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저물어가는 시골집

 8월 초에 시골집에서 큰아들네 가족(손주들)과 휴가를 보냈지요. 다음날 이른 아침에 순창의 법원 휴양지에서 휴가를 보내던 딸네 가족이 왔습니다. 집은 좁지만, 확 트인 마당과 숲 속에서 아이들은 즐거워합니다.할아비와 할미는 자식과 손주들에게 풀 속에 묻힌 시골집을 보여주지 않으려고, 미리 7월 말에 내려가 정리를 했습니다. 그리곤 노부부는 자손들이 오는 날을 기다립니다.

"할머니네 집은 꼭 공원 같아" 할아비는 손녀의 말에 의기 등등해 합니다.

노부부는 대가족과 함께 보성 녹차 밭, 장흥의 물 축제, 그리고 보림사의 계곡에서 물놀이로 2박 3일 동안 휴가를 보냈습니다. 할아비는 당신의 생가에서 자손들과 여름휴가를 보내는 이번 여름을 아주 자랑스러워 합니다. 그동안 시골집은 노부부에게 불화의 씨앗이었습니다.

할아비의 지칠 줄 모르는 생가에 대한 애착은 할미의 불만 제 일 호입니다. 수확도 없이 돈만 들어간다고 애물단지라고 시골에 갈 때마다 할아비의 속을 긁어놓았지요. 그 후 두 번의 태풍, 장마, 무관심.......
 이번 10월 25일, 3개월 만에 내려가 보니 완전 전쟁을 치른 것 같았습니다. 나무들은 꺾이고, 잘리고, 쓰러지고,
과일(호두, 은행, 감, 석류, 대추, 모과)은 모두 떨어지고........

할아비는 이른 아침부터 비닐봉지를 들고 호두나무 곁으로 갑니다. 이 나무는 할아비가 제일 좋아하는 귀족 호두나무입니다. 귀족 호두는 꼭지 부분에 각이 세 개 또는 네 개로 나누어졌습니다. 조각무늬가 기이하고 아름다워서 장난감 호두로 이용되며 먹을 수는 없는 호두이지요.두 알이 하도 실하여 손질하는 항라비에게 깨보자고 재촉합니다.
 "속은 까만 막이 붙어 있고 알맹이는 없어"
'손들이 먹을 수 있는 유실수나 심을 것이지........'
웃자라나는 호두나무를 보고 매번 잔소리합니다.
 "당신은, 열매로 먹을 수 없는 나무는 나무로 취급을 하지 않는 점이 어머니와 똑같아"
할아비의 이 말 한마디로 생전의 시어머님 모습이 떠오릅니다. 어머니께서는 나무가 우거지면 값비싼 나무를 구분하지 않고 무조건 모두 잘라 내십니다. 손들에게 보낼 유실수 나무만 귀하게 여기셨던 시어머님이 그리워지는군요. 할아비는 호두나무 밑에 떨러진 호두를 주워 모아서 빈 상자에 담습니다. 서울에 가지고 와선 잘 생기고 각이 많이 난 호두를 골라내지요. 거의 똑같은 두 개의 호두 겉껍질에 광을 내고, 꼭지 정수리에 예쁜 금속(18금)을 박습니다. 그리곤 '뽀드득 뽀드득'  할아비의 장난감이 됩니다. 

할아비의 가을걷이는 오직 귀족 호두 뿐입니다. 실속없는 가을걷이로 노부부는 티격태격 이번 겨울나기가 시작됩니다.
"여보세요, 복 달아나요."
할미는 호두굴리는 할아비에게 화를 버럭 내지요. 가끔 씩 할미에게 잔소리를 들으면서도 할아비는 이 귀족 호두로 손 지압을 계속 할 것입니다. 손 지압의 효과만이라도 많았으면 좋겠습니다. 할미는 잔소리를 하지만, 할아비의 건강한 모습으로 내년의 풍성한 가을걷이 할 것을 기다립니다.
맑은 공기 마시며 시골의 생활을 보낸 가을의 시간을 소개합니다.

                                                                                                 2012년 11월 18일 연희동에서

겨울을 안은 빈집
 
 
겨울을 안은 시골집입니다. 빈 집으로 쓸쓸하게 있다가 2~3개 월에 한 번 씩 주인을 맞이 합니다.
2013년 12월 24~29일 동안 시골집에서 머물다 왔습니다. 주인이 올 때만 집의 꼴이 됩니다. 애물단지입니다 할아비는 소독 통을 둘러메고 소나무에 소독을 합니다. 깍지 벌레가 소나무의 물관부까지 뚫고 들어가 수많은 소나무를 고사시켰습니다. 무서운 벌레들이군요. 주사기로 구명마다 약을 넣고, 또 독한 약을 분무기로 뿌려줍니다.
귀족 호두나무

할아비가 제일 아끼고 소중히 여기는 귀족 호두나무 
여름 휴가를 보내며

여름휴가 때의 시골집에서
가을이 오는 시골집

풀씨를 거둡니다.
 
남편은 "당신은, 도움이 안되는 일에 시간을 낭비하고 있어. 겨울 되면 이 풀들은 모두 얼어서 죽을 거야"
풀을 뽑고 있는 나에게 쓴 잔소리를 합니다. 난, 씨가 통통 영근 풀을 보며 내년에 온 밭이 풀들로 덮힐 것을 상상합니다. 이 풀들의 씨앗들을 모두 어떻게 해야 할까?' 이미 풀씨들은 참깨가 쏟아진 듯 하얗게 흩어져 있습니다.
나도 모르겠다!!......,
산새들의 거처
10여 년 전에 겨울동안 머물 새의 집을 네 곳에 만들어 주었습니다. 그 동안 온 갖 새들은 다 모여서 조잘대는 새들의
아름다운 소리에 늘 귀가 즐거웠지요. 그런데 8월에도 없었던 딱다구리의 집이 새로 생겼습니다.나무에 파놓은 동굴을
보며 생각합니다.
'딱다구리는 이 집을 짓느라 입이 얼마나 아팠을까?'
"여보세요, 동굴에 손을 넣어 보세요. 알이 몇 개나 있을까요?" "위험해, 동면하려는 뱀이 있을지도 몰라."
제발!!, 뱀이 없길...... 내년엔 딱다구리의 가족이 많이 늘었으면 좋겠어요.
정리된 풀밭 

잡초의 씨가 아주 무성한 곳만 대충 풀을 뽑았습니다.
남편은,
"참, 당신은 일등 일꾼이야"
풀도 잘 뽑고 일도 잘 한다고 칭찬같은 빈정대는 말을 합니다. 그러나 남편의 눈빛은 고맙고 또 고맙다는 표정입니다.
쓰러진 나무들을 베어서 옮기는 남편은 땀을 뻘뻘흘립니다. 벗나무, 모과나무, 매실나무, 단풍나무, 소나무, 대나무,
감나무, 목련나무 등등......수십 그루가 뽑히고, 쓰러지고, 꺾어졌습니다.
선친들이 계신 고당산

고당산에 계신 선친들께 성묘를 하고 오는 중입니다. 산소 뒷쪽의 소나무들도 몇 그루 쓰러져서 걱정입니다.
12월 초에 내려와서 대대적으로 정리하기로 하고 10월 31일에 서울에 왔습니다. 긴 여행을 한 기분입니다
                                                                        2012년 10월 3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