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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ple01_next.gif김숙자 수필가 문학서재

ㆍ작성자 김숙자
ㆍ작성일 2014-10-29 07:57
ㆍIP: 108.xxx.86
Halloween Day
뉴저지에서 김숙자

월, 수요일은 River Edge 도서관에 가는 날이다. 도서관 가는 길은 저택들이 양쪽으로 넓직하게 터를 잡고
아름다운 정원을 꾸며 놓아서 꼭 숲 속의 요술 궁전처럼 보인다.
그집 주인의 취향에 맞게 잘 가꾸어 놓은 정원을 보는 재미가 이 길을 가는 동안 지루하지 않게 한다.
오색찬란한 아름드리 가루수가 집집마다 정원수와 잘 어우러져 저택들의 특징을 살린다.
거기에 10월 한달은 Halloween Day (10월 31일)를 기념하는 장식으로 집집마다 경쟁을 하듯 으스스한 분위기로
정원을 꾸며 놓았다.
가면을 쓴 귀신이 나무 위에 걸터 앉아 있는가 하면, 현관 앞에는 큰 호박(Jack O'Lantern) 두 서너 개가 놓여 있다.
까만 드레스와 하얀 가면을 쓴 허수아비 같은 해골, 귀신, 좀비가 정원수 나무 위에 있기도 하고 현관 앞에도 있다.
정원 한가운데는 귀신의 허룸한 옷차림으로 꾸민 허수아비가 우뚝 서 있어서,
꼭 그집을 지키고 있는 수호신처럼 보인다.
3개월 동안 도서관을 다니며 이길을 수십 번을 오갔어도 사람 구경을 못하였건만.
차고 앞엔 늘 승용차 두 세대가 추차되어 있다. 서로 경쟁을 하듯 할로원을 기념하는 장식물이 정원에 설치 된 것을 보니, 사람이 살고 있음엔 틀림 없다.
이렇게 행인들의 즐거운 눈요기 감을 제공하는 이곳 사람들은 삶이 참 여유로워 보인다.

학교나 유치원에서도 이 날을 기념하기 위한 학습 활동으로 많은 시간을 할애 한다.
손자들은 어른 주먹크기의 작은 호박 위에 얼굴을 그리고 머리카락과 모자를 붙여서 만든 Jack O'Lantern 을 가지고 왔다. 또 해골이나 마녀를 도화지에 그리고 꾸미서 붙여 만든 작품도 있었다. 손자들은 자기 작품들을 소중하게 다루며 책상 위에 진열하거나 벽에 붙여 놓는다.
'이 아이들은 Halloween Day의 의미나 유래를 잘 알고 있을까?'
영어가 능숙하지 못한 손들에게는 선생님 설명을 잘 알아듣지 못할 것 같은데, TV 방송을 보며 웃기도 하고
무서워도 하며, 이날 행사에 대하여 기대가 아주 큰듯 하다.

이 날은 할로원 복장을 한 어린이들이 악의 없는 장난으로 집집마다 돌며 과자를 요구한다.
특히 할머니, 할아버지는 집 주변과 현관 문 앞에 귀신이나 해골을 꾸며 놓고 악귀를 쫓으며,
어린이들 오기를 기다린다. 어린이들에게 사탕과 과자, 쵸크릿을 주며 악귀에서 보호해 준다.
이렇게 10월의 마지막 날은 주민과 서로 어울리며 소통할수 있는 축제의 날인 것이다.

본래 Halloween Day 는 유럽에서 시작하여 미국으로 넘어와 널리 퍼졌단다.
기원 전 500년 경 아일랜드의 켈트족 풍습인 Samhain 축제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켈트족의 새해 첫 날은 11월 1일이었다.
켈트족은 사람이 죽어도 그 영혼은 1년 동안 다른 사람의 몸 안에 있다고 믿어왔다.
그 해의 마지막 날 10월 31일은 죽은 자들의 영혼이 일년 동안 머물 상대를 선택하는데, 집 안으로 들어오지 못하게 막았다고 한다.
해골, 귀신, 마녀, 좀비 등으로 장식하여 악귀를 쫓고, 어린이를 보호하며 아낌없이 먹을 것을 주었다고 한다.
이런 풍습의 유래로 할로원 데이의 축제가 전해 내려온 것이다.
가족끼리 호박등을 만들며 가족 애를 다지고, 지역 주민은 공동체가 되어 함께 즐기는 축제로 발전된 것이다.
학교나 유치원에서는 10월 31일 날 악귀가 두려워하는 장식으로 꾸민 옷을 입고 오라고 한다.
한국에서 하지 않던 행사가 궁굼하기도 하였고, 전통을 중시하는 이곳 사람들이 참 여유롭게 느껴졌다.

학교에서는 어느 날은 선생님은 어린이 복장으로, 아이들은 어른의 복장으로 단장하고 등교하라고 연락 한다.
그 다음 날은 잠옷 차림으로 오라고도 한다.
모두가 E-Mail 로 연락하여 잠시 확인을 놓치면, 학부모는 뒷바라지를 못한다.
딸도 메일을 보지 않아서 첫 날은 손자의 준비를 못하고 학교에 보냈다.
딸은 이런 경험이 있어서인지 할로원 행사에는 관심을 많이 갖는다.

딸은 뉴욕 맨하턴에서 수업이 끝나고 집으로 오는 중 늦은 저녁이었지만, 손자들의 할로원 옷을 사왔다.
그 많은 옷은 다팔리고 손자들에게 규격이 맞지 않은 옷만 몇 벌 남아서 어쩔수 없이 제값을 다주고 떨이로 샀단다.
아이들은 그옷을 입고 좋아서 잠자리에도 벗으려고 하지 않는다.
할미는 억지로 옷을 벗기어서 밤 늦도록 줄여 놓았다.

어릴 때 명절 전날, 설빔을 입어보곤, 너무 좋아서 벗고싶지 않던 그 기분을 회상해 본다.
어머니께서는 명주에 꼽게 물들여 밤을 지새우며 지어 주시던 한복,
오일장이 서는 날, 읍네에서 사오신 꽃무늬 찍힌 옥색 고무신을 머리 맡에 놓고 잠을 설치던 명절 전날,
이 할미가 어릴적 추억을 잊지 못 하듯,
손자들도 미국서 즐기는 Halloween Day 를 잊지 못할 것이다.

어릴 적 추억은 모두가 소중하고 평생을 가슴에 묻고 살아왔다.
때로는 과거의 그리움이 되고, 현재의 행복과 즐거움이 되고, 미래의 힘과 용기가 되어 삶을 살찌게 하는 것이다.
아직 어린 나이의 손들이지만 새로운 환경에서 많은 추억을 쌓아서 그들의 앞날에 풍성한 삶의 밑거름이 되도록
이 할미는 좋은 추억을 많이 만들어 주고 싶다.

2014년 10월 30일 Kims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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