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대한문인협회-수필

ㆍ작성자	김숙자
ㆍ작성일	2014-09-24 03:35

ㆍIP: 108.xxx.86

어린이 천국

연희동 김숙자

요즘 젊은이들의 양육 방법을 지켜보며 살아계실 적 자주 말씀하시던 친정어머니 말씀이 떠오른다.
집안일, 밭일, 어른 섬기는 일이 바빠서 아이를 낳아도 잘 거두고 예뻐해 줄 시간 없이 키우셨다던 미안함이
서려 있는 듯한 어머니의 말씀,
먹을 것, 입을 것만 챙겨주면 혼자 먹고, 놀고, 잠을 자고, 순하여 한 번도 부모의 속을 썩이지 않았다던 옛날 우리들의 어린 시절, 그렇게 자란 나는 자식 셋을 키웠고 또 그 자손들을 (손들) 돌보며, 시대변화에 따른 아이들 양육 방법에 순응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40여 년 전 우리 아이들은 어떻게 키웠는가?
봉직하던 학교 (중학교)도 사표를 내고, 아이들 양육에 나름대로 온 정성을 다 쏟으려고 노력한 것 같다.
익숙하지 못한 솜씨지만 살림과 두 살 터울의 아이들 셋을 키우며 남편의 뒷바라지도 게을리하지 않았고, 길지는 않지만, 시댁에서도 시혼 시절을 보내기도 했다.

1977년 7월 말, 남편은 서울에서 경기도 이천 농협으로 승진 발령이 났다.
다섯 살, 세 살, 생후 2개월 (5월 26일 출생)된 아이 셋을 데리고 서울에서 이천으로 이사를 간 것이다.
본채를 우리에게 전세를 주고 주인댁과 두 세대가 사랑채에서 방 한 칸씩으로 사는 마당이 넓은 집에서 일 년 반 동안 살았던 적이 있었다. 그 시대에는 아주 큰 한옥이었으나 부엌을 드나들기에는 아주 불편한 집이다.
아이들 양육과 살림이 서툰 나는 이른 새벽부터 일어나 늦은 저녁까지 온종일 서성거려도, 신문 한 쪽을 읽을 시간을 못 내며 아이들 양육과 가사에 얽매이던 시절이었다.

결국 막내가 출생 7개월이 될 때 허리 디스크가 발병되었다.
네 살(딸), 여섯 살(큰 아들) 된 아이들을 집에 두고 막내만 데리고 서울로 오르내리며 허리 디스크 치료를 받았다.
치료가 끝나고 서둘러 고속버스 편으로 이천으로 오면 늦은 오후가 된다.
방에 차려 놓은 점심을 먹은 상을 밀쳐놓고, 동생의 피피(쉬)와 푸푸(응가)의 뒤처리를 해준 여섯 살짜리의 장남은 손재주가 좋아서 종이를 접고 가위로 오려서 장난감을 만들며 엄마를 기다렸던 아이들,
두 아이가( 한글 해득을 하였음) 읽던 동화책과 장난감은 방안에 가득하고,
따뜻한 아랫목에서 네 살짜리 딸은 잠을 자고 있다.
'아이들은 얼마나 심심하고, 쓸쓸하고, 애타게 엄마를 기다렸을까?'

그 당시 디스크란 병은 치료가 일반화되지 않은 병인 것 같다.
수술 후 한 달을 입원하였고, 모유 수유를 하던 막내는 갑자기 모유를 끊고, 우유병을 챙겨서 시골(광주)에 계시는
시어머님께서 데려가시고, 허리와 온몸이 아파서그해 일 년을 얼마나 고생을 하였던가?.
남편에게 아이들 돌보기나 살림 조력에 도움도 청하지 않고, 모두 떠안았던 어려운 그 시절을 지금도 가끔
돌이켜보며 남편과 옛이야기를 한다,

요즘 외손들을 돌보며 아이들 키울 때를 되돌아보게 된다.
딸에게 가끔, 외손들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어린 나이에 어른스럽고 어미를 힘들지 않게 잘 자랐던,
저 어릴 적 모습을 이야기하면,
" 엄마, 우리를 그렇게 불쌍하게 키웠어요?".
감정 표현을 못 하는 우리는 얼마나 충격이 컸겠냐고 딸은 원망하듯 말한다.
'야, 그래도 너처럼 유별나게 아이들 챙기는 네 식의 훌륭한 엄마로 잘 키웠잖니?'

유별나게 아이들에게 매달리는 딸의 양육 방법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 Trouble이 생기며 자주 질책을 한다.
외손들은 노부부에게 맡기고, 제 앞 날을 위한 일과 공부에만 전념하였으면 좋으련만,
아이들이 걱정되어 강의가 끝나기 무섭게 집으로 오는 것이다.
"야, 아이들이 저 스스로 일을 하도록 엄마가 없는 시간을 주어라."
"독립심과 책임감을 느끼도록 기회를 주어야지 너도 편하고, 그 아이들도 올바르게 성장하게 된다."
"이제, 다섯 살, 일곱 살인데요."
딸은 제 아들들이 부모의 따뜻한 보살핌도 조금 더 크면 필요 없게 된다며, 그때까지 모든 것을
다 끌어안고 떠받들어 주겠단다. 눈치 빠른 외손들은 제 어미의 말에 절대 순종하며 떼를 쓰는 법이 없다.
제 어미가 학교에 가거나 외출을 하여도, 한 번도 따라가겠다고 떼를 쓰거나 제 어미를 못 가게 보채는 법이 없다.
'아이들을 올바르게 잘 키우는 것인가?'

아침마다 전쟁이다.
미국식의 급식은 절대 먹지를 않으니, 급식비를 (한 끼에 5$) 내고도 손자들의 도시락 준비를 한다.
김치를 싸가면 원숭이 흉내를 내고, 참기름 냄새가 나면 손을 코에 대고 스컹크 흉내를 낸다니,
김밥, 오므라이스, 카레 등으로 번갈아 가며 손들의 도시락 싸기에 늙은 할미는 고심한다.
도시락 일곱 개를 싸던 2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궁리를 하지만, 맛과 솜씨가 그때와 같을 수가 있을까?.
할아비가 오후 2시 40분과, 오후 3시에 두 손자들을 Pick Up 하여 데리고 오면 도시락 가방부터 열어보는 할머니,
빈 도시락통을 보면 마음마저 편하지만, 내일은 또 무엇을 쌀까? 걱정된다.

딸이 뉴욕에서 연수 계획이 없는 날은 매일 남편과 딸이 동행하여 손들을 학교와 유치원에 데리고 간다.
남편은 아이들과 딸을 학교 교문 앞 큰 길가에서 내려주고 운전하며 혼자서 집으로 온다.
딸은 학교 현관 앞에서 큰 손자를 들여보내고, 작은 손자를 데리고 학교 옆에 있는 Pre-Kinder-school 로 향한다.
아침 8시 40분까지 작은 손자를 입실시키곤, 15분 거리의 River-Edger 도서관으로 가는 것이다.
나무 숲 속 길을 걸어가며 운동도 하고, 논문을 쓰고, 컴퓨터로 정보를 찾고, 할 일을 계획하며,
강의가 없는 날은 도서관에서 온종일 시간을 보내는 것이다.

외국(미국)에서 두 아이 엄마가 아이들 양육과 자기 자신을 위한 연수를 받는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딸은 이 불가능한 일을 추진하고 있고, 노부부는 그 뒷바라지에 온 死力을 다 하고 있다. 그리고 딸에게 강요한다.
"네가 하는 공부는 우리가 대신할 수 없다. 그러나 아이들은 최선을 다하여 돌볼 수 있으니 엄마 아빠에게 맡겨라"
그러나 딸은 우리의 마음은 아랑곳하지 않고, 오르지 아이들에게 전념을 다 하는 것이다.

새벽부터 비가 주룩주룩 온다.
딸은 혼자서 두 손자와 손자들의 가방을 챙겨 들고 아침 8시 20분에 차에 오른다.
오늘은 비가 와서 운동과 도서관에 갈 계획이 없는 듯하다.
8시 30분까지 큰 손자를 학교에 데려다 주고, 40분까지 작은 손자를 유치원에 보내고 오겠단다.
"저렇게 아이들만 챙기니 우리는 할 일이 없잖아."
할아비는 마음이 뒤틀려서 비행기 표 예약하고 서울에 가자고 한다.

9시가 넘어서 초주검이 되어 집으로 들어오는 딸, 눈가엔 눈물 자국으로 붉어져 있었다.
"아버지, 엄마!, 저, 경찰에게 체포될 번 했어요."
"아니!, 왜?"

학교 앞 길가에다 차를 주차하고 작은 손자만 차 속에 두고 큰 손자를 학교에 데려다 주는 광경을 경찰관이
목격한 것이다. 갑자기 어디서 나타났는지 육중한 몸에 검은 선글라스를 쓴 동양계 경찰관이 나타나서
작은 손자를 보호시설 소로 데리고 가겠단다. 그리고 딸을 경찰서로 연행하겠다고 호통을 치며 으름장을 놓았다니,
딸은 魂飛魄散되어 아이를 꼭 붙들고, 울고, 신분을 밝히지 못하고, 사정 이야기만 늘어 놓고,
2분 정도의 짧은 시간이었다고 변명하고......
'한국 판사가 아이를 차 속에 방치하였다.'
매스컴을 타고 신분이 노출될까봐 전전 긍긍하며 아이를 끌어 안고 울며불며 通事情을 하였단다.

결국 58$의 주차 위반의 벌금으로 딱지를 끊어 준 그 경찰관은 어눌한 한국말을 쓰는 1.5 세의 한국인 교포의
경찰관이다, 외양이나 사고와 언어가 거의 미국인이 다 되어버린 그 경찰관은 그래도 봐준 것일까?
"봐 줄려면 주차위반 벌금도 끊지 말 것이지"
딸의 이야기를 들은 할아비는 자국민을 잘 챙기는 중국인과 한국인의 국민성을 비교한다.
딸과 다섯 살짜리 손자는 얼마나 충격이 컷을까?
할미는 오후 3시에 유치원에서 돌어온 손자를 끌어안고 가방을 열어본다.
"우리 강아지, 왜 밥을 안먹었어?"
"할머니, 가슴이 떨려서 밥을 못 먹었어요,"
딸은 종일 누워있고, 작은 손자도 도시락을 먹지 못하고 고스란히 남겨왔다.

'13세 이하인 어린이들은 어른 없이 절대 혼자 빈집에 있게 해서는 안되는 어린이를 보호하는 미국의 법칙'
2분 동안 차 속에 아이를 혼자 있게 하였다고 아이를 보호시설 소로 보내고 어미는 체포하겠다니.....
딸이 아동을 학대한 비정한 어머니인가?
우리 아이 키울 때 불가피한 형편에서 네 살, 여섯 살 된 아이를 집에 두고 병원엘 다녔던 나는 얼마나 더 비정한
어미였던가?
그러나 이 세상에 아이의 엄마보다 지극 정성으로 보살피는 상대가 그 어디에 있을까?

미국은 법을 어기면 무조건 돈이 든다. 법원에 가서 재판을 받아야 되고, 벌금을 내야하고, 법원을 이용하여
사건을 처리하는 과정의 수수료를 내야 하고,.....
그러나 사건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얼마나 분통이 터지고, 억울하고, 일이 꼬이게 되는걸끼?

매주, 월, 수요일에 남편이 데려다 주는 River Edge 도서관에서 영어 수업을 받고 오는 중,
아이들이 운동장에서 체육 수업을 하는 것을 가끔 목격한다.
적당한 곳에 차를 주차하고, 노부부는 큰 손자를 찾고 있다. 어디선가 꼭 보조 교사가 나타나서 수업을 보면 안된다고 말한다.
학교나 유치원에서는 어린이들이 일단 현관문에 들어서면 학교 교육이 끝날 때까지 누구도 그 안을 들어가 볼 수
없는 폐쇄된 학교와 유치원의 교육현장이 아주 궁금하다. 그 안에서는 어떠한 교육이 이루어질까?

부자의 나라 미국, 어린이 천국이란 미국이 한 끼 당 5$(5,000원)의 급식비도 내야 되고,
교육과정의 Curriculum도 아주 후퇴한 미국. 그런데 젊은 엄마들은 왜 조기 유학을 보내고 싶어 할까?
외국어(영어) 공부 때문이라면 유학비용의 절반만 투자하여도 우리나라 교육으로 효과가 충분하다고 생각된다.

국가는 어린이를 위한 보호 정책을 이행하고, 훌륭한 교사들의 충실한 교육실시, 쾌적한 교육환경, 시설, 개성과 창의성을 기르는 교육과정, 거기에 무료급식.......,
어린이 천국은 미국이 아니라 우리나라임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2014년 9월 29일 뉴저지에서 Kimsj

김주선 2014-10-01 10:27	아름다운 계절, 고운글 많이 쓰시고 행복한 시월 보네십시요. 작가님!^^

김숙자 2014-10-04 01:05	《Re》김주선 님 , 안녕하세요? 咫尺에 계신듯 무척 반갑습니다. 이곳도 (뉴저지) 정말 아름다운 계절입니다. 눈만 돌리면 온갖 단풍잎으로 눈을 붙들고 있습니다. 자연의 변화, 우리 삶의 변화, 모두가 미래를 기다리게 하는 것 같습니다. 지금 불확실한 미래를 향하여 긴 道程을 하듯, 하루 해를 보내고 있지요. 김주선 작가님, 단풍잎 섁깔처럼 고운 글 많이 올리시고요 건강하세요. 늘 행복이 가득하시길 기원합니다.

가을과 지병

가을이 오는 뉴저지에서