 되었습니다. 기치가 하니 그럴 밖에요. 죄송 합니다. 목사님께서 이해를 해 주시니 감사합니다.	6/9 14:46

이순향

2015-06-09 10:48

예전에는 선생님이 부당하게 하셨어도..그냥 참고 넘겼던 것 같아요..
요즘에야 어림도 없지만요....
그래도 그 시절이 그리운 건....나이가??? 먹었다는 건가 봅니다....ㅎ
싸리꽃을 참 좋아한답니다.....잘 보고 갑니다....^^*


김경렬	반갑습니다. 이순향 작가님! 너무 오래 장고 하십니다. 좋은 글 기다리겠습니다. 방문해 주시고 흔적 주시니 감사합니다. 자주 뵙기를 원합니다. 건강 관리 잘하시고 건필을 기원합니다.	6/9 14:50

정찬열

2015-06-09 23:45

김경렬 작가님 "싸리나무 회초리"
예날 추억에 학창시절을 좋은글을
회상하며 가슴에 담습니다.

늘 건안 하시고 행복한 시간 되세요


김경렬	정찬열 작가님! 찾아주시고 흔적 주시니 대단히 감사합니다. 건강 주의 하시고 건필을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6/10 05:43

이정희

2015-06-11 08:18

ㅎㅎㅎㅎㅎ 김경렬 시인/작가님 ~
잠시 들어왔다가 나가기 전에 혹시나 하고 수필방에 와 봤습니다.
저의 국민학교 시절 이야기 잠깐 하고 갈게요. ㅋ
시골 국민학교에서요. 4학년 때든가..
어느날 선생님께서 무엇에 화가 몹시 나셨든지 국어책을 다 베껴 오라는 숙제를 내셨어요
선생님 말씀이라면 콩이 팥이라해도 믿었던 저는 밤을 새워서 손가락에 물집이 생기도록 국어책을 다 베꼈습니다. 그때 생각하면 지금도 참 아찔하군요. ㅋㅋ
담날, 숙제 제출해 ~ 하시는데
말이 안되는 숙제라 농담이라고 다 생각했던 반 친구들은 아무도 숙제를 안해왔는데
제가 숙제장을 갖다 드리니 선생님께선
"이건 또 희한한 놈일세" 하시듯 눈을 크게 뜨시드군요.ㅎㅎㅎㅎㅎ
반 친구들 다 운동장에 나가서 토끼뜀을 하고 저하고 선생님 둘만 교실에 남아있었는데
차라리 친구들 틈에서 토끼뜀을 하고 싶다고 생각한 아이때의 고독이 생각이 납니다.
그 총각 선생님께서 평생을 교육에 바치고 지금은 은퇴하실때가 다 되신 어느 중학교의 교장선생님으로 계셔서 저의 반 친구들이 저를 기다렸다가 얼마전에 함께 자리를 마련해 모신적이 있었어요.
그날은 참으로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이쁜 보라색 꽃이 피는 싸리나무와 친구 영자.
작가님의 아련한 기억에 제 기억하나 덧대고 갑니다 ~~ ^^


김경렬	아이고!! 정희시인님! 괍기도 하셔라. 그옛날엔 힘든 토끼뜀을 기압주신 선생님이 또 있으시군요. 어쩌자구 밤새 그책을 다베꼈어요. 불쌍해라.나의 초딩 스승님들은 하늘나라 로 가셨는데... 살아 계신 스승님 자주 찾아뵐수 없드라도 편지라도 보내시면 삶의 기쁨이 되실겁니다. 바쁜 시간 방문하시고 흔적 주시니 감사합니다.	6/11 09:47

이정희	김경렬 작가님. 아까 찬을 잘 만들었다고 신나서 자랑한거 지웁니다. ㅠㅠ 저녁식탁에서 서방님이 딱 한번 먹어보고 말아서요. 에휴..ㅎㅎㅎㅎㅎ 스승님은 가끔 연락 드리고 있습니다. ~ 오늘도 좋은 아침 되셔요 ~~	6/12 10:09

박목철

2015-06-11 20:49

확실히 새대간 차이가 있나봅니다.
김경렬 작가님의 글을 읽으며, 어제 일처럼 옛날이 떠오릅니다.
같은 세대를 산 동지적 공감인가 봅니다. 옛날에 부모님이 학교 오시면
듣는데서 선생님께 부탁했지요, -때려서 라도 사람 좀 만들어 주세요-
요즘 부모들은 한대라도 맞으면, 학교가 뒤집힙니다.
저도 만 4년 교편을 잡았습니다. 진짜 무서운 호랑이 선생님이 었습니다.
지금 같으면, 감옥 감이지요, 재미있게 읽고 갑니다.


김경렬	어머나 귀한 걸음 하셨습니다. 호랑이 선생님 하셨다고요? 얼마나 무서웠을 까요. 그래도 그때 애들이 못잊어 할꺼예요 건강하시고 좋은글 많이 내려 주시기 바랍니다.	6/11 22:54

노복선 2015-06-12 16:56	수필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요즘 시대와 너무도 다른 교육방법을 생각하게 하네요자기 자식 귀하다고 선생님의 존경님과 규율이 무너진 사회가 안타깝습니다 그 학생으로 인해 더 공부하게 되었다는 대목을 읽으며 어려서도 지혜로운 학생이였다는 생각을 했어요

김경렬 2015-06-13 12:31	노시인님 어서 오세요 오즘 텃밭에 신경 쓰이지요? 물주기 비쁜 모습이 떠오릅니다. 건강 조심하시고요 감사합니다.

맏이는 달랐다.

요술쟁이 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