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대한문인협회-수필

ㆍ작성자	김숙자
ㆍ작성일	2014-02-16 22:36

ㆍIP: 183.xxx.6

老夫婦의 日常

연희동 깁 숙 자

" 어이! 빨리 준비해, 또 늦겠다."
자기는 깔끔하게 준비하고 TV 시청하며 보챈다.
" 알~았어요."
'흥 ! 언제부터 저 할비가(쌍둥이 손자들이 할아버지를 부르는 호칭) 저렇게 변했을까?'
샤워하고 급하게 물기 말리며 흐뭇한 미소를 짓는다. 대쪽같이 곧은 성격에 자신의 주장이 강하고 고집이 센 할비가 어느 때부터인지 내 의사대로 쫓아오고 날 존중해 주려는 부드러운 모습으로 변해가고 있다.
왜 가슴이 찡하고 우리 둘 뿐이라는 생각이 들까?

'연희동 자치회관' 까지는 우리 집에서 천천히 가면 4~5분 걸린다. 우리는 매주 두 번씩(월,금) 이곳을 오고가고 있다. 할비는 구두가방 두 개를 들고, 나는 양산을 받치고 그의 곁을 졸랑졸랑 따라 간다. 이렇게 부부가 함께 운동을 하기 위해 2시간을 공유한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스럽고 즐거운 시간인가?

높은 담장 너머로 늘어진 꽃과 나무들이 만든 그늘 속 골목길을 나란히 걸어간다. 우리는 집집마다 잘 가꾸어진 정원수의 모양을 감상하며 할비는 나무들의 습성과 전지(剪枝) 상황을 설명한다. 가끔은 건성으로 듣지만 내뜻을 따라서 동행하고 있다는 것에 감사하여 열심히 듣는 척한다.
오른쪽으로 의사의 집, 월세가 천 오백만원하는 외국인 가족의 임대 집, 전 국회의원의 집, 변호사의 집, 전 육군 합참의장의 집을 지나가며 이 동네로 이사 오기 전에 부동산 중개사가 호호가가의 주택 설명을 열심히 하던 모습을 떠올린다.
10여 년 전 그 때는 골목길을 통행하는 사람을 구경하기 힘들었다. 하루 종일 적막한 골목에 이집, 저 집의 소나무와 늘어진 능소화의 줄기들, 주렁주렁 매달린 감나무의 열매들이 사람이 살고 있는 곳임을 느낄 수 있게 하였다. 요즈음은 집들 앞에 주차 차량이 많이 늘어선 것이 달라진 골목 풍경이다.
도란도란 이야기 하며 큰길 가로 나온다. 우리 집을 소개해 준 수단 좋은 영감의 부동산 가게 앞에서 횡단 신호를 기다린다. 길 건너편의 편의점에 크게 써 붙인 아이스크림 30% 세일의 포스터가 눈에 들어온다.
'운동 끝나고 돌아올 때 사야지'.
미장원, 옷가게, 식당, 약국, 은행, 우체국 등, 삶의 질을 높이는 건물들의 진열품을 보느라 걸음이 느려진다. 유리에 비친 자신의 몸매도 기웃거려 본다. 가끔씩 바쁘게 걸어가는 같이 운동하는 회원도 만난다.
"저 여자 되게 운동신경 둔해, 몸이 얼마나 무거운지 꼭 바위 덩어리야."
여간해서 남의 말을 하지 않는 이 할비가 말하는 것을 보면 파트너가 될 때 스텝이 잘 맞지 않거나 동작이 아주 둔한가 보다.자치회관 현관에 들어서면 중급 반 팀들이 운동을 끝내고 나온다. 차림새나 몸매가 다르다. 2년에서 20여 년 간 운동을 하였단다. 부럽기 그지없다. 무엇이던 시작이 빠를수록 득이 된다는 것을 여기서도 실감한다.

4월 초 어느 날, 지하철 무임승차권 발급 안내서가 배달되었다.
난 무릎관절이 좋지 않아 가까운 거리도 운전을 하고 다닌다. 그 동안 대중교통을 이용하지 않아서 버스나 지하철 노선을 잘 모르고 지냈다.
'무임승차권을 이용할 기회가 있을지는 모르겠으나 받아 두는 것이 좋겠지?'
남편과 안산공원을 산책하고 오는길에 연희동사무소를 들렀다. 무임승차권을 발급받기 위해서다. 게시판에 게시된 다양한 문화강좌 프로그램 포스터가 눈에 뜨였다. 무릎 관절이 좋지 않아 등산도 힘들고, 물이 싫어 수영도 .......
그럼 스포츠댄스나 할까? 그 때부터 할비를 조르기 시작하였다.
"자기 체질에 맞지 않다. 취미가 없다. 저질운동이다. 체통이 없다. 창피스럽다......,"

내 주변의 누구한테도 절대 말하지 않기로 약속하고 등록을 하였다. 이미 2/4분기의 시작이 꽤 지나갔다.
운동하러 간 첫날이다. 넓은 홀엔 열여섯 명의 회원들이 한참 율동을 하고 있다. 나이가 좀, 있어 보이는 노인들도 있다. 몸놀림이나 손놀림, 발 스텝이 아주 멋있고 모두 춤꾼같아 보인다. 남,녀가 짝이 되어 껴안고 율동하는 모습에 우리 부부는 주눅이 들고 압도되어 자신감이 없어졌다. 강사 선생님은 우리부부를 맨 앞에 세우고 처진 진도를 맨 앞에서부터 지도한다. 이미 열 스텝 정도 뒤쳐진 것 같다. 빼어난 미모에 몸매는 운동(댄스)으로 다지어져서 꼭 조각인형처럼 보인다. 선생님의 율동하는 몸짓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우리부부는 선생님의 율동에 매료되어서 스텝 순서를 잊기도 한다.
할비는 운동가는 날은 매 번 혼자 가라고 심통이다. 자기 취미에 맞지 않단다. 처진 진도 쫓아가느라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것 같다.
'춤꾼이 되기 위해서가 아니고 운동하러 간다고 생각했으면 좋으련만......,'
"나 , 오늘 운동 약속이 있어. 당신 혼자 가"
아침 일찍 임원들과 골프를 치러 강원도 쪽으로 간다.
"논문 심사 때문에 대학원에 가는 날이야. 당신 혼자가."
'강사 선생님에게는 뭐라고 말하지?'
빼어난 아름다운 몸매의 아가씨 강사선생님은 뒤늦게 등록하여 진도가 처진 우리 부부에게 특별지도를 해준다.
할비가 결석하는 어느 날 중급반 레슨을 견학하기로 하였다 초급반 레슨시간보다 한 시간 앞서가서 중급반 수업을 참관하였다. 부부의 팀과 남자들도 꽤 있다. 세련된 의상과 노련하고 유연한 몸매로 시선과 동작을 왈츠의 곡에 맞춰 움직이는 모습들이 너무 아름답다.
'할비가 이 중급 반 수업을 꼭 참관해야 하는 건데......,'
강사선생님은 할비가 결석하는 날은 꼭 전화한다. 그리고 다음 번 운동하는 날에 처진 진도를 개별지도 해 준다. 이렇게 열심인 선생님에게는 미안할 수밖에......,

어느덧 4 개월이 흘렀다. 지금 초급반에서 할비와 나는 우수하게 쫓아간다. 그동안 강사선생님에게 특별 지도를 받았고, 또 운동신경이 발달되고 꾸준히 운동으로 다져진 할비는 진도에 맞춰 잘 따라간다. 이제 할비는 운동하러 가는 날은 다른 약속을 다 피하고 준비물을 챙기며 재촉한다.
"여보세요, 이 운동 재미있지요?"
"다- 당신 때문에 억지로 가는 거야"
그렇게 말하면서도 모임에 나가서는 집사람과 스포츠댄스 배우러 다닌다고 말했단다. 남편의 친구들 왈
"그 운동은 부부가 잘 싸운다는데 괜찮으십니까?"
싸운 적은 없는데 잔소리는 가끔 듣는다.
"엉덩이 집어넣어. 허리 펴. 보폭을 좁혀. 어깨 펴. 크게 움직이지 마."
잔소리, 잔소리......,옳은 말이라 화를 내지 않는다.

우리부부가 즐기는 스포츠댄스의 회원 중에는 84세인 할머니도 오신다. 젊었을 때 농구선수로 활약하셨단다. 화려한 옷과 고운 화장으로 치장하고 와서 짝 없는 상대의 파트너가 된다. 젊은 신참 회원보다도 스텝이 틀리지 않는다.
이 할머니를 보면 내가 그 나이가 되면 어떤 모습이 될까? 가까운 미래의 내 모습을 상상하게 된다. 건강하고 아름다운 노후를 위해 정말 잘 선택한 운동인 것 같다. 그것도 부부가 함께하는 운동이라 더 값지고 행복한 여가의 시간이 아닐까? 요즈음은 자기 형편에 맞게 건강관리를 많이들 한다. 건강관리 방법은 다양하고 종류도 많지만 가능한 부부가 같이하는 운동이 좋을 것 같고 권하고 싶다. 음악에 맞춰 경쾌한 율동과 스텝에, 손을 맞잡고 움직이는 동작이 운동의 효과가 매우 크다. 또 부부의 대화도 많아지고 생활이 새롭고 즐겁다. 거기에 즐거움을 나누는 동우회원들과의 어울림도 건강한 삶의 큰 요소가 되지 않나 싶다.
운동신경의 발달도 나이에 따라 다르다. 한 살이라도 덜 먹었을 때 시작하는 것이 좋을 듯싶다.
취미에 맞지 않는 운동을 아내를 위해 동참해 준 남편이 너무 고맙다. 우리 둘의 건강한 노후의 삶을 위해 대전, 대구, 부산 찍고를 더욱 열심히 해야겠다.
2011년 8월 19일

주응규 2014-02-20 18:51	가슴에 아늑히 번지는 좋은 글 가슴에 담습니다 봄향이 스물스물 불어 오는 듯합니다 작가님의 글 향도 봄꽃같이 향기를 더하기를 소원합니다 화목한 가정의 한 때가 마음을 훈훈하게 합니다 건강과 행복을 빕니다^^

행복의 근원

큰 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