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대한문인협회-수필

ㆍ작성자	김숙자
ㆍ작성일	2014-02-25 05:07

ㆍIP: 183.xxx.223

獨居老人脫出

연희동 김숙자
연신내 집 아파트 문을 열고 들어서니 현관엔 구두 세 켤레가 가지런히 놓여있다.
'웬일이지? 구두며 운동화가 늘 흩어져 있었는데.......'
막내아들의 안정된 생활 모습을 엿보는 것 같아서 마음이 편안해진다.
훈훈한 집안의 공기가 확 얼굴을 감싼다. 연희동 집에서 가지고 온 반찬들과 과일을 냉장고에 넣고 이 방 저 방을 둘러보아도 그런대로 정리가 잘되어 있다.

식탁 위에는 우편물 네 편이 가지런히 놓여있다. 자동차보험계약서, 하이마트 광고장, 기아자동차 대리점의 우편물, 예쁜 카드의 청첩장이 눈에 띈다. 네 편의 우편물을 거실의 탁자 위에 놓고 청첩장 같은 예쁜 가드를 들었다. 보내는 이의 주소 란에는 배화여자고등학교의 교장 선생님의 성함이 적혀있다.
' 아! 교장 선생님의 자녀를 여우시나, 날짜는 언제이지? 혼인날짜가 겹치면?'
순간적으로 걱정이 되었다.
카드봉투를 자세히 보니 이미 막내아들이 개봉을 한 것이다. 카드를 열어보니 생각했던 청첩장이 아니고 새해의 연하장을 보내신 것이다.
격려와 덕담의 말씀을 정성스럽게 쓴 서체가 눈길을 끈다. 00 여고의 발전을 위해, 또 학생들에게 열정과 애정을 쏟은 막내아들의 노고에 대한 감사함과 칭찬의 말씀을 손수 쓰신 편지글이었다. 그리고 올해는 좋은 반려자를 만나 행복한 가정을 꾸리길 기원한다는 교장 선생님 휘하의 교사에 대한 사랑과 정이 가득한 친필의 서신이었다. 가슴이 뭉클하고 눈물이 핑 돈다.
교장 선생님께서도 결혼이 늦은 과년한 아들을 둔 이 부모의 마음을 꽤 뚫고 계신 듯 느껴졌다.

막내아들은 올해로 서른일곱 살이 된다. 어느덧 사십에 가까운 노총각이 되었으니 남편과 나는 어느집의 누가 결혼을 한다고 알리는 청첩장이 오며는 막내를 떠 올리며 한숨을 짓고는 하였다.
" 연애도 한 번 못 해보는 바보 녀석"
결혼을 못한다고 바보로 취급하는 남편이 꼴 보기 싫어진다. 가끔 막내 집에 들러 우렁이 각시 노릇을 하고 오면
"당신이 그렇게 돌보아주니 마마보이가 되어 장가를 못가는 거야."
남편의 생각과 그런 식의 표현은 정말 듣기 싫고 화가 났다.
이 어미는 식사나 건강관리 등 어느 누구의 도움 없이 해결하며 출근하는 막내가 늘 걱정이고 근심이었다.

2005 년부터 독립하겠다고 하여 혼자 두고 우린 연희동으로 이사를 한 것이다. 가끔 만나면 얼굴은 초취하고 몰골은 초라하다. 아침이면 우리 부부가 일어나기도 전에 출근하여 야간 자율학습까지 끝내고 늦은 밤에야 집에 온다. 아침은 제대로 먹고 가는 것인지 각 교실로 돌며 영어 학습을 할 때는 배가 고파서 말은 제대로 나오는지 모두가 걱정이 된다.

막내는 대학교 졸업 후 이렇게 학교 일에만 매달려서 13년 간을 교직에 몸담고 있다. 오직 학교의 일과(연구, 생활지도) 학생들 학습지도를 위한 교제 연구에만 전념하고 있으니 자기의 생활은 늘 바쁘고, 취미생활도 못 누리는 좀 어리석은 젊은이가 아닌가 싶다.
그동안 선도 여러 번 보았다. 부모나 상대편은 만족해하나, 늘 막내아들이 생각하는 조건이 달라서 연을 찾지 못하기가 일수였다.

어느 날 큰아들은 자기 주변(병원)에서 보아온 참한 규수가 있으니 미팅날짜를 잡아보라고 제 동생과(막내아들)의논을 한다.
"요즈음은 여자들의 비위(뜻)도 맞추어 주어야 하고, 관심도 가져야되고, 기념일 챙겨야되고, 또 싸우고......,"
여자들이 영악스럽고 이기적이어서 어떤 여자도 호감이 가지 않단다.
“형, 난 지금 생활이 가장 편안하고 행복한데요.”
" 좋은 기회 다 놓치고 이러다가 너 獨居老人 될래?"
"......."
가슴이 철렁한다.

獨居老人
'얼마나 외롭고 쓸쓸할까?'
누구도 본인의 고독감을 다 헤아려 줄 수도 없다. 우리 부부가 살아있을 때까지는 가슴 아리며 지켜보는 부모가 곁에 있다지만 死後에 제 형이나 누나에겐 얼마나 큰 짐이 될까?
"내가 노후 대책을 세우며 살아가는데 형이나 누나에게 왜 짐이 돼요?"
"동생이 獨身으로 살고 있다는 자체가 형이나 누나에게 부담이 되는 거야"
“.......,”

가족 수가 많으니 집안행사도 많다. 온 식구들이 다 모인다. 장남의 가족 다섯, 딸의 가족 넷, 막내만 혼자이다. 이런 행사가 번번이 있을텐데 늘 막내만 혼자일테니 얼마나 소외감을 느끼게될까? 조카들이 예뻐서 붙들고, 끌어안고. 매달고, 어깨에 둘러메고......,난리다. 이렇게 삼촌과, 외삼촌(막내)을 따르며 좋아하다가도 문제가 생기면 제 엄마, 아빠를 찾는다.

재작년 여름에는 형네 가족들이 휴가를 가는데 막내아들은 조카들(손녀와 손자들--첫돌지난 쌍둥이 형제)을 돌보려고 쫓아갔단다. 얼마 후에 그 사실을 알고 잠시 기분이 묘했었다.
형네 가족들과 우애가 좋아서 그 무더위에 동참해서 도와준 막내가 고맙기는 하였으나 제 가족이 아닌 조카들을 돌보려고 갔다니......,
"조카들이 그렇게 예쁘니? 네 자식들을 낳아봐라 얼마나 예쁘겠는가?"

교사의 박봉임에도 불구하고 인심은 제일 후하다. 조카들 생일이나 형, 형수, 누나의 생일에는 과할정도로 축하금을 전한다. 씀씀이가 헤픈 이런 막내의 모습도 가슴이 아리다.
“너, 쓸 때 없이 과용하는구나. 네 형편에 맞게 지출하여라.”
“부양가족이 없으니 제가 더 써야 되지요. 형과 누나는 조카들이 많으니........”

이렇게 형의 집, 누나의 집을 오가며 삼촌과 외삼촌 역할만을 잘하던 막내가 지나해 10월부터 자신만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막내는 조심스럽게 말문을 열었다. 요즈음 만나는 여자 친구가 있단다.
11년을 같이 근무한 동료교사를 만나고 있다니 이 어미의 마음은 세상을 모두 얻은 기분이었다.
10여년을 지켜본 서로의 선택이라 혼인에 관한 모든 진행은 빠르고, 편하고. 순조롭다.

獨居老人脫出!
큰아들의 홈페이지엔 노후에 동생과 함께 여생을 보낼 주거와 생활설계가 세워졌다고 딸은 지금에야 말을 한다.
큰 아들의 책임감에 가슴이 뭉클하다. 이젠, 큰 아들의 미래의 생활설계가 바뀔 것을 생각하니 이 어미는 어깨의 무거운 짐을 내려놓은 기분이다.

큰 아들과 딸은 제동생의 婚姻에 온 마음과 정성을 쏟는다.
우리부부는 막내아들이 늦은 결혼을 하지만 그 이상의 행복하고 건강한 가정을 꾸려가길 마음속 깊이 빌고 빌 뿐이다.
내년 명절엔 막내아들 품에도 자식을(손자)안고 연희동 집에 올 것을 성급하게 기대한다.

2013년 1월 15일 연희동 집에서

막내 아들 결혼식 날

주응규 2014-02-27 19:57	선남선녀십니다 좋은 글 마음에 담습니다 감사합니다 오늘하루도 수고 하셨습니다 편안한 밤 되시고 봄 향 가득한 나날 맞으십시요^^

장남

행복의 근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