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대한문인협회-수필

ㆍ작성자	김숙자
ㆍ작성일	2014-01-23 07:51

ㆍIP: 183.xxx.6

조각가 김종영 갤러리에서

                                                 연희동 김숙자

'따르르릉'
10월 7일 저녁 9시 반, 초저녁 잠이 많은 나는 깊은 잠에 빠져있는 시각이다.
"어머니, 저예요."
막내며느리의 밝은 목소리가 들린다.
"10월 9일에, 아버님과 어머님 모시고 점심식사를 하려고요."
극구 사양을 하였지만 아들내외는 정각 12시에 연희동 집에 도착한 것이다. 외식을 아주 싫어하는 할아비도 별도리 없이 외출할 준비를 한다. 우리부부는 아들차에 타고, 그들이 동료교사들과 회식 때 자주 온다는 분위기 있는 한정식 집으로 갔다.
'등잔 밑이 어둡다'
10 여년 가깝게 연희동에 살면서도 이런 식당을 모르다니......,
제철 음식이 아닌 '매생이국'이 칼칼하고 시원하다. 맛있는 점심을 다 먹은 후 아들은 평창동에 있는 '四美樓'커피숍에 가자고 한다.
"어떤 곳인데?"
"조각가 김종영의 갤러리이며 '四美樓'란 분위기 있는 찻집이에요,
"너희들이나 가서 재미있게 즐기거라"

태풍이 스쳐갔지만 청명한 가을 날씨다. 할비와 커피숍에 간다니 좀 쑥스럽기까지 하다. 둘이 커피숍에 간지가 몇 십 년 만인가? 아들 차의 뒷좌석에 앉은 할비와 나는 집앞에서 내려줄 것을 간청하였지만 아들은 운전대를 잡은 사람의 뜻대로 따라야 한단다.
오늘은 꼼짝없이 아들 며느리가 이끄는 대로 우리 부부는 따라야 할 판이다. 아들 차를 타고 신세대들이 다니는 분위기 있는 찻집도 가고, 조각품전도 감상하고, 드라이브도 하는 노부부는 오랫만에 즐거움을 만끽하는 행복한 하루가 되겠다.

연희동에서 홍은동-문화촌-세검정-정릉방향으로 차는 달린다. 세검정에서 정릉 방향으로 가니 20 여년 전 딸과 막내가 다녔던 고등학교 시절이 생각난다. '대일외국어고등학교'를 보내곤 새벽잠 설치며 도시락 여섯 개, 내 도시락 까지 일곱 도시락을 칠년 간을 싸며 힘든 세월을 보냈다.
시도 때도 없이 학부모 총회가 있으면 열 일 젖히고 참석했던 그 시절의 나--두 번 다시 생각하고 싶지 않은 힘들었던 시절이었지만 그 때의 '젊음'이 그리워진다.
   '그 시절의 딸과 막내아들도 얼마나 힘들었을까?'
어느덧 나이 사십 세가 다 되어가는 딸과 막내아들은 법조인(판사)과 교사(대원외고)가 되어 힘들었던 그 시절을 추억으로 그려놓고 현실과 앞날을 향하여 열심히 전진하고 있다.

길 양쪽으로 건물들이 많이 생기고, 또 없어지고, 세월의 흔적들은 끝없이 늘어섰다. 세검정초등학교'를 지나 정릉방향의 양쪽 길가엔 병원과 아파트 등 고층빌딩의 숲으로 오래간만에 와보니 나는 이방인이 된 느낌이다. 옛날 '올림피아호텔'과 '귀빈예식장'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그자리엔 고층 아파트들이 숲을 이루고 있다. 아들은 그 아파트 건너편의 큰길에서 좌회전 신호를 받으며 들어가려고 한다. 대 저택들이 울창한 숲과 어우러져 더 웅장해보인다. 담 밑에는 울타리 없이 가을꽃 국화와 마가렛으로 발길을 멈추게한다.
꽃속에 묻힌 담없는 집이 더 아름답다. 차들과 주민들이 다니는 아스팔트의 넓은 길의 밑은 개울물이 흐른다. 북한산 계곡에서 흘러오는 개울물이 졸졸졸 소리를 내지만 비가 오면 더 요란하여 밤잠을 설치게 한다고 한다.

가을로 덮고, 가을 소리가 들리며, 가을만 보이는 북한산자락에서 노부부는 가을을
담으며 행복한 가을의 하루를 보내고 있다.

막내아들 막내며느리의 사랑스러운 반듯한 마음씨, 요즈음 젊은이 답지 않은 효성스러움.....,
노부부는 아들부부의 대접을 듬뿍 받고 행복한 시간을 누렸다.  10/11일 발칸반도로 12일 간 여행가는 노부부는 연희동 집에 대한 걱정이 없다.
고등학교 부부교사인 아들내외는 틈틈이 집에 들러 나무들에게 물을 주겠다고 하며. 여행 장도금까지 챙겨주는 마음 씀씀이에 감동하여 노부부는 행복한 미소를 짓는다.
우리 부부를 연희동 집에 내려주고 집으로 돌아가는 그들에게 무엇을 보내야 할까? 손이 덜가고 먹을 수 있는 밑반찬? 꽃게장, 깻잎, 엄지고추 절임......,

어느덧 석양은 아름드리 소나무에 숨으려 하고. 자식들에게 기를 받은 노부부는 행복한 내일을 기다린다.

2013.10.09 김숙자

담장 없는 가을 꽃들

막내며느리와 함께

갤러리로 올라가는 길(후문)

야외 휴게실에서

예쁘게 자란 소나무가 전시관을 더 한층 돋보이게 하는군요. 현대적인 건축미를 갖춘 깔끔한 전시관은 고인의 예술의 역사를 간직한 듯 보입니다. 야외에서 북한산의 좋은 공기마시며 가을바람 쏘이며가을이 스며들고 있는 북한산의 아름다움에 눈을 돌리지 못합니다.
四美樓 커피숍에서

아들내외와 우리 부부는 작품 전시관에서 가장 경관이 좋은 '四美褸' 커피숍에서 구수한 향이 짙은 커피를 마시며 북한산의 아름다운 가을의 풍광에 혼을 놓고 있습니다.

전시관 정문입니다.

조각가 김종영의 생애

조각가 김종영의 유작품들

뒷쪽으론 북한산, 앞쪽으로는 한적한 대도시의 풍경이 펼쳐지는 높은 언덕에 터 잡은 미술관입니다. 현대적인 건축미와 가을 물이 들어가는 나무들과 어우러져 도도한 위용이 엿보이는

전시관이었지요, 전시 작품들은 많지 않으나 예술에 관심을 갖고 있는 후학들의 집회장소로서 김종영 조각가의 예술적인 혼을 충분히 계승할 수 있는 활동공관으로 보였습니다.
야외의 휴게실과 편의 시설이 좋아서 오래 머물고 싶게 하는군요, 조경이 잘된 아름진 정원수들이 전시관을 더욱 고풍스럽게 합니다.
30년 전에 작고한 현존하지 않은 예술가이지만 그가 남긴 예술의 혼은 영원히 계승되리라 믿습니다.

주응규 2014-01-28 23:28	좋은 글이 있어 마음이 훈훈한 밤입니다 포근한 겨울날씨였습니다 오늘하루도 수고하셨습니다 행복하고 평안한 밤 누리십시요.^^

김숙자 2014-04-22 10:44	《Re》주응규 시인님, 안녕하세요? 화창한 봄날, 벚 꽃, 목련 꽃이 지는가 싶더니 뜰엔 백철쭉 꽃이 만발하네요. 어느덧 봄은 네 가까이에서 맴돌고 있습니다. 매일 카페에서 주시인님의 바쁘신 일상을 뵙고, 시간은 참 다양하게 우리에게 다가온다고 생각했습니다. 주시인님께 늘 행복한 시간이 함께 하시길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가을걷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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