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할아비와 막내와 함께 롯데백화점에 가는 도중 며느리의 전화를 받았다.
  "어머니, 일요일에 온 식구들이 모여 점심을 함께 하려고 해요. 오후 1시까지  

  여의도의 집으로 아버님과 도령님과 오시면 좋겠습니다."
  선호 엄마(딸)와는 미리 약속을 한 것 같다. 막내는 '김연아 아이스쇼'에 관람 선약이 있어 참석 못 한다고 제 형수와 통화를 한다. 그렇게 학교 일에만 매달려서 제시간을 갖지 못하던 막내가 여가를 즐기려는 모습에 노부부는 흐뭇하고 너무 행복하다.

 백화점 5층의 남성복 정장 판매장에서 막내아들의 여름 정장 한 벌과 와이셔츠 2벌을 샀다. 여자고등학교에 10년을 넘게 근무하지만, 외양에 무신경한 막내는 어미인 내가 보아도 초라하기 그지없다.

일요일, 막내는 '김연아 아이스쇼'에 가고 우리 내외는 마포에 사는 딸네 집에 간다. 전날부터 할아비는 딸네 가족과 합승하여 가자고 전화를 했던 모양이다. 딸과 손자들은 아파트 현관 앞에서 기다리고 있다. 외손들과 딸을 태우고 큰아들의 집 여의도 자이 아파트에 도착하였다. 친손녀, 쌍둥이 손자들은 고종 사촌(외손자)들을 만나니 반갑다고 난리이다. 쌍둥이 생일( 5/7 )축하 노래를 몇 번이나 부르고, 촛불도 켰다, 컸다, 반복하고, 온 집안이 떠들썩하다. 아래층에서 주의 항의가 올까 봐 가슴조린다. 케이크 자르기를 미리 하고 대식구가(10명) 아들 차에 타고 식당으로 이동한다. 어른들은 아이 한 명씩을 모두 끌어안고 차에 올라탔다.
"민주는 왜 이렇게 말랐니?"
손녀를 끌어안은 할아비는 민주의 손목을 잡고는 안쓰러워한다. 

 이른 아침부터 통학버스를 타며 경기초등학교에 다니느라 얼굴이 어른 손 주먹만큼 작아졌다. 여의도 방향의 통학버스는 여의도 자이 아파트에서 아이들을 태우기 시작하여 마포로 빙빙 돌아 아이들을 태워 8시 20분에 학교에 도착한단다.

 "아가, 민주 아침밥을 꼭 챙겨 먹여라"
할아비는 측은한 듯 손녀딸을 껴안는다. 그 어린 것이 7시 30분의 School bus를 타려면 이른 새벽에 깨어서 얼마나 바쁘게 서둘러야 할까? 물인들 제대로 넘어갈까? 집에서 5분 거리의 서울 윤중초등학교를 보냈으면 좋으련만, 며느리는 이 학교를 보내려고 1번으로 접수시켰단다. 이런 사고의 큰 며느리의 교육방침엔 두 손을 번쩍 들고 포기하고 말았다.

 집 가까이에 있는 음식점이지만, 아이들과 할미의 무릎 관절염 때문에 차로 이동을 한다. 골목을 잘못 들어서 한 바퀴를 다시 돌았다. 이 식당(강강술래)은 왕갈비로 유명한 음식점이라고 제 가족들과 먼저 와본 딸이 귀 뜸을 한다. 식당은 예상대로 초만원이다. 손님이 하도 많아서 예약 시간이 지났지만 잠시 기다렸다.
친손, 외손, 모두 다섯 손은 어른들이 한 명씩을 맡아서 식사를 돕기로 한다. 모두 제자리에 앉아서 식사한다. 소문대로 음식 맛이 아주 좋다. 선호와 쌍둥이 태환과 태훈도 식사가 끝날 때까지 의젓하게 식사를 한다. 유치원에서 생활지도를 교육받은 결과가 아닌가 싶다.

자이 아파트로 오는 중 집의 부근에 있는 서울 윤중초등학교 앞을 지난다. 아들 내외는 우릴 모두 학교 앞에 내려주고 아파트에 가서 놀이기구를 가져오기로 했다.
넓은 운동장에서 자전거, 줄넘기, 링 나이 스케이트 타기 등 오늘은 손녀, 손자들의 세상이다. 할아비와 할미는 나무 그늘에 앉아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친손 외손들의 재롱에 입이 함 박만 해진다. 아들 내외와 딸은 놀이기구들을 나르고 제 자식들의 시중을 들며 행복해 한다.
아들, 며느리, 딸이 챙겨준 어버이날의 두둑한 선물을 받은 할아비와 할미는 더 행복하다.

 할아비와 할미가 대접을 잘 받고 연희동으로 돌아오는 길은 마포대교를 건넌다. 할아비는 운전하고 할미는 유유히 흐르는 강물을 바라본다. 언제나 강물은 늘 그 자리에서 흐른다. 오늘과 내일의 흐르는 강의 물은 분명히 다르지만 똑같은 모양으로 변함없이 흐른다.

세상의 모든 가정도 집집이 관습과 풍습은 다를 수 있으나 행복을 추구하는 것만은 모두 똑같을 것이다. 그리고 그들이 추구하는 행복한 가정은 시공을 초월하며 변화가 없고 영원할 것이다.
마포대교 건너 편의 수많은 빌딩의 숲이 눈앞에 다가온다. 휘황찬란한 불빛이 하늘의 많은 별처럼 아름답고 화려하다.
'저 화려한 불빛처럼 수많은 가정의 행복의 근원은 가정이 아닐까?'
 
앞만 보고 달려온 노부부는 행복했던 가정의 둥지를 지키고 있다. 자손들이 새둥지를 틀어 모두 노부부의 곁을 떠나 갔다. 행복했던 낡은 둥지 속엔 오직 할아비와 할미만 둘이 남아서 오늘을 지키며, 내일도 변함없이 자식들의 버팀목이 될 것이다. 

세월은 끈임없이 이들의 행복한 가정과 함께 흘러간다. 그리고 그의 자손들이 새둥지를 틀어 또 그의 곁은 떠날 때가 올 것이다. 그들은 그 자손들의 버팀목이 될 것이다.

변함없이 강물도 유유히 흐른다.

이렇게 행복의 근원인 가정은 세월과 함께 변함없이 이어간다.
행복의 근원을 이루고, 또 지켜온 할아비와 할미는 두툼해지고 주름진 두 손을 꼭 잡아본다.
그리고 세월과 함께 묻어 갈 것이다.                                                                                        

                                                                                 2012년 5월 8일 연희동에서

연희동 집에서 물놀이하는 손주들

쌍둥이 손자들의 생일입니다. 민주, 태환, 태훈, 선호입니다. 건강하고 씩씩하게 자라길 할비와 할미는 늘 마음속으로 빌 뿐입니다.

큰 아들집에서 손주들에게 생신 축하 받는 할아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