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대한문인협회-수필

ㆍ작성자	정찬열
ㆍ작성일	2020-09-23 21:08

ㆍIP: 211.xxx.27

사지(死地)로 뛰어든 나의 운명(運命)

사지(死地)로 뛰어든 나의 운명(運命)[제1부]

군대 가기 전에 받은 신검에서 지원한 해병대(海兵隊) 입대는 나에게 사회직업과 연결고리가 되어 통신병에 배치를 받고 포항 사단 예하 대대에서 근무한다. 그 무렵에 대다수가 꺼리는 월남 파병이다. 하지만 나는 자원(自願) 세 번째 만에야 걱정하는 가족 몰래 파월 자원을 하게 되었다. 4주간의 파월 적응 훈련을 끝내고 포항에서 부산항 제3 부두까지는 열차로 이송되었다. 부산항 제3 부두에는 난생처음 거대한 2만 5천 톤급 파월함. UP SUR HO(3만 5천 명 수용) 올랐다. 부두에는 수많은 출영(出迎) 나온 환송객이 어떤 분은 떠나는 아들의 이름 아래 “무운을 빈다.”라고 적힌 피켓을 들기도 하고 커다란 고무풍선에 “꼭 돌아오기를 빈다.” 사랑한다. 등 갖가지 사연과 함께 손수건을 흔들기도 하고 언제 걸어주었는지 수많은 장병 목에 꽃다발이 걸려 있기도 하고, 눈물을 흘리며 마중 나온 환송 인파가 넘쳐나고 있었다. 하지만 내 이름을 부르는 사람도 손을 흔드는 사람도 아무도 없었다.
나는 입대 열을 후 군에서 보낸 사복(私服)을 받고 부모님이 기절하셨다는 소식에 부모님의 고심을 염려한 나머지 파월한다는 연락을 누구에게도 취하지 않았다. 그리고는 가족에게도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아 파월하는 날에 나를 찾아 전송하는 사람이 없이 떠나려니 부~응하고 울리는 한 맞힌 뱃고동 소리가 그토록 길게 깊게 가슴속에 슬픔이 파고들었다. 그 시절 유행하든 조용필 가수의 “돌아와요. 부산항”의 노래가 흘러나올 때 생사를 가르는 전쟁터로 떠나는 길에 단단히 마음먹었던 생각도 한 곡의 노래에 나도 몰래 눈물이 흥건하였다. 알리지 않은 후회(後悔)가 막심하다는 것은 생각하지 못했었다. 환송의 인파를 뒤로하고 뱃고동 소리만 남기고 거대한 파월함은 미끄러지듯 부산항에 환송객을 남겨두고 나르는 갈매기만 부산항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따라 나르면서 전송을 한다.

주어진 운명인가? 파도와 밤하늘의 별밖에 보이지 않든 6박 7일의 길고 긴 지루한 항해 끝에 외로움과 슬픔만 가슴속에 가득 앉고 월남(越南) 다낭 항에 도착하였다. 대부분 동기보다 거의 일 년 늦게 파월하는 탓으로 함께 하는 동기는 아무도 없었다. 다낭 부두에 도착한 후 부대별로 분류하는 청룡부대 3대대는 각 병사가 배치를 받아 부대로 가기 위해 7~8여 대의 군용차에 나눠 타고 다낭 항에서 20여 분 걸리는 호이안으로 군용차에 실려 이동을 한다. 호이안 도착한 부대는 각 중대에서 기다린 차량에 나눠 타고 대부분 빠져나간다. 나는 어떤 부대로 배속될까 하는 두려움이다.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하룻밤을 자고 나서 점심시간이 다될 무렵에야 내 이름을 부른다. 잠시 후 짚 차를 타고 온 새카만 얼굴의 낯익은 병장은 내 이름을 크게 부른다. 반가움에 얼굴을 마주하니 훈련소에서 함께 훈련을 받았던 전남 벌교가 고향인 장○주가 아닌가? 기지 사령부 통신 부대장 운전사로 근무 중인 동기인 장○주 병장이 짚 차를 타고 와 뜻밖에 나타났다. 우리는 반가움에 한참을 부둥키고 악수의 손을 놓지 못했다. 알고 보니 평소에 사회에서 전자제품 다루는 전문가라는 것을 아는 동기가 나를 필요한 인력으로 추천했단다. 그 도움으로 대체로 안전하다는 청룡(靑龍) 부대 사령부 통신실에 배치를 받은 보직이었다.

내가 근무할 통신 기재 실에는 상사한 분과 그 아래 하사 그리고 병장이 두 명에 서열 순위가 나였으며 내 아래로 세 사람의 사병으로 총 여덟 명이 기재 반 대원이었다. 나를 태우려고 왔던 장○주 동기는 통신 중대 중대장의 운전병이기에 자주 만날 수 있지만 한 내무반은 아니었다. 하나의 주 임무는 청룡부대 사령부 본부에 귀한 손님이 방문하거나 부대 행사에 앰프 조작(操作)을 맡아서 하거나 통신 기자재를 수리하는 통신 기자재실 해병 병장이 되었다. 그리고 몇 차례 그 시절 70년대 미스코리아를 비롯하여 고국에서 파월(派越) 위문(慰問) 공연단이 오면 행사에 행사용 앰프 조작을 맡은 병(兵)으로 위문단과 함께 헬기 타고 함께 예하 부대 방문하는 즐거운 생활이었다. 평상시에는 청룡부대 외곽초소 근무 때도 가끔 있었다. 주로 밤에만 나가는 외곽 근무 때에 아무리 무더워도 판초 비옷을 입고 근무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모기약을 발라도 소용없고 모기 밥이 되니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고향에 부모. 형제 마음속에 헤아리며 밤이면 휘영청 밝은 달이 고향(故鄕)에도 비추고 이곳에 왔으련만 시달리는 모기떼에 시달려도 부모. 형제 친구에게 마음속 안부를 전하며 부대 외곽 근무를 하기도 하는 임무였다.

1972년 파월 철수(撤收) 준비를 하는 파월 8개월 전쯤인 내가 파월하여 6개월쯤 때의 일이었다. 부대의 짜인 훈련이 2~3개월 만에 부대 밖으로 나가는 훈련이 있다. 당연히 통신병과 이기에 무전기를 메고 중대 대열의 가장 후미나 선두 대열에 나아가 무전병이 함께 훈련을 나간다. 장마철 스콜로 많은 비가 내려고 낙뢰가 심하여 훈련을 접고 부대 안으로 대열이 다 들어온 순간이었다. 그러니까 후미에 선 통신병인 내가 부대 안으로 막 발을 들여놓은 순간 낙뢰 소리와 거의 동시에 커다란 폭발음이 바로 등 뒤에서 들려온다. 순간 폭탄이라도 떨어지나 하며 나도 모르게 얼굴을 돌리는 순간 안면 볼이 따끔함을 느꼈다. 피를 흘린 나에게 두세 명이 부축하고 들리는 소리가 철조망에 설치된 방어용 클레이모어가 연쇄 폭발하며 그 후폭풍에 날라 온 모래나 불순물이 날아와 내게 상처를 입혔다는 것이다.

사소한 안면 파편 부상과 철수 준비에 무리는 결국은 지혈이 되지 않은 코에서 피를 계속 흘려 호이안 야전 미군(美軍) 병원(病院)에 후송 입원하였다. 대화가 통하지 않은 미군 병원 입원은 자체 의무병이 없는 청룡부대의 응급조치를 위한 입원이었다. 일주일 만에 월남에 자체 의무병이 없는 청룡부대는 육군 백마 병원으로 헬기로 후송되었고 환자가 되어 자대 복귀를 못 하고 한 달 후 고국에 육군 대구 통합 병원으로 후송되었다. 군용 비행기로 후송(後送)되면서 군용기의 연료 급유를 위해 필리핀 클라크 미군 공항에서 하룻밤을 묵었다.

그리고 필리핀 미군 공항에서 우리를 태운 비행기는 하룻밤을 새우고 이튿날 대구 동촌 공항에 착륙하여 구급차에 실려 대구 통합 병원으로 이송되었다. 대구의 육군(陸軍) 통합병원이 대구 시내에 있을 때 이 비뇨기과 병동(病棟)에는 43명 입원한 이 비뇨기과 병실에 그 무렵 해병대 병(兵)으로는 나 한 명이고 병원 내 총 5명의 해병이 입원이 되어있었다. 그곳 병실에서 만나게 된 육군 후송 병(後送兵)으로 전방에서 눈(目)을 상해(傷害) 당해 후송되어 입원한 고향 장성리 마을의 임○식 병장을 그곳에서 그것도 같은 병실에서 만난 것은 더할 수 없는 기쁨이고 인연이었다. 그 친구는 육군 전방 부대에서 근무 중에 수류탄 파편에 눈을 심하게 다쳐 이곳 대구통합병원에 후송되어 치료 중이었다.

함께 두어 달이 다 넘도록 병원 내에는 몇 안 되는 해병(海兵)들과 금주(禁酒)하는 술도 먹는 특수병 같은 환자 생활을 하는 도중 의병제대 10여 일 남은 어느 날 밤이었다. 같은 병실(病室)에 입원(入院)된 대구 본토 백이 육군하사는 새벽 2시경 병실 내에서 외출을 나가 술에 만취된 채 들어와 병실 간호 장교가 없는 틈을 이용했다. 해병대 콧대 높은 사기를 꺾겠다고 벼르다가 갑자기 새벽 2시 무렵 병실 내 근무하는 여 소령이 없는 기회를 틈타 뜻하지 않은 깊은 밤에 잠자리에 흉기(凶器)를 들이대며 난동(亂動)을 가해 왔다. ‘정 해병! 정 해병!’ 술 취한 소리로 깨워 눈을 뜨니 ‘네가 얼마나 대단한 놈이냐’며 소리친다. 한밤중 팬티 하나만 걸친 잠자리에서 접이식 나이프로 술에 만취된 체 나에게 겁박의 시비를 해왔다. 저지하려 방법을 찾다가, 왜 그러냐며 살살 달래다 순간 간호 장교가 난로 옆에 두고 간 철제의자를 용케 생각한 나는 철제의자를 재빠르게 들어 난동을 잠재웠던 것이 통합 병원장에까지 보고되었다.

결국은. 월남(越南)에서 후송된 사람이 치료 후 며칠만 있으면 등급 판정으로 의병 제대(除隊)의 현실을 눈앞에 두고 그 전역의 벽이 깨어지고 말았다. 사고 3일 만에 대구 통합 병원장에게 불러 가서 그렇게 힘이 있으면 자대 복귀하라는 병원장의 한마디는 아무리 몸이 정상이 아니어도 변명의 여지가 없는 군대이기에 가능한 명령이었다. 통합병원에서 자대 복귀라는 발령(發令)을 받아 6~7개월의 남은 병역(兵役) 생활(生活)을 마치고 만기 전역한 것은 내 인생의 치옥(治獄)의 한 폐지가 되어버린 것이다. 가뜩이나 사회에서 자녀들이나 나 자신에게 취직에 보탬이 되는 전투 공 상자(戰鬪公傷者)인 국가유공자의 혜택도 물 건너간 체 포항 사단 본부 충무대 교환실 통신소대에서 만기 전역(戰役)을 해야 했다.

1968년도 김신조 간첩 침투사건 이후 생긴 향토예비군의 기나긴 훈련도 예외가 되지 못하고 만기 전역을 했기에 현실은 하룻밤 사이에 벌어진 통합병원에서 있었던 해병대 기질에 만기 전역을 했으니 당연히 향토예비군 훈련을 받아야 했다. 월남 파월 참전용사면 인도차이나반도에서 세계의 초일류 국가 미국은 아시아의 작고 가난한 나라의 싸움판에 베트콩의 3불 정책의 세 가지 원칙인 적이 원하는 곳에 싸우지 않는다. 적이 원하는 시간에 싸우지 않는다. 적이 생각지 못하는 전술로 싸운다는 전술에 지쳐 170만 톤의 고엽제와 40만 톤의 네이팜탄을 쏟아서 부은 탓에 파월 장병 대부분이 고엽제(枯葉除) 환자로 등급을 받았다. 파월하여 귀국하고 전역 후 사회에서 받는 수 있는 혜택마저도 불의(不義)를 싫어하는 내 성격 탓으로 살아 있음을 만족하며 신청하지 않았다.
●. 일부는 여기서 끝내고 다음 호에

정대수 2020-09-25 07:43	`정찬열` 님이 선택한 답글 입니다. 정찬열 작가님 안녕하세요. 실로 엄청난 결정을 하셨습니다. 부모님께서 기절을 하실 정도로 어떻게 보면 좀 무모할 정도였습니다. 저도 부모님께서 걱정하실것에 염려되어 몰래 소소한 것은 했지만 정말 사지로 가는 것 까지도 스스로 결정하시고 그것도 귀신도 때려잡는다는 해병대로...정말 대단 아니 위대하십니다.ㅎ 저는 간덩이가 작아서 꿈도 못 꿀 일입니다. 배독하는 내내 한편의 영화를 보는 것 처럼 가슴을 졸였습니다. 불의의 사고로 부상까지 당하시고...만기 전역! 조금만 참으시면 좋았을 걸 하는 아쉬움도 남습니다. 지금도 우리나라는 남과 북이 대치하고 있고 서해쪽은 항시 불안한 상태지요. 오늘도 뉴스에서는 우리 공무원이 북한군의 총격으로 사망하는 일로 시끄럽습니다. 언제나 평화가 올런지... 날씨가 많이 차가워졌습니다. 감기와 코로나19 매우 조심하시고 추석이 코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코로나19로 온 가족이 다 모일수는 없게되었지만 건강하고 행복한 한가위 되시기를 기원드립니다.^^

김상화 2020-09-30 10:05	`정찬열` 님이 선택한 답글 입니다. 반갑습니다. 정찬열 작가님 그간 안녕하셨지요 내일은 우리의 고유 명절 추석입니다. 일찍 댓글을 드리지 못해 송구합니다. 하는 일이 갑자기 바빠져서 다른 것에 여념이 없었습니다. 존경하는 정찬열 작가님 월남에 파병하셨었군요 그것도 자진 지원병으로 가셨으니 참 장하십니다. 어찌 그토록 무서운 사지(死地)로 뛰어들었는지 대단히 궁금합니다 그것도 가족들 모르게 지원하셨다니 그 용기는~^^ 저 역시 월남을 가고 싶어 지원하려 했는데 중대장께서 적극적으로 만류하는 바람에 가지 못했습니다 제가 갈 때는 월남 파병 최초였습니다. 아마 그때 차출되어 갔다면 저세상 사람이 되었을 겁니다. ㅎ 반수 이상이 사망했다는 소식이었으니까요 존경하는 작가님 파월하여 6개월쯤 되었을 때 훈련 도중 폭발음이 뒤에서 터지는 바람에 무엇인지는 모라도 얼굴에 상처를 주었군요 그래서 치료를 하다 제대를 하기로 했는데 뜻밖의 일로 원대복귀를 하셔서 만기 제대를 하셨다니 안타깝습니다 작가님 명절 잘 보내시고 건강하시길 기원합니다 제2부가 궁굼합니다

정찬열 2020-09-28 05:47	《Re》정대수 작가 님 , 그간도 무탈 하시고 안녕하시온지요 부족한글 배람 해주시여 감사함을 전합니다. 평소에 겁이 없다 할까요 대체로 도전정신이 강한편이라고 주위에서 말합니다. 뭐 좋은 점도 있지만 금한성격이 겯 들여져 손해를 본 일이 많습니다. 농촌의 시계가 바쁘게 돌아가는 천고마비의 결실의 계절 입니다. 두어 차례 훝고간 태풍의 영향으로 벼가 쓰러진곳이 많아 가슴 아픔 니다. 아나로그시대에 쓰러진벼 세우는데 그렇게 힘들게 살아온 우리세대 하지만 오늘날은 쓰러지면 쓰러진대로 행여 싹이 나오기전에 콤바인으로 산물벼로 바로 탈곡되어 수매하드군요 그러나 수확랼이 감소하고 미질이 떨어지겠지요 대부분 기계화 되어 좋아진 세상 농촌에 살아도 큰 어려움없는 시대가 되었으니 얼마나 좋은 세상입니까 그칠줄 모르는 코로나에 고향과 부모님 찾는 길까지 막아버린 어려운 시기에 가내 건안 하시고편안 하시길 기원 합니다.

정찬열 2020-10-03 08:11	존경하는 루수 작가님~ 코로나때문에 힘들게 만든 중추가절 가족과 함께 즐거운 시간 되셨는지요 부족한글 배람해주시여 감사함잊지 않습니다. 남은 연휴ㅜ도 즐겁고 행복한 시간 되시길 기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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